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서적으로는 7번째 책을 냈습니다. 최초의 책 "대승경전과 선"은 박사학위 논문이었고, 나머지 6권은 모두 논문을 모은 논문집입니다.
책을 냈다고 해서 무슨 행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 인연을 말씀드리는 것으로, 인사말씀에 가름하고자 합니다.
씨아이알 출판사에서 책을 내본 적이 있는 후배교수의 소개로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내 주시기로 하셨는데, 그 출판사의 형식은 "출판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책의 편집에 관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한 것 같았습니다.
그 출판계획서는 물음이 있습니다. 그 물음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대답을 적어넣어서 보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 물음들 중의 하나로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책이 출판되면, 출판기념회나 강연회를 할 계획같은 것은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책을 1년에 한 권 정도 내는 형편인데, 새삼스럽게 출판기념회 같은 것을 해 본 일도 없고, 할 계획도 없습니다. 강연회라는 것도 내 이야기를 들어러 오라고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이니 좀 안 맞는 것같습니다. 다만, 일본에서처럼 '서평회'라면 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서평회를 계획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서평회라는 형식의 학술모임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2013년 상반기, 일본의 시코쿠에 있는 코치(高知)에 살 때입니다. 그때 제가 읽은 책 중에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 자유주의자의 초상 ---"(암파신서, 2006)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동경대학 교수인 카리베 타다시의 책입니다. (나중에 귀국해서 보니, 이미 우리나라에 번역출판되어 있었습니다.) 그 책의 '저자 후기'에서 '서평회'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마루야마 마소오, 그 사람에 대해서는,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은 적이 단 한 번 있었다. 대학원생이었을 때, (마루야마 선생의) 논문집 "충성과 반역"을 둘러싸고, 동경대학 정치학연구회에서 열렸던 서평회의 자리에서였다."(225-226)
(아, 여기는 서평회 같은 것도 하는구나. 좋은데 ---. 나도 귀국하면 한번 해보아야 하겠다.) 이런 다짐을 했고, 귀국 이후 즉시 우리 과와 불교학과 대학원생 몇 몇과 함께 시도해 보았습니다.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결국 오래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서평회는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재연(再燃) 이전에, 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서평회를 한 번 경험한 일이 있습니다. 금년 3월 김승철 교수 번역 "참회도의 철학"(다나베 하지메 지음, 동연) 서평회에 서평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입니다. 역자 인사, 그리고 서평위원으로 길희성 선생, 그리고 저가 나서서 그 책에 대해서 서평했습니다. 그리고 역자가 답변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이번의 식순은 바로 그것을 본받았습니다. 다만, 서평위원의 서평과 답변, 잠시의 휴식 이후에 청중으로부터 자유서평 시간을 갖는 것이 다릅니다.
서평회를 빛내줄 서평위원으로 고민 고민 하다가, 결국은 결사 전공자 김성순 선생님과 한국근대불교사 전공자 김성연 선생을 초빙하였고, 아예 김성순 선생의 서평은 책 뒤에 "해설"로 수록하였습니다. 이 역시 우리 출판문화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이리하여 우리의 출판문화에 새로운 시도 2가지를 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저의 개인적 희망은 8권의 학술서를 더 펴내서, 총 15권의 학술서를 펴내는 것으로 정년 이전의 일로 삼고자 합니다. 가능하면, 이번에 시도한 "해설"과 서평회의 문화는 정착시켜갔으면 좋겠습니다.
일전에 한 보살님이 제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15권을 다 내게 되면, 출판기념회를 한 번 하자."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그때도 출판기념회 --- 남들이, 특히 정치인들이 하도 많이 해서 이 행사의 의미도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 는 하지 말고, 그 대신에 부처님께 보고하는 '고불식(告佛式)'을 하자는 생각입니다.
이런 취지, 이런 인연으로 서평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동참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