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에 얽힌 사랑 이야기
백화 문상희 (소설)
(3부) 뜻밖의 사고
그렇게 헤어진 뒷날 아침이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정호네 집 전화벨이 올린다.
전화가 올데도 없는데 혹시나 반가운 은주씨
전화가 아닐까 생각하며 얼른 수화기를 집어든다.
"네~,, 여보세요!"
그러나 엉뚱한 전화에 기대가 일순간 무너졌다.
"여기는 하늘대학교 병원입니다!
김정호 씨 맞으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은주라는 분이 되퇴부 골절로 입원을 했는데
김정호 님 이름으로 보호자 전화번호를
기재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빨리 오셔서 입원 수속을 좀 밟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전화를 끊고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그래?
어제 잘 먹었다고 인사도 하고 갔는데 말이다!"
혼자서 중얼중얼하며 대충 옷을 갈아입고
시내 하늘대학 병원으로 길을 재촉한다.
헐레벌떡 병원에 도착해서 은주 씨에게
자초지종을 들어야 하겠기에 병원에서 전해
들은데로 먼저 본관 505호 입원실로 들어섰다.
2인실 침상이라 은주씨 얼굴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은주씨!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제 잘 들어가신 거로 아는데요?"
은주는 민망한 얼굴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네, 제가 잘 못 먹는 술을 먹은 데다가
저희 집이 산비탈에다 계단이 많아서
닭갈비 박스를 들고 뒤뚱거리며 올라가다가
계단에서 그만 굴렀답니다
정신도 없고 너무 아파서 울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119에 전화를 해주셔서
이 병원으로 오게 되었고요
의사 선생님 말씀이 다리뼈가 골절되었다고 하네요!"
"아이구요 큰일 날뻔했군요!
그래 다른 데는 괜찮겠으세요?"
"네, 다행히 다른 데는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자식도 없고 혼자서 살다 보니
딱히 연락할 곳도 또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입원 서류에 정호씨를 보호자로
기재하고 기푸스와 치료를 받았답니다
어쨌거나 무례를 범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셨군요 어쩔 수 없지요...
그나저나 저보다 돈 많은 명수에게 연락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아니에요 정호씨 별말씀을요!
저는 명수씨보다 정호씨가 친근하고 소박하셔서
정감이 더 간답니다!"
"아이구요 저같이 별볼일 없는 사람을 과대평가
하셨습니다."
은주는 그 말은 못 들은 척하면서
"조금 전에 은혜에게 전화가 왔었는데요
은혜는 명수 아저씨 하고 애인 하기로 했다 하네요!
은혜는 나보다 더 이쁘고 상냥해서 그런지
명수 아저씨가 사귀자고 했답니다 그 둘이는 궁합이
잘 맞는다면서 저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하고 대화가 끝나자
원무과로 내려가 입원수속을 마저 밟았다.
담당 주치의 말로는
되퇴부 중간 부분에 골절이 되어 움직이면
뼈가 빨리 붙을 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다리 전체에 기푸스를 했다고 전해주며
앞으로 3주간은 절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갔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정호는 앞이 캄캄했다.
부부도 아닌 내가 어찌 대소변을 받아낸단 말인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은주씨, 제가 남자라서 여러 가지로 불편할 텐데
주변에서 간호를 해줄 여자분이 없을까요?"
"네~! 없답니다,
옛날에 알던 사람들은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고
살다 보니 지금은 연락처도 모른답니다!
안 그래도 또 다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그들도 가정이 있고 해서 그런지 소식이 없답니다"
은주나 정호도 참 난감한 일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정호 씨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간호사님 말로는 소변줄은 그대로 두고
소변주머니가 차면 주머니만 바꾸라 하셨구요
기저귀는 간호조무사가 갈아주신다고 했답니다!
그 대신 간호조무사 비용은 입원기간에 하루
삼만원 씩 추가된다고 그러셨어요!"
정호는 난감해서 고개를 숙인 채 듣고만 있다.
그렇게 식사는 환자식을 함께 먹으며
잠은 병상 간이침대에서 자고 기저귀를 갈 때는
민망해서 밖으로 나와 기다리다 간호조무사가
나오면 그때 들어가곤 했다.
"정호씨 민망한 꼴 보여드려 정말 미안해요!"
"아닙니다 은혜씨!
춘천에 같이 가자고 한 우리도 책임이 있으니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그렇게 병간을 하다 보니 조금씩 정이 들어
대화체도 가족처럼 격의가 없다 보니
간호사나 주변 사람들도 부부로 만 알고 있었다.
3주 후 퇴원 날짜가 가까워질 때
병원 원무과에서 구내전화로 호출이 왔다.
"병원비 내일 계산하시고 퇴원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통원 예약날짜 받아서 2주 후
기푸스 풀어야 하니 꼭 보호자와 함께 오세요!"
원무과 직원의 계산서를 받아 들고 보니
입원비와 치료가 약 삼백 오십만원이 나왔으니
참으로 황망한 일이다.
어쩌다보니 내가 이렇게 보호자가 되었으나
치료비를 대신 내줄 수 있는 처지도 못되고
정말로 난감한 일에 처했다.
이 걱정 저 걱정을 하면서 입원실로 올라와
은주에게 계산서를 건넨다.
