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안재현 사도요한 신부님이 가양동 성당에 오신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야외미사를 갖는 날이다.
작년 이맘때 가양공원에서의 첫 야외미사때 훤칠한 키와 조각 미남 신부님이 공원을 찾은 주민들과 신자들의 가슴을 설래게 했던 기억이 새삼 새록 새록 떠오른다. 야외 공원임에도 무척 엄숙하고 경건했던 미사와 구역 식구들의 불꽃 튀는 음식 경연, 공원에 놀러왔던 주민들의 호기심어린 눈길들도 기억이 난다. 작년에도 이런 기억들을 기록했어야 했는데~~~
요즈음은 계절의 여왕 5 월 인데도 여름 날씨처럼 덥고 미세 먼지까지 있어 야외미사가 내심 걱정되었는데, 하느님의 도움으로 날씨는 더 없이 맑고 깨끗했다. 유치원생에서 80대 형제, 자매님들이 손에 손잡고, 도시락 싸들고, 고운옷 차려입고, 마치 야외로 놀러가듯 미사 1시간 전인데도 벌써 미사 장소인 동대전 초등학교에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텐트를 치시고 주변정리하시는 형제님! 행사장 입구에서 주차 안내하는 형제님! 주보 나눠주시는 자매님! 이리 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시는 사목회와 대건회 회장님! 미사 1시간 전인데도 벌써 가스렌지를 내놓고 음식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형제님! 케치볼하는 중,고등학생들! 풍선을 들고 뛰어다니고 있는 어린이들! 성가 연습하고 있는 케리그마 단원들! 구역별로 찾아가 신자들과 악수를 하시는 신부님! 미사준비에 여념이 없는 수녀님!
만국기만 펄럭이지 않았지 영낙없는 시골 학교 운동회다. 하기사 미사 후에 명랑운동회가 계획되어 있다하니 운동회는 운동회다.
이윽고 미사가 시작되었다. 편한 자세로 앉아서 마사를 봤다. 그런데 몸은 편한데 마음은 편치않다.
신부님은 강론에서 형제애에 대해서 말씀 하셨다. "우리가 가장 추구해야 할것은 사랑이며 그중에서 으뜸은 형제애다. 좋은 공동체가 있어야 훌륭한 성전을 짓고 성전을 지을때는 돌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왕돌이고, 우리는 작은 돌이다. 돌과 돌 사이에는 공극(틈)이 있는데, 이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비가 새기도 한다. 돌과 돌은 서로 뭉쳐야 이 틈이 메꿔진다. 돌과 돌이 뭉치기 위해서는 사랑, 형제애가 필요하다."
미사가 끝나고 드디어 입을 즐겁게 하는 식사 시간이 왔다. 떡, 돼지고기 수육, 오리고기 불고기, 부침개, 찰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산해진미가 그득하였다. 거기다가 이웃 구역의 찬조까지 더해지니 점심시간 휠씬 전인데도 구미가 당긴다. 웬만한 결혼식장 부페보다 낫다는 내옆에 계신 형제님의 말이 허언이 아닌듯 했다. 이 음식에는 자매님들의 온갖 정성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더해졌기 때문이리라! 다른 구역 식구들의 차림을 보니 역시 육해공군이 총 망라되어 뭘 먼저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확연하다. 막걸리잔과 정담이 쉴사이 없이 오고 갔다. 신부님이 말씀하신 형제애를 쌓는데는 이만한게 없지 싶다.
황제 점심을 마치고 나니 기다리던 명랑운동회 시간이 왔다. 운동회 시작전에 사회자의 부탁에 따라 마이크를 잡은 신부님이 딱 한 말씀 하셨다. "지금 부터는 마이크 잡은 사람이 왕입니다. 잘 따르시고 즐겁게 노세요" 단 한 줄이지만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다, 신부님 꿈이 이루워진다면 이 말씀이 벽돌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신부님한테서 마이크를 넘겨 받은 분도 형제님의 사회로 드디어 명랑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비록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었지만 300 여 신자가 한몸 한뜻이 된 것이다.
세대별 2인 3각 경기, 과자먹고 달리기, 사목 회장과 총구역장 빨리 모셔오기 등 남녀와 세대를 아우르는 재미난 경기가 1시간 이상 진행되었다. 이 중에서도 압권은 당연히 수녀님이였다. 얼굴에 분장을 하고, 춤을 추고, 달리고, 정말 혼신을 다해서 형제애를 위해 그 곱고 조신한 이 한몸을 불사르고 계셨다. 온몸을 불사른 후에는 "나 어디에서도 이런적은 없었어요" 하신다. 물론 우리는 수녀님이 말씀 안하셔도 다 알고있지요. 수녀님! 형제애를 위하여 망가지는 모습 내년에도 보고싶어요!
윤정리에서 복숭아 솎기 작업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진 몸을 이끌고 끝까지 운동회 구경하려니 보통 고역이 아니다. 중간에 자리를 뜨려는 나에게 형제애를 위하는 일이니 참으라는 마리아의 강압에 못이겨 허리를 붙잡고 열심히 응원했다.
대저 우린 대체로 별다른 생각이 없이 해주는 밥을 먹는다. 단지 짜면은 짜다, 싱거우면 싱겁다. 아님 영혼없이 잘 먹었다고 하는 정도의 말만 한다. 음식을 장만 하기 위하여 얼마나 고생하고 정성을 드리고 신경을 쓰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무신경 하고 또한 인색하다.
또한 행사도 마찬가지다. 재미 없으면 재미없다고,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나무라거나 비판은 누구나 쉽게 한다.
가양동 형제, 자매님 여러분! 오늘 차질없는 야외 미사를 위해서, 형제애를 위해서 아침 일찍 부터 저녁 늦게 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사목회,대건회,양업회,청년회, 그외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시다.
참, 앉아 있기도 힘든 어르신들을 1시간 가량 몰아지경으로 만드느라 수고하신 분도형제님! 재미난 경기 발굴 하시느라 몇날 몇일 잠못 이루고, 우리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진행하시느라 수고 하셨는데 지금 안녕하신지 궁금합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형제, 자매님들이 참여하는 야외미사를, 그리고 가양동 성당 모든 신자가 형제애로 똘똘 뭉친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멘!
추신:신부님! 설레임 맛있게 먹었습니다. 내년 야외미사를 기대하니 벌써부터 많이 설레입니다.
첫댓글
겁고 행복했다는 말씀이시죠.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