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지난 글(장자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지식의 상대성)에서 댓글 주신 분들의 의견을 통해서 제 글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몇몇 용어들의 개념 정리를 좀 더 명확히 해야할 필요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 글이 학술적인 논문이 아니라,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할 의도로 쓰여진 뻘글이었기에, 그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한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그 글에서 여러 생각들이 오고간 댓글 대화를 통해서 배운 점도 많고, 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수정 보완한 부분이 있고, 또 좀 더 심도깊게 토론할 만한 주제도 발견하게 되어 새로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댓글로 의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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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장자의 상대주의적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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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 글에서 제가 인식론적 상대주의라는 서양철학적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제가 드러내고자 했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장자의 사상이 잘못 이해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습니다. 이 문제는 서양철학에 대해 무지한 제 지식의 한계에서 발생한 부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자의 상대주의적 태도가 서양철학에서의 상대주의와는 다른 것임을 밝히는 내용을 아래와 같이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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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주의적 사고를 싫어하는 저는 장자의 상대주의적 태도 대해 많이 끌리게 되는데, 장자의 상대주의적 태도는 철학적 상대주의라기 보다는 인식론적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즉 장자가 서양철학적 의미에서의 상대주의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의 인식능력의 한계를 설명함으로써, 절대주의적 사고를 비판했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장자가 진리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회의주의자도 아니고, 진리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불가지론자도 아니고, 아무 것이나 다 진리가 될 수 있다는 상대주의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자는 분명?무한한 자유와 평등의 세계와 같은 이상향을 추구했고, 도(道)라는말로 진리의 의미를 표현했기에,?초월적이고 절대적인 어떤 것을 추구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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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절대적인 것을 추구했다고 해서 장자를 절대주의자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절대주의는 어떤 고정된 것, 어떤 사상이든, 어떤?주의든, 이데올로기든, 특정한 어떤 것을 완벽한 것이며 진리라고 생각하고, 그 이외의 것을 부정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도(道)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물에 내재하면서도 초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틀에 갇히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절대적인 것, 혹은 진리는 고정된 틀 안에 머물 수 없기에 늘 상대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해야만 현재의 틀을 계속해서 초월해가는 진리를 추구할 수 있겠지요. 즉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진정한 방법은 모든 것을 상대화시킬 수 있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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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관점이 없거나, 이쪽도 저쪽도 다 옳다는 관점이 아니라, 현재의 나의 생각이나 관점이나 깨달음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장자의?상대주의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겠지요.그런 의미에서 장자의 상대주의적 태도를?철학적 상대주의가 아니라 인식론적 측면에서 혹은 방법론적 측면에서의 상대주의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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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간의 인식능력의 한계와 지식의 상대성을 설명하는 장자의 구절들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장자의 상대주의적 방법론을 설명해 보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자신의 인식능력의 한계와 지식의 상대성을 알게 되는 것이 진정한 앎으로 나아가는 시초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내가 갇혀 있던 사고의 울타리와 의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 득도(得道)의 경지란 바로 그러한 한계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