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비례대표 선거가 4·10 총선판을 뒤흔들고 있나 봅니다.
거대 양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 채 ‘위성정당 꼼수’를 부리는 틈을 타 종북·반미 논란 인사나 범법자, 재판 중인 피고인들이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와 소수자의 국회 입성을 돕고, 민의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제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8일 조국혁신당이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순번에서 조국 대표는 2번에 이름을 올렸는데, 남성 후보 중에선 1위를 차지해 국회 입성을 눈앞에 뒀습니다.
조 후보는 비례대표 추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순번을 받았습니다. 당내에서 비례대표 목표 의석을 12석으로 잡은 가운데 4번을 받은 신장식 변호사도 당선이 확실시되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황운하 의원(8번)도 국회 재입성이 유력하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조 대표와 황 의원은 현재 재판을 받는 중이며 하급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인데,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황 의원도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이들은 의원직을 잃게 되지만, 당에서 예비 순번의 후보자들이 의석을 승계할 것입니다.
신 변호사 역시 음주운전 1회, 무면허 운전 3회의 전과를 갖고 있어 입당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는데, 여권을 중심으로 ‘범법자 집합소’라는 비판이 거센 이유입니다. 조국혁신당이 국회 입성 후 첫 행동으로 ‘한동훈 특검법’ 추진을 예고한 만큼, 22대 국회에서도 끝장 정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러니 비례대표제는 문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개구멍으로 보입니다.
개구멍으로 드나드는 것을 개구멍치기라고 하는데 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지 못할 사람들이 남 몰래 울타리 밖에서 안으로 통로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지역구에 출마하면 전혀 당선 가능이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준연동형 비례대표’라는 꼼수를 이용하여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18일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35명을 발표하면서 여야의 지역구에 이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도 마무리되고 있다.
지역구 공천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친윤·현역 불패 공천’으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명횡사·친명횡재·대장동 공천’으로 얼룩졌다. 그런데 비례대표 공천은 더 심한 총체적 난국이다.
특히 민주당의 위성정당 격인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비례대표가 종북·반미 세력과 범죄 혐의자들의 국회 진출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오죽했으면 지난 4일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4년 전에는 비례대표 신청자들의 예비경선을 전 당원 투표로 하고 그 순위 확정은 중앙위원들 투표로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전략공관위의 심사로 결정한다고 한다”며 “이 방식은 밀실에서 소수가 후보를 결정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혁신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겠는가.
민주당은 진보당, 새진보연합, 시민단체와 함께 위성정당을 구성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국민후보 4명 중 전지예·정이영(친북·반미활동) 및 임태훈(병역거부)이 논란이 되면서 3명을 교체했다. 전지예·정이영을 대신해 이주희·서미화가 새로 선정됐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 이력이 있는 이주희는 그대로 공천됐다.
진보당이 내세운 비례후보 3명(장진숙·전종덕·손솔) 모두 ‘이석기 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해산된 통진당의 후예라는 게 문제로 드러났는데도 민주당은 국가보안법 위반 장진숙만 사퇴시켰다. ‘비례대표 재선 특혜’라고 비판받은 새진보연합 용혜인을 바꾸지 않았다.
더욱 참담한 것은 조국혁신당의 공천이다. 조국 대표를 비롯해 황운하 의원 등 범죄 혐의자들이 비례대표로 나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2심에서 2년 실형을, 황운하는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실형을 선고받고도 반성·자숙하긴커녕 국회의원이 돼 불체포특권을 누리겠단다. 참으로 씁쓸하고 개탄스럽다.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로 대변하기 어려운 직능이나 사회적 약자 및 정책 전문성을 대변하기 위한 제도다. 지금까지 논란 인사들의 면면은 제도 취지와 거리가 멀다. 이대로라면 ‘비례대표제 폐지론’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제 불신 배경은 겉으로는 후보 자격과 정체성에 대한 ‘부실 검증’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민주적인 상향식 공천이 불가능한 ‘1인 중심의 사당화 구조’를 원인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떴다방’ 식으로 급조된 1인 사당화 구조에서 공천을 하다 보니 치열한 경쟁이나 정체성 검증도 없이 당원 투표나 대의원 투표를 거르고, 인기 위주의 선거인단 투표로 대신하려다 보니 부실 검증이 될 수밖에 없다. 변질된 비례대표제의 문제는, 위성정당이 아니고는 결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부적절한 인사들에게 각종 특혜와 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편법의 길을 열어줬다는 데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본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준연동형 선거법을 폐지하고 병립형 비례제도로 돌아가거나 부적절한 공천을 한 정당과 인사들을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문화일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 비례대표 폐지 당위성 더 키운 野 공천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받기 위해선 정당 득표율 최소 3%가 필요합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녹색정의당은 물론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 정당은 2명 이상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낼 수 있을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반면 이들보다 지지율이 낮은 진보당이나 새진보연합에서 2~3명의 비례대표를 배출할 가능성이 커졌으니 오히려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같은 촌극을 초래한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 또한 국민을 우습게 알고 희롱하는 작태입니다.
자신의 위성정당을 각각 비례 투표용지의 첫 번째, 두 번째 칸에 위치시켜 선거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각 당 모두 의석수 5석 이상을 확보함에 따라 25억 원이 넘는 선거보조금도 추가로 손에 넣을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연동형’이니 ‘준연동형’이니 하는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지 않았는데 우리 국민 대다수가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개판의 선거판을 대다수가 모를 거라는 생각에 자기들 입맛대로 선거제를 쥐락펴락하는 국회를 누가 언제 어떻게 심판할 수 있을지 걱정일 뿐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