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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린이도서연구회 대구경북지부 원문보기 글쓴이: 대구 이아진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생활글, 옛날이야기,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 / 4~5세 / 6~7세), 초등(8~9세 / 10~11세 / 12~13세), 청소년(13세 / 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3종, 동화 1종, 사회 2종, 과학 1종, 역사 3종, 만화 3종, 모두 13종입니다.
나의 독산동
유은실 글|오승민 그림
문학과지성사|2019.6.28|48쪽|15,000원|그림책|8~9세
은이는 학교에서 시험을 본다. 오늘은 이웃에 공장이 많으면 생활하기 어떤지 묻는 문제였다. ‘매우 편리하다’를 답으로 골랐는데 선생님은 정답이 아니라고 한다. ‘시끄러워 살기가 나쁘다’라고 교과서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은이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교과서도 틀릴 수 있어?” 은이가 사는 독산동에는 공장이 많다. 어른들은 공장에서 일하다 때가 되면 밥을 챙겨 주고 숙제도 봐 준다.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다 다쳐도 엄마가 금세 달려온다. 인형 공장이 있어 누구나 인형을 가질 수 있고 불량 단추를 달아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이 되기도 한다. 혼자 잠들어도 엄마 아빠가 가까이 있어 무섭지가 않다. 은이는 모두가 함께 있는 독산동이 좋다. 은이네 동네에는 열심히 일하는 어른들과 같이 자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 있어서 행복했던 동네 이야기를 부드러운 색감으로 표현해 마음이 더 따뜻해진다. (이은숙)
아트와 맥스
데이비드 위즈너 글, 그림| 박보영 옮김
시공주니어|2019.6.5|52쪽|13,500원|그림책|8~9세
도마뱀 맥스는 친구 아서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하지만 막상 그리려고 하니 무엇을 그려야할지 잘 모르겠다. 아서는 “나를 그려봐.”라고 이야기하고, 맥스는 아서 몸에 물감을 마구 흩뿌린다. 색으로 얼룩덜룩해진 아서는 화가 나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색들은 산산조각이 나 아서 몸에서 떨어져 나와 사방으로 흩어진다. 아서의 몸에는 부드러운 파스텔색만 남는데 맥스는 대형 선풍기 바람으로 색들을 모두 날려 버린다. 결국 선으로 형태만 남은 아서. 맥스는 선을 잡아당겨 풀어 아서를 사라지게 만든다. 과연 아서는 어떻게 될까?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화려한 색과 어우러져 마법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아서의 이름을 자꾸 아트로 잘못 부르는 맥스, 마치 누가 ‘아트’인지, ‘아트’가 무엇인지 묻는 것 같다. 건조하고 메마른 사막 지대는 색을 더욱 부각시키는 배경이다. 화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황, 노랑, 보라색 작은 도마뱀들도 다양한 표정과 동작으로 이야기를 더욱 더 재미있고 생동감 있게 한다. (노은정)
팥빙수의 전설
이지은 글, 그림
웅진주니어|2019.6.7|56쪽|13,000원|그림책|6~7세
팥빙수가 만들어지게 된 유래를 재미난 상상력으로 풀었다.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시작된 이야기는 여러 장면으로 나누어 할머니의 하루 일과를 보여 준다. 할머니는 빨간 두건을 질끈 묶어 메고 밭으로 나가 수박, 참외, 딸기를 수확하고 탱글탱글한 팥도 손질한다.
할머니는 단팥죽과 수확한 과일을 보따리에 싸서 장에 내다 팔기 위해 산길을 나섰다. 그런데 한여름에 눈이 펑펑 내리고 눈을 뭉쳐 놓은 듯한 모습의 눈호랑이가 나타난다.
