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곶감이 무섭지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치과다.
이가 아무리 아파도 참을 수 있는데까지 견디다가
도저히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면 그제서야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으로 찾아가는 곳이 치과다.
일찍 갔으면 좋았을 것을 기회를 놓쳐 마지막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이 되기도 한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질문을 해본다.
“치과에 가는 것과 교도소에 가서 1년쯤 살다 나오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그런데 10명 중 7명이 교도소라고 말하는 걸 보면 치과가 두려운 것에는 너나가 따로 없다. 도처에 치과가 있지만 아무 곳에나 가지 않고
대부분 소개를 받아 찾아가는 것도 두려움과 관계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이가 상하게 마련이지만
관리를 잘한 사람은 그래도 덜 상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당할 장사는 없는 것이다.
왕십리에 있는 명치과는 박정봉 원장이 27년이 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몫 좋은 곳으로 이사하라는 권유도 받지만
자리를 옮기지 않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이야 지하철 왕십리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몇 발자욱 안 되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좋은 위치는 아니었다.
“저에게 치료를 받은 분은 멀리 이사를 가셔도
저를 꼭 찾아오시고 소개로 오시는 분들도 많지요.
몫 좋은 자리로 옮기면 좋다는 걸 알지만
단골을 위해서는 그래도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모든 생각이 자기 위주가 아니라 환자 위주여서
박 원장은 일찍부터 고객감동 프로그램을 시행했던 것이다.
병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방송이나 신문의 선전보다 입 선전이 최고다.
직접 경험한 사람의 얘기처럼 설득력이 있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박정봉 원장은 환자를 가족처럼 성심껏 돌보는 의사로 소문이 나 있다.
명치과에서 치료를 받으려고 의자에 앉는 순간
비행기의 1등석처럼 편안함을 너나 없이 느끼게 된다. (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