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대회로 여수마라톤대회를 참가했다.
고민 고민하다가 참가했는데..
결론은 "참가하길 잘했다!" 였다. ^^
사실 대회 1주일 전 훈련량을 늘렸더니 발목에 부상이 왔다.
처음에는 그리 아프지 않아 원래 하던 스케줄대로 훈련을 계속 하였더니 아예 걷기도 불편할 정도가 되었다.
정말 난감했다. 대회 전날까지 여수 대회를 뛰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 또 고민이었다.
여수대회는 동마를 위한 하나의 과정일뿐인데 부상을 안고 뛰어야할지
아니면 길게보고 동마를 위해서 이번 대회는 패스를 해야할 지 계속 고민이 되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일단 대회장에 가보자였다. 당일 대회전 컨디션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나주에서 여수까지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새벽에 발목에 테이핑을 단단히 하고 발목보호대도 착용하고 갔는데
아무래도 평상시 멀쩡할 때의 발목은 아니다. 불편하고 발목통증이 신경이 쓰인다.
대회장에 갔더니 광주, 전남권 마라톤의 실력자들이 동마대회 장거리 훈련을 위해서 전부 풀이나 하프를 신청해 놓았다.
갑자기 입상 욕심히 생겼다. 뛰자! 정말 간사하기 짝이없다. ^^;;
웜업을 하는데도 발목이 통증이 온다. 이판사판이다 일단 참고 뛰고 장렬히 전사를 하는 걸로 마음먹었다.
출발선에 섰는데 최근 대회때마다 만나는 어르신이(제 기록을 알고있음) "선우씨는 오늘 3등이네.." 하신다.
1등, 2등은 경상도에서 온 젊은 친구들이 할 거라고..
겉으로는 시크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이게 웬 떡?
3위까지는 상금을, 10위까지는 특산품을 주는 대회인데, 몸상태도 안좋고 해서
사실 포디움 입상은 기대하지를 않았다. 그냥 열심히 뛰려고 온거였는데...
10km 출발신호와 동시에 몇 명이 달려나갔다.
10km 선두권은 초반 그룹의 순위가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1등, 2등 할꺼라는 친구들이 달려나간다. 그 중간에 비닐옷을 입고 뛰는 사람이 있다
이제 복장과 자세와 호흡만 봐도 알 수 있다. 초반 1km 만 열심히 뛰는 사람인지 아니면 진짜 실력자 인지..
500m도 못가서 1등, 2등, 3등(선우)이 정해졌다.
결론은 이 상태로 그대로 골인했다.
처음 참가하는 여수대회는 오동도를 들어갔다 나오는 코스인데 겨울바다 풍경이 정말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ㅎㅎ
마라톤 코스로는 거의 최악의 코스가 아닐까 싶다.
어마어마한 바다바람으로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고, 지속되는 오르막은 빠른 체력고갈로 이어졌다.
아마도 하프와 풀은 더 많이 힘들었을거라 생각이든다.
출발전 입상을 위해 머리속으로 나름 작전을 짰다.
발목도 안좋으니까 오늘은 기록 갱신 보다는 초반에 빠르게 가져가고 후반에 약간 여유있게 가서 3위 입상만 하자.
만약 변수가 있으면 상황봐서 변경하는 걸로.
초반에 500m에 예상대로 1위~3위가 결정되고 4위 그룹은 조금 떨어져 뛰따라온다.
1km 구간을 최대한 밀어보았다. 1km 구간페이스가 3분 23초가 나왔다. 약간의 내리막을 감안해도 무지막지한 속도다.
오동도로 들어가 1차 반환점을 지나 돌면서 뒤 따라오는 그룹을 보았는데 제법 거리 차이가 났다.
이 상태를 유지하고 긴 오르막 구간에서 속도를 좀 떨어뜨려 쉬는 걸로 작전을 짰다.
어차피 오르막은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서로간에 거리차를 좁히기가 쉽지는 않다.
거북선 대교 까지 긴 오르막인데 바람까지 불어 정말 뛰기가 힘들었다.
페이스를 떨어뜨렸더니 2등과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3등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거북선대교 끝 부분 2차 반환점을 통과했다.
반환하고 4위를 보았는데 그룹은 흩어져 개별로 하나씩 거리를 두고 쫓아오는게 보였다.
4위와 거리가 많이 좁혀졌지만 계속 내리막이니까 다시 속도를 올리면 무난히 3위에 입상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목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내리막을 뛰었다.
이 정도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결승점 약 500m 정도 남은 상태에서 뒤를 살짝 보았다.
평상시 기록갱신을 위해서 뛸 때는 절대로 뒤를 보지않고 앞만보고 달린다.
어차피 내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근데 오늘은 입상 욕심이 있어서 인지 처음으로 뒤를 보았다.
헐! 뒤를 보니까 4~5초 차이도 안나는 거리에 4위가 거품을 물고 쫓아온다.
갑자기 편하게 뛰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발목통증이고 뭐고 없다.
나도 거품물고 뛰었다.
그냥 뒤도 안보고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인터벌 속도다.
여기서 입상을 놓칠 수는 없다.
150m 정도 남았는데 장내아나운서가 3위가 들어온다고 이야기한다.
결승점이 보이는 직선 코스 100m 전력질주다. 뒤도 볼 필요가 없다. 그냥 최고 스피드로 뛴다.
3초, 2초, 1초 결승점 통과!(37분 43초)
결승점 통과 후 호흡이 끝까지 올라서 움직일 수가 없다. 그냥 들어 눕고 싶었다.
결승점에서 허리와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 동안 호흡을 골랐다. 힘들지만 상쾌했다.
4등과 11초 차이가 났다. 100m 거리로 보면 약 50~60m 차이다.
마지막에 뒤를 안 돌아보았으면 아마도 결승점 부근에서 잡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마지막 순간 괴롭움과 고통스러움을 잘 참아낸 열매는 달콤했다.
포디움에 올라가고 3위까지 주어지는 상금도 획득했다.
2020년 첫 대회의 입상이라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운이 참 좋은 하루였던거 같다.
그리고 올 한 해 운이 좋을 것 같은 기대감도 생겼다.
발목 부상으로 참가를 고민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낸 결과라 좋은 기분의 여운은 오래갔다.
하지만...
글쓰는 오늘까지 일주일 동안 내 발목은 한의원과 파스와 함께했다.
물론 덕분에 달리기도 1주일간 푹쉬었다.
장렬히 전사! 생각대로 그대로 이어졌다.
이제 다음 주 부터 다시 시작이다!
동마를 위해 홧팅!
D-63
첫댓글
형님 정말 멋지십니다!!
부상투혼에도 3위하신것 정말 축하 드립니다!!
멋지십니다~^^/
멋져요. 몸 관리 잘 하시고 동마 화이팅
정말 열심히 하는 선우형!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