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잠행과 민주당의 안철수 모시기
대선후보였던 안철수가 사퇴를 하면서 문재인을 단일후보라고 말하고 자신은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했다. 이 말의 의미를 두고 시중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날 안철수의 얼굴에는 분노를 삭이려는 모습이 역력했음을 보았다. 여러 감회가 밀려왔을 것이지만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숨길 수없는 원망이 드러나 있었다고 본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던 날 문재인 후보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다음날 정중하게 찾아보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다음날 안철수는 알려지지 않는 지방으로 잠행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예의를 갖추고 모시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어제 필자에게 가끔 정세분석을 요청하는 모 신문의 기자가 '안철수 후보가 앞으로 어떻게 처신할 것이냐'고 물어왔다. 간단명료하게 몇마디로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당분간 현실 정치에 나타나지 않을 것" "문재인 후보와 공동으로 유세를 할 일은 없을 것" "쓰린 가슴을 치유하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의 성격과 성정으로 보면 아마도 선거지원에 손을 놓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자존심에 심각하게 상처를 입었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분석을 했다. 그의 인생역정, 직업, 습관, 태도, 혈액형까지도 참고를 한 필자의 결론이었다.
최고대학 최고학부를 나와서 최고의 벤쳐회사를 설립한 보기 드문 엘리트 기업가로 살아왔고 정치를 사회의 악 정도로 치부하다가 스스로 정치를 뜯어 고치려고 나왔는데 고쳐야 할 대상에게 무릎을 꿇게 되었으니 피 끓는 애통함이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겸손하였고 나름대로 도덕적으로 깨끗하다고 여기며 살았는데 불손하고 비도덕적인 집단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데 구태정치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이다. 안철수가 정치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정치혁신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안철수 후보에게 선대위원장을 맡기려는 시도가 있다면 접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어 모신다고 했으면 마음으로 받들고 정치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편이 안철수를 편하게 해주는 것으로 본다.
괜한 위선을 떨지 말고 민주당은 나름의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가면 될 것이다. 문재인이 쇄신을 말했으면 그대로 시행하면 될 일이다. 민주당은 안철수의 도움을 받기 위하여 특사를 보내어 마음을 돌리려고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안철수가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은 민주당과의 거리두기 외에는 없다.
안철수의 후보사퇴의 타이밍은 그나마 적정한 시점이었다고 본다. 극적인 연출이나 클라이막스 드라마의 모습은 안철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가치의 문제였다고 보인다. 정치쇄신과 혁신의 목적에 맞지 않는 어떠한 행위도 안철수의 성정으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안철수 현상에 환호했던 국민들에 대한 답례라고 본다. 안철수 현상의 효과가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을 통해서만 실현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새누리당도 그 목적을 알고 있으니 박근혜 후보를 통해서도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를 괴롭히지 마라. 충분히 마음고생을 했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를 끌어들이려고 한다면 안철수는 그들에 대한 증오만 키워줄 것이다. 박근혜 지지자들도 이제 더 이상 안철수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