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뉴스 본문(강푸른, KBS, 22.10.1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1356791?sid=102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를 포함한 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첫 대규모 반대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개최됐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195개 여성·시민 사회단체는 오늘(15일) 오후 2시 서울 종각역 앞에서 여가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를 열고, 지난 6일 발표된 정부 조직개편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단체들은 “여가부의 주요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는 개편안은 여성을 인구문제 해결의 도구로만 보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독립적 성 평등 기구나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여성학회장인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34조 3항에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쓰여 있다”며, “(여가부 폐지는) 실질적 데이터와 정책 목표보다는 여가부 폐지를 외쳐온 일부 극우 남성의 대중추수주의(포퓰리즘)와 부합해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그저 한 부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과거 국가가 인구정책을 세우고 개인의 삶을 처벌·통제했던 때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습니다.오늘 집회에는 경찰 추산 500명, 주최 측 추산 2천 명 이상의 시민이 모였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여성 인권은 정치적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후 4시 30분부터 종각역과 안국동 사거리 일대2km구간을 행진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여가부를 폐지하고, 여가부의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은 보건복지부로, 여성고용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성계를 중심으로 ‘여성 인권을 후퇴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부처 폐지보다는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 ‘여성가족부 폐지’ 요약
2022년 10월 7일,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설명회가 열렸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하자는 내용이었다.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여가부의 기존 업무는 타 행정부처로 이관된다. 가족·청소년, 양성평등, 권익증진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담당하고, 여성고용 지원 업무는 고용노동부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계획 중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한 정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여성가족부는 전 생애주기에 걸친 종합적 사회 정책을 추진하기 곤란하다. 기능별 정책보다는 여성, 청소년, 가족형태의 대상별 정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여성가족부는 다른 부처와 기능이 중복되기에 비효율적이다. 아동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에서, 청소년 관련 업무는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하고 있어 그 역할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여성가족부는 특별 성별만을 위한 부처라는 인식이 강해 성 갈등이 심화한다. 따라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고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하려 한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나뉜다. 혈세 낭비라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찬성하는 여론도 있지만, 여성가족부가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양성평등 정책을 이끌어야 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여성·시민 사회단체들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한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여성, 청소년, 가족의 권익증진과 함께 양성평등 정책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관료제 특성상 어려움이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양성평등을 위하는 일이라지만, 오히려 성 평등법 및 제도의 개정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또한, 성차별이 남아있는 지금 사회에서 여성 관련 정책의 기능 약화하고, 양성평등 위주의 정책만을 추구하는 건 위험하다.
3. 개인 의견
정부가 말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여성가족부 기능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기능은 합쳐 사각지대 발굴 및 중복수여자를 줄이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여러 자료를 살폈을 때, 여성가족부는 폐지보다 기능 강화가 필요해 보였다. 지금부터 여성가족부 폐지의 목적을 바탕으로 개편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 후,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조사한 바로 여성가족부 폐지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먼저 양성평등 정책의 패러다임을 위해서다. 2022년 여성가족부 예산을 찾아보니 가족이 9,063억 원, 청소년이 2,716억 원, 권익이 1,352억 원, 여성‧성 평등이 1,055억 원이었다. 이중 양성평등 관련 지원은 ‘유엔 여성기구 성 평등센터 지원’과 ‘지역 거점형 양성평등센터 확대’로 총 32억 원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기관이 아니라 양성평등을 위한 기관이기에 여성 정책과 함께 성 갈등을 감소 정책을 다양하게 실시 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다른 부처와 중복되는 업무를 줄이고 협업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부처마다 특정한 목적과 정체성에 맞게 움직인다. 여성가족부의 목적은 ‘여성 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권익증진’, ‘청소년 활동‧복지 지원 및 보호’, ‘가족 및 다문화가족 정책의 수립‧조정‧지원’, 마지막으로 ‘여성‧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피해 예방 및 보호’다. 이러한 목적과 정체성에 따라 사업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여성 일자리 개발이나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지원은 독립기구로서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의 타부처와 사업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의 일-가정 양립 지원의 확대, 행정안전부의 외국인 지역사회 참여 활성화, 교육부의 돌봄서비스 강화가 있다. 서로 다른 부처가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중복 지원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생애주기별 통합지원을 주장했다.
하지만 생애주기별 통합지원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크게 관련있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기능을 조정하여 가족, 여성, 인구감소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도 있고,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눈 후, 여성가족부와 복지부를 통합해도 되지 않을까싶다. 부처를 폐지해야 하는 일은 아닌 듯 하다.
여성가족부 업무의 실효성을 따져 개편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처 폐지에 몰입된 현실이 아쉽다. 대상마다 특수성이 다를 텐데, 생애주기별 지원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협의적 실천에 집중하여 청소년, 장애인 등의 부서를 따로 설치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광의적 실천에 관심을 두어 생애주기별로 다루는 게 좋을까? 우리는 종종 답을 쫓아 오다가 질문을 두고 온 상황을 마주치곤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가족부의 고유한 기능을 살리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강화하여 성 갈등, 인구 감소, 여성 경제활동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힘써보자.
한편으로는 여성가족부 폐지의 반대 집회에 여성단체가 중심이 된 것도 의문이 들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여성 정책뿐만 아니라 청소년 정책, 가족 정책도 힘쓰고 있는데 왜 다른 관계자는 반대하지 않는 것일까? 성 갈등을 시작으로 여성가족부의 또 다른 행정인 청소년과 가족 분야가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