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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피에르 가보의 연극 <레오노레 또는 부부의 사랑>을 위해 쓴 장 니콜라스 부이의 대본
대본 요제프 존라이트너
초연 1805년 빈 안 데어 빈 극장
배경 18세기 스페인 세비야 근교 국립 국가사범 감옥
<2018년 3월 세인트 갈렌 극장 / 115분 / 한글자막>
세인트 갈렌 극장 신포니에타 오케스타라 & 합창단 연주 / 오토 타우스크 지휘 / 얀 슈미트-가레 연출
레오노레 혹은 피델리오.........플로레스탄의 아내, 로코의 조수.....자클린 바그너(소프라노)
플로레스탄..........................죄수..........................................노베르트 에른스트(드라마틱 테너)
로코...................................고참 간수...................................보이텍 기르라치(베이스)
마르첼리네..........................로코의 딸...................................타티아나 슈나이더(리릭 소프라노)
야퀴노................................간수, 로코의 조수........................리카르도 보타(리릭 테너)
돈 피차로............................국립 감옥 소장............................로만 트레켈(베이스바리톤)
돈 페르난도.........................스페인 법무대신..........................마틴 섬머(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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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베토벤 <피델리오> - 2018 성 갈렌 극장 실황
한편의 오페라, 영화가 되다
실황을 담은 기록물보다는 한편의 영화에 가깝다. 2018년 3월, 스위스 성 갈렌 극장 실황으로 그간 수많은 음악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온 연출가 얀 슈미트-가레의 프로덕션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색채와 간접 조명으로 일관하는 무대는 감옥은 물론 누명을 쓴 남편 플로레스탄을 찾아 감옥으로 위장 진입한 아내 레오노레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고, 연출가는 붉은색과 열정으로 대변되는 레오노라를 통해 어둠과 붉은색의 대비감으로 미장센을 이끌어간다.
품의 무대도 그렇고 이 영상물도 감각적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해설지(22쪽 분량/영·독어)를 통해 연출론 등을 접할 수 있으며, 보너스 트랙(65분 분량)에는 자클린느 바그너, 에른스트, 기르라치, 타우스크, 슈미트-가레의 깊이 있는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1805년 안 데어 빈 극장에서 초연된 베토벤(1770~1827)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의 원제는 '레오노레'였지만 다른 작곡가가 쓴 같은 이름의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피델리오'라고 바꿨다. 원제목이 타이틀롤이 누구인지를 직접 말해준다.
무대는 스페인 세비야의 형무소. 형무소 소장 피차로의 음모에 의해 플로레스탄은 죄 없이 지하 감옥에 투옥되었다. 남편을 구출하기 위해 남자로 변장한 레오노레는 피델리오란 이름으로, 몸을 던져 남편을 구출한다. 음모의 주인공 피차로는 남편의 옛 친구인 장관에게 체포되고 세인은 그들의 용감한 부부애를 칭찬한다는 줄거리다.
이 영상물은 2018년 3월, 스위스 성 갈렌 극장 실황으로 피델리오 역을 맡은 자클린느 바그너의 열연이 돋보이는 프로덕션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색채와 간접 조명으로 감옥의 답답함과 어둠을 상징하는 무대에 유일하게 붉은 색상의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인물은 피델리오 뿐이다. 그만큼 연출가는 타이틀롤에게 강한 존재감과 특별함을 부여했다. 2막의 오페라에서 마지막에 재회한 레오노레와 플로레스탄이 부르는 '오 형언할 수 없는 이 기쁨'(31트랙)은 이 작품과 프로덕션의 백미이다. 플로레스탄 역의 노베르트 에른스트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이 영상물은 영상 기록물이면서도 한 편의 영화이기도 하다. 연출가 얀 슈미트-가레는 '트럼펫의 신동: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Arthaus Musik 101681), '오페라의 쇼팽'(Arthaus Musik 101513)은 물론 올해 3월에 릴리즈되어 화제가 되었던 '벨 칸토-테너들의 전성시대'(NAXOS NBD 0063-64V) 등의 다큐멘터리의 연출을 맡았던 인물이다. 어두운 시대와 감옥을 상징하는 어둠의 미장센에서 붉은색과 열정으로 대변되는 레오노레의 대비적인 미장센이 감각적이다.
