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들의 동지애

[녹림처사]

◈ 라이벌들의 동지애 ◈

2016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미국 무대 고별전을 치렀어요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호주 카리 웹에게 안겨 울었지요

전성기를 함께했던 라이벌이자 친구 사이였어요

박세리의 연장전 6승 중 3승은 웹을 상대로 거둔 승리였지요

그래도 웹은 “네가 정말 보고 싶을 것”이라고 했어요

진심임을 아는 박세리는 진한 눈물을 쏟았지요

한일 스피드스케이팅 스타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는

여자 500m 종목에서 경쟁했어요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3연패를 노리던 이상화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눈물 흘리자,

우승자 고다이라가 다가가 끌어안으며 위로했지요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 고다이라가 17위에 머물자

이상화는 중계방송 해설을 하다가 울먹였어요

“고다이라가 심리적 압박이 정말 컸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봐서 힘들었다”고 했지요

세계 정상급 스포츠 선수들은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가 될 수밖에 없어요

박세리와 웹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보면서 자랐고,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고등학생 때 한일 스포츠 친선 교류에서

처음 만났다고 하지요

짧으면 수년, 길면 10년 이상 경쟁했어요

그런데 같은 목표를 품고 훈련하다 보니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깊이 교감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지요

경기에선 이겨야 할 대상이지만, 서로 고민과 아픔을

가장 잘 아는 사이이기도 하지요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김주형은

미국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교회에 다니며

생일까지 같은 여섯 살 차이 절친이지요

최근 PGA 투어 대회 2라운드를 마치고 함께 생일 파티를 했는데,

이틀 뒤엔 둘이 연장 승부를 벌여

셰플러가 김주형을 꺾는 일도 벌어졌어요

4일 파리 올림픽에서도 최종일 같은 조로 출발해

셰플러는 금메달, 김주형은 8위로 마쳤지요

경기 후 김주형은 “셰플러가 평소 제 고민을 많이 들어주다 보니

제 생각을 잘 알고 고생했다고 해주는 말이 고마웠다”며

눈물을 보였어요

같은 날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선

김우진과 미국 브레이디 엘리슨이 ‘4.9㎜ 차이’ 명승부를 펼쳤지요

한국인 코치에게 훈련받은 엘리슨은 한국 선수들에게

오랜 세월 경계 대상이었어요

하지만 엘리슨은 이날 패배 후 김우진을 끌어안고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축하했지요

엘리슨은 “오늘 내가 꿈꿔온 승부를 펼쳤다”고 했고,

김우진도 “축구에 메시와 호날두가 있다면,

양궁에는 엘리슨과 내가 있는 게 아닐까”라며 주먹 인사를 나눴어요

서로에 대한 존중을 넘어 진한 동지애가 느껴졌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 20년 라이벌 박세리와 카리 웹의 특별한 우정

▲ '감동의 레이스' 이상화-고다이라, 한일 우정상

▲ 김주형 과 세계 1위 셰플러 

▲ 김우진 위협한 엘리슨 알고보니... 韓지도자가 키운 '태극궁사 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