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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에 큰 청동 황소상이 있고 상점들 판매대와 가축을 묶는 기둥들이 줄이어 있다 중간중간에 지붕을 올린 그늘도 있다
가까이 가니 너무 시끄러워 정신이 없다 자기 염소를 사라고 큰 목청으로 손님 부르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 싸우는 소리 투덜거리는 소리 거기에다 양도 울고 닭 소리 염소 소리들이 끊임없이 뒤섞인다 악취까지 진동하고 바닥은 똥인지 흙인지 구분이 안간다 근데 이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리저리 밀리면서 겨우 몇걸음 더 나아가니 푸줏간이 보인다 쇳파리들이 윙윙 날아오르는 판매대 위에는 방금 잡았는지 아직 눈을 치뜨고 있는 염소 대가리들이 쭉 놓여 있고 그 위로는 머리 잃은 몸통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사냥꾼들이 잡아온 듯 한 사슴도 산토끼 몇마리와 같이 걸려있다 판매대 뒷편에서 뭔가 퍽퍽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쿠야~ 움푹한 개울가에서 몸집이 큰 노예가 큰 도끼로 방금 잡은 황소를 내리치고 있다 온통 피투성이다 그 옆에서는 닭털을 뽑고 있고 토끼가죽도 널려있다 아마 손질을 잘 해서 비싸게 팔 모양이다
정육점 노예가 털 뽑은 닭 몇마리를 들고 상점으로 바삐 올라간다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 근데 이 손님이 아까 흥정했던 가격을 더 깍으려고 하는 모양이다 멀리서 보니 상인이 손가락을 펴기도 하고 엄지와 검지를 접어보이면서 뭐라고 이야기를 한다 손가락이 숫자를 표시하는 모양이다
현대 사회의 경매사들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주고 받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록에 의하면 로마 상인들은 열 손가락을 이용하여 무려 1만 단위까지 표시한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손님이 손가락 숫자를 제대로 이해 못하자 상인은 투덜거리며 노예에게 주판을 가져오게 한다 홈이 파인 청동판에 돌멩이 calculi 를 옮기면서 계산하는 셈틀이다 계산기 calculator 라는 단어도 여기서 나온다
저기 너머에서 소 울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소시장인 모양이다 가축시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다 빠른 걸음으로 가보니 소들이 여러 마리 묶여있다 2000년전 소는 그리 크지 않고 아담한 정도이다 쇠똥 냄새가 푹푹 난다
이제 막 거래가 시작되는지 노예 두명이 쇠뿔을 꽉 잡고 있고 소를 사러온 손님이 이리저리 들여다 보고 있다 아마 어떤 귀족이 동방국가에서 전해 온 신 미트라에게 제물로 바칠 황소를 사오라고 시킨 모양이다 소를 파는 상인은 이 황소가 얼마나 건강하고 가죽도 좋고 좋은 풀만 먹으면서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를 열심히 설명한다 그러나 황소를 잘 아는 영악한 손님은 잘 넘어가지 않는다 상인은 두 손 들고 서로 웃으면서 소를 주고받는다 그래도 밑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옆에 있는 상점에는 앵무새 공작 방울새 거북이들이 있다 원숭이도 있고 부잣집 로마인들이 애완용으로 기르는 겨울잠쥐도 있다 이 애완용 쥐는 아마 이집트 상인들이 가져왔을 거다
그늘을 따라 뒷골목으로 더 들어 가니 갑자기 입안에 침이 고이는 묘한 향내가 난다 저기에 향신료를 파는 상점이 몇군데 보인다 항아리마다 자루마다 온갖 종류의 향신료를 담아 놓고 판다 색깔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향내도 다르다 후추 육두구 생강 심지어 요즘 최고로 치는 강황도 보인다 이슬람 상인들이 많이 가져온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계피도 있고 그런데 너무 비싸다 시민들은 엄두도 못내고 상인들도 부잣집이나 세력가 집에서 주문이 오면 배달하면서 판다
자기가 만든 등잔을 사라고 끈질기게 따라오는 어린 소년과 동전 한잎 적선해 달라고 구걸하는 불구자들을 뒤로 하고 저쪽을 바라보니
사람들을 둥글게 모아놓고 뭔가로 저글링하는 곡예사도 있고 피리 불며 코브라를 희롱하는 약장수도 보인다 노새에 짐을 가득 싣고 가는 상인 옆으로 흙탕물을 튀기며 말을 타고 가는 사람들과 서로 싸우는 사람 그리고 그사이로 여덟명의 건장한 노예가 어깨에 메고가는 큰 요트같은 호화로운 가마도 위풍당당 지나간다 저기서 저벅저벅 행진해 오는 군인들이 보인다 이크~ 군인들한테 밟히면 큰일난다 군인 샌달에는 징이 박혀있다
