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78-1 (2022. 06. 24) 고성군
12.3km (서해 : 845.6km, 남해 : 817.7km, 동해 671.9km 합계 : 2,335.2km)
(강원도 고성군 거진리 거진항 - 화포리 - 현내면 초도리 - 대진리 - 마차진리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동해안 마지막 일토장정이 거진항에서 시작된다.
밤새 내리던 비도 그치고 하늘은 일토장정을 위해 푸르게 반겨준다.
거진항에서 해파랑길 49코스를 따라서 해맞이 산림욕장으로 급격이 올라간다.
산림욕장 전의 쉼터에서 단체 사진을 찍어본다.
나이 많은 소나무 아래로 보이는 거진항이 눈부시다.
마저 해맞이 봉까지 올라오니 벌써 땀은 비 오듯 하고 저질체력은 고갈되었다.
난 우리가 같이 한 번 걸어보는 것이 참 좋을 듯 하여 매번 이야기 하지만 시작과 끝은 같이 하지만 과정은 너무 다르다.
해맞이 봉을 지나자 체력에 따라 앞서 나갈 사람은 앞서 나가고 뒤로 쳐질 사람은 뒤로 간다.
특히 오늘은 꼭 같이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천천히 가고 싶었는데 여지없이 한사람은 해파랑길 코스를 따라 험난한 길로
또 두 사람은 먼저 산길을 내려 해변 도로로 가고 세 사람은 뒤에 쳐져 산길을 내려와 화포리 도로를 따라간다.
아무렴 어떨까 처음과 끝이 같으면 같이 걷고 있는 거지...
이렇게 같이 걸어 무탈하게 이곳까지 온 것을 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화진포 김일성 별장 근처에서 몇 명이 1차 다시 만났다. 준비해간 물도 없었고 모두 탈진 직전이다.
자판기를 통째로 뜯어 먹을 기세로 달라붙어 물을 받아먹었다.
우리가 맨 처음 장정을 시작도 6월에 했는데 그때는 이렇게 덥지 않고 걷기 딱 좋은 날씨였던 것 같은데
12년이 지난 오늘의 날씨는 염천이다.
우리의 나이가 많아져 이렇게 느끼는 건지 아님 지구가 그 만큼 열병을 앓고 있는 건지 그 중간 중간인지...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아 다시 움직인다.
역시 2명은 먼저가고 나는 혼자서 그 다음을 나머지 셋은 같이 가다가 그 중에 하나는 또 혼자가 되고
나머지 둘은 마지막으로 현내면 초도리 30년 전통 냉면집에 앉았다.
또 혼자가 된 한 사람은 식당을 지나쳐 한 참이나 가버려 점심도 굶는다.
식사 후 초도 해수욕장을 따라 대진항에 들어와서 모두 다시 하나가 됐다.
편의점에 여섯이 모여 차가운 아아를 한 잔 하며 특별히 예쁘게 맞춰 입은
단체 티셔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부럽습니다.”
“12년을 같이 하셨어요? 대단하네요” 등.
순간 12년의 세월이 순간순간 생각이 나고 기분 좋고 자랑스러움도 있고 이렇게 같이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하지만 한편 씁쓸하다.
같이 있지만 여기에 없는 사람도 있고
여기에 있지만 같이 있지 않은 사람도 있고
여기에도 없고 같이 있지도 않은 사람도 있다.
물론 우리의 장정이 그렇듯 시작은 같이 하지만 과정은 모두 다르듯이.....
장정의 끝이 같은 것처럼 우리의 끝도 같을 수 있었으면 하는 진정한 바람이다.
대진항을 지나 수산시장 쪽에서 대진등대 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라가다가 대진1리 해수욕장으로 내려왔다.
금강산콘도가 바로 보이고 마차진 해변을 따라 올라오니 긴 철책이 보인다.
동해의 많은 철책이 제거 되었지만 이곳부터는 완전 철책으로 해안선을 감싸고 있다.
이제 올 때까지 다 온 기분이 든다.
곧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 도착하여 오늘의 장정을 좀 이르게 끝낸다.
숙소를 마차진 해변에 잡고 대진항으로 나와 조촐한 자축파티를 했다.
그리고 내일부터 바로 진행될 국토(남한)의 북쪽 걷기에 대하여 상의를 했다.
우리에겐 끝은 없다. 계속 걸을 것이다.
첫댓글 12년간 2,348km를 함께 한 것에 감사드립니다.
미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