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륙의 인디언이 3000여 년 전 지금의 중국 땅에 살았던 은(殷)왕조 사람들의 후예일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의 베이징과기보(北京科技報)가 지난 7월 26일 보도했다고 한 신문의 특파원이 베이징발로 보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3000년 전의 돌닻에 대해 중국전문가들이 분석해보니 닻의 재료인 돌이 미국 땅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대만해협 인근에서만 나오는 것이란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3천여 년 전의 중국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근거로는 1953년 멕시코 올멕 유적지의 인디언 제단에서 나온 6개의 옥으로 만든 홀(笏:왕조시대 조례 때 신료들이 손에 쥐던 막대 모양의 물건)을 들고 있다. 홀에 새겨진 상형문자가 은대에 사용됐던 갑골문이란 것이다. 문자를 해독한 결과 글자는 대부분 '치우(蚩尤)'와 '소호(少昊)'등 은나라를 구성했던 동이족(東夷族) 제왕들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3천 년 전 중국에 살던 동이족, 그가운데서도 치우와 소호의 후손이 건너갔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이 아시아에서 건너갔을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일치하지만, 그런 가운데 최근 들어 중국인들이 건너갔다는 주장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도, 중국인들의 관심이 점점 그들의 나라 밖으로 넓어지고 있는 증거가 될 것이다.즉 그들의 역사를 넓히고 싶어하는 것이리라.
동이족이 건너갔다는 얘기는 중국학자들이 이미 거론한 사항이다. '용봉문화원류'라는 책으로 유명한 중국의 문화인류학자인 王大有는 "중앙 아메리카 최초의 문명인 올멕문화는 중국에서 은나라가 주나라에 망할 때에 피란한 은나라 사람들, 즉 동이족이 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신동아 1997년 7월호 인용). 그러면서 아주 흥미로운 역사적인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1910년 청나라의 외교관인 歐陽庚(구양경)이 2년 전 멕시코 혁명당시 멕시코에서 사살된 300여명의 화교에 대한 배상문제를 협의할 때였다 그 대 멕시코 인디오 1백여 호가 멕시코 주재 청국 특사관에 찾아와 청원을 했다. 그들은 "멕시코혁명 때 피살된 인디안들은 모두 750명이다. 우리 인디언 은복포(Infufo, 殷服布의 중국식 발음?)족은 중국 혈통이니 제발 우리를 보호해 배상받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놀란 구양경은 즉시 청나라 외무대신에 보고문을 보내자, 당시의 황제인 선통제는 다음과 같은 전문을 보냈다(이 문서는 타이완 외교부의 자료보관소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인디안 은복포족은 스스로 중국인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법적으로는 근거가 없지만 배상을 받도록 함이 좋을 것 같다. 현재 화교들 중에는 은민(殷民;은나라 백성)의 동천(東遷;동족으로 옮겨감)사실은 남아있지 않고, 그 인디안들은 스스로 중국혈통이라는 얘기가 전해온 지 3천년이라고 하나 어쩔 수 없다. 구양경은 청국주재 멕시코특사관 일을 끝내고 주파나마 총영사로 부임하라"
위의 기록에서 흥미로운 것은 인디안들의 족속이름이 은복포라는 점이다. 이미 은나라의 후손이라는 점이 드러나 있다. 은나라는, 잘 알다시피, 동이족이 세운 나라이다. 동이족은 누구인가? 중국의 고대사에서 동이족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치우라는 인물을 필두로 해서 소호 금천 씨가 다 동이족이며, 그 소호 금천 씨의 무덤은, 중국의 삼황오제라는 건국신화의 주역들의 무덤가운데 유일하게 광개토대왕식의 피라미드형 무덤을 하고 있다는 데서, 우리 민족과의 연관성을 더 짙게 갖고 있다고 믿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은 아메리카대륙의 원주민들이 우리 조상과 연결돼 있다는 얘기라고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멕시코의 팔렝케에 있는 마야유적에서 나온 고대 마야인들의 편두(이마와 앞머리를 납작하게 만드는 두개골 변형)흔적과 피라미드식 건축법을 우리나라 고대 가야인들의 편두, 고구려에서 시작된 피라미드 건축법과 연결하거나, 마야 언어가 우리 한국어와 색깔인식체계가 같다는 점 등을 들어 마야문화와 우리문화의 연관성을 직접 거론하는 분들도 많다. 또 페루의 케추아족이라는 원주민들의 습속과 언어가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거나, 그들의 언어도 단어나 어법상 일치하는 것이 많다는 주장 등 아메리카 선주민들과 동양, 즉 중국이나 일본, 한국과의 연관성을 찾는 연구나 주장은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학자들은 치우나 소호 등의 중국인(?)들의 이름이 나오자 중국인의 일파가 아니냐고 흥분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 그런 마음이 베이징과기보에 다시 '동이족원류설'을 다시 언급한 것 같지만, 이것을 보는 한국인들은, 오히려 이들의 주장이 더 한국인의 조상이 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냐고 흥분할 만 하다. 그것이 연장된다면 "미국도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돌닻'은 어제오늘의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수십 년 된 낡은 이야기이다. 베이징과기보에 짧게 언급돼 있지만, 돌닻이 로스앤젤리스 앞바다에서 발견된 것은 30년 전인 1975년의 일이고, 이에 대한 논란도 당시부터 제기된 것이다. 그러므로 베이징과기보가 한 줄 짧게 보도한 것은, 아마도 최근 일고 있는 고구려사의 중국사편입시도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보여지는 것이다.