할머니는 보따리 속의 맛있는 것들을 차례로 호랑이에게 빼앗긴다. 눈호랑이는 참외를 먹으며 달다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커다란 수박은 ‘빠샤’를 외치며 손으로 쪼개서 먹는다. 그러다 마지막 남은 단팥죽을 탐내며 호랑이는 “내놔!” 하고 할머니는 “안 돼!”를 외친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뜨거운 단팥죽을 뒤집어 쓴 눈호랑이에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김현정)
시끄러운 쥐 쩌렁이
리처드 윌버 글|김효은 그림|김선희 옮김
천개의바람|2019.6.17|68쪽|10,000원|외국 동화|6~7세
쩌렁이는 커다란 목소리를 가진 아기 쥐다. 조용조용 말하는 법을 몰라 언제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엄마 쥐는 걱정이 많다.
매일 밤 쩌렁이는 치즈를 먹으러 부엌으로 나온다. 어느 날 눈앞에 낯선 물건이 보이는데, 엄마 쥐가 알려준 노래 덕분에 쥐덫임을 눈치 챈다. 쩌렁이는 식구들에게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쥐구멍으로 달아난다.
다음 날에는 통통하고 뾰족한 발톱을 가진 무언가가 부엌에 앉아있다. 그건 바로 고양이였다. 쩌렁이가 살려달라고 외치자 고양이는 큰 소리에 깜짝 놀라 달아나 버린다. 주인집에 도둑이 들자 이번에도 쩌렁이는 크게 소리를 지르고, 도둑은 겁에 질려 훔친 물건을 버린 채 도망친다.
집주인 부부는 도둑을 막은 쩌렁이에게 고마워하며 집 지키는 쥐로 임명하고 매일 치즈를 배불리 먹여 준다. 시끄러운 막내 쥐가 쩌렁쩌렁한 목소리 덕분에 오히려 대견한 쥐로 되어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간결한 문장으로 반복되는 이야기와 노래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박은영)
나의 미누 삼촌- 이주민 이야기
이란주 글|전진경 그림
우리학교|2019.6.3|148쪽|12,000원|인권|12~13세
이주민 다섯 명이 한국에서 겪은 일들을 세세하게 전한다. 한국인과 결혼한 마다가스카르 사람 제니는 피부색이 짙다는 이유로 영어 학원 강사 일자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캄보디아 청년 소반과 썸낭은 매일 12시간 넘게 일하지만 8시간치 월급만 받으며 화장실도 없는 비닐하우스 속 작은 컨테이너에서 산다, 고용허가제 노동자로 한국에 왔지만, 미등록 이주민 단속 과정에서 죽게 된 미얀마 청년 테이,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정신 질환자로 오해 받아 정신 병원에 있어야 했던 찬드라,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노래를 부르다 불법체류자로 쫓겨난 미누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겪은 일들뿐 아니라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는 용어 대신에 ‘미등록 이주민’ 사용하기, 모든 환경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평등하게 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주민들이 낯설고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 맞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최정휘)
체벌 거부 선언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기획|하승우 외 52인 글
교육공동체벗|2019.5.5|210쪽|12,000원|사회일반|16세부터
체벌은 폭력이며 어떠한 폭력을 행하지도 당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한 53인의 이야기이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교사와 학생 관계에서 본인이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체벌의 고리를 끊고자 자신의 폭력을 반성하고 노력하는 53인의 다짐은 체벌에 무감각한 우리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 주며, ‘훈육’과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는 체벌을 아직도 옹호하며 행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에는 “학창 시절에 회초리나 채찍으로 매를 맞았던 이들은 거의 한결같이 그 덕에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내가 볼 때는 이렇게 믿는 것 자체가 체벌이 끼치는 악영향 중에 하나다.”라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하기 때문에’ ‘너 잘되라’는 말로 포장된 체벌이 아니라 어른들의 기다림이다. (정임선)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
