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병든 자의 무술 솜씨
다음날 위소보는 병마를 대동하고 오지영과 모동주(毛東珠)를 압송하여 양주를 떠나 경성으로 돌아갔다. 강희 황제의 성화와 재촉이 심하여 일 행은 도중에서 감히 지체하지 못했다. 따라서 뇌물과 재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자연히 적어졌다. 연도에서 소식을 들으니 오삼계가 병사 를 일으킨 이후로 운남제독(雪南提督) 장국계(張國桂), 귀주순무(貴州 巡撫) 조신길(曹申吉), 제독(提督) 이본심(李本深)등은 투항하였으며 운남순무(雲南巡撫) 주국치(朱國治)는 피살되었고 운귀충독(雪貴總督) 감문혼(甘文 )은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날 산동(山東)에 당도하자 한 지방 관리가 저보(邸報)를 베껴와 흠차대신(欽差大臣)에게 바쳤다. 그 저보는 바로 강희 황제가 오삼계를 힐책하는 내용의 초서였다. 위소 보는 사야(師爺)에게 읽어보고 해석을 하라고 하였다. 그 사야는 초서 를 받쳐들고 읽어내려갔다.
[역적 오삼계는 궁핍하고 사태가 위급하자 귀순하려고 했다. 나의 세조 (世祖) 장황제(章皇帝)께서는 그가 진심으로 따르고 복종하겠다는 뜻을 품은 줄 아시고 군대를 주고 왕위를 수여했다. 그리고 그에게 속해 있 던 무관들과 관리들에게는 세습할 수 있는 벼슬을 내리시는 은혜를 베 풀어 주셨다. 짐(朕)의 시대에 이르러서도 여러 차례 은전을 베풀었고 또한 친왕(親王)의 작위를 주어 나라를 지키는 성곽과 몸에 차고 다니 는 무기처럼 중히 여기고 의지하였으며, 최대한의 성의와 예의로써 대 해 주었다. 이런 모든 예우는 자고 이래로 없었던 일이다.]
위소보는 사야가 해석하는 말을 듣고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다.
[황상은 그 역적에게 정말로 잘 대해 주셨지. 그것은 조금도 거짓이 아 니며 허풍이 아니야. 예를 들어 나 위소보는 황상에게 충성을 다했는데 도 단지 백작(伯爵)에 봉해졌을 뿐이야. 친왕(親王)에 봉해지려면 그 길은 아직 멀고도 멀지.]
그 사야는 계속해서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역적 오삼계는 금년 칠월 내로 왕의 지위를 내놓고 다른 곳으 로 이주하겠다고 자청하였다. 짐의 총애를 빙자하여 악랄한 흉계를 꾸 미고, 교만하게 대역무도한 일을 저지르려 한 그 속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짐은 오삼계의 이러한 결정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여겼다. 또한 그의 나이가 연로하고, 변방에 주둔한 지도 이미 오래되 었기 때문에 그의 간청을 윤허하였다. 그래서 곧 관련 부서에 명하여 적절하게 안배를 하고 그자의 희망에 따라 적당하게 처리하라는 짐의 뜻을 흠차대신을 파견하여 전하였노라. 짐은 오삼계에게 가히 수족처럼 온정을 베풀었고 모든 정성을 다하였다. 그러나 근자에 천호총독(川湖 總督) 채류영(蔡毓滎) 등이 상소한 바에 따르면 오삼계는 서슴없이 역 적질을 하여 하루아침에 짐의 은혜를 저버렸으며 한 떼의 흉악한 세력 을 등에 업고 추악한 만행을 저질러 백성들을 도틴세 빠뜨려 절대로 용 서를 받을 수 없고 하늘과 땅이 모두 진노할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고 한다.]
위소보는 한 마디의 해석이 끝날 때마다 한 마디씩 맞장구를 쳤다.
[황상의 도량은 하해와 같으시지. 오삼계의 할머니를 욕하시지 않는 것 만 해도 이미 예를 다했다고 할 수가 있어.]
