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달리다 천천히 하늘을 나는 가오리를 만났습니다.
가오리... 가오리...
꼬리를 바삐 흔들며 지붕 높이로 떠서 내 뒤를 따라오던 가오리연이 떠올랐고 저는 어느새 열 살쯤의 소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졸라 한지를 네모 반듯한 조각으로 얻어내고는 못 쓰게 된 비닐우산 대나무살을 두 개 떼어내 마디 부분을 갈아 굵기를 맞춥니다.
조금 더 딱딱한 대나무살을 척추로 삼고, 밥풀을 두껍게 바른 손수 만든 반창고를 머리 허리 꼬리 순서로 고정합니다. 꼬리 부분은 반창고를 하나 더 붙입니다. 꼬리를 붙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조금 무른 대나무살은 날개뼈로 삼고 활모양으로 둥글게 굽혀 붙여야 합니다.
먼저 한쪽 끝을 여러 번 반창고로 단단히 고정하고 살을 굽혀도 고정된 부분이 비틀어지지 않으면 거의 성공입니다.
반대편 끝도 단단히 고정하고 척추와 날개뼈가 겹치는 부위도 반창고 여러 개를 써서 고정합니다.
여기를 허술히 붙이면 애써 만든 연이 쉽게 부서지기도 하고, 연을 실로 묶을 때 그 겹치는 부위를 중심으로 삼아 묶기 때문에 튼튼해야 합니다.
중심 실을 느슨하게 해서 꼬리 부분 약간 위를 다시 묶고 그 실에 당김실을 연결해서 묶으면 가오리연이 완성됩니다.
물론 꼬리를 길게 달고 양옆에 짧은 날개 달아주는 것은 당연한 여벌의 일이구요.
이 과정을 다 끝내는데 한 숟갈의 밥이 풀로 사용됩니다.
도시 변두리 동네라 골목을 가로지르는 전깃줄은 낮게 지나갑니다.
시골 아이들처럼 넓은 들판이나 강도 가까이 없고, 그러니 당연히 긴 연줄을 감을 얼레도 없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의 작은 실패꾸리에 연결해서 골목으로 뛰어나가는 마음은 연보다 먼저 하늘을 납니다.
골목을 뛰어가며 뒤돌아보면 꼬리와 짧은 양 날개를 팔랑팔랑 흔들며, 좌우로 몸을 비틀며 신나게 제 뒤를 따라오는 가오리가 보입니다.
낮게 나는데도 혹 전깃줄에 걸릴까 실을 아래로 당겨 몸을 낮추어줍니다.
혹 돌에 걸려 넘어지면 가오리가 나풀나풀 제 곁으로 내려앉아 괜찮냐고 안 다쳤냐고 물어봅니다.
벌떡 일어나 다시 달립니다.
가오리도 냅다 위로 솟아올라 하늘을 납니다.
둘이 같이 하늘을 납니다.
그 시절에 그냥 마냥 머물고 싶습니다.
첫댓글 가오리연.
참 오랜만에 들어 봅니다.
하늘에 떠있는 가오리연을 보니
김주영 작가의 '홍어'가 생각납니다.
거기에 가오리연이 나오거든요.
여자애라 남자애들이 날리는
가오리연을 구경만 했지요.
그 옛날 가오리연을 구경하던
고향이 그리워지고 그때가 그립습니다.
하늘의 구름도 가오리연처럼 느껴지네요.
그 시절에 마냥 머물고 싶다고 하신
마음자리 님 글 잘 읽었습니다.
시골 연날리기는 훨씬 더 높이 더 멀리 날렸지요? 연 싸움도 하고.
저는 골목만 달려도 신이 났답니다. ㅎ
확 트인 공간을 새벽이와 호흡을 맞춤며,
길 위를 달립니다.
높고 맑은 하늘에는 가오리를 닮은
비행 물체를 만나기도 합니다.
길 위의 마음자리님,
창공을 향하여 가오리 연에게
말을 걸어 봅니다.
나 어린 시절,
나는 가오리연을 가지고 놀았단다.
연이란게 뭔데 ?
연은 이렇게 만드는거야.
마음자리님은
어린시절을 잊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연을 높이 띄우며,
마음놓고 뛰놀던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네. ㅎㅎ
산을 보면 산 속에
나무를 보면 나무들에
하늘을 보면 하늘과 구름에
길 옆 들꽃들에
묻어있던 추억들이 상념들이
다 뛰어나와 놀자 합니다. ㅎ
하늘 높이 나는 연(🪁) 에는
마음자리님의 꿈도 함께 날았겠지요 .
