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촬요】 "상고의 성현〔上古聖賢〕
《의림사전(醫林史傳)》ㆍ《의림외전(醫林外傳)》과 《원의도찬(原醫圖贊)》을 살피고, 여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유형별로 나누어 편찬하여서 후학(後學)들이 보고 느끼는 바가 있도록 만든다.
삼대(三代) 이전의 성군(聖君)과 현상(賢相 어진 재상)들이다. 이들은 의약(醫藥)으로 목숨을 살렸다.
복희씨(伏羲氏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시대)
《천원옥책(天元玉冊)》을 썼는데 귀유구(鬼臾區)의 10세 조(祖)이다. 입에서 입으로 후대에 전해졌는데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素問〕에는 그의 말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신농씨(神農氏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시대)
《본초(本草)》가 있어 세상에 전한다.
황제씨(黃帝氏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시대)
아래의 아홉 사람과 함께 문답을 주고받아 《황제내경영추(黃帝內經靈樞)》〔靈樞〕와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素問〕의 내외(內外) 18권을 썼다. 소문의 ‘소(素)’란 근본이니, 오행(五行)의 근본이라는 의미이다. ‘문(問)’이란 황제가 물었다는 의미이다. 황제는 역(易)을 깊이 공부하였고, 그의 활동이 《사기(史記)》〔史〕에 실려 있으며《대학(大學)》에도 기록되어 있으니 옛 성인(聖人)이다. 후세 사람들이 매번 황노(黃老)의 학문을 말하지만, ‘황’이 바로 황석공(黃石公)인 것은 모른다.
추이계(僦㒃季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시대)
삼황(三皇) 시대 기백(岐伯)의 스승이다. 경락(經絡)ㆍ혈도(穴道)ㆍ장부(臟腑)ㆍ음양(陰陽)의 도수(度數)를 정하였다. 인체를 천지만물의 기준으로 삼고, 얼굴색과 맥(脈)을 잘 살피면서 신명(神明)에까지 통하였으니 의학의 단서가 이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기백(岐伯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시대)
황제(黃帝) 때의 신하이다. 황제와 의학의 난점을 문답하고 《황제내경(黃帝內經)》을 지어 만세(萬世)에 가르침을 주었다.
백고(伯高)ㆍ소유(少兪)ㆍ귀유구(鬼臾區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시대)
황제(黃帝)의 세 신하이다. 오행(五行)을 밝히고〔發明〕 맥리(脈理)를 자세히 논하여 경론(經論)을 세웠다. 또한 소사(少師)가 있으니 동시대의 신하이다.
유부(兪跗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시대)
황제(黃帝)의 신하이다. 병을 치료하는데 탕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피부를 가르고, 병든 혈맥을 자르거나 상한 근육을 이었으며, 뇌수를 손보고 고황(膏肓)과 횡격막(橫膈膜)을 손으로 바로잡고〔揲荒瓜幕〕, 장위(腸胃)를 세척하거나 오장(五臟)을 씻어내면서, 정(精)을 단련시키고 형체를 바꾸어 온갖 병을 치료하였다.
동군(桐君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시대)
황제(黃帝)의 신하이다. 초목(草木)의 약성과 맛에 대해 많이 알아서 3품(品 상품(上品)ㆍ중품(中品)ㆍ하품(下品))으로 약물을 정하고 약재 사용시에 군신좌사(君臣佐使)를 활용하였다. 《채약대(採藥對)》 4권과 《채약별록(採藥別錄)》 10권을 편찬하였다.
뇌공(雷公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시대)
이름은 교(敎)이고 황제(黃帝)의 신하이다. 의술에 밝아서 《지교론(至敎論)》과 《약성포자(藥性炮炙)》〔藥性炮灸〕 2책을 저술하였다.
무함(巫咸 중국 고대의 오제(五帝) 시대)
요(堯)의 신하로서 약방(藥方)의 시조이다.
이윤(伊尹 중국 고대의 삼대(三代) 시대)
은(殷)나라 때의 성인이다. 본초(本草)로 탕액(湯液)을 만들었으니, 후세에 그 법을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주-D001] 삼대(三代) : 중국 고대의 세나라인 하(夏)나라ㆍ은(殷)나라ㆍ주(周)나라를 말한다.
[주-D002]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은 중국 한의학의 근본이 되는 고전이다. 한의학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 고대의 군주인 황제씨(黃帝氏)와 의학자들 사이에 벌어진 문답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이 의서는 후대의 여러 의학자들에 의해 장기간 수정 보완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주-D003] 본초(本草) : 신농씨가 편찬했다는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을 가리킨다.
