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볼(2001)...제목 "몬스터 볼"(Monster"s Ball)은 영국에서 사형수에게 형 집행 전날 열어준다는 파티를 말한다. 그런 잔인한 파티가 어디 있겠는가.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에게 대한 인간의 저주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단어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이다. 잔인한 인간이지만 그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또 짧은 사랑에 취하고 만다. 마치 불경에 나오는 맘모스에 쫒기는 바로 그 연약한 인간 말이다. 맘모스에 쫓기고 숨어들어간 우물안에는 뱀이 우글우글하고 그리고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의존하고 있는 그 덩굴을 하얀쥐 까만쥐가 쉴새없이 뜯고....절체절명의 상황...그런데 인간은 덩굴에 깃들은 벌집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떨어지는 그 꿀에 탐익해 자신이 사라질지 모르는 그 진리를 애써 외면하는 것 아니겠는가.
주연 빌리 밥 손튼, 히스 레저, 할리 베리
사형수인 남편 로렌스를 11년째 면회해온 레티샤. 이번 면회를 마지막으로 왠지 그의 사형날짜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못다받은 아빠의 사랑을 초콜릿으로 해소하는 어린 아들은 점점 더 초콜릿 중독이 되어 가고... 그녀는 아들이 '검둥이인 것도 모자라 뚱뚱하기까지 하다'는 주위의 놀림을 받을까 늘 속상하기만 하다.
남편이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찌든 가난으로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생활을 시작한 레티샤. 설상가상으로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밤, 아들마저 뺑소니 사고로 피범벅되어 쓰러지고 만다. 그때, 빗길을 지나가던 레스토랑의 단골손님 행크가 그들을 병원으로 데려가지만, 이미 아들은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만다.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미처 하지 못했는데... 초콜릿 때문에 늘상 구박만 했는데...!더 이상 잃을 것도, 버릴 것도 없이 인생의 벼랑 끝에 내몰린 레티샤. 아들의 죽음 이후 행크와의 우연한 만남은 또다른 인연이 되고 둘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해준다. 행크의 따뜻한 배려에 닫혔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는 레티샤. 그늘진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찾아왔지만, 그것도 잠시 뿐... 레티샤는 그가 바로 남편 로렌스의 사형집행관이었음을 알게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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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2002년 10월 18일 개봉하는 영화 「몬스터 볼」은 주연 여배우 할 베리에게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다.
이 영화로 니콜 키드먼을 제치고 2002년 오스카상을 거머쥔 할리 베리는 베를린 영화제와 전미 비평가협회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면서 할리우드 최고 여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느리고 조용한 편. 영화 속에 잠깐 등장하는 대낮의 아지랑이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 순간순간 갑자기 빨라지는 호흡이나 충격적인 장면, 짧고 굵은 효과음이 섞여 있어 각각 약함과 격렬함, 느림과 빠름을 강조하며 리듬감을 가진다.
11년째 사형수 남편 로렌스(퍼프 대디)를 뒷바라지하는 레티샤(할리 베리). 아버지를 닮아 그림 그리는 데 소질이 있는 아들은 초콜릿에 중독돼 지나치게 살이 쪄있다.
마침내 사형 집행일이 오고 로렌스는 전기의자에 앉아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로렌스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레티샤는 웨이트리스로 생계를 유지하며 아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한편 흑백 차별주의자인 아버지 버크(피터 보일)의 대를 이어 사형집행관으로일하고 있는 행크(빌리 보브 손튼)는 같이 교도관으로 일하는 아들 소니(히스 레저)의 여린 성격이 못마땅하다.
로렌스의 사형 집행 후 아버지 행크에게 꾸지람을 들은 소니는 갑작스럽게 집거실에서 권총으로 자살한다. "전 언제나 아버질 사랑했어요"라는 말만 남겨놓고. 소니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행크는 교도관을 그만두고 주유소를 인수해 새 출발을 준비한다.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날, 레티샤에게 또 하나의 역경이 다가온다. 아들이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것. 우연히 빗길을 지나가던 행크는 레티샤 모자를 병원으로 데려다 주지만 아들은 결국 숨지고야 만다.
이제 인생의 벼랑 끝에 몰린 레티샤와 아들의 죽음을 가슴 속에 묻어둔 채 살아가던 행크. 상처받은 두 사람은 각자의 아픔을 서로에게 토해내며 열정적인 사랑을나눈다.
그러던 어느날 레티샤는 행크가 남편 로렌스의 사형집행관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극도의 절망 상태에서 애정을 나누는 두 남녀 주인공의연기다. 실제 정사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소파 위의 섹스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 행크 역의 빌리 보브 손튼은 코엔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에 주연으로 나왔던 배우로 「툼 레이더」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남편이기도 하다.
영화 곳곳에 연출이 돋보이는 인상적인 장면도 녹아 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지만 다시 유리창을 통해 안과 밖이 나란히 비쳐지는 사형 장면이나 전기의자에 앉아 몸을 떨며 죽어가는 남편의 힘없이흔들리는 머리와 이를 닦으며 흔들리는 아내의 머리가 번갈아 보이는 장면은 감독의재치가 돋보이는 부분. 감독은 데뷔작 「에브리씽 풋 투게더(Everything Put Together)」로 2000년 선댄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마크 포스터. 사형수 로렌스는 "I"ll be missingyou"로 그래미상을 차지했던 퍼프 대디가 연기했다.
제목 "몬스터 볼"(Monster"s Ball)은 영국에서 사형수에게 형 집행 전날 열어준다는 파티를 말한다. 상영시간 112분. 18세 이상 관람가.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