옆에서 함께 듣고 있던 장용(張勇), 조양동(趙良棟), 왕진보(王進寶), 손사극(孫思克), 이력세(李力世) 등은 속으로 생각했다. (성지의 내용은 단지 황제께서 그자에게 더없이 잘해 주었음을 말하고 있고 오삼계가 배은망덕했음을 힐책하고 있으며 단 한마디도 만주족과 한족의 차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한 그가 어떻게 명조왕 실(明朝王室)을 말살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이것은 말 을 하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다. 천하의 모든 사람들에게 오삼계의 행위 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사야는 계속해서 읽어내려갔는데 그 내용은 지방 관민들에게 절대로 그 역적들과 한패가 되지 말라는 권고와, 설사 이미 실수를 하여 한패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진심으로 참회하고 귀순한다면 절대로 옛날 일을 추 궁하지 않을 것이며 친척들이 각 지방에서 벼슬을 하고 있다면 그들에 게 절대로 연좌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었다. 성지에서는 또 말 하기를,
[오삼계를 사로잡아 군문에 바치는 자에게는 오삼계의 작위인 평서왕에 봉할 것이며, 그의 휘하에 있는 괴수들을 죽이거나 포박을 해온 자, 그 리고 병마를 데리고 귀순한 자는 공적에 따라서 최고의 대우를 할 것이 다. 짐은 절대로 식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위소보는 '오삼계를 사로잡아 군문에 바치는 자에게는 오삼계의 작위인 평서왕에 봉할 것'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온몸이 근질근질하여 이력세 등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가서 그 오삼계를 잡아야지. 우리도 한번 평서왕의 자리에 앉아 봐야 하지 않겠소? 그것 참! 구미가 당기는 일인걸.]
여러 사람은 일제히 그의 말에 찬동했다. 그러나 장용 등 여러 무장(武 將)들은 한결같이 생각했다. (오삼계 휘하에는 장병도 많고 무장들도 많은데 그를 잡는다는 것이 말 과 같이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이력세 등은 내심 생각했다. (우리가 오삼계를 죽이려 하는 것은 그자가 한족의 강산을 정복했기 때 문이다. 설마 우리가 정말로 오랑캐 황제를 위해서 힘을 쓰겠는가? 그 러나 만약에 위 향주가 평서왕이 된다면 오삼계를 본받아 운남에서 병 력을 이끌고 와서 다시 모반을 하여 청나라를 뒤엎는 것도 괜찮겠구 나.) 위소보는 조서를 다 읽고 나자 즉시 출발을 명령했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북경에 당도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선수를 빼앗기지 않고 자신이 출정의 임무를 부여받을 수 있고 그래야 다른 사람이 먼저 오삼계를 잡 아서 평서왕의 작위를 뺏어가는 것을 막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날 그들은 향하(香河)에 도착했다. 북경과의 거리는 상당히 가까워졌 다. 위소보는 장용에게 대대를 이끌고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분부하고 국사범인 모동주를 엄중하게 지키고 있으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자기 는 쌍아와 천지회의 군웅들을 데리고 오지영을 압송하여 서남쪽으로 방 향을 바꾸어 장가(莊家)에 가서 친히 장가의 셋째 마님에게 오지영을 건네주어 그녀에게 쌍아와 같이 좋은 계집을 준 데 대해 보답하려 하였 다. 저녁 무렵 마을에 당도하였다. 장가의 큰집까지는 아직도 이십여리나 남아 있었으므로 일행은 한 식당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이때 각자는 평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오지영은 아혈(啞穴) 과 몇 군데 혈도를 짚혔으나 끈으로 묶이지는 않았다. 그래야만 사람들 외 이목을 피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은 두 개의 탁자를 에 워싸고 앉아 있었다. 그 누구도 오지영과 같은 자리에 앉기를 원하지 않았다. 쌍아는 그가 도망갈까 봐 염려되어 혼자서 그와 한 탁자에 앉 아 엄중하게 감시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밥과 반찬이 나와 모두 밥을 먹기 시작했을 때 열댓 명의 관병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맨 처음 들어온 자는 수비(守備)였고, 식당 바깥에서는 말울음소리가 끊이지 않 았다. 병사 두 명이 스스로 물을 길어다가 말에게 먹이고 있었다. 그중 의 우두머리인 듯한 자가 큰소리로 긴급한 국무로 북경에 들어가서 보 고를 해야 하니 빨리 닭을 잡고 밥을 지어 달라고 분부를 하였다. 주인 은 연신 대답을 하며 점원에게 관리들을 잘 대접해 주라고 재촉하였고, 몸소 그 수비가 앉은 자리에 다가가 의자를 갖다주며 앉도록 하였다.