이지유 글, 그림
창비|2019.6.28|248쪽|14,000원|자연의 세계|12~13세
주인공 남매가 사파리 여행을 하면서 야생 동물의 천국 세렝게티 국립 공원의 개성 만점 동물들, 반전 매력의 동식물, 대초원에서 배우는 동물 행동학을 들려준다. 종이 달라도 서로 도우며 사는 검은등자칼과 아프리카 들개,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는 개코원숭이, 무리 지어 살며 동물들이 동료가 죽었을 때 함께 슬퍼하는 코끼리, 기린, 하마와 같이 초원에서 만난 동물들을 통해 동물 행동학을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동물의 행동을 분석하여 동물의 생태, 습성, 학습 방식을 이해하는 학문인 동물 행동학을 소개함으로써 동물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만야라 호수를 지나 응고롱고로 보존 지구, 세렝게티 국립 공원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만난 동물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는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전달한다. 그동안 ‘아프리카 초원’하면 떠올리던 동물들뿐만 아니라 습지에서 만나는 다양한 새들도 소개하고 있다. 자연과 동물에 관심 많은 어린이가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며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박나영)
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
김경후 글|유홍준 원작|이윤희 그림
창비|2019.5.3|176쪽, 156쪽|각 13,000원|역사|12~13세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바탕으로 10대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문화유산 답사기다. 1권은 신라의 천년 도읍 경주로 답사를 떠난다. 선덕여왕 시절의 유산부터 시작하여 경주의 석탑을 살피고 에밀레종, 석굴암, 불국사의 탄생기와 수난에 대해 현장감 있게 안내한다. 에밀레종이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이사하는 날, 모든 경주 시민이 함께 참여해 옮겼던 이야기, 석굴암에 매료되어 그 비밀을 파헤친 사람들의 이야기는 문화유산이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나의 역사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2권은 여러 번 도읍을 옮겨 유물과 유적이 흩어져 있는 백제로 떠나는 답사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 마애불과 마애불 지킴이 성원 할아버지의 이야기, 흥미진진한 무령왕릉의 발견과 발굴 과정, 세련되고 온화한 정림사지 오층 석탑, 기품과 멋이 있는 미륵사지 석탑 등 문화유산에 얽힌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문화재에 대한 폭넓은 설명과 이해를 돕는 사진이 많아 책을 읽고 있으면 문화재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장경아)
과거 제도, 조선을 들썩이다
이광희, 손주현 글|박양수 그림
푸른숲주니어|2019.5.3|184쪽|13,800원|역사|12~13세
김구는 17세의 나이로 과거 시험을 보러 갔다가 나이 드신 아버지 먼저 급제하라며 자신의 답안지를 양보하고 나왔다. 이승만은 나이를 속여 13세에 과거 시험을 보았지만 떨어졌다. 조선 건국 시점부터 갑오개혁이 일어나는 근 오백 년 동안,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인재 등용 시스템인 과거 제도에 대해 속속히 보여 준다. 최연소 합격자 14세, 최고령 합격자가 85세라는 기록을 보더라도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조선 시대 양반들은 모두가 과거에 매달렸다. 언제,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일목요연한 정보는 물론이고 실제 인물을 모델로 이야기를 풀어내 생생함을 더한다. ‘이황, 과거 낙방 충격 고백’에서 과거 시험에 세 번이나 떨어진 이황을 인터뷰하는 도중 유명 서원의 조기 교육 광고가 떡하니 노출되기도 하고,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선비들이 징크스를 피하기 위해 떨어진다는 뜻의 낙(落) 자를 쓰지 않으려고 벌이는 소동도 흥미롭다. 딱딱한 정보 전달 형식에서 벗어나 인터뷰, 토론, 일기 등 다채로운 형식이 이야기에 재미를 준다. (김경미)
역사가 묻고 지리가 답하다
마경묵, 박선희 글
지상의책|2019.5.20|224쪽|14,000원|역사|13세부터