아메리카대륙의 문화가 어디서 왔는가를 밝히는 문제는 책으로 수십 권이 나왔고, 그 논란의 전말을 기록한 책이 1986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사에 의해 <고대 아메리카의 신비 Mysteries of the ancient Americas>란 제목의 46배판 큰 책으로 나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에 비추어 보면 구태의연한 것이다. 이 책에는 7세기에 중국 양나라의 한 스님이 부상국에 갔다 왔다고 주장한 것이 마치 중국인이 아메리카대륙을 처음 발견했다는 설로 중국내에서 주장되고 있다는 것과 함께 심지어 1836년에 한 영국인이 "일단의 한국인들이 그들의 조국에 침입한 정복자들을 피해서 바다를 9주일 동안 건너 새로운 땅을 발견했는데, '산티니(Santlnl)'라고 불리는 이 땅은 틀림없이 오늘날의 미국일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점까지 싣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한국 등 동양 역사와의 연결은 대부분 그 자체만으로 문제제기는 되겠지만, 충분한 증거가 없이 단독으로 돌출한 현상이어서, 아직까지는 주장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무리의 민족이나 사람들이 단체로 이동해 갔다면 하다 못해 집이나 생활도구, 숟가락, 거기다가 장신구, 결혼과 장례풍습 등 다른 분야에서의 일치점이 덧붙여져야 하지만, 대부분 그런 것들은 뒷받침되지 않아 확실하게 어느 나라 어느 민족 누가 갔다고 인정할 수가 없다.
중국에서의 신문보도를 보고 "그래 우리의 조상인 치우와 소호의 후손들이 드디어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뿌리를 내렸구나. 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가?" 라며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보도 속에 내재돼 있는 중국인들의 동기랄까 의도가 더 관심거리가 돼야 한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치우와 소호는 엄연히 중국인이다.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이며, 고구려보다 먼저 있었던 부여와 고조선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이며, 발해의 역사는 당연히 중국의 역사이다. 그들이 보는 한국인의 역사는, 그들의 각종 정부 홈페이지에 고쳐 기록된 대로, 고구려가 망한 668년 이후, 당나라가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에서부터 안동도호부를 철수하고 한반도에 대한 정복의 야심을 완전히 버린 676년 이후 시작됐다는 것이고 그 중국인들의 역사관이 세계에 그대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오늘날 세계 유수의 역사, 여행 안내 인터넷 사이트를 들어가 보라. 대학의 연구소 사이트를 들어가 보라. 어디하나,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의 역사가 바른대로 기재돼 있는 곳이 단 열손가락이라도 되는지를 찾아 보라. 열 개만 있다고 해도 마음을 놓겠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해야하는 일은, 바로 그런 일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전자오락 게임으로 밤낮을 지새며 스트레스를 풀려고만 하지말고, '반크'같은 단체에 뜻을 같이하고 세계인들을 상대로 우리의 역사를 바르게 알리는 작업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알릴 우리 역사의 올바른 면모를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불어 등 각국어로 함께 만들고 이를 발송하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툭하면 떼로 몰려가 사이트를 다운시키려고만 하지말고 사이트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고쳐주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정부가 하기 힘든 만큼 우리들의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쪼개면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러면 세계도 한국의 젊은이들을 다시 볼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