한 무리의 관병들이 막 자리를 청하고 앉자 동구 밖에서 수레와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식당 앞에 수레와 말이 멈추어 서자 몇 사 람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맨 먼저 들어온 두 사람은 건장한 사내였 다. 두 번째로 들어온 사람은 병색이 완연한 중년 사내였는데 키는 작고 비 쩍 말랐으며 두 볼은 푹 패였고 광대뼈는 튀어나와 있었으며, 안색은 밀랍처럼 노랗고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두 눈에는 살기와 독기가 나타 나 있었으며 몇 걸음 뗄 때마다 기침을 한 번씩 했다. 그의 몸 뒤로 한 명의 노옹(老翁)과 한 명의 노부(老婦)가 어깨를 나란 히 하고 들어오고 있었다. 언뜻 보니 나이가 이미 팔순이 넘어 보였다. 그 노옹도 몸이 비쩍 마르고 작아 보였다. 그러나 정신은 초롱한 듯했 고 하얀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와 휘날리고 있었으며 얼굴은 대추빛같이 붉었다. 그 노부인은 노옹보다 약간 키가 크고 허리는 조금도 굽지 않 았으며 두 눈에서는 광채가 번뜩였다. 마지막 두 사람은 모두가 이십여 세 정도의 부인네였다. 이 일곱 사람 의 차림새를 보건대 옷을 화려하게 입은 그 병자는 돈 많은 부잣집 사 람인 것 같았고 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는 모두가 하인처럼 보였 다. 노인과 노부인 두 사람은 몸에 파란 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옷감이 그리 좋지는 않았으나 매우 깨끗해 보였으므로 그들의 신분을 옷차림으 로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 노부인은 말했다.
[장 어멈, 장 어멈은 그릇에 뜨거운 물을 담아서 도련님께서 약을 드시 도록 시중 좀 들어 주게나.]
한 명의 여자 하인이 대답을 하더니 바구니 속에서 자기 그릇을 꺼내 식당의 주전자를 집어들고 그릇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아서 몇 번이나 헹구더니 다시 반 그릇 정도 물을 따라 그 병색이 완연한 사내의 앞에 갖다놓았다. 노부인은 품속에서 자기 병을 꺼내어 뚜껑을 열고 그 속에 서 빨간색 환약 한 알을 꺼내어 사내의 입에 갖다대었다. 사내가 입을 크게 벌리자 노부인은 환약을 그의 혓바닥 위에 올려놓고 물 그릇을 집더니 그 알약을 삼킬 수 있도록 물을 먹었다. 병색이 완연 한 그 사내는 약을 복용하자마자 숨을 헐떡거리며 계속해서 기침을 했 다. 노옹과 노부인은 뚫어져라 그 사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표 정은 심각하였으며 매우 걱정하는 누런 눈빛이었다. 그자의 가쁜 숨이 좀 멈춰지고 기침이 약간 가라앉자 두 사람은 비로소 길게 한숨을 쉬었 다. 병색이 있는 사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왜 그렇게 저를 똑바로 쳐다보고 계십니까? 나는 죽 지 않을 것입니다.]
노옹은 코방귀를 뀌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노부인은 웃으면서 말 했다.
[얘야, 죽는다, 산다, 그런 소리는 입밖에도 내지 말아라. 너는 백살까 지 살 것이다.]
위소보는 내심 생각했다. (이자는 설령 옥황상제의 영단(靈丹)을 먹는다 하더라도 며칠 더 살지 못할 것 같다. 알고 보니 이 늙은이와 할망구는 그의 애비, 에미로구 나. 저 병쟁이는 틀림없이 어려서부터 너무나 귀엽게 자라서 자기 어머 니가 몇 번 더 쳐다봤다고 성질을 벌컥 내는 것이야.) 노부인은 말했다.
[장 어멈, 손 어멈. 자네들은 먼저 도련님께서 먹을 인삼탕을 데워 온 다음에 밥을 짓도록 하게나.]
두 명의 하인은 대답을 하더니 각자.바구니를 들고서 뒤쪽으로 사라졌 다. 관병들 가운데 그 수비는 주인장에게 북경으로 가는 길을 알아보고 있었다. 주인장은 말했다.
[여러 어르신들께서는 다시 이삼십 리 길을 재촉하신 다음에 마을 주막 에서 하룻밤 묵으시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시면 오후에는 틀림없이 경성에 당도하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 수비는 말했다.
