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과 금육
우리 신앙인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고난받고 돌아가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죄를 끊고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고자 음식의 양과 종류를 제한하곤 합니다. 단식과 금육이 그것입니다. 특별히 사순시기는 단식과 금육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때입니다.
단식은 구약의 전통에서 유래합니다. 모세(탈출 34,28)와 엘리야(1열왕 19,7-8)는 40일간 단식하였고, 다니엘(다니 10,2)도 3주 동안 단식하였습니다. 이는 하느님과 신비적 대화를 나누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신약성경에도 단식에 관한 기록이 나옵니다. 세례자 요한과 그의 제자들이 단식하였고(마태 9,14), 예수님도 올바른 단식에 관한 가르침을 주신 바 있습니다(마태 6,16-18). 그리스도교는 초기부터 속죄해야 할 신자 또는 세례를 앞둔 예비 신자에게 단식을 권하였고, 이후 재의 수요일이나 사순절의 금요일과 토요일, 축일 전날 등에 단식을 지키게 하였습니다.
그러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예전과 같은 방식의 단식이 불가능해지자 성 바오로 6세 교황(1963~1978 재위)는 교황령 [패니테미니](Paenitemini)를 발표하여 단식 규정을 개정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단식할 때, 점심 한 끼는 보통으로 먹고, 아침과 저녁은 각 지역의 관습에 따라 조절한다.
- 단식에 대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규정은 각국 주교회의에 맡긴다.
- 전 세계 교회가 공통으로 단식을 지켜야 하는 날은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이다.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는 단식과 금육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제136조).
①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는 단식을 지켜야 한다(1항).
② 매주 금요일에는 금육을 지켜야 하지만, 대축일은 예외다(1항).
③ 단식을 지킬 대상은 만 18세부터 만 60세까지다(4항).
④ 금육을 지킬 대상은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다(3항).
⑤ 단식과 금육을 실천하여 절약된 몫은 자선 사업에 사용한다(2항).
일반적인 단식의 방법은 아침을 거르고 점심은 보통으로, 저녁은 간단히 먹는 것입니다. 단, 신체가 허약한 사람(병자)에겐 단식이 면제됩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군인도 면제됩니다. 금육은 모든 육류를 먹지 않는 것이지만, 계란, 우유, 생선, 동물성 기름으로 만든 양념은 허용됩니다. 한편, 각 주교회의는 더욱 적합하고 효과적인 규정들을 정할 수 있습니다.
단식과 금육은 본래 속죄의 성격을 띠며, 그 목적은 기도를 심화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고행은 술과 담배, 기호식품이나 여흥 등 즐거움을 절제하는 생활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단식과 금육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성실히 실천할 것을 다짐합시다.
- 의정부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