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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42회>
씬 내령군 관아 외경(부감)
황제의 임시 행궁인 관아를 군사들이 지키고 있다.
씬 동 내아
궁예와 왕건, 은부, 장자들이 태수의 영접을 받고 있다.
궁예 오면서 보니 고을이 참으로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더구려. 백성들의 표정에서도 근심 걱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모두가 태수께서 고을을 잘 다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태수 황공하옵니다, 폐하.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고을이옵니다.
궁예 아니오.. 이만 하면 주로 승격이 되어도 되겠소이다. 아니 그렇소이까?
박지윤 그러하옵니다. 고을의 규모로 보나 폐하에 대한 충성도로 보나 주로 승격되어 마땅하다고 사료되옵니다.
궁예 허허허.. 보시구려.. 신료들의 맨 윗자리에 계신 광치나께서도 그리 말씀하시지 않소이까?
태수 망극하옵니다, 폐하.
궁예 먼 길을 오느라 피곤들 하실 게요. 이 분들을 처소로 안내해 주시구려.
태수 알겠사옵니다, 폐하.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하명만 하시오소서. 머물러 계시는 동안 정성을 다해 뫼시도록 하겠사옵니다.
궁예 고맙소. 다들 처소로 돌아가 쉬시구려.
장자들 예, 폐하..
모두들, 일어선다. 왕건도 일어서려는데
궁예 왕장군은 잠깐 남아 있게. 황후도 곤하다고 처소로 갔으니 아우가 내 말벗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허허허
왕건 .......예, 폐하..
궁예 ........(미소)
씬 동 연화의 처소
연화와 제조상궁, 슬이가 여장을 풀고 앉아 있다.
연화 순행길도 이제 지루하구나. 이제 또 어디로 가려는지...
슬이 아직은 갈 길이 머옵니다. 충주와 청주, 그리고 웅주(공주)도 남아 있사옵니다. 여유를 가지시오소서.
연화 그 곳들을 다 돌아보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것이 아니더냐?
슬이 아마 그럴 것이옵니다.
연화 .....(한숨)......
슬이 어인 한숨이시옵니까?
연화 글쎄..... 온 몸에 힘이 빠지는구나.
제조상궁 오랜 여정에 피곤이 쌓여 그러시나 보옵니다. 그만 쉬시오소서.
연화 그래.. 그래야겠네.. 자네도 그만 나가보게. 슬이 너도.....
슬이 예, 마마..
슬이와 제조상궁이 밖으로 나간다. 연화가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그 모습에서...
씬 다시 내아
궁예가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다. 왕건 역시 말없이 앉아 밖을 보고 있다.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궁예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구먼.
왕건 .......?
궁예 세달사를 뛰쳐나와 뜻을 세우고 몸을 일으킨지 어언 스무 해가 다 되어가네 그려..
왕건 이 아우는 그 때 폐하를 처음으로 뵈었사옵니다.
궁예 그래.. 그랬었지.. (잠시 미소가 번지다가)...지금까지 과연 무엇을 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무엇을 해 나갈 것인지, 그 끝은 무엇인지... 과연 어디까지가 가능한 것인지....
왕건 ...........?
궁예 이런저런 생각이 끝도 없이 밀려드는구먼.. 세달사 시절 이후 이런 번뇌에 빠지기는 처음이야..
왕건 폐하께서는 이 시대의 미륵이시옵니다. 뜻하신 바를 다 이루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궁예 미륵이라.. 허허허...
왕건 ............?
궁예 아우는 지금도 내가 미륵으로 보이는가? 정말 그리 보이는 겐가?
왕건 그러하옵니다, 폐하. 폐하께서는 이 난세를 평정하고 백성들을 구하실 미륵으로 보이옵니다.
궁예 미륵은 미륵이되 인간의 몸을 받아 태어난 미륵일세. 미륵과 인간 사이에서 갈등하는 불완전한 존재란 말이지..
왕건 ......?
궁예 미향 보살이 죽고, 또 황후를 한 여인으로 대하면서 많은 것이 변하였네.. 나도 모르게 황후를 연모하는 마음이 생기고 말았어.
왕건 ............
궁예 오는 길에 멀리 밭에서 일하는 농부 하나를 보았네. 낮에는 그렇게 밭에 나가 일을 하고 또 밤에는 사랑하는 안해와 가족들과 오순도순 그렇게 사는 것이 참다운 인간의 행복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네.
왕건 .............?
궁예 그러나.. 그러나... 그것이 과연 나의 운명일까? 허허허.. 그건 아닐 게야.. 나는 내 운명을 알고 있네.. 영원한 미륵의 제국을 세우는 것이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네.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지.
왕건 ..........
궁예 아우가 도와주어야 하네. 난 자네만 믿고 있어. 이번 순행길에 자네를 데려온 이유도 그것이야. 세상을 알고 우리가 서로를 좀 더 자세히 알아야해. 난 자넬 크게 쓸 것이야. 내 말을 알겠는가?
왕건 .........황공하옵니다, 폐하...
궁예 아우와 나, 둘이서 해내는게야. 미륵의 대제국을 우리가 함께 세우는 것이란 말이야.
