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서유기[제67회]인삼과를 살려라.
수성이 물었다.
"들으니 대성은 도를 버리고 불로 귀의했다면서?
자유로운 몸이 되어 당승을 모시고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간다지?
여행하는 처지에 어떻게 여기까지 놀러올 짬이 생겼소?
사실은 서천으로 가는 두중 좀 까다로운 일이 생겼기에 부탁하러 왔소.
힘좀 빌러 주시오!"
"어디서 무슨 문제가 생겼소? 내가 해결해 줄테니 말해보우!"
"만수산 오장관을 지나다 사단이 났소."
그말에 삼성이 모두 의아해 했다.
"오장관이라면 진원대선의 선궁이구려, 혹시 귀공이 인삼과를 훔쳐 먹은게 아니요?"
"하하하 어떻게 그걸 아시요? 맞았소. 그런데 그게 무슨 값이 나가는거요?"
"귀공은 그곳을 모르는 모양이군. 그 과일은 냄새를 한번 맡기만 해도
삼백육심년을 살수있고 하나를 먹으면 사만 칠천년을 살수가 있는거요.
그래서 만수 초환단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지요. 우리의 도는
그 대선에 미치지 못하오. 대선은 인삼과를 손에 넣었기에 무궁한
수명을 누리게 된 것이요. 허참 귀공은 천하에 하나뿐인 영근을 두고
무슨 값이 나가는 거냐고 묻는구려. 복숭아 정도로 생각하셨오?
"그게 그런 영근이라면 정말 미안하게 되었군. 난 영근을 그만 근절시키고 말았소"
삼성과 그 자리에 있던 선인들은 모두 놀랐다.
"에크! 어째서 그랬소?"
"전일 우리가 그 관에 도착했을 때 대선은 안계시고 동자들이 지키고 있다가
인삼과 두개를 우리 스승님께 대접했소. 우리 스승님은 그게 보물인지도
모르고 간난아이를 어떻게 먹느냐고 굳이 거절했다오.
그러니까 동자들이 우린 안주고 자기들이 먹더란 말이오.
난 어찌나 화가 나는지 여의봉으로 갈겨 그 나무를 쓰러뜨렸소.
그랬더니 과일도 다 없어지고 줄기는 갈라지고 잎은 시들어 떨어지고
뿌리는 드러나고 결국 말라 죽었소. 두 동자가 우리를 집안에 가두어
버리기에 나는 자물쇠를 열고 스승님을 모시고 도망을 쳤소.
다음날 아침 대선이 사정을 알고 우리를 쫓아왔소.
옳거니 그르니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싸우게 되었는데
그가 소매를 벌리니까 우리가 소매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지.
대선은 나를 꽁꽁 묶어놓고 하루종일 가죽채찍으로 때리면서
심문을 하더군요. 그날 밤에 우리는 또 도망을 쳤소
그가 또 쫓아와 잡혀갔고 우리를 기름에 튀기려 하기에
가마솥을 부셔버렸지 그러다 대선과 타협끝에 놓아주면
그 나무를 살려주겠다 약속하고 이곳에 여러분을 뵈러 들른 것이라오."
"아 이거원! 대성 당신은 정말 깜깜하군. 저 진원자는 지선의 조상이고
우리는 신선의 으뜸이란 말이요.
당신도 비록 천선이지만 아직
태을산선으로 진류에는 못들어 있는 몸이니
어떻게 그에게서 달아날 수가 있겠소?
만약 대성이 길 짐승이나 날 짐승이나 벌레나 고기따위를
죽였다면 우리가 기장 쌀로 만든 단약으로 살릴수 있겟지만
저 인삼과만은 선목 영근이라 살릴 재간이 없소.
그리고 처방도 없소."
오공이 이 소리를 듣고 양미간을 찌 푸리고 앉아있으니
복성이 위로를 해주었다.
"이곳이는 없지만 다른 곳에 혹 있을지 모르니 너무 걱정 마시구려."
"여기 없다면 다른 곳에 가 봐야겠소. 하느로가 바다 끝을 다돌고
삼십육천을 다 돈다해도 그건 큰 일이 아니요 문제는 내 스승님이
원체 엄격하데다. 도량까지 좁아서 내게 사흘간에 말미를 주면서
그 기간이 지나면 긴고주를 외우겠다고 한 것이요."
"아! 그렇지 당신을 그렇게 구속하지 않았으면 당신은 지금
하늘로 쳐들어 갔을테지."
삼성이 다 웃엇다. 이번에는 수성이 말을 받았다.
"대성, 염려마시오, 저 대선은 우리 선배라고 하지만 우리와
안면이 있는 처지요. 헤어진지 오래니 인사겸 대성을 위해 그곳으로 가겠소
그곳에 가서 당신의 사정을 잘 얘기해 스승님이 긴고주를 외우지 않도록
부탁을 드리겠소. 우리는 사흘이건 닷새건 귀공이 처방을 구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오리다.
