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빵/어향숙
날 궂으면
빵을 만들었네
날씨가 꿀꿀대면 어린 우리는 출출해지고
엄마 손은 양푼에서 바빠지네
옥수수 가루에 막걸리를 붓고
소다와 이스트를 뿌리지
시간이 지날수록
술 취한 반죽은 횡설수설했네
나눠 마신 엄마 얼굴도 불콰해지고 물기가 어렸지
막걸리 향이 순하게 번지던 부엌
양은 쟁반을 동그랗게 따라가던 누런 반죽 덩이들
커다란 찜통에서 모락모락 부풀던 빵
유두처럼 박힌 강낭콩을 서로 빼먹겠다고
퉁퉁 부은 어린 날이 뜯어먹은 빵
겉은 반질거려도 속은
구멍 숭숭 나 있지
카스텔라처럼 폭신하지도
쿠키처럼 고소하지도 않지만
밋밋하고 질긴 그 빵을 오래도록 씹네
뚜껑 열면 뜨겁게 달려들던
봉긋한 엄마의 가슴
눈앞에서 뿌옇게 살아나네
-----------------------------------------------
<예술가> 2024년 여름호에 실린 제 시입니다.
저는 옥수수빵을 좋아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밋밋해서 맛없다고 하지만 저는 그 밋밋함이 좋아서, 구멍 숭숭나 있는 것이 좋아서,씹을 수록 향긋해 지는 질긴 맛이 좋아서 가끔 만들어 먹지요. 물론 어린시절 엄마가 우리에게 만들어 주셨던 그 방식으로요.
아마도 '프루스트 현상'이겠지요. 현실이 힘들때 잃어버린 그 시간으로 돌아가 따스한 기억을 되살려 위로받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룬 평론가는 이 시에 대해'~화자가 굳이 과거 어려운 시절로 존재의 물러섬을 보여주는 것은 물러섬이 되 차오름,솟아남의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존재 자체의 진리를 비-은폐함으로"생기가 생기"하는 본질적으로 열린 장에 들어서게 된다.과거의 회귀는 퇴행이 아니라 미래로의 도약~'이라고 평론해 주셨지요.
우리 약사님들도 가끔 힘드실 때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시고 그때의 시공간을 지금,으로 데려와 위로받으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