신뢰와 정이 묻어나는 궁예와 왕건의 모습에서...
씬 그 일각
박지윤과 유장자, 장자1, 2가 모여 있다.
장자1 가도 가도 끝이 없사옵니다. 참으로 드넓은 영토가 아니옵니까?
박지윤 저 요동 벌판과 발해의 영토를 제외하고는 옛 고구려의 영토를 거의 복원하신 셈이지요. 폐하께서는 불과 몇 년만에 그것을 다 이루셨어요.
유장자 게다가 남쪽으로는 옛 고구려의 영토를 넘어서고 있소이다.
장자2 그렇사옵니다. 우리가 다음에 갈 충주와 청주, 그리고 웅주는 옛 백제의 영토가 아니었사옵니까?
박지윤 아 그렇구 말구요. 특히나 웅주는 백제의 옛 도읍지 중의 하나가 아니었소이까?
장자1 웅주의 귀부는 참으로 의외이옵니다. 아무래도 백제와 심정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일 터인데...
유장자 웅주와 백제 사이에는 금강이 가로 막고 있고, 우리 고려와는 바로 땅이 인접해 있소이다. 자신들의 영토를 보존하자면 우리 고려와 손을 잡는 편이 더 안전했겠지요.
장자2 어쨌든 웅주의 이치라는 사람이 우리 폐하께 내투한 것을 알면 견훤왕이 배가 좀 아프겠사옵니다. 아니 그렇사옵니까? 하하하..
박지윤 이를 말씀이겠소이까? 하하하.
모두들 그렇게 웃는데..
유장자 그나저나 폐하께서 황후마마와 합방을 하셨다 하오니 황실의 크나큰 근심 하나가 덜어졌사옵니다.
박지윤 누가 아니랍니까? 그 동안 그 일 때문에 얼마나 노심초사했습니까? 왕손이 많이 퍼져야 황실과 나라가 안정되는 것이 아니오이까?
장자1 그렇사옵니다. 그렇구 말구요. .
천둥, 번개가 요란하다.
유장자 또 비가 내리려나 봅니다. 장마비가 끈질기기도 합니다 그려..
씬 인서트(밤)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씬 연화의 거소
이 곳에서도 빗소리가 들려온다. 연화가 멍한 표정으로 처량하게 앉아 있다.
슬이(E) 마마, 슬이옵니다.
연화 .....들어오너라.
슬이가 들어와 아뢴다.
슬이 마마... 곧 저녁 연회가 있을 것이라 하옵옵니다. 차비를 하시오소서.
연화 만찬이라....
슬이 예, 마마.
연화 (한숨)......왕장군도..... 참석하겠지?
슬이 ......?
연화 슬아..... 폐하와 밤을 지새웠느니라. 무슨 마음으로 그 분의 얼굴을 대한단 말인가? 내가 어떻게.......(도리질). 아니 아니다. 내가 괜한 소리를 하고 있구나.. 벌서 오래 전에 다 잊기로 한 것이 아니더냐....
슬이 마마....?
연화 ..........
연화는 기어코 눈물을 보이고 만다. 슬이도 마음이 좋지 않은 듯 고개를 숙인다.
연화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구나. 참으로 모르겠어....벌서.다 끝난 일이거늘... 내 지아비는 폐하이신데....
씬 궁예의 처소
내관들이 궁예에게 옷을 입혀주고 있다.
은부 저녁 연회가 준비되어 있사옵니다. 인근 고을의 수령들도 모두 참석할 것이옵니다.
궁예 그런가?
은부 하옵고 폐하, 폐하께서 알아보라고 하신 부석사 말이옵니다.
궁예 그래, 알아 보았는가?
은부 예, 폐하... 이곳 봉황산 중턱에 있는 사찰이옵니다. 화엄교단으로 의상조사가 왕명으로 세웠다고 하는데, 달리 특별한 점은 없었사옵니다.
궁예 헌데... 허월대사가 왜 내게 그 곳에 가보라 하셨을꼬..우리ㅓ에게 그러지 않았는가...부석사에 가 볼만 할것이라고.....?
은부 .......예, 물론 그랬사옵니다.....그러고보니 참, 한 가지 빠트린 것이 있사옵니다.
궁예 .......?
은부 그 곳에 옛 신라왕의 영정이 있다 하옵니다.
궁예 신라왕의 영정?
은부 예, 폐하..
궁예 어느 왕이라고 하던가?
은부 거기까지는 알아보지 못했사옵니다...... 곧 알아보겠사옵니다.
궁예 아니야.. 가보면 알게 될 터인데.. 음... 신라왕의 영정이라... 누굴까...?
궁예의 의문 어린 표정에서....
씬 왕건의 처소 앞
비가 내리고 있다. 왕건이 그윽한 눈으로 계속해 내리는 비를 보고 있다. 그 때 유장자가 다가온다.
유장자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일세.
왕건 ...(돌아보며) 유장자 어른이 아니시옵니까?
유장자 아무래도 순행길이 더디어질 것 같구먼.
왕건 그렇겠지요.