[우리들은 밤새도록 길을 달려야 할 판인데 무슨 놈의 주막에 머물겠 소? 이보오, 주인장. 오늘부터 일 년 동안 당신은 틀림없이 장사가 크 게 번창하고 잘될 것이오. 그러니 좋은 술과 좋은 음식을 많이 많이 준 비해 두시오. 그때 가서 당황하지 말고 말이오.]
주인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말씀만 들어도 고맙습니다. 저의 이 조그만 장사는 지금까지 평범하여 오늘 같은 장사도 한 달에 며칠 있을까말까합니다. 그것은 모든 어르신 들과 손님께서 보살펴 주신 덕택이지요. 그렇지만 날마다 이렇게 귀한 손님을 모실 수 있겠습니까?]
그 수비는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장, 내가 좋은 소식을 하나 가르쳐 드리리다. 오삼계가 반란을 일 으켜 그들 무리들이 이미 호남(湖南)에 진격해 들어왔소. 우리들은 경 성에 문서롤 가지고 들어가는 파발들이오. 이번 싸움은 아마 삼 년, 오 년이 가도 끝나지 않을 것이외다. 그러니 군대에 상황을 알리는 사람들 이 날마다 이곳을 지나갈 것이오. 그렇게 되면 당신은 분명히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외다.]
주인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으나 속으론 걱정이 태산 같았다. (당신네 같은 군인을 상대로 장사를 한들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먹고 퍼마시고, 그래도 좀 호방한 사람은 내키는 대로 몇 푼의 돈을 쥐어 주 지만 못된 자는 때리고 욕을 한 다음에 앙덩이를 털털털고 가버리면 그 만이지. 삼 년, 오 년은 고사하고 일 년 뒤에는 아마 내가 기둥에다 목 을 매달아야 할걸?) 위소보와 이력세 등은 오삼계가 이미 호남까지 쳐들어왔다는 소리를 듣 고 모두 깜짝 놀라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작자의 진격 속도는 정말로 빠르구나.) 전노본(錢老本)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서 상세히 물어 볼까요?]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노본은 그 수비 앞에 가까이 다가가 얼굴 에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면서 포권하며 말했다.
[조금 전에 장군 대인의 말씀을 듣자니 오삼계가 이미 호남까지 쳐들어 왔다고 하는데 소인의 가족들은 장사(長7少)에 있어서 매우 걱정이 되 고 안부가 염려됩니다. 그곳의 싸움이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장사 는 괜찮겠지요?]
그 수비는 이자가 자기를 장군 대인이라고 부르자 내심 흡족해서 말했 다.
[장사가 괜찮을지 괜찮지 않을지 그건 모르겠소. 오삼계는 그의 수하의 대장인 마보를 파견하여 귀주(貴州)에서 호남(湖南)으로 진격토록 하였 소. 완주는 함락되었고 총병(總兵) 최세록(崔世祿)은 포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삼계 부하인 장국주(張國柱), 공응린(襲應麟), 하국상(夏國 相)은 각각 동쪽으로 진격하고 있는 중입니다. 또 다른 대장인 왕병번 (王屛藩)은 사천을 공격하러 갔소. 듣건대 병력이 막강해서 천상(川湘) 일대의 백성들은 모두들 피난 중이랍니다.]
전노본은 얼굴에 우울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
[이건....이건 정말로 일이 심상치가 않군요. 그러나 대청병(大淸兵)도 막강하지 않습니까? 오삼계는 아마 대청병을 이기지는 못하겠지요.]
수비는 말했다.
[모두들 그렇게 말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완주 싸움에서 오삼계의 병마를 당해 내기가 쉽지 않았소이다. 이 국면은 실로 말하기가 어렵다 고 봅니다.]
전노본은 공수를 하며 감사의 말을 하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천지회 군웅들 중 어떤 자는 내심 생각했다. (한족을 배반한 이 오삼계라는 작자가 황제가 되면 안 될 텐데.) 또 어떤 자는 생각했다. (제일 좋은 것은 오삼계가 북경까지 쳐들어와 만주족의 오랑캐들과 한 바탕 붙어서 둘 다 망하는 것이다.) 여러 관병들은 잽싸게 술과 밥을 먹었다. 그 수비는 몸을 일으켜 세우 더니 말했다.
[이보시오 주인장. 내가 당신에게 좋은 소식을 알려 주었으니 밥값은 당신이 한턱 쓰는 걸로 대신 하시구려.] [예, 예, 그러조 그래야지요. 여러 어르신께서는 천천히 가십시오.] [천천히 가라고? 그렇다면 우리가 계속 앉아서 한바탕 더 먹어 줘야겠 군.]
