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을 부러워할때
남의 물건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런 칭찬에도 무색하게
저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벌써 4번째 졸음에 바닥에 떨어뜨린 물건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우산은 졸음에 떨어뜨린 것도 아님에도 누군가 가져감)
이번 헤드폰은 한달전인가 남대문 지하상가 난관에 밤 열시쯤에 둔 것을,
누군가 고장난 헤드폰을 쓰레기통에는 버리기가 아까워
누군가에게는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 지하상가 난관에 둔 것으로 보임.
(주변에 사람들이 없었고 투명 비닐에 쌓여있던 상태)
저도 고장난 핸드폰과 태블릿을 버리가 아까워 누군가 고장난 핸드폰 태블릿이라도
달라고 하면 주고픈 마음이라...
고장난 헤드폰이였지만 제 입장에서는 다이소에서 겨울 귀마개를 구입할려다가]
폼이 나지 않아 구입을 포기했다가 추운 겨울 바람에 귀가 성하지 않을 것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 헤드폰을 줍고나서 헤드폰 기능이 아닌 귀마개로는 너무나 폼도 나고 귀마개 역할도
톡톡히 해내었습니다.
그러다 이제 겨울이 다 지나가고 해서 이 헤드폰 처리에 대해 나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전 비밀공간이 닫히지 않았다면 이 곳에 헤드폰을 보관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가방에 넣고 다음 겨울동안 들고 다녀야 하는데
부피와 무게때문에 조금은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런 중에 마지막 긴한파를 남겨두고
졸음에 서울역 대합실 바닥에 떨어진 헤드폰을 누군가 가져간 것을 확인하였을 때
먼저 앞서 잃어버린 3개 물건과 동일한 사람인지 궁금했고
핸드폰 분실때는 서울역 파출소에 찾아 신고했는데
이번에도 서울역 파출소를 찾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30만원(영풍문고에서 똑같은 모델을 발견하고 가격대를 보니) 상당의 돈을 주고
구입했다면 서울역 파출소를 찾았을 것인데
주웠고 고장난 헤드폰이라...
결국 서울역 파출소를 찾는 것을 포기했고
비슷한 시간대에 앞서 잃어버린 것과 똑같았음은 동일인물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한번씩 제 옆을 지나가는 이가 잠시 멈추는 동일인물(옷과 신발로 봐서)로 보이기도 했는데,
새벽을 주로 밖에서 뜬 눈으로 보내고 서울역 대합실에서도 졸음에 앱테크를 하다보니
이전 3번까지는 제 뒤 대합실 의자에 앉은 이들을 뒤돌아볼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뒤를 의식하고 한번씩 돌아다니며 범인을 찾는 척이라도 해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제 물건을 이렇게 가져갔다면 다른 이의 물건에도 손을 대었을 것이고
이런 건으로 서울역 파출소에 신고된 것이 누적이 되어 가고 있다면 언제가는 붙잡힐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가는 이에대해 긍휼히 여기는 마음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