유장자 (나란히 서서 비를 보다가)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있었는가? 혹시 옛 생각에 잠겨 있었던 거은 아닌가...허허허허?
왕건 (미소) 지나간 일은오래 전에 다 버리고 잊었사옵니다.
유장자 허허허.. 그렇다면 다행이고....
왕건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되짚어 보고 있었사옵니다. 어찌하는 것이 폐하의 황은에 보답하는 길인가,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사옵니다.
유장자 그랬는가? 허허허.. 자네는 지금의 자리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모양일세 그려..
왕건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유장자 이 나라가 세워지지 않았다면 자넨 송악의 성주로서, 또 거상으로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저 넒은 바다를 누볐을 것이야.
왕건 .........?
유장자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닭의 머리가 되라는말이 있네. 장부로서 누군가의 수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지. 아니 그런가?
왕건 글쎄올습니다. 사람마다 제각기 타고난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닐런지요?
유장자 그래서 하는 말일세. 자넨 결코 남의 아래에 있을 사람이 아닐세. 그건 내가 잘 알지. 어려서부터 자넬 보아오지 않았던가?
왕건 (정색하며) 어인 말씀이옵니까?
유장자 아닐세.. 그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게야. 폐하께서 자넬 지극히 총애하고 계시니 뭐 크게 걱정할 것이 있겠는가마는....사람의 마음이란 자주 바뀌고 오래 가는것이 아니라놔서 ..... 허허허.. 미련하지 않은 사람은 형편이 좋을 때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자신의 입지를 준비해 놓는다네....
왕건 .........?
그 때 문이 열리며 염상과 금대가 들어와 어디론가로 향한다.
유장자 염부장이 아닌가?
왕건 ......?
유장자 벌써 송악에 다녀오는 모양이구먼....
뭔가를 생각하는 왕건의 모습에서......
씬 동 내아
염상과 금대가 들어와 군례를 올린다. 은부가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을 맞고 있다.
염상 장군..
은부 어서 오게. 황도는 별 일 없는가? 내원께서도 무고하시고?
염상 예, 장군.
은부 들어가세. 폐하께 보고를 드리도록 하게.
염상 예..
그들 안으로 들어가면..
씬 궁예의 처소
염상과 금대가 궁예에게 예를 갖춘다.
궁예 어서오게. 궂은 날씨에 고생이 많았네.
염상 아니옵니다, 폐하.
궁예 그래 나라 안의 사정은 어떠한가?
염상 별다른 문제없이 평온을 유지하고 있사옵니다. 북원 마님의 위령제도 성대히 잘 치뤘사옵니다.
궁예 (끄덕이고) ....신라와 백제의 사정은 어떠하다던가?
염상 견훤이 대야성에서 군사를 물리고 있다 하옵니다. 아마도 이번 전쟁에서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옵니다.
궁예 소식 들었네. 우리도 이번 일은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할것이야. 독이 오르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는 사실 말일세. 아직도 신라는 엄연하게살아 있었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참으로 대단한 일이지. 고목이 쓰러지는데는 그만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견훤왕이 모르고 너무 서둘렀어. 하하하하하하하.....
은부 그러하옵니다, 폐하. 훗날 신라를 도모하실 때 백제의 이번 전쟁을 장수들에게 주지시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겠사옵니다.
궁예 그래, 그래야겠지. 그리고. 어찌 됐든 우리가 순행하는 동안 모든것이 안정되어 있고 평안하다니 다행이구먼. 과연 내원일세. 혼자서 이 큰 나라를 잘 무마하고 있지 않은가? 대단해..
흐뭇하게 웃는 궁예의 모습에서..
씬 송악/황궁 외경
종간(E) 이번 순행길은 그 내용으로 볼 때 실패작이올시다..
씬 동 내원
종간과 강장자 부부가 자리해 있다.
종간 여러가지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고..
강장자 ......북원 부인의 일... 말이옵니까?
종간 (한숨처럼) 그렇사옵니다. 어차피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보았어야 했지만.. 그 과정이 좋지 않았사옵니다.
백씨 위령제를 지내신 것은 참으로 잘하신 일이시옵니다.
강장자 그렇사옵니다. 주위의 칭송이 자자하옵니다. 백성들은 마음 속으로 북원부인의 일을 가엾게 여기고 있었사옵니다.
종간 그나마 폐하와 황후마마께서 합방을 이루셨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긴 합니다만...
강장자 이를 말씀이겠사옵니까? 그 일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걱정을 했사옵니까? 허허허.. 참으로 다행이지요. 다행이예요.
종간 폐하께서 돌아오시는대로 다시금 나라 안팎을 추스려야 할 것입니다. 국가체제도 확고히 정비하고 또 새로운 영토를 확장하는 일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자면 대대적으로 군비를 확보해야 할 것인데.. 재원을 조달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강장자 .........?
종간 일전에 송악 포구가 다시 번성하고 있다고 하셨던가요?
강장자 예, 예..... 그랬지요.
종간 이는 모두가 송악이 황도가 되고 이 나라가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입니다. 마땅히 국가를 위해 헌신을 해야 하겠지요.