주인은 매우 난감해졌다. 그는 억지 웃음을 짓고 머뭇거렸다. 그 수비 가 문 입구로 걸어가며 노옹과 노부인, 그리고 그 병자의 탁자 앞을 지 나가는데, 병색이 완연한 사내가 갑자기 왼손을 내밀어 그의 가슴을 거 머쥐더니 말했다.
[당신이 북경에 무슨 공문을 가지고 가는지 꺼내서 좀 보여 주시구려.]
그 수비는 몸이 장대하였다. 그러나 그에게 잡히자 순식간에 무릎을 꿇 었다. 수비는 노해서 일갈을 터뜨렸다.
[제기랄 놈! 뭐하는 짓이냐?]
수비는 얼굴이 새빨개지고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쳤으나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병자가 오른손으로 그의 가슴팍의 옷을 꽉 찢어 버리자 커다란 봉투가 하나 떨어져 나왔다. 병자가 손으로 수비를 가볍게 밀자 그는 그대로 굴러 두 개의 탁자를 뒤엎고 와장창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여러 관병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 역적놈 같으니! 죽고 싶어 발버둥을 치는구나!]
그들은 서로 다투어 창을 들이대고 칼을 뽑아 병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병자가 데려온 두 명의 하인은 슨과 발을 휘둘러 앞으로 나서는 자들을 고꾸라뜨렸다. 여러 병정들은 순식간에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병자는 봉투를 찢더니 그 안에서 공문을 꺼내 읽었다. 그 수비는 그런 광경을 보자 혼비백산이 된 듯 떨리는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이것은 황상께 바치는 진장(秦章)이다. 네 놈이....세 놈이 감히 이 공문을 찢어 버리다니 이건....이건....역적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병자는 공문을 보더니 말했다.
[호남순무(湖南巡撫)가 오랑캐 황제에게 구원병을 청하여 평서왕을 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이구민. 흥, 설사 백만대군이 간다 해도 그래도.... 쿨럭쿨럭....여전히 평서왕에게 깨끗이 당할 것이다.]
말을 하면서 한편으로 꾸깃꾸깃 뭉친 공문을 손바닥에 모았다가 말이 끝나자마자 손바닥을 획 뻗치니 무수한 종이조각이 마치 나비처럼 사방 으로 훨훨 날았다. 천지회의 군웅들은 이러한 내공을 보고는 모두 안색 이 변하고 말았다. 그들은 생각했다. (그외 말투로 보아 오삼계의 수하가 분명하다.) 그 수비는 버둥거리며 일어나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들며 외쳤 다.
[네 놈이 공문을 찢어 버렸으니 어차피 이 몸은 살 수가 없다. 그러니 네 놈과 한바탕 죽기 살기로 붙어야겠다.]
칼을 들어 앞으로 달려나가 있는 힘을 다하여 병자의 정수리를 내리쳤 다. 병자는 여전히 앉아서 우측으로 손을 내밀어 수비의 아랫배를 약간 밀쳤다. 마치 귀찮게 굴지 말라는 투였다. 칼을 높이 쳐들고 있던 수비 의 팔은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더니 몸과 함께 힘없이 땅바닥에 쓰러졌 다. 그리고는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헐떡거렸다. 조금 전에 쓰러졌던 병정들 가운데 몸을 일으켜 세운 몇몇이 멀찌감치 서서 힘없이 몇 마디 를 외쳤으나 누구도 감히 달려나와 자기들의 상관을 구하려 하지 않았 다. 이때 한 명의 노복이 뜨거운 인삼탕을 받쳐들고 와서 가볍게 병자 앞에 놓고는 말했다.
[도련님, 인삼탕을 드시지요.]
노부부 두 사람은 조금 전에 벌어진 큰 소란을 마치 보지도 않은 양 단 지 아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의 표정만 살피고 있었다. 서천천(徐 天川)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들은 사악하고 이상한 사람들 같으니 우리는 이만 가지요?]
마언초가 식대를 지불하고 일행은 문을 나섰다. 노부인은 인삼탕을 받 쳐들고 살짝 입김을 불더니 그릇을 병자의 입 가까이 갗다대고 그가 인 삼탕을 마시게 했다. 위소보와 그의 일행은 마을 밖으로 걸어나와서야 비로소 너도나도 그 병자가 어떤 인물일까를 떠벌리기 시작했다. 서천 천은 말했다.
