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후손들의 갑질/ 김석수
잊을만 하면 일어나는 재벌 후손의 갑질이 갈수록 잦다. 지난달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컵을 던져 물의를 일으켰다. 민중당은 그녀를 폭행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지난주 경찰은 조씨를 소환했다. 그녀는 기자들의 질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사람이 한때는 재벌가에서 매우 총망 받은 기업인이었다니 어처구니없다.
조씨의 언니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은 2014년 대한항공 부사장 시절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당시에 조씨의 아버지 조양호 회장은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저를 나무라 주십시오. 저의 잘못입니다.’라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조회장은 둘째딸 ‘물벼락 갑질’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진그룹뿐만 아니라 재벌 3세들의 되풀이되는 일탈 사례는 차고 넘친다. 재벌 창업주들은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 기업을 일으켜 세웠다. 2세들은 부모가 기업을 일으켜 키우는 과정을 보면서 성장했다. 반면 3세들은 어릴 때부터 엄청난 부와 권력을 누리면서 자랐다. 고생하지 않고 어려움을 겪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할 줄 모르며 성장했다. 부모의 회사에 들어가 초고속 승진을 하고 삐뚤어진 특권의식이 몸에 벴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머슴 취급하고 밖에서 사회 규범을 무시하기 일쑤다.
재벌가 자제들이 일탈 행동으로 법을 위반해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우리나라 현실이다. '땅콩회항' 사건의 주인공 조현아 사장은 얼마 전에 집행유예로 풀려나 한진그룹 칼네트워크사장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유명 법률회사 변호사들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한화그룹 삼남 김동선은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015년 운전기사를 폭행한 대림그룹 장남 이해욱 부회장은 벌금 일천오백만원에 그쳤고, 재작년 술집 난동을 벌여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동국제강 장남 장선익 이사는 경찰에 입건된 후 사건이 흐지부지됐다. 이렇다 보니 재벌 후손들은 세상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큰 일탈이 있어도 법의 엄중한 심판을 피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슬그머니 경영에 복귀하는 일이 흔하다. 능력커녕 인성도 갖추지 못한 재벌 3세들이 경영권을 물려받으면 회사는 물론 국가에게 심대한 폐해를 끼친다. 그룹 총수 자리에 있으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 자신은 물론 직원과 주주까지 고통을 받게한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았다. 총수가 잘못해서 부도 위기에 처한 재벌그룹을 국민 세금으로 구제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재벌뿐만 아니라 사법기관도 재벌가 자제 일탈에 너무 관대하게 처리해 왔다.
이제 우리나라도 창업주와 핏줄이 같다는 이유로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아야한다. 경영권을 이어받으려면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서 정당하게 후계자가 되어야한다. 경영능력과 도덕성이 떨어지는데도 그룹 총수의 아들이나 딸이라서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을 법으로 막아야한다. 능력이 안되면 대주주로 남아 배당만 받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기업소유 지배구조 개혁이 이루어지 않으면 재벌 후손들의 갑질은 계속될 것이다.
첫댓글 와 벌써 올렸네요. 대단합니다.
"재벌 창업주들은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 기업을 일으켜 세웠다. 2세들은 부모가 기업을 일으켜 키우는 과정을 보면서 성장했다. 반면 3세들은 어릴 때부터 엄청난 부와 권력을 누리면서 자랐다. 고생하지 않고 어려움을 겪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할 줄 모르며 성장했다."
고쳐 볼게요. 같은 말을 반복해서 부자연스러워서요.
"재벌 창업주들은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 기업을 일으켜 세웠다. 2세들은 그런 과정을 보면서 성장했다. 반면 3세들은 어릴 때부터 엄청난 부와 권력을 누렸다. 어려움을 겪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