강장자 그야... 지당하신 말씀이지요. 그리해야겠지요. 모두가 폐하와 내원님의 은덕이 아니옵니까? 허허허...
종간 ......(미소를 지으며 끄덕인다)
씬 예성강 포구
상인들과 뱃사람, 짐꾼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짐바리들이 수없이 오고가고 있다. 왕식렴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고, 왕신도 곁에서 돕고 있다.
씬 동 한켠
그 한켠에서 왕평달과 두 사부가 배에서 짐바리들을 내리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변사부 신이 공자님께서도 이제 어지간히 장사일에 익숙해지신 모양이옵니다.
마사부 그러게 말입니다, 허허허...
왕평달 ....장사도 장사지만 그 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상인들간의 길을 여는 것일세. 장사꾼이란 세상 천지 가지 않는 곳이 없는 사람들일세. 저들은 나라 안팎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두루 꿰고 있어. 나는 저 사람들을 어떻게 묶어 세울 수 있을까 그것이 고민일세.
두 사부 ............?
왕평달 훗날을 위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네. 그리되면 재물이야 절로 들어오는 것이지.
변사부 식렴 공자께서 그 일을 맡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마사부 그러하옵니다. 왕공자께서는 신라와 백제 일대의 사정을 아주 상세하게 그리고 정확히 보고 받고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왕평달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네. 지금부터는 백제와 신라 땅에 오래 전부터 뿌리를 박고 살면서 그곳의 사정을 전해줄 이른바 고첩들이 필요하네. 적국 속에 완전한 우리 사람들이 있다면 ...더 바랄게 무엇이 있겠는가?
변사부 (감탄) 생각이 벌써 거기에까지 미치셨사옵니까?
왕평달 (끄덕이고) 해서 그런 형편을 좀 알아볼겸해서... 식렴이를 보내는 것을 생각중이네마는....
변사부 공자님을 ....말이옵니까?
마사부 적국을 오가는 일이옵니다. 그것은 너무도 위험한 처사이시옵니다.
왕평달 자식이라고 해서 안으로 끼고 있을 수만은 없은 일.... 아직 이곳 사정에 서툰 신이를 보내기는 좀 어려울 듯 하고.... 그래.. 식렴이가 적격은 적격인데......
변사부 글쎄올습니다.한번 더 생각하심이............
왕평달 ...........
씬 그곳 어느 주막
환선길, 이흔암, 복지겸이 술상을 놓고 둘러 앉았다. 이곳에서도 포구의 바쁜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환선길 나라가 편안하니....어렵던 송악도 다시 장사가 번성하는구먼, 그래.
이흔암 그러게 말이옵니다. 참으로 대단하옵니다.
환선길 요즈음 같으면야 그야말로 태평성대란 말이 절로 나오는구먼.. 아니 그런가? 전쟁도 별로 없고.....
이흔암 아 그렇지요. 변방도 안정되어 있고 송악의 왕씨들 장사도 이리 잘 되고 있으니 태평성대지요. 허허허.. 그러고보면 우리 장수들중에 왕건장군이 가장 부자가 되겠습니다그려....예?
환선길 허허허...그렇게 되네 그려. 부자 장군이라...부자 장군이라....하하하하...하지만 언제 전장터에서 죽을지 모르는 장수에게 그까짓 재물따위가 다 무슨 소용인가? 그저 술이나 실컥 마시다 죽는것이 최고의 사는 맛이지....자..더 마시세 그려.
복지겸은 말없이 포구 쪽만 바라보고 있다.
이흔암 아 복장군..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는 게요? 자 한 잔 받으시지요. (잔을 건넨다) 이제 그만 다 잊으시오. 그런다고 죽은 북원부인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지 않소이까?
복지겸 ...................................
환선길 죽은 그 양길의 딸에 대해서 장군은 할만큼 했소이다.
이혼암 허허허...그랫지요. 그래서 여러번 눈치도 받았고.....
복지겸 사람에겐 정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걸 지키려 했을 뿐이지요.
환선길 복장군의 그런 의리를 이 고려국어ㅔ서 모르는이 하나도 없소이다.자자...한잔 드시구려...?
복지겸 고맙소이다.
이혼암 북방에 다녀온 뒤로 너무 쉬고 있어요. 허벅지에 살이 올랐어요. 장수가 허벅지에 살이 오르면 곤란한 일이지. 말을 다루기가 어렵단 말이야... 다시 전쟁터로 나가고 싶소이다. 군인에게는 싸움이 있어야해.
환선길 옳은 말일세...우리 내원 어른에게 한 번 청을 넣어보면 어떨까.. 신라에서 코가 쑥 빠진 저 백제국의 견훤이를 잡으러 가자고 말일세.
환선길 핫하하하하...견훤이를 잡으러요? 그거 신나는 말씀이십니다요. 형님
.
두사람은 박장대소를 한다. 복지겸은 그저 먼 산을 그렇게 보고 있다.
씬 완산주 길
견훤군이 돌아오고 있다. 장졸들은 모두 지치고 피곤해 보인다. 행열 속에는 병자들이 끝도 없이 밀려가고 있다... 저만큼 완산주 성이 보여 온다.
