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틴의 <신국론> 제 4권 제 4장 의가 없는 왕국은 얼마나 강도단과 비슷한가?
그러므로 의가 없다고 하면, 왕국이란 거대한 강도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강도단도 실상은 작은 왕국이 아니면 무엇인가? 그것도 사람의 집단으로, 두목의 명령 하에 움직이며, 단체 규약에 묶여 있고, 일정한 원칙에 의해 약탈물이 분배된다.
이 악한 집단이 악한들의 가입을 통해 크게 성장, 땅을 점령하여 근거지를 건설하고, 여러 도시를 장악하고, 여러 민족을 지배하게 된다면, 왕국이라는 이름을 얻기가 아주 용이해진다. 이는, 그런 집단에 그런 이름이 주어지는 것은 분명, 욕심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아무런 징벌을 받지 않게 되는 까닭이다.
사실, 알렉산더 대왕에게 사로 잡힌 어떤 해적이 그에게 한 대답은, 멋이 있었고, 진실에 부합했다. 왕이 그 해적에게 바다를 휘젓고 다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 해적은 오만불손한 태도로 아주 거침없이 이렇게 말했다.
알렉산더 대왕:
"그대는 온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데,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해적 두목:
"나는 작은 배를 가지고 그렇게 하기 때문에 '강도'라 불리고, 그대는 큰 함대를 가지고 그렇게 하기 때문에 '황제'라 불리는 것 뿐이다."
어거스틴 <신국론> 제 1권~10권, 232~233쪽
김광채 역, 아우름. 2017어거스틴<신국론>
어거스틴(354~430)은 어머니 모니카의 눈물의 기도로 타락의 길에서 참회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일찌기 마니교에 심취했으며 출세를 위하여 카르타고에서 문학과 수사학을 공부하는 중에 여성편력으로 결혼하기 전에 아들을 낳았다. 그는 일찌기 마니교와 성적향락에 빠졌으나 영혼의 안식을 얻지 못하였다. 그는 밀라노 교부 암부로시우스와 어머니의 영향으로 기독교에 입문하였다. 그가 로마서 13장 13,14절의 말씀을 읽고 회심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힙포의 주교가 되었으며 이단의 교회 침투에 예민하게 대처하였다. 고대 교회의 위대한 교부로서 <신국론>,<고백록>을 썼다. 그의 저서는 서구의 신학과 철학은 물론이고 정치사상과 역사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