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입김> - 탁동철 지음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저자인 탁동철 교사는 1968년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같은 마을에 살며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1992년 삼척 도경분교에 발령 받은 이래로 오색초등학교, 공수전분교, 상평초등학교를 거처 속초 청호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을 줄곧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저자는 한 사람의 길을 찾아 주고 한 사람의 길을 바꾸는 것이 시라고 이야기 하시며 시를 통해 학생들의 마음을, 행동을, 그리고 삶을 바꾸고 있다.
탁동철 교사가 쓴 <하느님의 입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며 쌓은 추억을 엮어 만든 책으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저자가 학생들과 놀고 공부하며 어떻게 아이들 속으로 스며들었는지 33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말해주고 있다.
탁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마음을 건드려주고, 한 발 물러나서 관찰한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선생님이 되어 수업을 진행하게 하거나, 수업 시작 전 시를 읽으며 시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공유하는 수업방식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도시의 수업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또한 연못을 직접 만들거나 잡초를 제거 하거나 오리, 토끼를 기르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동심의 마음을 일상에서 이끌어내 시에 적용하는 자연학습 수업 방식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서에도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 생각된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에서의 교육 방식은 커리큘럼이 있어야하고, 몇 학년이 되면 어떤 수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등의 틀에 갇힌 교육일 것이다. 그러나 탁동철 교사는 이러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침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다.
"몸무게는 내가 더 나가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의 무게는 나이와 상관없는 것 같다." - P73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감히 이러한 생각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그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 그들 스스로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발 떨어져서 조언을 해주는 조력자의 역할만 하고 있다. 그는 또한 결과보단 과정을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탁 교사는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시중에 파는 떡볶이를 사 먹이지 않는다. 대신 떡볶이를 만들기 위해 봄부터 벼농사를 짓고, 추수하고, 떡을 만든다, 아이들이 먹는 떡볶이는 그냥 떡볶이가 아니다. 자본을 들여 쉽게 얻을 수 있는 떡볶이가 아니라 아이들의 노력과 기다림의 미학이 들어간,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떡볶이인 것이다.
이 책은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에 목을 매는 요즘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에게 꼭 한번 권유하고 싶은 책이다. 탁동철 교사의 교육방식이 많은 학교와 선생님들에게도 전파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 나를 확장시킬 책 속의 내용들
P73
몸무게는 내가 더 나가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의 무게는 나이와 상관없는 것 같다.
P158
“우리는 연못 만들 때 일을 해서 주인이 되었으니까 다른 학년도 일을 하게 해서 주인으로 만들자” (중략)
모두 주인이 되게 하자? 좋은 방법 같다. 주인이 되면 두 눈 뜨고 연못을 아끼겠지. 연못도, 연못에 비친 하늘도 구름도 더 귀하겠지.
P166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몸으로는 안 된다. 생각만으로는 안 된다.
몸이 생각을 갖게 해보자. 생각이 몸을 갖게 해보자.
P184
너네는 그 장면을 봤더라도 나처럼 시로 쓰지는 못했을 거야. 보통은 그냥 보고 지나갔을 거야. 하나하나 작은 거, 흔한 거를 보고도 그냥 안 지나치고 그걸 중요하게 보고 쓰는 사람이라야 시를 썼겠지. 나처럼
P185
교실은 아이마다 실의 한 끝을 쥐고 자기 이야기 그물을 짜나가는 곳이다.
P215
월정사는 전나무 숲길이 아름답고 팔각구층석탑이 유명한 곳이다. 아이들이 보고 느낄게 많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월정사에 간 아이들 눈은 빛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그곳에서 한 일은 절 마당에 돌을 던진 게 전부였다. 학교에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기억나는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돌 던지다가 야단맞은 거라고 했다. 그리고 김밥 먹은 것. 실망했다. 하지만 당연하다. 뜻은 없이 몸만 덜렁 간 곳에 관심이나 애정 따위가 스며들 리 없다.
P219
줄이 없는 곳으로, 어른의 잔소리가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달려가며 신이 날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시키지 않은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른의 규칙이 아닌 자신들의 규칙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의 규칙 밖에 있는 저 높은 뒷산이 허락될 리 없고, 계단은 지옥이 되었다.
P223
설악산 훈련은 운동장 한 바퀴도 헉헉거리며 지옥을 들먹이던 아이들이 육상 훈련은 뛰고 또 뛴다. 자기는 뛰는 게 좋단다. 제발 그만 뛰라고 말려도 말을 안 듣는다. 말리는 게 고생이다.
P226
손가락 쥔 손을 치켜들려다가 아차, 싶었다. 누군가한테 심각하면 심각한 게 맞는 것 같다. 심각하게 봐주기는 해야 할 것 같다.
P311
한 사람을 두고 여러 사람이 떠들썩하게 떠들어 대는 일.
비 맞는 강아지처럼 구석에 몰린 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차가운 말들을 들어야 하는 일. 이 시간 이 자리를 고스란히 겪게 하는 것보다 더 큰 벌이 어디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