씬 동 성안
박씨들과 고비, 환관들과 궁녀들이 성 밖으로 나와 황제 일행들을 맞고 있다. 다가오고 있는 견훤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 없다. 박씨가 나서며 인사를 올린다. 장수들도 박씨에게 예를 올린다.
박씨 폐하, 원정길에 얼마나 노고가 크시었사옵니까...?
견훤 들어 갑시다.
고비 폐하.....얼마나 노고가 크시었사옵니까?
견훤 가세.
박씨 (아들들을 보며) 너희들도 무사 했구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던데.....너희들은 무사했어....
신강 어마마마..........
견훤이 불쾌한 헛기침을 날린다. 그러자 신강이 찔끔한다. 박씨는 그제서야 눈치를보며 몸을 사린다. 이들 그렇게 안으로 들어 간다.
씬 정전 외경
씬 동 정전
견훤이 조회(보고대회)를 주재하고 있다. 문무 신료들이 가득 모여 있다. 한동안 말이 없던 견훤이 이윽고 입을 뗀다.
견훤 경들은 들으시오.
신료들 예....
견훤 경들도 아다시피 우리는, 우리 백제의 불구대천의 원수 신라를 정벌키 위해 대야성으로 진격을 했소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곳을 끝내 점령하지 못하고 이렇게 빈손으로 돌아오고 말았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무도 비통하게도 짐의 용맹한 철기군이 막강한 타격을 입었소이다. 너무도 많은 군사들이 죽었어..
신료들 ..........(숙연).....
견훤 허나 승패는 병가지 상사라 했소이다. 왜 우리가 패배하게 되었는지 한쪽으로 차분히 검토해 봐야겠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은 짐에게 있소. 짐이 그릇된 판단을 내려 그리된 것이오.
신료들 ...........
능환 ....................
추허조 파진찬의 책임도 크옵니다. 죽기 살기로 싸워도 시원찮을 판에 이러쿵 저러쿵 처음부터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말을 해서 군의 사기를덜어트렸사옵니다.
견훤 허허...추장군....?
추허조 ......예, 폐하..
견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더 이상 공과를 논하지 말라 하지 않았어!
추허조 .....하오나.....(잔뜩 불만이다)
최승우 .........
능환 ........(한숨).......
공직 폐하, 실패를 겪어본 사람만이 스스로의 장단점을 바로 볼 수 있는 것이옵니다. 여러 가지로 손실을 입긴 했사오나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전쟁의 크나큰 수확이라 사료되옵니다.
박영규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번 전쟁을 거울 삼아 새롭게 고칠 것은 고쳐가면서 후일을 도모하셔야 할 줄로 아옵니다.
김총 그러하옵니다. 우리군은 진 것이 아니라...물러난 것이옵니다. 반드시 다음의 일을 생각하시고 ...대야성을 꼭 함락 시킬 일을 분부하셔야 할줄 아옵니다.
견훤 옳은 말이야 김총장군. 허나 아무리 좋은 말을해서 변명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이번에 분명 패전했어.
모두들 ............?
견훤 그러나 김총장군의 말처럼...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저 대야성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야. 반드시.....이 점을 잊지 말라는 것이야...
모둬들 망극하옵니다. 폐하......
견훤 삼한의 전역에 대백제국의 깃발을 날리는 그 날까지 우리는 싸우고 또 싸워야 할 것이오. 두번 다시 실패해서는 아니될 것이오.두번 다시.......
견훤의 주먹을 불끈 쥔 그 안타까운 결심에서........
씬 황후전
박씨와 두 아들이 마주해 있다.
박씨 (눈물이 글썽이며) 그래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서 참으로 고맙구나.
신검 .........
박씨 너희들 소식을 들었느니라. 허나 기죽을 것 없느니라. 아직 너희들은 어리지 않느냐?
신검 부끄럽사옵니다, 어마마마.
박씨 아니다.. 그렇지가 않느니라.. 폐하께서 너희들에게 호되게 야단을 치셨겠지만 그건 다 너희들을 위한 것이니라. 이 에미는 너희들을 믿느니라.
신검 ..............
양검 어마마마께서는 별고 없으셨는지요?
박씨 ....별일이야 있었겠느냐만은...
신검 무슨 일이 있었사옵니까?
박씨 (뭔가 말을 하려다가) 아니다.. 너희들에게 말해 무엇하겠느냐? 혼인정책이니 뭐니 하면서 이 에미를 설득한 너희들이니...무얼 더 말하겠는가마는....
양검 ......고비라는 여인 때문에 그러시옵니까?
박씨 ......참으로 방자하기가 이를 데가 없더구나.. 폐하께서 아니 계시는 동안 문안 인사도 거르질 않나..
신검 .........
박씨 왜, 이 에미가 투기를 하는 것 같으냐?
신검 아니옵니다, 어마마마..
박씨 궁중의 여인들은 이 에미가 관장하느니라. 아무리 폐하와 연을 맺었다 하더라도 그리 방자해서야......
신검 어마마마께서 잘 타이르시오소서.