지금도 마음자리님은 열살 소년 이십니다 .
이제는 새벽이와 희망의 길 위를
달리시지요?
길이 아름답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생각에 젖어있다보면
제가 몇살인지도 잊어버릴 때가
많아요. ㅎㅎ
바람을 타야 연이 날아
오르지 싶은데요.
연을 안 날려 봐서요.
복잡한 작업을 혼자 다
하셨네요.대단한 인내입니다.
하늘 귀퉁에 있는 구름이
흡사 연같습니다.^^
바람 없는 골목에선 줄 잡고 냅다 뛰면 날아 오릅니다. ㅎㅎ
요즘도 주말에 집앞 공원에 나가면
아빠와 아들이 가오리 연을 띄우고
연을따라 신나게 뛰어 노는 모습을 봐요
보기 드문 장면이라 지켜보기도 하지요.
유년의 잊지 못할 추억이 많으시네요.
연 날리기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서른이 넘은 제 딸도 가끔 어릴 때 저랑 연 날리던 추억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ㅎ
그렇네요 전기줄이 연날리기에는 치명적인
걸림돌이예요.
엄마한테 간신히 얻은 한지로 비닐우산 살
대나무로 만든 가오리연을 들고 골목을
누비는 열 살 소년 넘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요사이는요 한강 공원에서 연날리기 대회도
하는 것같았어요.
그땐 집들이 낮아서 그랬는지, 골목 전깃줄은 껑충 뛰면 닿을 것 같았어요. ㅎ
저도 한강에서 연 날리던 사람들을 보며 자전거 타던 기억납니다.
충청도에선 오징어연 이라고 불렀습니다.
귀한 창호지 조각에 대나무 우산살을 쪼개서
어렵게 붙여 연을 만들었지요.
방패연은 좀 고급스러웠어요.
추운 겨울바람 마주하고 언 손을 비벼가며
뚝방에서 연을 날리던 기억을 소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에 주로 많이 날렸지요.
도시 변두리 골목에선 계절도 없이 마음 동하면 날렸습니다. ㅎ
방패연은 아이들이 만들기엔 어렵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소실점 끝으로 가오리연이 날고있군요.
추억도 좋지만 안전운전이 염려되는데
기우겠지요.
네. 연구 많이해서 안전운전 염려없이 사진에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넓은 광야를 달리는 차안에는 찍은 하얀 구름이 정말 하얀 가오리연 같습니다.
정말 그렇게 보이지요?
백두산 후기 보러 갑니다. ㅎ
한없이 달려보는맛 천하일미 처럼 맛깔
납니다.
사막여행 하다 보면 신기구름도 많이 보이고
더울듯 하면서도 시원한 맛도 느껴지지요.
가오리연 바람세게 부는날 만들어서
날렸습니다.
은퇴하고 고향에 가서 첫번째로 방패연을
만글어서 방에 걸어두고 있습니다.
씨애틀 에서 동쪽 으로 스노퀼미 령을 넘으면
사막화 지역 입니다.
땅이 넓으니 길도 참 많습니다.
방패연은 만들기 쉽지 않던데...
연을 잘 만드시나 봅니다.
한 숟갈의 밥이 풀로 사용된다고 하니
문구점에서 산 풀로 쓱쓱 붙이는 것 보다
손으로 정성스레 밥알을 으깨며 눌러 붙이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연 만드는 것 까지 마음자리님은 어린이 놀이에 관련해서
모르는게 없으십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상하게 어릴 때 한 놀이들은
마치 그때처럼 기억이 생생한데
커서 한 놀이들은 흐릿합니다. ㅎ
감기인지 코로나인지 며칠을 비몽사몽...
이제 좀 맑아진 정신에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연.은 어릴적 아버지께서 대나무 곱게 자르고 다듬어서
남동생에게 멋진 연을 만들어 주던떄가 기억납니다.
과정이 비슷하네요.
남자형제들만의 전유물이라 난 뒤에서 따라 다니기만...
뒤 따라오는 구름을 자세히 보니 가오리 같습니다.
모든 사물에서 추억을 생각하시고 아름답게
들려주시는 마음자리님.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자상하신 아버님이셨네요.
저는 아버지는 어렵고 큰형이 아버지
대신으로 잘 놀아주었습니다. ㅎ
컨디션은 다 회복하셨나요?
구름풍경이 그야말로 가오리연같습니다. 저역시 글을 읽으며 어린시절 상상을 같이 따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