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변호사 결탁 의혹/ 동아일보>
“그 변호사에 맡기면 뭐든지 승소…”
광주지법 법정관리인 파문
“그 변호사에게 맡기면 뭐든지 승소한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심지어 수임했다가 사건을 빼앗긴 변호사도 있었습니다.”
광주지역의 한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은
선재성 광주지법 제1파산부 수석부장판사(49)의 고교 동기인
강모 변호사(50)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적절한 법정관리인 및 법정관리인대리, 감사 선임 논란에 휩싸인
선 판사와 강 변호사의 결탁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강 변호사가 맡으면 승소한다”
강 변호사는 선 판사가 지난해 2월 파산부를 맡으면서
수임 건수가 크게 늘었다.
지역 법조계에선 강 변호사의 수임 건수가 늘어난 것이
선 부장판사와의 친분 때문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광주지역 한 변호사는 “선 판사가 고법 부장판사를 마치고
지법 파산부를 맡은 후 강 변호사 주가가 올라간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선 부장판사가 겸임하고 있는
제10민사부 사건 소송도 많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10민사부는 가처분 신청이나 재정 결정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광주지역 한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은
“강 변호사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선 판사가 지법 수석부장판사를 맡으면서부터
‘톱 5’ 안에 들 정도로 잘나갔다”고 전했다.
광주지법 파산부의 기업회생 개시 결정 과정에서
“부당하게 회사를 빼앗겼다”며 광주지검에 진정서를 낸 정모 씨(51)는
“강 변호사가 선 부장판사의 동기생이고
법정관리 소송을 하면 다 승소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6월 2200만 원을 주고 A 변호사를 선임했으나
당시 동업자였던 최모 씨가
강 변호사에게 5200만 원을 준 뒤
A 변호사 선임을 취소하라고 권유해 그렇게 했다”며
“그만큼 파워가 있기 때문에
최 씨가 관리인으로 선임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 부장판사가 관리하는 법정관리기업 감사인 B 씨는
“법정관리회사 처지에서는 정상 절차를 통해 부장판사를 만나려면
사전 약속을 해야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다”며
“강 변호사 같은 법정관리인대리를 통해
회사가 필요한 사항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법정관리인대리하면서 회생 소송도
법정관리기업인 S건설 측은
“광주지법 제1파산부가 지난해 4월경
강 변호사를 S건설 등 3곳의 관리인대리로 임명해
매월 5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법정관리인대리는 규모가 큰 법정관리기업 관리인에게
법률자문 등을 하는 자리다.
강 변호사는 S건설 법정관리인대리를 맡으면서
S건설 광주전남지역 소송은 물론
다른 기업들의 회생절차 소송도 맡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고 있다.
관리인대리가 주무 재판부인 파산부 판사를 수시로 만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법정관리인대리가
다른 기업회생 소송을 수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 인사들은
“이는 학연이나 근무인연 등을 활용한
전관예우와 비슷한 비리 구도”라고 입을 모았다.
○ 선 판사 ‘광주 최대 그룹 회장’ 불려
지난해 광주지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대형 중견기업들이 속속 무너졌다.
광주지법 파산부가 지금까지
법인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모두 76곳.
이들 기업의 자산 규모를 합치면 1조 원대를 육박했다.
광주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연간 20조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지역경제의 5%에 해당한다.
선 부장판사는 이들 기업을 회생시켜야 하는
지역경제 최대 책임자다.
지역에서는 ‘광주에서 가장 큰 그룹 회장’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 선재성 부장판사는 누구? ▼
재직 21년중 19년 광주서 보낸 호남의 대표적 향판
친형과 고교 동기생 등 지인을 법정관리기업 감사로 선임해
물의를 빚은 선재성 광주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49)는
이번 비리 의혹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 전까지
나름대로 촉망받는 판사였다.
1990년 광주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2년을 빼고는
19년을 광주지법 관내에서 근무한 광주 전남 지역의
대표적인 향판(鄕判)이었다.
광주일고(55회)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선 판사는
사법연수원(16기)을 거쳐 판사로 임관했다.
그는 1979년 치러진 대입선발 예비고사에서
사실상 ‘전국 수석’을 했던 당대의 수재로도 알려졌다.
1979년은 체력장이 유난히 강화됐던 해로
선 부장은 20점 만점에 13점밖에 받지 못했지만
당시 전국 수석은 만점을 받아
공부 실력으로는 선 부장이 전국 최고였다는 얘기가
광주일고에서 회자됐다.
선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학과(1980학번) 재학 때는
군사정부 시절 소위 ‘언더’(지하 이념서클)로 분류됐던
농촌법학회에 가입해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판사 임관 후에는 광주지법 가정지원장, 순천지원장 등을 거쳐
2009년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지난해 2월부터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로
기업회생, 가처분 사건 등을 전담하는 파산부와
제10민사부 부장판사를 겸임해 왔다.
그는 임대아파트 입주민 권익을 위한 판결,
이혼숙려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한 판결,
파탄 책임자의 이혼 청구를 이례적으로 수용한 판결 등을 통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기사입력 2011-03-07 03:00:00
기사수정 2011-03-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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