박씨 타일러서 될 일이 아니니라... 폐하께서 싸고 도시는 한 쇠귀에 경읽기니라.. 어디 까지 가나 두고 볼 것이니라..
신검형제 .......
박씨 .......
박씨의 분기탱천한 모습에서...
씬 견훤의 대전
견훤이 침울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고비가 곁에 앉아 있다.
견훤(E) 대체 무엇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대백제국의 황제인 내가 작은 읍성 하나 함락시키지 못하고 무릎을 꿇다니...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천천히 도리질을 친다) ......그래.. 이찬 그 사람은 이미 늙었어. 전선에는 이제 부적합한 사람이야.. 그래.. 그러는 것이 좋겠어...
고비가 물끄러미 보다가
고비 폐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옵니까?
견훤 아닐세..
고비 ........?
그 때 밖에서 내관이 아뢴다.
내관(E) 폐하, 파진찬께서 드셨사옵니다.
견훤 들라 하라.
최승우가 안으로 들어온다.
최승우 찾아계셨사옵니까, 폐하?
견훤 이리 앉게. ......그래 다른 전선의 사정은 어떠한가?
최승우 별다른 변동은 없사옵니다. 북쪽의 궁예는 여전히 긴 순행길에 올라 있다 하옵니다. 현재 내령군이라는 곳에 머물러 있사온데, 곧 그곳을 떠나 충주로 갈 것이라 하옵니다.
견훤 충주라... 충주.. 이번 순행길은 꽤나 길게 ㅈ 모양이로구만(사이) 그건 그렇고... 이보게 파진찬.
최승우 예, 폐하..
견훤 내 곰곰이 생각해 보았네마는.....
최승우 ........?
견훤 이제부터 군사의 일은 자네가 혼자서 맡아주어야겠어.
최승우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그 일은 이찬께서.......?
견훤 내 말대로 하게. 이찬은 나라 안의 일을 맡게 될 것일세. 자네는 이제 전쟁에만 전념을 하게. 아, 외교관계도 맡아야 겠지. 그 일도 자네 만한 사람이 없지..
최승우 하오나 폐하..
견훤 짐의 뜻은 확고히 정해졌네. 그리하도록 하게.
최승우 ..........
견훤 어찌 대답이 없는가?
최승우 .......알겠사옵니다, 폐하..
견훤 그럼 그 일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그만 나가보게. 가서 전 군사에 관한 일들을 다시 한번 점고해 보게나.........
최승우 예ㅡ 폐하...
최승우가 대답하고 밖으로 나간다. 고비가 곁으로 달라 붙으며
고비 폐하, 그 동안 참으로 상심이 크셨겠사옵니다. 전염병까지 돌았다니 얼마나 놀라셨사옵니까? 이제 이곳에서 푹 좀 쉬시오소서.
견훤 그래.. 그래야겠구나....참으로 지루하고 힘든 나날이었다.
피곤한듯 등을 기대며 눈을 감는다. 고비가 견훤의 뒤로 다가가 어깨를 주무른다.
견훤 시원하구먼.. 허허허...
고비 폐하,
견훤 음..?
고비 곧 시아버님의 생신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견훤 .....? 그걸 어찌 알고 있는가?
고비 어찌 알다니요..... 이제 신첩도 황실의 사람이 아니옵니까?
견훤 ...허허허 그런가?
고비 사벌주로 찾아 뵈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견훤 반겨하지도 않으실 텐데.. 가면 무엇하겠는가?
고비 그래도 아버님의 생신이 아니옵니까? 기쁜 날에 찾아가 뵈오면 달라지실 것이옵니다.
견훤 그대가 아직 아버님을 몰라서 하는 말이야.. 아버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네..
견훤의 찡그리는 표정에서..
씬 사벌주 성
아자개(E) 하하하.. 견훤이 놈이 대야성에서 무릎을 꿇었겠다?
씬 동 성안
아자개와 계모, 대주도금이 자리해 있다.
아자개 하하하....겁없이 날 뛰더니 그거 안되었구나.....
계모 누가 아니랍니까? 호호호...
아자개 내 그리 될 줄 알고 있었어. 제깟 놈이 감히 황제를 칭하고 서라벌을 넘봐? 어림도 없는 일이지. 암, 그렇구 말구.
대주도금 아버님... 오라버니의 일이옵니다. 어찌 그리 말씀을하시옵니까?
계모 오라버니는 무슨 놈의 오라버니? 위 아래 모르고 설치더니 잘 된 일이 아니더냐?
대주도금 어머님...?
계모 사실이 그렇지 않느냐? 내가 틀린말을 했느냐?
대주도금 .......(외면하며 아자개에게) 아버님, 머지 않아 아버님의 생신이시옵니다. 이번 기회에 견훤 오라버니와 능애 오라버니를 부르시어 가족간에 화합을 다지시오소서.
계모 무슨 소리냐 그게? 화합을 다져? 맏이와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대주도금 지금 당장 함께 살지는 못하더라도 집안의 대소사는 함께 해야하지 않겠사옵니까? 그 오라버니들이 남이옵니까? 서로 오가다 보면 차츰 오해도 풀릴 것이고 가족간에 정도 생길 것이옵니다.
