"요즘은 뉴스 보기가 겁이 나요. 아직 죄가 제대로 밝혀진 것도 아닌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져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가짜 정보인지도 모르겠구요.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쉽게 정보에 휘둘리는 세상이 되어버려서 한편으로 무서워요."
지난 2학기에 새롭게 강의한 <디지털교육> 시간에 학생들이 모둠 토론에서 나누었던 대화이다. 어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우 소식을 접하면서 삼가고인의 명복을 비는 동시에 나는 왜 비판적 사고라는 단어가 제일먼저 떠올랐을까?
좋든 싫든 상관없이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시시각각 디지털 기반의 뉴스와 다양한 컨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텔레비전 뉴스와 종이 신문을 통해서만 접하던 정보를 손가락으로 클릭 한번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급급해야 할까? 더이상 텔레비전과 종이 신문을 사용하지 말고 인터넷 뉴스와 신문을 보라고 학생들에게 안내하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컴퓨터가 아니라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바꿔 활용할 것을 강조해야 하는 것일까?
진정한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디지털 활용이 아니라 디지털 문해력이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방법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디지털 문해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이 바로 비판적 사고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대학에 <디지털교육> 교과 개설을 요구하며 디지털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 지침이라며 학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 그 어디에도 '디지털 문해력'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교육부 장관의 페이스북 글에 칭찬 일색과 좋아요를 남발하는 내 페친들이 사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비판적 사고를 외면하는 교육부 장관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심히 궁금하다.
나는 교육에서 비판적 사고가 강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비판적 사고는 비단 디지털 시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20세기에 미디어가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비판적 사고는 지속적으로 강조되어왔다. 우리 교육이 비판적 사고 대신 지식 습득과 새로운 기술 활용을 주로 선택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초중등 학교와 대학교에서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수업이 많아질수록 사회적 타살로 인해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것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수록 검찰/경찰에 의해, 언론에 의해, 타인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