해설지(22쪽 분량/영·독어)에는 트랙, 시놉시스, 에른스트 블로흐의 작품론, 얀 슈미트-가레의 연출론 등이 담겨 있고, 보너스 트랙(65분 분량)에는 자클린느 바그너(레오노레), 노베르트 에른스트(플로레스탄), 보이텍 기르라치(로코), 오토 타우스크(지휘), 얀 슈미트-가레(연출)의 깊이 있는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 작품 해설 === <2012년 4월 16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베토벤 <피델리오>
프랑스 대혁명 당시 귀족부인이 감옥의 남편을 구출한 실화를 소재로 삼음
1805년 원본, 1806년 1차 수정본, 1814년 최종본 완성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희극 오페라를 싫어했습니다. 특히 모차르트 시대의 자유분방하고 통속적인 오페라 부파(opera buffa)를 혐오한다고 말했답니다. 모차르트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에 대해서도 베토벤은 “음악은 천재적이지만 소재는 저속하다. 나는 그런 부도덕한 소재로는 결코 오페라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언했다는 군요. 베토벤이 오페라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뛰어난 오페라 작곡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수없이 많은 고전문학 작품을 오페라 소재로 고려해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베토벤이 원했던 휴머니즘을 담은 소재는 드물었습니다. 모차르트 시대에는 농도 짙은 남녀관계를 다룬 에로틱한 오페라, 마법이나 주술이 등장하는 환상적인 오페라가 인기를 누렸죠. 특히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직후에는 예술성도 없는 아류 희극 오페라들이 들끓어 베토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군요.
하지만 계몽주의의 토대에서 출발한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담은 연극들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베토벤은 그 가운데 프랑스 구출극(救出劇) [레오노르 또는 부부애 Leonore, ou l'amour conjugal]를 오페라 소재로 택할 수 있었지요. 이 소재에서 베토벤이 핵심으로 생각했던 것은 사실 ‘부부간의 신의와 사랑’보다는 ‘독재에 맞서 자유를 쟁취하는 투쟁’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베토벤의 처음이자 마지막 오페라가 되었답니다. 그 이상의 소재를 더는 찾지 못했으니까요.
베토벤의 휴머니즘 이상을 담은 오페라 소재
오페라의 1막은 교도소 마당에서 시작합니다. 간수장 로코의 딸 마르첼리네를 사랑하는 젊은 간수 자키노는 결혼을 서두르려 합니다. 그러나 마르첼리네는 새로 들어온 보조 간수 피델리오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사실 피델리오는 교도소장 피차로가 비밀리에 가둬놓은 정적(政敵)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로, 남편을 구하려고 남장을 한 채 이곳에 들어온 인물입니다. 그녀의 가명은 '남편에 대한 신의(信義)'를 뜻하고 있죠. 그런데 로코 역시 성실하고 일 잘 하는 피델리오를 사위로 삼고 싶어합니다. 로코의 신임을 얻은 피델리오는 늘 로코 혼자 내려가는 지하 감방에 남편이 갇혀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자기도 데리고 가달라고 로코에게 간청하지요.
한편 법무대신이 이 교도소를 시찰한다는 전갈이 오자 당황한 소장 피차로는 플로레스탄을 당장 죽이라고 로코에게 명령합니다. 이 대화를 듣고 있던 레오노레는 ‘추악한 인간, 어디로 걸음을 서두르는가?’라고 노래하며 분노합니다. 수감자들은 오랜만에 교도소 마당에 나와 해바라기를 하며 기쁨의 합창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피차로는 누가 마음대로 이 죄수들을 마당에 내보냈느냐며 불같이 화를 냅니다. 로코는 서둘러 수감자들을 다시 지하로 내려보내고, 나머지 주인공들은 이들에 대한 연민의 심경을 노래합니다.