계모 도저히 못말릴 아이로구나. 네가 정말 내 속에서 나온 내 딸이 맞느냐?
용개 어머님 말씀이 맞느니라.. 넌 어찌 그 형님들만 생각하느냐? 어머님이나 우리 형제들의 처지도 생각을 해야지.
대주도금 오라버니까지 그러시옵니까?
아자개 그만들 두거라. 견훤이와는 이미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더냐? 나는 말이다. 견훤이 놈이 적어도 이 아비의 대를 잇기를 바랬다. 이 곳에서 아비의 이름을 걸고 일어나 지금처럼 되엇다면 내가 왜 저 놈을 미워해...?
대주도금 아버님...?
아자개 헌데 이놈이 처음부터 이 아비를 무시하고 가버렸어. 나를 비웃으면서....제 멋대로 내가 지어준 성과 이름까지 바꾸어 버렷어. 나는 이 아자자개인데 저 놈은 성씨가 견씨래...견씨....이런 배은 망덕한 놈이 있는가 말이야....
대주 하지만 아버님....거친 세상을 살려다보면 그런 수도 잇는 것이옵니다. 아버님이 싫은 것이 아니옵니다.
아자개 그만 두거라.
대주 이번 기회에 곡 화해하시오소서.....
아자개 화해.....? 나는 저놈 이름만 들어도 인상이 찌푸려져.....그저 우리는 우리 끼리 사느게야...우리끼리............
씬 충주 관아 외경(밤)
박술희(E) 아자개가 그렇게 술을 좋아한단 말인가?
씬 동 관아 안
세 의형제가 모여 있다. 소금장수 차림의 첩자들이 보고를 하고 있다.
첩자1 그러하옵니다. 술이라면 만사를 제쳐놓는다 하옵니다.
박술희 (눈을 가늘게 뜨며) 그래.....? 술이라... 술.. (무릎을 치며) 그럼 됐느니라!
능산 .......? 되긴 뭐가 됐다는 말인가?
박술희 아자개 장군에게 보낼 선물 말이옵니다. 곧 생신이라 하지 않았사옵니까?
유금필 뭐라? 적장에게 선물을 보내? 자네 지금 제 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박술희 말짱하옵니다, 형님..
유금필 ....허..
박술희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시지 마시오소서. 이 아우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옵니다. 적의 전력을 탐색해야 할 것 아니옵니까? 훗날에 대한 대비책이옵니다.
능산 그래도 그렇지.. 그건 아니될 말일세.
박술희 참 형님들두 답답하시옵니다. 아, 적을 알아야 싸울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밖에 부장 있는가?
부장이 대답하고 들어온다.
박술희 이 길로 조령을 넘어 상주에 다녀오게.
부장 (뜨악한) 예?
박술희 아자개 장군의 생신 때 이 몸이 직접 축하사절로 가겠다고 일러놓게.
능산 이보게 술희, 자네가 직접 가겠다는 겐가?
박술희 기왕에 인심을 쓰는 일이니 장수인 제가 가야겠지요. 아니면 형님이 가시겠사옵니까?
능산 뭐라?
유금필 농은 그만하고, 그래 가서 어쩌겠다는 겐가?
박술희 말 그대로 축하사절로 가는 것입지요. 이참에 대주도금이라는 여인도 만나보구요. 헤헤헤..
능산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었구만.
박술희 그래서 일석이조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능산 허 이거야...
유금필 아무래도 난 마음이 놓이질 않네.. 자네가 하는 일은 늘 위태위태 하단 말이야..
박술희 염려 놓으십시오, 형님. 이번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사옵니다. 자 어서 다녀오게.
부장 예, 장군..
부장이 대답하고 밖으로 나간다. 유금필과 능산이 도리질을 친다.
첩자1 (일어서며) 소인들도 이만 길을 떠나야겠사옵니다.
유금필 그래 이제 어느 곳으로 갈 것인가?
첩자1 백제와 상주 일대를 두루 살펴보았으니 송악으로 가봐야겠지요. 왕공자님께 그간의 일들을 보고해 올려야 하옵니다.
유금필 (끄덕이며) 그래.. 그 동안 수고가 많았네. 자네들의 소임이 참으로 막중하네.. 가는 길에 몸조심들 하게.
첩자1 알겠사옵니다, 장군..
유금필 어서 가보게.
첩자들 예, 장군..
그들이 밖으로 나간다.
능산 참으로 믿음직스러운 사람들이 아닙니까, 형님?
유금필 그러게 말일세.. 어느새 저런 사람들을 모았는지, 하여간 송악 분들은 대단한 사람들일세.
박술희 그나저나 폐하께서 곧 이 곳 충주로 오신다지요?
유금필 우리 주군도 함께 오실 것일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순행 행차를 맞아야 할 것일세.
능산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마땅히 그리 해야지요.
씬 산 길(낮)
궁예들과 내령군 태수들이 부석사로 가고 있다.
내령태수 다른 곳도 많은데 어찌하여 한사코 부석사를 찾으시옵니까?