[그자가 그 무관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는데 그 공력은 정말 대단 했소. 정말로....정말로 그와 같은 사람은 드물지.]
현정 도인도 말했다.
[그자가 그 무관의 배를 살짝 밀었는데 마치 미는 동작이 그리 힘을 들 이지 않는 듯 평범한 것이었어. 그러나 그것을 피하고 막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풍형께서 그런 일을 당하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 겠소?]
풍제중은 말했다.
[그의 곁에 세 척 이상 가까이 가면 안 됩니다.]
군웅들은 그의 말이 이치에 맞는다고 느꼈다. 그렇게 밀어내는 행동은 피하거나 막는다 해도 최소한 그의 몸에서 세 척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만 공격할 수 있거나 방어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세 척 보다 가까이 접 근한다면 더 이상 방비할 수도 없는 것이다. 서천천은 갑자기 말했다.
[내가 그자의 손목을 잡는다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옆으로 살래살래 흔들었다. 상대방의 내 공이 고강하기 때문에 설사 그의 손목을 잡는다 해도 그가 손바닥을 뒤 집어 비튼다면 자신의 지골(指骨)과 완골(腕骨)이 부러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음을 알았던 것이다. 여러 사람들은 분명히 병자가 오삼계 일당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 다. 그러나 친히 두 눈으로 그자의 난폭하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그러 한 행동을 보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감히 손을 써서 막거나 저지하지 못하였다. 피해를 입은 자는 오랑캐의 군관이었으나 그를 구하지 못한 것은 결국 그들의 평소와 같은 의협 호걸의 행동이 아니었으므로 내심 창피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기분이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한참 이야기를 하고 나자 모두들 입을 꾹 다물었다. 몇 리를 나아가고 있자니 갑자기 등뒤에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두 마리의 말이 줄을 서서 급히 이쪽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이 길은 협소했기 때문에 두 마리의 말이 나란히 달릴 수가 없었다. 군웅들은 기분이 나지 않고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비록 말발굽 소리가 매우 급하게 들려왔지만 풍 제중과 쌍아 두 사람만이 말꼬비를 세우고 길 옆으로 비껴섰을 뿐 나머 지 사람들은 아무도 길을 양보해 주려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두 마리 의 말이 그들의 뒤로 가까이 달려왔다. 군웅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보니 말 위에 탄 자들은 바로 그 병자가 데리고 있던 두 명의 남자 하 인들이었다. 한 명의 노복이 외쳤다.
[우리집 도련님께서 당신들 보고 좀 기다리라고 하시오! 당신들에게 물 어 볼 말씀이 있다고 하시니 어서 걸음을 멈추시오?]
이자의 말투는 비록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건방 진 태도와 안하무인격인 태도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군웅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화가 치밀어올랐다. 현정 도인이 일갈했다.
[우리는 급한 일이 있어 기다릴 시간이 없소! 평소에 서로가 알고 지내 는 사이도 아닌데 무슨 물어 볼 말이 있다고 하시오?] [이것은 우리 집 도련님께서 분부하신 것이니 당신들은 기다리는 것이 좋을걸?]
말투는 점점 공갈과 협박조로 바뀌었다. 전노본은 말했다.
[당신 주인은 오삼계의 수하요?] [그런 소리 마시오. 우리 집 주인이 어떤 신분인데 그 같은 평서왕의 수하가 될 수 있겠소?]
군웅들은 모두 생각에 잠겼다. (그자가 오삼계라고 말하지 않고 평서왕이라고 칭하는 것을 보면 틀림 없이 역적인 오가 놈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바로 이때 수레바퀴소리가 울리더니 큰 수레 한 대가 길을 따라서 달려 오고 있었다. 그 노복은 말했다.
[우리 집 주인이 오십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급히 말꼬비를 돌려 마중하러 갔다. 군웅들은 만약에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말을 달려간다면 그것은 그 병자가 두렵기 때문 이라는 인상을 줄까 봐 즉시 말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 다. 큰 수레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한 명의 여자노복이 수레를 몰고 있었으며 또 다른 한 명의 여자 노복은 수레의 장막을 걷고 있었다. 병 자는 수레의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고 그의 부모는 뒤에 앉아 있었다. 그 병자는 군웅들을 향해서 눈을 치켜뜨더니 물었다.
