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의 나라’
단풍의 백미 ‘메이플 로드’
사람 중심 도시 인프라·시민 자긍심 본받을 만
캐나다,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자연의 나라’다. 부산시 자매도시 몬트리올, 규모면에선 캐나다에서 두 번째지만, 도시가 갖는 매력은 단연 으뜸이다. 어느 도시보다 자연이 넉넉하고, 아름다우며, 도시 인프라는 세계적이다.
몬트리올은 캐나다에서 가장 큰 퀘벡주에 속해 있다. 이 도시의 백미는 가을이다. 눈이 황홀해지는 넉넉한 가을풍경이다. 세인트로렌스 강을 따라가는 단풍 물결은 환상적이다. 오타와를 지나 몬트리올에 들어서면 만나볼 수 있는 로렌시아 고원은 단풍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몬트리올이 자리한 캐나다에서도 동부 산림대와 일치하는 세인트로렌스 강 연안은 캐나다의 국목(國木)인 단풍나무(메이플) 숲으로 유명하다. 캐나다의 국기를 보라. 하얀 바탕에 붉은 단풍잎 한 장을 그려 넣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축제나 행사광고에 이르기까지 캐나다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것에서 단풍잎 마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환상적인 단풍과 메이플시럽
매년 10월 캐나다 동부의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시작해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로 이어지는 장장 800㎞의 단풍나무 길인 메이플 로드(Maple Road)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부산에서 서울보다 훨씬 더 긴 구간이 단풍으로 물드는 모습은 장관이다. 세인트로렌스 강 연안은 단풍나무, 포플러,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같은 다양한 나무들이 갖가지 빛깔로 물들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굳이 메이플 로드가 아니더라도, 몬트리올 시내를 천천히 걸으면서, 혹은 몬트리올 도심의 야트막한 몽레알 산에서 단풍나무와 단풍나무숲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몬트리올의 특산물 역시 단풍나무와 관련이 있다. 단풍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달여 농축한 메이플 시럽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몬트리올이 속한 퀘백주에서 세계 생산량의 80%가 나온다. 캐나다 사람들은 대부분 고급요리에 설탕이나 꿀 대신 메이플 시럽을 쓴다. 빵을 찍어 먹거나 물에 희석해 마시기도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인정한 어떠한 방부제나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은 100% 순수한 천연 자연식품이다.
재즈·코미디·불꽃… 축제의 도시
몬트리올은 축제의 도시다. 규모는 가히 세계적이다. 추운 겨울은 눈과 얼음을 주제로 한 윈터 카니발로, 햇빛이 쨍쨍한 여름은 수 백 개의 콘서트가 이어지는 썸머 페스티벌로 상징된다. 몬트리올 국제 재즈페스티벌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400여개의 크고 작은 공연으로 구성되는 이 축제에는 900만명이 넘는 관객이 모여든다. 세계적 재즈 뮤지션들이 참여해 재즈 뿐 아니라 가스펠, 블루스, R&B, 힙합 등 다양한 음악을 12일 동안 풀어낸다. 부산이 여름바다축제의 하나로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여는 재즈 페스티벌을 능가한다.
몬트리올 생드니 거리를 중심으로 매년 여름 열리는 몬트리올 코미디페스티벌도 인기가 높다. 캐나다 사람들뿐 아니라 각국에서 코믹연기를 하는 100여명의 개그맨이 20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다. 몬트리올시는 행사기간 동안 생드니 거리의 차량진입을 금지, 시민들은 자유롭게 길거리에서도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다.
세계불꽃축제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몬트리올 시가지 앞 인공섬에서 올드 몬트리올 세인트로렌스 강 쪽으로 쏘아올리는 불꽃축제는 7주 동안 이어진다. 해마다 6월말에 시작해 7월 중순에 끝난다. 매일은 아니고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2시간 동안 펼친다. 불꽃축제가 열리는 날은 다리의 통행을 막고, 다리 위와 강가, 몽레알산 공원에서 몬트리올 시민과 관광객들이 환상의 밤하늘을 즐긴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몬트리올은 안전한 도시로 손꼽힌다.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도 저녁을 먹고 음악을 즐기거나 와인 한잔을 마시기 위해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북미의 몇 개 안되는 도시 중 하나이다. 범죄율이 극히 낮은데다 치안이 뛰어나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라는 찬사를 듣는 이유는 사람을 먼저 배려한 도시 인프라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몬트리올은 생활, 문화공간에 여유가 있다. 도시 면적에 견줘 인구가 적어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많다. 동네마다 수 천 평에 달하는 공원이 있다. 축구 야구 하키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이 있다.
대중교통시스템은 북미 어느 도시보다 뛰어나다. 미국에서는 자가용 없이 움직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몬트리올은 동네 골목골목마다 버스가 들어간다. 시내의 대부분 중요 시설이 지하철과 연결돼 있다. 자가용 승용차가 없는 사람도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시내 모든 시설이 보행자에게 불편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어 걸어서 도시를 구경하기에도 불편이 없다. 몬트리올 사람들은 자가용 승용차가 없더라도 ‘BMW’가 있기 때문에 아무 불편이 없다고 말한다. Bus(버스)를 타고, Metro(지하철)로 갈아타고, Walking(걸어서)하면 편하게 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시스템도 어느 도시 못잖다. 이곳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이중 언어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프랑스어를 기본으로 가르치지만, 그렇다고 영어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몬트리올에서 교육을 받으면 불어는 기본으로 하고,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영어권 대학과 불어권 대학을 선택해 갈 수 있다.
시내 중심 30㎞ 거대한 지하도시
몬트리올의 가장 큰 단점은 춥고 변덕스런 날씨다. 환절기 때는 일교차가 20도 이상 벌어질 때도 있다. 이런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몬트리올 사람들이 고안해낸 것이 있다. 지하도시다. 몬트리올에는 지상과 지하, 도시가 두개다. 지하도시는 거대하다. 겨우내 지상에 나가지 않고도 살 수 있을 정도다. 지하도로는 시내 중심부 30㎞에 달한다. 지하도시에는 2천500여개의 상점이 성업 중이다. 2개의 대학교, 37개의 영화관, 200여개의 식당, 60여개의 빌딩, 3천여세대의 아파트와 연결돼 있다.
지하철역과 맞닿아 있는 것은 물론이다. 시민들은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이동할 때 지상으로 나가지 않고 지하로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 매일 50만명 이상이 이 지하도시를 이용한다. 여름에는 냉방시설을 빵빵하게 가동한다.
“우리는 세계최고” 드높은 자긍심
몬트리올 사람들의 프라이드는 하늘을 찌른다. 프랑스 밖에서 가장 파리를 닮은 도시, ‘북미의 섬’이라는 퀘벡주의 독자성, 프랑스 문화를 도시 DNA로 간직한 자부심에서 온다. 몬트리올에선 어디서건 쉽게 눈에 띄는 슬로건이 있다. 자동차 번호판에도 새겨 달고 다닌다. ‘Je me souviens’다. ‘나는 기억한다’는 뜻. 1883년 퀘벡지역 군인들 군복에 새겨졌던 문구라고 하는데, 1939년 주립 슬로건으로 받아들였다.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하는데, 주로 퀘벡지역의 프랑스인들이 받은 핍박과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낸 데 대한 자부심을 담고 있다. 특히 역사, 자기 자신, 문화를 기억한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알아갈수록 매력 있는 도시이고, 알아갈수록 속이 깊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몬트리올 사람들처럼 사무치게 기억해야 할 그 무엇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