궁예 짐은 승려요. 승려가 절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오?,,,,,그리고... 명주의 허월 대사께서 꼭 한 번 보아야 할 것이라고....했소이다....그러니 궁금할 밖에......
내령태수 아 그러시옵니까?
은부 얼마나 더 가야 하오?
내령태수 이제 다 와 가옵니다.
그 때 저 앞에서 스님들이 나와 기다리고 있다.
내령태수 저기 부석사의 스님들이옵니다.
궁예 오 그래요?
궁예들과 스님들의 사이가 가까워진다.
주지 어서 오시오소서, 폐하.. 폐하께서 왕림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궁예 고맙소. 자 가십시다.
주지 예, 폐하..
그들 그렇게 다시 부석사 경내로 향한다.
씬 부석사 경내
부석사 경내를 궁예들이 걷고 있다.
궁예 이 부석사는 의상대사의 법통을 따르는 제자들이라 알고 있소이다. 의상대사께서는 이 땅에 화엄종을 뿌리내리신 분이지요. 그대들도 공부를 해서 알고 있겠지만 화엄경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십지(十地)에 있소이다. 십지가 무엇이오?
승려들 ..............
궁예 보살이 수행을 해 나가는 열가지 단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오? 그 마지막 단계 법운지에 보면 이렇게 말하고 있소이다.. '무수한 여래가 대법의 비를 뿌려 이를 다 증득(證得)하고, 스스로 대자비심을 일으켜 중생의 무명·번뇌의 불길을 꺼버린다.' 즉 보살이란 자신을 위하여 깨달음을 얻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깨달음의 길에 나아가게 하는 이타행이 있어야 한다 하는 것이외다.
왕건 .........
궁예 결과적으로 우리 미륵의 나라와 같은 생각이요. 남을 위해서 살고 남을 통하여 행복을 얻는 삶 말이오.
승려들 예...페하
씬 동 경내
그들 그렇게 걷다가 나무 한 그루가 피어 있는 곳 앞에서 멈춰선다.
궁예 참으로 범상치 않은 나무로다. 저 나무의 이름이 무엇이오?
주지 선비화라 하옵니다.
은부 선비화?
주지 의상대사께서 지니고 다니셨던 지팡이가 다시 살아나 나무로 화한 것이라하옵니다.
궁예 (고개를 끄덕이며) 오.. 이 나무가 말로만 듣던 선비화였구려. 역시 의상대사께서는 희대의 고승이시었소이다.
주지 ...........
은부 폐하.. 허월 대사께서 이곳에 와보라 한 것을 이제야 알 것 같사옵니다.
궁예들과 스님들이 그 것을 지나 어느 전각에 이르고 있다
주지 바로 이곳이옵니다.
궁예 허어...그래요....? 이 곳에 신라 왕의 영정이 있다....?
주지 그러하옵니다
주지가 그 전각의 문을 연다. 모두들 안을 들여다본다. 궁예도 안을 본다. 과연 신라왕 차림의 그림이 한점 벽에 걸려 있다.
궁예 이 분은 신라의 어느 임금이오?
주지 예, 소승이 듣기로는..신라 48대 임금이신 경문대왕의 화상이라 했사옵니다.
궁예 ..(놀라)..? 뭐라? 경문....대왕...? ( 어지며) 경문대왕...?
궁예의 안색이 흑빛으로 굳어진다. 모두들 의아해 궁예와 화상을 번갈아 본다. 궁예는 분노로 떨기 시작 한다.
궁예(E) 이 사람이....이 사람이.... 내... 아버지란 말인가...? 내... 아버지...? 핏덩이인 나와 내 어머니를 버린 바로 그 사람이란 말인가...?
궁예의 모습 위로 유모가 갓난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는 장면, 위홍이 쫓던 장면... 그리고 죽주 어느 암자에 있는 어머니의 모습 등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생전의 그 나약했던 경문왕의 웃는 얼굴이 아주 천천히 화상 위로 겹쳐지고 있다.
궁예 (증오처럼) 경문대왕이라....... 경문대왕......!
돌연 궁예의 눈빛이 증옹로 빛난다. 갑자기 은부의 칼을 빼어든다.
궁예가 실성을 했는가.....사람들은 그런 궁예를 놀라서 보고 있다.
궁예 경문대왕이라고....... 이 그림이 경문대왕이라고 했겠다? 경문대왕?
모두들 ...........
왕건 폐하...........?
궁예 이런 나약한 임금이 대왕은 무슨 대왕이란 말인가....!
궁예는 은부의 칼을 들어 그림을 친다. 칼은 그림을 뚫고 들어가 나무기둥에 반쯤 박혀버린다. 모두들 크게 놀라며 경악한다. 궁예가 그 칼을 빼려하지만 빠지지 않는다. 다시 그대로 칼을 놓고 타오를듯한 눈빛으로 그림을 본다. 그림에서 피가흐르기 시작 한다. 모두들 놀란다....
궁예 경문대왕이라고...경문대왕...? 핫하하하하하하......썩어빠진 인물 같으니라고,.......경문대왕....?
궁예가 중얼거리며 천천히 돌아선다. 그런 그의 표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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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