早 歲 盛 名 君 上 國
조 세 성 명 군 상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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暮 年 多 病 我 荒 村
모 년 다 병 아 황 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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那 知 此 日 來 相 訪
나 지 차 일 래 상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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宿 昔 幽 懷 可 款 言
숙 석 유 회 가 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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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이름을 날리는 그대는 서울에 살고
늙어 병많은 나는 누추한 시골에서 사는데
오늘 찾아와 이리 만남을 어찌 알았겠는가?
가슴에 묻었던 것 터놓고 이야기 해보세나
* 盛名 : 이름이 잘 알려짐
* 上國 : 소국이 섬기는 큰 나라, 여기서는
임금이 계신 서울
* 暮年 : 老年
* 荒村 : 시골,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한 겸칭
* 宿昔 : 오랜
* 幽懷 : 가슴에 묻어 둔 생각들
* 款言 : 속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눔
오늘 소개하는 이 詩는 퇴계 이황 선생께서 자신을 찾아 온,
젊은 선비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께 지어주신 7언 배율
시입니다.
제목이 '李秀才珥字叔獻見訪溪上雨留三日' 이라는 긴 제목의
시로, '字를 숙헌(叔獻)이라고 하는 李珥가 溪上에서 살고 있는
나를 찾아 와, 비가 내려서 사흘을 함께 머물때 지은 시' 라는
뜻입니다...^^
이 두 분의 만남은 율곡 선생께서 경상도에서 지방관을 지내
시던 장인을 찾아 뵙고, 돌아가는 길에 안동 예안에서 사시던
퇴계 선생을 방문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당시에, 율곡은 23세의 젊은 선비로였지만 이미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장래가 촉망되는 인물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
하였고, 퇴계 선생은 58세의 원숙한 대(大) 학자로서 나라 안의
임금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존경을 받는 어른이셨지요.
이 두분의 만남과 서로 시를 주고 받으며 소통한 일은 한국의
유학사에서 한폭의 아름다운 장면이 될 것입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배율시는 보통 12구절이며, 첫 구절
부터 끝구절까지 두 구절씩 서로 대구를 이루는 형식으로 만들
어집니다.
이 시도 1구와 2구, 3구와 4구가 각각 대구를 이루면서 전개
됩니다. 운자로는 元운목에서 村과 言을 사용했습니다.
율곡을 만난 퇴계 선생이 반가움과 함께 후배를 아끼는 정을 시에
담아 펼쳐가는 詩想을 차분히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