"은주씨 병원비가 꽤나 많이 나왔는데
한번 보실래요?"
정호는 죄지은 사람처럼 맥 풀린 모습으로
의자에 앉는다."
"아이구요 제 생각보다 병원비가 많이 나왔네요!
제가 지금 가진돈이 오십만 원 정도밖에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제가 예전에 카드값을 못 갚아 연체되어
신용불량으로 낙인찍혀 지금은 카드를
쓸 수도 없으니 정말 큰일이네요!"
묵묵히 지켜보던 정호도 참 난감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그러시군요 어쩌면 좋을까요?"
"그래도 제가 실비보험은 들어놨답니다!
그래도 일단 병원비 해결을 하고 그 영수증을
제출해야 보험금을 받을 텐데 말입니다!"
"아이구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정호도 일말의 희망이 보이자 반색을 한다.
"은혜도 저번달에 막내딸 대학교 입학등록금
내야 하는데 돈이 모자란다고 제게 이백만 원만
빌려달라고 전화가 왔는데 제가 못 빌려줬으니
그 친구도 돈이 있을 리가 만무하지요!"
정호 역시 맥 풀리는 말로 대답을 이어간다.
"네~! 그러시군요"
"저... 정호씨,
죄송하지만 명수 씨에게 부탁 좀 하면 안 될까요?"
"글쎄요,
아마 씨알도 안 먹히는 이야기 일 겁니다!
그래도 제가 전화는 해보겠습니다 만,
명수가 매달 연금을 받으니 가끔 술은 산답니다!
특히 여자들에겐 더 잘 사주지요!
"네, 그건 그런 것 같아요"
하고 은주도 맞장구를 친다.
"예전에 제가 사는 월세방 재계약을 할 때
집주인이 보증금 오백을 올려주든지 아니면
방을 빼달라고 해서 명수에게 부탁한 적이 있답니다!
그런데 명수가 하는 말이 연금 받아서 겨우겨우
먹고는 사는데
저축을 해놓은 돈은 없다고 그랬답니다!"
"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리고 오래된 명수네 집을 수리한다고 할 때
목돈이 들어갔다는데 그 돈도 은행에 대출받아서
했다고 하니 분명히 어려울 것입니다!"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은주 씨가 하는 말,
"어떡하든 병원비를 계산하고 실비보험을
타면 해결이 되는데 참 난감하네요!"
곰곰이 생각하던 정호가 작심을 한 듯 말을 잇는다.
"할 수 없이 제 집주인에게 전화를 드려서
월세 보증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달라고 해볼게요!
"은주씨 전화 좀 빌려주세요!
어제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집에 두고 왔답니다"
"네~! 휴대폰 여기 있어요"
밖으로 나온 정호는 병원구내 한적한 공원 벤치로
가서 집주인에게 전화를 한다.
"안녕하세요 저...
지하방에 사는 이정호입니다!"
"네, 무슨 일인가요?"
"제가 부탁드릴 말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혼자 사는 여동생이 다리 골정상을 입어서
3주간 기푸스를 하고 입원을 했답니다!
딱한 여동생 처지를 생각해서 제가 병원비라도
내줘야 할 형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병간을 하다 보니 막노동 일도 못 나가
돈이 없어서 전화로 이렇게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사장님은 슈퍼를 하시니까 여윳돈이 있을 것 같아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자는 매달 월세와 함께 드리고요
원금은 벌어서 꼭 갚을 테니 부탁드립니다!"
"아~ 그래요 이 씨,
얼마가 필요하다고 했나요?"
"네~! 삼백만 원입니다!"
"네, 알았어요,
그 대신 보증금만 믿지 말고 약속은 꼭 지키세요!
"네, 사장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를 믿어주세요!"
"알았으니 계좌번호를 불러주세요!
그리고 이자는 5부로 매달 십오만 원씩 월세와 함께
꼭 넣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계좌번호를 불러주고 전화를 끊었지만
기분은 기쁨 반 서글픔 반이었다.
슈퍼를 하는 오십대 집주인은 돈 좀 있다고
언제나 고자세로 거들먹거린다.
그런들 어찌하겠는가 이것이 세상 이치 아닌가
뒷날 은주 씨에게 있는 오십만원과
은행으로 가서 집주인이 보내온 돈을 찾아
그렇게 병원비를 원무과에 수납을 했다.
다시 입원실로 돌아와 그간의 자초지종 사연을
은주 씨에게 전했다.
은주 씨는 고마움에 흐느끼며 눈물을 줄줄 흘린다.
"흑흑흑, 정호씨!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해요!"
"아니 무슨 말씀을요
우리 때문에 일어난 사고이니 우리도 책임이 있지요!"
한참을 울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하는 말,
"그리고 은혜와 명수씨도 왔다 갔답니다!
조금 전 정호씨 은행에 갔을 때 꽃과 음료수를
사들고 왔다가 바쁜 일이 있다고 먼저 갔답니다!
세분이 이렇게 신경을 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라며 연신 감사 인사를 연발한다.
*4부는 오타 수정 후 내일 올라갑니다.
첫댓글 쩐은 가난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안녕하십니까 샷가스 선생님,
보잘것없는 저의 졸작 소설을
그렇게 보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