임진왜란 때 일이다. 당시 산성에 고립된 권율은 성 안에 남은 쌀로 말을 씻긴다. 산성에 물이 떨어지길 기다렸던 왜군은 이를 본 후 성에는 아직도 말을 씻길 만큼 물이 많이 남아 있다고 판단하고 퇴각한다. 쌀이 물로 보이다니 마법이라도 부린 것일까? 사실 쌀을 물로 착각한 이유는 산성이 매우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그 일대는 오래전 땅이 상승하는 운동에 의해 생겨난 산 위의 평지이다. 지리에서는 그곳을 고위평탄면이라 칭한다. 이는 땅이 상승하기 전 한반도 지형이 평탄했음을 보여 주는 소중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처럼 역사는 묻고 지리는 대답을 한다. 한반도는 언제부터 호랑이 모양이 되었을까? 정조는 왜 화성에 신도시를 건설하려 했을까? 작가는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고 그 땅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로 이어지길 당부한다. (김문숙)
까대기-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이종철 글, 그림
보리|2019.5.13|284쪽|15,000원|만화|13세부터
화물차에 실린 택배를 레일 위로 내리는 일을 까대기라고 한다. 만화가가 되고 싶은 주인공 이바다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택배 회사에서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농산물, 가전제품, 가구까지 배달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이 화물차에서 쏟아진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박스가 젖지 않게 비닐을 덮어 가며 작업한다. 손가락, 발가락이 어는 겨울에도 찬바람 속에서 짐을 내리고 옮긴다.
버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당일 배송, 총알 배송이라는 편리함 뒤에 있는 고된 노동 현장을 세밀하게 그렸다. 무거운 짐을 너무 많이 옮긴 탓에 손을 떨면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집 안에 텐트를 치고 눈물 대신 콧물을 흘리는 장면은 뭉클하다. 단정한 선과 칸 나눔, 흑백에 가까운 색감으로 치열한 택배 현장은 물론 청년들의 노동, 주거 문제까지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경이)
출입 금지
실비아 베키니, 수알초 지음|이현경 옮김
밝은미래|2019.6.3|141쪽|14,000원|만화|12~13세
지진은 마테오, 줄리아, 페데리코의 생활을 바꿔 버렸다. 돌무더기로 변한 집은 안전을 이유로 출입 금지 구역이 된다. 어른들은 폐허가 된 집터에서 돌을 치우거나 텃밭을 정리하고 아이들은 축구도 하고 천막 학교에서 수업도 받으며 예전처럼 지내려고 애를 쓴다. 미술 시간에 만든 화병이 모조리 깨진 채 발견되자 줄리아는 마테오와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선다. 페데리코는 찾아온 친구들에게 자신이 키우던 개를 구하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된다. 그날 밤 마테오와 줄리아, 페데리코는 출입 금지 구역에 숨어든다. 2016년 이탈리아 중부에서 발생한 지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재난 이후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허탈감을 더하거나 덜어내는 것 없이 정직하게 그려 낸다. 수업 시간에 옮겨 적은 시를 친구에게 읽어 주거나 깨진 화병을 붙이며 상처의 의미를 찾는 장면들은 출입 금지 구역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게 한다. (김선정)
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글, 그림
창비|2019.7.19|488쪽|20,000원|만화|12~13세
해원은 여름 방학에 떠난 휴가지에서 우연히 같은 반 친구 산호를 만난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해원은 산호를 좋아하게 되지만 단짝 친구인 진아에게도 솔직하게 말하는 건 어렵다. 반장 우진이가 해원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우진이를 좋아하는 려희는 오해를 하게 되고, 해원의 학교 생활은 자꾸만 꼬인다. 해원과 친구들 사이의 사랑과 시샘이 얽혔다 풀리는 과정이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생생하다. 울고 웃고 고민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가볍고 부드러운 선으로 잡아내 따뜻하게 그려 냈다. 해원이 산호와 헤어지며 손바닥에 주소를 적어 준 느낌 그대로 열세 살의 연애는 간질간질하다.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하던 작품을 책으로 펴냈다. 500쪽에 가깝지만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김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