2막은 플로레스탄이 갇혀 있는 지하 감방입니다. 플로레스탄은 쇠사슬에 묶인 채 어둠 속에 앉아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다가 사랑하는 레오노레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얼마 전부터는 하루에 빵 한 조각과 물 한 잔밖에 받지 못해 탈진 상태입니다. 이때 피차로의 명령으로 플로레스탄을 죽여 파묻을 구덩이를 파야 하는 로코와 레오노레가 지하로 내려옵니다. 레오노레는 이 수감자가 자기 남편임을 확인하고 괴로워하다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빵 한 조각을 건네줍니다. 플로레스탄은 자기 아내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이 낯선 젊은이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안타깝고 가슴 저린 장면이죠.
드디어 피차로가 감방에 내려와 플로레스탄을 자기 손으로 죽이려는 순간, 레오노레가 피차로에게 권총을 들이댑니다. 그때 법무대신이 교도소에 도착했다는 팡파르가 울립니다. 하는 수 없이 피차로는 로코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가죠. 둘만 남은 부부는 ‘형언할 수 없는 이 기쁨!’을 노래합니다. 법무대신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있던 수감자들을 풀어주고는, 플로레스탄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실종되었던 자신의 친구를 다시 만났기 때문입니다. 군중은 용감하게 남편을 구해낸 아내 레오노레의 용기와 미덕을 찬양하고, 피델리오와 결혼하려던 마르첼리네는 크게 실망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피날레의 대합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프랑스 대혁명기 남장 아내의 '구출극' 실화
[피델리오] 원작은 실화를 토대로 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투렌 출신의 귀족 부인이 감옥에 갇힌 남편을 남장을 하고 구출한 사건이 소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공무원으로 이 사건을 직접 다뤘던 작가 장 니콜라 부이는 무대를 스페인으로 옮겨 이 오페라의 리브레토를 썼습니다. 이 대본으로 파리 작곡가 피에르 가보(Pierre Gaveaux)가 1798년에 먼저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교도소장 피차로가 대사역(노래하지 않고 연극배우처럼 대사만 읊는 배역)이었다는군요. 베토벤이 이미 [피델리오] 작곡을 시작한 1804년에도 이탈리아 작곡가 페르디난도 파에르의 오페라 [레오노라 또는 부부애]가 발표되었지만, 베토벤이 이 작품을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베토벤 [피델리오]의 대본은 요제프 존라이트너(Joseph Sonnleithner)가 썼습니다.
이 오페라가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초연된 1805년은 나폴레옹 전쟁 시기였기 때문에, 베토벤의 음악을 애호하던 빈의 귀족들은 대부분 전란을 피해 멀리 떠나 있었죠. 그래서 오페라 극장을 채운 것은 점령군인 프랑스 장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오페라에 관심이 있어 극장에 오긴 했지만 독일어로 공연된 [피델리오]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초연판은 음악 면에서도 청중에게 너무 길고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는군요.
베토벤으로서는 난생 처음 작곡한 오페라 한 편으로 엄청난 굴욕을 겪은 셈이죠. 극장 측에서는 베토벤에게 수정을 권했지만 고집 센 베토벤은 음표 하나도 고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주위의 간곡한 설득으로 오페라의 내용을 대폭 수정했고, 3막본에서 2막본으로 줄였습니다. 떠났던 귀족들이 빈으로 돌아온 뒤 개정판으로 재초연이 이루어지자 [피델리오]는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완벽주의자였던 베토벤은 자신의 이 유일한 오페라를 1814년까지 계속 손질해 케른트너토어 테아터에서 재초연했습니다. 이때 2막에서 억울한 수감자들이 모두 석방되는 피날레 장면이 덧붙여졌습니다. 베토벤은 이 오페라를 위해 모두 4개의 서곡을 썼는데, 그 중 하나는 ‘피델리오 서곡’이고 나머지 셋은 ‘레오노레 서곡’입니다. 오페라 공연 때는 피델리오 서곡만 연주하거나, 피델리오 서곡과 함께 2막 장면 전환 때 레오노레 서곡 3번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피델리오]는 연극처럼 대사가 있는 독일 ‘징슈필(Singspiel) 형식’으로 작곡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에서처럼 단순히 반주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향악적인 연주를 들려주었지요. 이런 특성은 후에 베토벤을 열렬히 숭배했던 바그너 음악극에서 더욱 발전되었습니다.
글 이용숙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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