"여러분 고맙소. 제발 그렇게 해 주시오. 자 그럼! 안녕히"
오공이 삼성에게 작별을 고하자 삼성은 상서로운 빛을 타고 곧 오장관으로 간다.
삼성의 모습을 발견한 동자가 급히 대선에게 보고 했다.
"스승님! 해상에 삼성이 오셨습니다."
대선은 삼장과 한담을 하고 있다가 이 소리를 듣고 층계를 내려가서
맞이하였다. 팔계는 수성을 보자 소매를 붙잡고 웃으며 말했다.
"아, 이 뚱뚱한 늙은이 오랜만이요. 여전히 두건은 안쓰고 왔구먼요?"
그러면서 자기가 쓰고 있던 승모를 씌워주고 웃었다.
"좋아 보기좋아 그러니까 벼슬에 오른 것 같구만."
수성은 모자를 벗어 내동댕이치며 욕을 했다.
"이 맹추야! 사람의 높낮이도 모르고 버릇없이 굴어?"
"이놈! 제가 맹추인 주제에 누구더러 종이라 하느냐?"
"흐흥! 남의 종이 아니면 어째서 하인들에게나 붙는 수니 녹이니 복이니
하는 이름을 붙였느냐 말이요?"
삼장은 파례에게 호통을 치고 급히 읜관을 갖추어 삼성에게 절을 했다.
삼성도 대선에게 후배의 예를 올렸다. 그리고 모두 자리에 앉자
녹성이 먼저 입을 뗐다.
"저희들이 오랫동안 문안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오늘은 손대성이
대선님의 산을 못쓰게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손행자가 봉래산엘 갔던가?"
"손대성이 우리 산으로 와서 대선의 단수를 망쳐놓았다고 그걸 고칠
처방을 물었습니다. 우리에겐 그 처방이 없다는 말을 듣고 그는 다시
다른 곳으로 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스승이 사흘의 말미를 어기면
긴고주를 외울까봐 무척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안도 드릴 겸 그 기한을 늦춰 주십사하고 부탁을 하러 왔습니다.
삼장이 그 소리를 듣더니 다짐을 했다.
"오공이 돌아올 때까지 그 주문은 외지 않겠습니다."
한편 오공은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봉래를 떠나
재빨리 방장선산으로 갔다. 이 산도 명승이었다.
구름에서 내린 오공은 경치를 구경할 사이도 없어 곧장 앞으로 가고 있었다.
그윽한 향기가 풍겨오고 학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한 선인이 나타났다.
오공은 다가가 절을 했다.
"제군께 인사를 올립니다."
인사를 받고 제군도 답례를 했다.
"대성이 오신줄 몰랐습니다. 들어오셔서 차를 드시지요?"
제군은 오공의 손을 이끌고 궁전으로 들어오게 했다.
패궐주궁과 요지경각이 줄줄 줄을 지어 있었다.
잠시뒤에 자리에 앉아 차를 기다리는데 동자 하나가 나왔다.
비취 병풍뒤에서 나타난 이 동자가 동방삭이아.
오공이 동자를 보더니 웃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 좀도둑놈아 네가 여기 있었구나. 제군이 계신 이곳에는 네가
훔쳐먹을 복숭아는 없겠지?"
동박상이 제군을 보고 인사를 올리더니 오공을 보고 수리쳤다.
"이 도적놈아! 여긴 뭣하러 왔는냐? 우리 스승님에게는 네놈에게
도둑맞을 선단이 없어!"
만청이란 동방삭의 도명이다. 그가 급히 안으로 들어가
차를 두잔 내왔다. 차를 마신다음 오공이 말했다.
"실은 한가지 부탁을 드릴려고 찾아왔습니다. 들어주시겠지요?
"무슨 일이시요?"
"근자에 스승님을 모시고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다가 마눗산 오정관에
들렀는데 그곳에 동자둘이 버릇없이 굴기에 인삼과 나무를 뽑아버렸습니다.
그래서 대선에게 잡혀 그곳을 떠나지 못하게 되엇고
나무를 살려 놓지 않으면 몸을 뺄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제군께서 나무 살리는 처방이 있으시다면 제게 좀 주십시요."
"아, 당신은 아무데서나 화단을 일으키는구려 그 오장관에 계시는 진원자는
성호를 여세동군이라 하는데 지선의 조상이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 분을 건드렸으니 큰일이요.
그의 인삼과는 초환단이라고 보물이요. 그걸 흠쳐 먹은 것만 애호
이만저만한 죄가 아닌데 나무까지 뽑았으니 그 분이 어찌 가만있겠소.