[주-D004] 아홉 사람 : 본문에서 나오는 바와 같이 황제를 보필한 의학자들인 추이계(僦㒃季), 기백(岐伯), 백고(伯高), 소유(少兪), 귀유구(鬼臾區), 소사(少師), 유부(兪跗), 동군(桐君), 뇌공(雷公)을 말한다.
[주-D005] 황제내경영추(黃帝內經靈樞) : 9권으로 구성된 한의학 이론서이다.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과 함께 《황제내경(黃帝內經)》을 구성한다. 흔히 《영추(靈樞)》라고도 줄여 부르지만, 경락(經絡)과 침구(鍼灸)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침경(針經)》이라고도 부른다.
[주-D006] 황제는 …… 공부하였고 : 역(易)에는 세 가지가 있다. 연산역(連山易), 귀장역(歸藏易), 주역(周易)의 삼역(三易)이다. 이 가운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역(周易)은 주(周)나라의 역법(易法)으로 현재까지 남아 있다. 연산역과 귀장역은 주나라 이전의 역으로서,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귀장역은 황제(黃帝)가 만든 것이라고 전해진다. 순곤(純坤)을 처음〔首〕으로 삼고 곤(坤)을 땅〔地〕으로 삼는데, 만물이 귀납하여 중(中)에 갈무리된다〔萬物莫不歸而藏於中〕는 의미이므로 ‘귀장(歸藏)’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주-D007] 사기(史記)에 실려 있으며 : 사마천(司馬遷)은 《사기》 첫부분에서 황제(黃帝)부터 수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황제는 소전(少典)의 아들로서, 성(姓)은 공손(公孫)이고 이름은 헌원(軒轅)인데 태어나면서부터 신령스러웠고 아이일 때부터 말을 하였다. 어려서는 가지런하고 커서는 민첩했으며 장성해서는 총명하였다고 한다. 《사기》에서는 황제의 업적을 천하를 정복하는 과정, 지배한 영역, 지배 구조 등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으며 황제의 가족 사항까지 덧붙였다.
[주-D008] 대학(大學)에도 기록되어 있으니 : 주희(朱熹)가 쓴 《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에 황제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누구라도 총명(聰明)하고 예지(叡智)하여 인간의 본성(本性)을 다할 수 있는 자가 그 사이에서 나오면, 하늘이 반드시 그에게 명하여 수많은 백성의 군주이자 스승으로 삼는다. 그로 하여금 백성을 다스리고 가르쳐서 백성들의 본성(本性)을 회복하게 하였다. 이것이 복희(伏羲)ㆍ신농(神農)ㆍ황제(黃帝)ㆍ요(堯)ㆍ순(舜)이 하늘의 뜻을 이어 중심〔極〕을 세운 것이다.〔一有聰明睿智能盡其性者, 出於其間, 則天必命之, 以爲億兆之君師. 使之治而敎之, 以復其性. 此伏羲神農黃帝堯舜所以繼天立極.〕”
[주-D009] 삼황(三皇) : 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세 명의 군주로서 복희씨(伏羲氏), 신농씨(神農氏), 황제씨(黃帝氏)를 가리킨다.
[주-D010] 군신좌사(君臣佐使) : 약물의 배합 원칙을 4가지 역할로 나누어 설명하는 이론이다. 즉 질병의 주된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인 군약(君藥), 군약의 작용을 보조하는 약물인 신약(臣藥), 부수적인 증상을 치료하거나 군약의 부작용을 제거하는 약물인 좌약(佐藥), 약물의 효능을 병소(病所)에 전달하거나 약물간의 작용을 조화시키는 약물인 사약(使藥)이다.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이래로 한의학의 주요한 치료방법 이론이었다.
[주-D011] 이름은 …… 신하이다 : 본문 문맥으로 미루어 뇌공(雷公)은 중국 고대의 의학 인물을 가리킨다. 그런데 고대 인물인 뇌공의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의림촬요》 역대의학성씨의 모본에 해당하는 《의학입문》 역대의학성씨에서는 원문이 ‘교(敎)’대신 ‘효(斅)’라고 되어 있다. 뇌효(雷斅)는 5세기 중국 남북조시대인 송(宋) 나라의 인물이다. 즉 《의학입문》의 편찬자가 중국 고대의 뇌공(雷公)과 5세기 남북조시대의 뇌효(雷斅)를 동일 인물로 착각하여 설명하였는데, 《의림촬요》에서는 《의학입문》의 문장을 글자체가 비슷한 뇌교(雷敎)로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