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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 첨밀밀 (甛蜜蜜,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1996)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홍콩 영화사들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다른 나라의 영화를 흉내 내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성룡의 대히트작 ‘용형호제(龍兄虎弟: Armour Of God, 1986)’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흉내 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용형호제’는 표절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잘 만든 영화다.
좀 우습게 만들어졌지만, ‘트랜스포머’나, ‘아바타’ 같은 대작도 베껴서 제작하고 있으니, 홍콩 영화계도 참 재미있다.
(하긴 따지고 보면 중국 본토 영화가 베끼는 것은 더 심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첨밀밀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 1989)를 흉내 낸 작품이다. 그런데, 어느 쪽이 더 좋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첨밀밀’이 더 좋다고 대답하겠다. 지금까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고작 한두 번 봤을 뿐이지만, ‘첨밀밀’은 수 차례 보았고, 그때마다 아련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어떤 뭉클한 감동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첨밀밀’은 ‘달콤하고 달콤하다’는 뜻이다. 등려군(鄧麗君)이 부른 동명의 노래에서 제목을 따왔다. 이런 일은 영화계에서 흔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마이 걸(My Girl, 1991)’, ‘남자가 사랑할 때(When A Man Loves A Woman, 1994)’와 같이 히트한 노래의 제목을 따와서 영화를 나중에 만든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이 영화 ‘첨밀밀’에서 등려군은 단순히 원곡을 부른 가수로서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들의 연애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서 한때 등려군의 노래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포일러 주의)
1986년, 중국 본토에서 같은 날 홍콩에 도착한 소군(여명 黎明)과 이요(장만옥 張曼玉)는 성공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홍콩에 와서 노동을 하는 소시민이다. 서로간에 의지하며 우정과 사랑을 키우지만, 소군은 고향에 소정이라는 약혼녀가 있다.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지만 소군의 결혼 상대가 소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이요는 소군을 떠나서 표(증지위 曾志伟)라는 암흑가 두목의 애인이 된다. 몇 년 뒤 소군의 결혼식장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오래간만에 만났음에도 두 사람의 애정이 식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결국 소군은 이혼을 하고, 이요는 표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려 한다. 그러나 고백하려는 날 조직의 문제로 표가 미국으로 밀항하게 되고, 상황상 이요도 미국으로 같이 밀항한다. 몇 년이 흘러 소군도 뉴욕의 차이나타운에서 식당 일을 하며 생활하고, 미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표가 죽자 이요는 여행 가이드를 하며 지낸다. 그리고 1995년 등려군이 죽었다는 뉴스를 텔레비전 상점 앞에서 보던 두 사람은 우연히 재회한다.
장만옥은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에서 성룡의 애인 ‘아미’역으로 나오는 등 한때 ‘재키 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성룡의 영화에 자주 등장했었다. 그러나, 이후 ‘열혈남아’, ‘아비정전’, ‘동사서독’, ‘화양연화’, ‘영웅’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인정 받아, 한때 홍콩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됐다.
그런데, 이 영화야말로 장만옥의 최고 대표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연기력은 빛을 발한다. 실제로 1997년 장만옥은 이 영화를 통해, 제34회 금마장, 제2회 홍콩금자형장, 제16회 홍콩금상장영화제, 제42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때로는 약삭빠르고, 때로는 순진하고, 때로는 억척이면서도 항상 사랑스러운 모습을 잃지 않는다.
특히 엔딩 직전의 장면, 여명을 다시 만났을 때 무표정에서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바뀌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 영화에서 여명의 매력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장만옥이 아니었다면, ‘첨밀밀’이라는 영화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싶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등려군의 노래다. 주제가 ‘첨밀밀’ 외에도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은 영화 개봉 이후 우리나라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아마도 중국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중국 노래 두 곡이 아닌가 싶다.
현재 사랑하고 있는 사람, 앞으로 사랑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영화, ‘첨밀밀’이다.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영화 첨밀밀 명장면 OST 등려군영화 첨밀밀 마지막 명장면 월량대표아적심. 마음 한편이 찡해온다.www.youtube.com
* 첨밀밀은 원래 인도네시아 민요인데, 거기에 중국어 가사를 붙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