[당신들은 어째서 이 사람의 혈도를 짚었소?]
그는 말을 하면서 오지영을 가리켰다. 그리고 또다시 물었다.
[당신들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리고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것이오?]
그 목소리는 예리하고 날카로웠으며 말투는 매우 교만했다. 현정 도인 은 말했다.
[귀하께서는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우리는 평소 아는 사이가 아닙 니다. 강물은 샘물을 넘보지 않소이다. 어째서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 하시는 것이오?]
그 병자는 코방귀를 흥, 하고 뀌더니 말했다.
[네까짓 놈은 내 이름을 물어 볼 자격도 없다. 내가 조금 전에 두 가지 질문을 했는데 너는 내 말을 못 알아들었느냐? 어째서 대답을 하지 않 느냐?] [내가 당신의 이름을 물어 볼 자격이 없다면 당신도 우리의 일을 물어 볼 자격이 없소. 오삼계는 반란을 일으킨 크나큰 역적인데 당신은 말 끝마다 그를 평서왕이라고 존칭을 붙이니 틀림없이 당신은 그들과 한패 일 것이오. 내가 귀하를 보니 이미 병이 들어 희복할수 없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일찍 집에 돌아가서 남아 있는 목숨이나마 보존토록 하시오. 잘못했다가 찬바람이나 쐬어 감기가 들어 기침을 하는 날에는 남은 목 숨도 보존하기 힘들 것이오.]
천지회의 군웅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껄껄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 갑 자기 사람의 그림자가 번쩍 움직이더니 철썩, 소리와 함께 현정의 좌측 어깨에 일장이 적중되어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이 두 번의 연속동작은 신속하고 빠르기 그지없었다. 땅바닥에 떨어져서야 군웅들은 비로소 손 을 쓴 자가 바로 노부인인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두 개의 장으로 현정을 때려 쓰러뜨리고 두 발을 땅에 잠시 대 더니 몸을 날려 처음처럼 수레에 다시 가서 앉았다. 군웅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수레를 향해 덮쳤다. 그 병자는 수레를 모는 노비의 잔 등을 잡더니 가볍게 살짝 밀치고 이미 그녀와 자리를 바꾸어 앉았다. 그 여자 하인을 수레 속으로 밀어넣고 자기가 수레를 모는 앞자리로 옮 겼던 것이다. 이때 마침 전노본이 몸을 날려 두 번 장을 내리쳤다. 그 때 그 병자가 왼쪽 주먹을 내밀어 그의 두 손바닥과 서로 부딪쳤다. 그 러나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전노본은 한 줄기의 강력한 힘이 자기의 몸 안으로 용솟음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어 몸이 자기도 모르게 공중에서 두 바퀴를돌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두 다리가 착지를 하고 난 뒤에 똑바로 서려고 했으나 갑자기 두 무릎에 힘이 빠지고 금방 땅바닥에 꿇어 앉을 것 같았다. 그는 깜짝 놀란 나머지 급히 있는 힘을 다하여 뒤로 나뒹굴었다. 이렇 게 함으로써 적을 향해 무릎을 꿇는 치욕만큼은 면할 수가 있었던 것이 다. 전노본이 땅바닥에 나뒹굴자 풍제중이 바로 덮쳐들었다. 그 병자는 또 일격을 가했다. 풍제중은 그의 주먹과 서로 부딪치지 않고 우측 손 바닥을 중도에서 방향을 바꾸어 갑자기 그의 목덜미를 향해서 내리쳤 다. 그 병자는 상대방의 무공이 대단하고 그의 공격이 뜻밖이라는 듯 억, 하고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우측 손의 약지를 중지에 걸더니 그 의 장심을 향해서 툉겼다. 풍제중은 즉시 장을 거두어 들이고 우측 발 을 노새의 등 위에 올려놓았다. 마언초와 번강은 두 남자 하인을 향해 서 공격을 가했다. 두 명의 하인은 말을 달려 몸을 피하더니 외쳤다.
[당신들 둘은 도련님께서 처리하실 거다.]