(무역 Commercium)
외곽에 흐르는 테베레 강에 가면 강둑에 호레아 horrea 라는 큰 창고들이 있다 거기에는 무역선 stlata들이 싣고 온 포도주 비단 기름 등 온갖 화물들이 가득이다
호레아 앞에는 화물을 내릴 순서를 기다리는 작은 배들이 바글바글한다 이 작은 배들은 강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큰 무역선에서 화물을 받아 호레아까지 대신 싣고온다
지금도 현대 로마에 가면 약 50미터 높이의 몬테 테스타쵸라는 언덕이 있다 이 언덕은 원래 언덕이 아니었다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기름을 담아온 암포라 amphora 라는 큰 토기 항아리들의 파편들이 수백년동안 쌓여서 만들어진 언덕이다 지금도 이 언덕을 파면 흙이 나오지 않고 토기 조각들만 나온다
고대로마는 모든 먹는거 입는거 좋은거를 주변 식민지에서 다 가져온다 밀 기름 포도주 대리석 금 은 주석 목재 말 가죽 아마 비단 노예 심지어 격투장으로 보낼 맹수까지 모두 식민지에서 가져온다
예를 들어 주요 식량인 밀은 매년 20만톤 이상 가져온다 사실 식량은 로마제국을 지탱하는 중요한 주춧돌이다 매달 한번씩 사람들에게 식량과 빵 최소한의 식품들을 배급한다 그러지 않으면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고 폭동도 일어 난다
(휴식)
잠깐 땀 좀 식히자 한쪽 그늘 아래 난간에 걸터 앉아 오늘 반나절 돌아온 고대로마를 혼자 생각해본다
고대로마는 당시 세계에서도 유일하고도 독특한 곳이다
건축물의 규모나 인구밀도 그리고 도시 구석구석에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쌓여있고 최신유행과 특이한 소재도 수시로 바뀌고 소비도 엄청 많은 도시이다
그 엄청난 규모나 정신없는 속도감은 주변 부족국가들은 커녕 같은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도 비교가 안된다 모든 것이 이익에 따라 약빠르게 움직이고 사기와 폭력이 난무한다 거기다 서로 다른 종교와 많은 부족들도 같이 어울려 산다 그러나 또 한편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유쾌하고 활력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고대로마 인구)
100만명이 훨씬 넘는 인구가 사는 고대로마에는 서로 다른 옷차림 다른 피부색깔 다른 얼굴생김을 한 사람들이 엄청 많다 사실 로마에서는 전세계 사람들을 다 볼 수 있다
체구가 작은 로마인들 뿐만 아니라 북쪽에서 온 덩치 큰 켈트족이나 게르만족 출신 노예들이 다니고 동쪽에서 데려온 그리스인 갈라티아인 샤프란을 팔러 온 실리시아인 트라키아인 카파도키아인 시리아인들도 많이 보인다 화려한 장신구를 한 인도인들도 보인다 요즘에는 지중해 건너 이집트나 튀니지 리비아 모리타니아 (=알제리,모로코) 에서 건너온 이민자들도 많다
머리카락도 노랑색 까만색 빨강색 곱슬머리 긴머리 틀어올린 머리 땋아내린 머리 민머리 터번을 두른 아랍인 에다 피부색도 흰색 붉은색 검은색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대부분 노예 servi 이거나 가족을 이룬 해방노예 liberti 혹은 스스로 들어와서 눌러사는 이주민들이다 물론 물건을 사고팔러 온 상인들도 많다
이미 10명중 6명 이상은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추정한다 이렇게 같이 오랫동안 살다 보면 순수 로마인 혈통은 이미 없어진다
고고학자은 인류학자와 함께 고대로마인들의 유골을 연구하면서 많은 것을 알아낸다
서기 100년 정도 당시 유럽인들의 평균 체격은 남자 키 165센티 여자 155센티미터 몸무게 65킬로 49킬로그램 정도 였다고 한다 이 체격은 생활환경과 영양상태가 급격히 좋아지는 1960-1970년대에 들어서서야 남자 평균 키 170센티가 된다
유골과 치아에 방사선 실험을 해보니 영양결핍인지 질병인지 중간중간 성장이 멈춘 의심이 있다고 한다 이는 시골뿐만 아니라 물자가 풍부한 고대로마에서도 인구가 워낙 많아 식량부족으로 영양결핍과 질병이 수시로 있었을 거라는 추정이다 이런 이유로 체격도 작았을 것이다
고대로마인들이 남긴 묘비나 사망기록을 살펴보면 - 그들은 많은 기록을 남겨놓았다 - 평균수명도 남자 41세 여자 29세이다 물론 41세가 되면 다 죽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질병과 영양부족에다가 남자는 전쟁이나 고된 작업 그리고 여자는 위험한 출산 등이 일찍 사망하는 원인으로 짐작한다 여러가지로 험난한 시절이다
참고 : '고대 로마의 24시' 두산백과 Wikipidea
다음은 고대로마 시민의 하루(3) - 도시문제, 노예시장, 신전 사제 들을 만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