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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하는기도>(차동엽 글, 위즈앤비즈, 2008) |
150만 부가 넘게 팔린 <무지개원리>의 저자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는 가톨릭 교회의 대표적인 스타 신부다. 그가 2008년 10월 16일 펴낸 <통하는 기도>는 평화방송에서도 26강에 걸쳐 방송됐고, 2011년 12월 15일부터 재방송 중이다.
<통하는 기도>의 24가지 기도유형 중 연대기도에서는 의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연대기도야말로 되는 기도다. 통하는 기도다”라고 말한다. 기도를 받은 환자들의 치료율이 기도를 받지 않은 환자들의 치료율보다 높다는 실험결과들이 있다는 것이다.(41쪽, 평화방송 2011년 12월 20일 재방영)
그러나 기자가 조사한 바로는 제시된 실험결과를 반박하는 논문과 반대의 실험결과들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랜돌프 버드의 심장질환자 실험
첫 번째 사례는 <기도>(W.B. 프리맨 엮음, 44-45쪽 참조)에서 인용한 심장질환자들의 실험이다. 크리스천 심장학자 랜돌프 버드가 393명의 심장질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기도를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5분의 1 정도 적은 수준의 항생제 치료를 받게 됐고, 사망자 수도 적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드의 연구가 문제 있다고 지적한 논문이 여럿 나온다. 1990년 포스너(Posner, G.P), 1991년 위트머와 짐머만(Witmer. J. and M. Zimmerman) 그리고 1999년 슬로언(Sloan, R. P.)의 논문이 발표됐고 2000년 스켑티컬 인콰이어러 (March/April)에는 퍼듀대학 생물학 교수 테스먼(Irwin Tessman)과 터프츠 대학 물리학 명예 교수 테스먼(Jack Tessman)의 글이 실렸다.
두 테스먼 교수는 버드의 연구가 진정으로 이중 맹시험으로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서 환자도, 의사도, 기타 직원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험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연구의 적절성을 지적하는 논문 이외에도 기도의 효과가 없다는 실험도 있다.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남의 기도가 별다른 효과가 없으며, 자신이 남의 기도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환자들은 오히려 수술 후 합병증을 일으킬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미국 보스턴 인근 심신의학연구소 소장인 허버트 벤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미국의 6개 병원에서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받은 환자 1,800여 명을 대상으로 거의 10년간 실시한 연구에 따른 것으로 2006년 4월 미국심장저널(American Heart Journal)에서 공개했다.
차광렬 회장(차병원)의 불임치료 환자 실험
두 번째 사례는 2001년 10월 4일자 국민일보에서 인용한 불임치료 환자 대상의 실험이다. 차병원의 차광렬 회장이 발표한 실험결과는 기도를 받은 여성의 임신성공률이 기도를 받지 못한 여성보다 배가 높았다. <통하는 기도>에서는 “연대기도야말로 되는 기도다. 통하는 기도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이 인간과 자연의 일상사에 간섭할 수 있다”는 발상에 기댄 논문은 과학계의 비난에 직면했다. 다른 학자가 “같은 연구를 했는데 임신성공률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논문을 발표한다고 해도 차광렬 회장의 논문에는 이를 반박할 논거가 없다. 차 회장의 논문 자체에도 “이번 조사결과는 아직 예비자료 정도로 해석해야 하고, 향후 연구가 이번 결과를 입증 못 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2006년 1월 24일 미국의 브루스 플램 박사(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어바인캠퍼스 임상교수)가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 기고해 차 회장의 논문을 황우석 교수 사건에 빗대서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소개한다.
한국의사과학연구소 강건일 과학칼럼니스트는 차 회장의 논문을 비판하며 논문의 적절성 검토를 위한 기초자료를 요구했으나 받아보지 못했다고도 말한다. 강건일 씨는 “보통 연구자들이 기초자료를 발표 안 하지만, 학술 잡지에서 필요하다고 보면 공개를 한다. 차병원에 전화해서 기초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며 “떳떳하다면 충분히 공개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광렬 회장은 개신교 잡지 <빛과 소금> 2002년 2월호에 ‘기도 받으면 임신 성공률 2배’라는 글을 기고하며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더욱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일련의 추가 연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건일 씨는 “재현성을 확인하는 노력을 이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차 회장의 진실성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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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동엽 신부가 연대기도의 의학적 효과를 말하자, 신자들의 호응이 높다. ⓒ평화방송 화면 갈무리 |
연대기도의 효과로 의학적 증거를 제시한 것이 부적절하며 차동엽 신부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기자가 미래사목연구소에 연락했으나, 차 신부가 안식년을 맞아 연구원이 대신 답변했다. 서정원(가브리엘) 연구원은 참조문헌을 인용해 제시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사회과학에서는 자연과학과 비교해 조금 더 느슨한 기준으로 통계 분석 결과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종교와 과학’이라는 어려운 문제에서 언어의 사용은 조심스럽게 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개정판이 나올 경우 저자와 상의하겠다고 전했다.
아래는 미래사목연구소의 연구원이 기자의 질문에 보내온 답변이다.
+ 찬미예수님
고동주 기자님, 안녕하세요. 저는 미래사목연구소 연구원 서정원 가브리엘입니다. 저희 연구소에서 간행된 『통하는 기도』에 관심을 가져 주심에 감사드리며 답변 드립니다.
고 기자님께서는 『통하는 기도』 41페이지에 수록된 예화의 적절성에 대해 문제제기 하셨습니다. 기자님이 말씀하신 ‘의학적 결과’는 자연과학적 실험·분석을 통한 결론 도출을 말씀하신 듯합니다. 예화에서 사용된 ‘과학 실험’이 최소한 ‘실험’으로서 갖추어야 할 과정적 원칙을 지켰는가에 대해 논란이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그래서 예화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1. 우선, 저희는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제시된 참조문헌을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적절성 여부에 있어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대기도의 효과에 대한 믿음은 신앙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물론 실험 과정에 대한 논란이 있던 것은 사실로 보이나, 충분히 개연성이 보이는 실험 결과에 대해 신앙을 바탕으로 신뢰하는 것이, 신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금지해야 한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과학적 검증, 특히 통계적 검증 단계는 매우 엄밀한 결과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사회과학에서는 자연과학과 비교해 조금 더 느슨한 기준으로 통계 분석 결과를 활용하기도 한다는 것은 기자님도 익히 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물며 종교와 과학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다룸에 있어, 오경환 신부님처럼 적극적으로 그 공통분모를 찾고자 노력하는 분도 계시지만, 아직까지는 종교와 과학이 그렇게 썩 잘 어울리지 못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물론 이 문제는 아주 오래된 철학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과학적 시도에 있어서도 우리는 좀더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물론 과학을 오용하거나 왜곡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신앙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2. 간혹 보시는 분에 따라 ‘증거’라는 표현이 불편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학술논문이 아니거니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자 만들어진 책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내용에 오류가 있지 않은 이상 좀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체적 구원’과 관련한 연대기도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3. 고 기자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종교와 과학’이라는 어려운 문제에서, 언어의 사용은 더욱 조심스럽게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차후 개정판을 내게 된다면,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여 저자와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