마언초, 번강 두 사람은 상대의 노비들과 싸움을 하면 설사 이긴다 하 더라도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므로 두 사람의 노비가 뒤로 물 러나자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하고 즉시 몸을 날려 그 병자의 좌측을 공격했다. 갑자기 노새가 크게 비명을 지르더니 흐물흐물 땅바닥에 쓰 러졌다. 그러자 노새가 끌고 있던 수레도 옆으로 쓰러졌다. 알고 보니 풍제중이 노새의 등에 발을 올려놓았는데 발바닥에 암암리에 기가 운행 되어 힘을 주자 노새의 척추가 부러진 것이다. 그 병자는 발도 움직이지 않고 몸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기침소리가 나 는 가운데 이미 땅바닥에 서 있었다. 수레 속의 노옹과 노부인은 각기 여자 하인들을 붙잡고는 수레에서 몸을 날려 나왔다. 이 세 사람의 행 동은 언뜻 보기에는 그리 빠른 것 같지 않았으나 이들이 수레에서 빠져 나오자 수레는 비로소 뒤로 벌렁 나뒹굴어졌다. 전노본과 서천천은 노 옹과 노부인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 늙은 부인은 좌측 손을 살래살래 흔들더니 우측 손으로 병자를 가리키면서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둘은 저쪽으로 가서 내 아이와 함께 좀 놀려무나.]
그 말투는 마치 두 사람보고 자기 아들의 주먹 세례를 받고 아들의 마 음을 조금 즐겁게 해주라는 듯한 말투였다. 서천천의 우측 주먹이 그 노옹의 정수리를 향해 날아갔다. 노인은 상당히 연로했으므로 단 한주 먹에 그를 죽일까 봐 염려되어 조심스럽게 일갈을 하였다.
[주먹을 받아라!]
손에는 있는 힘을 다 쓰지 않고 약간의 힘만을 썼을 뿐이었다. 그는 한 때 실수를 하여 백한송을 때려 죽이고 목왕부에서 적지 않은 소란을 피 운 이후로 스스로 자기 행동을 자제했던 것이다. 그 노옹의 몸은 비록 마르고 작았지만 손바닥은 상당히 컸다. 그는 서천천의 주먹을 거머쥐 고 난 후에 소리쳤다.
[저쪽에 가서 놀아라!]
서천천은 나이는 비록 노옹보다는 적었지만 그도 이미 백발의 노인이었 다. 그러나 이 노옹의 말은 마치 장난꾸러기 어린이에게 타이르는 듯한 투였다. 서천천은 있는 힘을 다하여 오른손을 거두어들이고 바로 좌측 주먹을 휘둘렀다. 이 청룡백호(靑龍白虎)의 일 초는 본시 서로 보완해 주는 그러한 초식 이었다. 좌측 주먹은 결코 상대방의 급소를 적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대방에게 겁을 주어 손을 풀게 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만약에 상대방이 손을 풀지 않는다면 이 일권은 바로 상대방의 콧잔등을 적중 시킬 수가 있었다. 그 노옹은 팔뚝의 힘을 풀어 손을 풀어 주었다. 서천천은 한 줄기의 강력하고 거대한 힘에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다 있는 힘을 다하여 자기의 좌측 주먹을 휘둘렀기 때문에 우측 힘은 뒤로, 좌측 힘은 앞으로 뻗쳐 순식간에 몸이 팽이처럼 빙빙 돌더 니 똑바로 쓰러졌다. 그 병자는 풍제중, 마언초, 번강, 이력세 등 네 사람과 결투를 하고 있 었는데 서천천이 몸을 팽이처럼 돌며 다가오는 것을 보자 손뼉을 치면 서 웃으며 말했다.
[아! 재미있어.]
네 사람의 팔과 주먹이 마치 질풍처럼 그의 몸을 향해서 들어오고 있었 으나 그러한 와중에서도 여유가 있는 듯 손뼉을 치고 환호를 지르면서 손을 내밀어 서천천의 몸을 툉겼다. 갑자기 서천천의 도는 방향이 바뀌 었다. 우측으로 돌고 있다가 좌측으로 돌면서 아주 빠르게 그 노옹을 향해 접근하며 팽이처럼 돌았다. 그 병자는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참 재미있어요. 그 팽이를 돌려서 이쪽으로 좀 보내주세요.]
현정은 있는 힘을 다해서 달려들었다. 그 병자가 여러 번 튕기고 밀치 니 현정, 마언초, 번강, 이력세 네 사람도 팽이처럼 도는 형세가 되었 다. 단지 풍제중만은 팽이처럼 돌리지 못했는데 그러나 그도 이미 가슴 에서 뜨거운 피가 용솟음쳐 올라옴을 느끼고 급히 뒤로 세 발짝 물러나 몸을 보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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