나 한테는 구전태음환단 이란 것이 한알 있어서 이 세상에 생령들은
모두 살릴수가 있지만, 나무는 살리지 못하오, 나무는 토목지령이라
천지의 자양을 받는거요. 하계의 과일이라면 또 모르지만
저 만수산이라는 곳은 선천의 복지요. 오장관은 정토의 동천이고
또 인삼과라는 것은 천지개병이래의 영근인데 이걸 어떻게
되살릴 수가 있겠소? 그런 약은 여기 없소."
"처방이 없다면 그만 실럐하겠소."
제군이 만류하고 옥액을 한잔 권하려 했지만 오공은 사양하고 일어섰다.
"일이 다급하여 오래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근두운을 불러타고 이번엔 영주의 해도로 찾아갔다.
구름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그곳 역시 절승경계였다.
산에 나무가 울창하고 낭떠러지에 구슬나무가 있는데 그 아래서
선인 몇사람이 놀고 있었다. 얼굴은 어린아이같고 머리와 수염이 하얀
선인들은 장기를 두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노래도 부르며 웃고 있었다.
오공은 그들을 잘 아는 처지라 웃으며 인사를 올렸다.
"모두들 참 마음편히 지내십니다."
"대성도 그대 마음을 올바르게 먹고 천궁을 시끄럽게 하지 않앗으면
오히려 우리보다 더 마음 편히 한가롭게 지낼수 있었을 테지요.
그러나 지금은 참 마음으로 돌아가서 부처님을 배례하러 서천으로
가신다니 참 장한 일이오. 헌데 용케도 여기까지 오실 겨를이 있었습니다 그려."
오공이 나무살릴 묘방을 구하게 된 일의 경위를 말하자
그들은 몹시 놀라는 눈치였다.
"당신은 가끔 말썽을 일으키는 구려. 우리에겐 그런 약이 없습니다.
"약이 없다면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홉선인은 그를 만류하고 선가에서 마시는 경장과 푸른 연뿌리를 권했다.
오공은 선채로 그물을 마시고 한조각의 연뿌리를 먹고는
급히 영주를 떠났다.
오공이 동양해해로 방향을 바꾸자 어느새 낙가산 가까이 다가섰다.
구름을 낮추어서 보타암 위에 닿으니 관음보살은 자죽림속에서
제천대신들과 목차와 용녀들에게 경을 강설하고 있었다.
보살은 오공을 벌써부터 알아보고 전에 검은 곰이었던
수산대신을 시켜 오공을 영접해 오라 분주했다.
수산대신은 숲에서 나가 오공에게 큰소리를 질렀다.
"여, 손오공 어디로 가는거냐?"
오공이 이 소리를 듣더니 머리를 들고 노발대발 했다.
"이 곰놈아! 손오공이라고? 내가 누군즐 알고 어른 좀함을 함부로 부르느냐?
그때 이 어른이 용서하여 주지 않았다면 네까짓 놈은 지금쯤
그 흑풍산에서 죽어 없어졌을게다. 이놈아 지금 이 선산에 살면서
보살의 가르침을 듣게 된 것이 다 누구의 덕이냐. 그러니 이 어른을
나리라고 불러야 되는 것이다.
그 곰은 과연 깨침을 얻고 보살곁에서 보타를 지키며 대신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것이 모두 오공의 덕분이라는 말도 틀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곰은 변죽스런 오공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금방 해죽거렸다.
"대성님! 옛사람도 군자는 지나간 잘못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왜?
그런 소리만 하십니까? 보살님이 저더러 영접해오라 하셨습니다."
오공은 숙연한 태도로 대신과 함께 자죽림을 가서 보살께 배례했다.
"오공아 당삼장이 지금 어디까지 왔느냐?"
"서아하주의 만수산까지 왔습니다."
"그 만수산에 오장관이 있다 진원대선은 뵈었느냐?
오공은 머리를 조아렸다.
"제가 오장관에서 대선을 몰라뵙고 그분의 인삼과 나무를 요절냈습니다.
대선이 노해서 스승님을 붙잡아 놓기에 우리는 길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살은 사정을 알게되자 오공을 나무랐다.
"이 원숭이놈아! 그 인삼과는 천지개벽 이래의 영근이야!
진원자는 지선의 조상이라 나도 그를 존중하는 터인데
네놈이 그 나무를 못쓰게 만들어? 이놈아?"
"저는 사실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날 대선은 집에 안계시고
동자둘이 남아서 대접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능이 그 안에
인삼과라는 것이 있다면서 자꾸 맛을 보게 해달라고 조르기에
제가 세개를 훔쳐다가 우리 형제들이 하나씩 먹었습니다.
그 동자가 그걸 알고 어찌나 욕을 하던지 그만 발끝해서
그 나무를 뽑아버렸습니다.
나무를 살리려고 이곳저곳 다녀보았으나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살님,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처방을 찾아주시고
우리 스승님이 하루 빨리 서천에 올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그렇다면 왜! 일찌기 나를 찾아오지 않고 섬들을 쏘다녔느냐?"
오공은 이말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다.
이만 다음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