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제가 직접 쓴 글이니 허접해도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홍명보 선수가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다던데, 오늘 한심한 장면을 연출한 수비진이나 미드필더진을 볼 때에 이른 시간내에 대표팀에 다시 합류할 것 같네요
답답한 경기였다. 지난 미국과의 경기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보여줘 가능성을 보여준 한판이었다면, 오늘 쿠바와의 경기는 한국축구의 고질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한판이었다. 당초 예상은 FIFA 랭킹 75위인 쿠바에게 파상공격을 통해 손쉬운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쿠바의 조직력은 뛰어났다. 한국은 패스의 부정확, 개인기 부족, 제공권 장악 실패, 수비 조직력 와해, 골결정력 부족, 플레이메이커 부재라는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고 말았다. 특히 '밀레니엄 특급' 이천수(고려대)와 '수원공고의 희망' 박지성(J리그 교토 퍼플상가), '유비' 유상철(가시와 레이솔)등은 계속된 포지션 변경에 적응하지 못한듯 제 기량에 못미치는 활약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대표팀은 21분께 이천수가 황선홍의 스루 패스를 받아 상대 GK와 직접 맞서는 찬스를 맞았으나 어이없게 실축하여 찬스를 놓쳤고, 전반 종료 직전에도 두차례 GK와 맞섰음에도 어느 것 하나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였다. 후반들어 선수교체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은 대표팀은 26분 박지성,28분 이을용,30분과 37분 최용수,43분 이영표가 결정적 찬스를 맞았으나, 공이 빚맜는 등 불운이 이어져 결국 0-0으로 비기고 말았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패싱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 점을 들 수 있다. 쿠바 감독이 지적한대로 오늘 대표팀은 숏게임에서는 좋은 점을 보여주었다. 좁은 지역에서 정밀한 패스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으나, 문제는 스루 패스나 크로스 패스시 거리 계산에 계속 실패했다는 점이다. 경기는 공의 점유율이 아닌 전진 패스에 의한 득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을 간과하고 만 것이다. 오늘 이영표(안양 LG)와 김남일(전남)이 중앙에 배치되었으나 지금까지의 플레이 스타일 대로 주로 횡패스가 많았다. 횡패스가 많다는 것은 전진패스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만큼 수비진이 정돈될 시간을 준다는 뜻이다. 또한, 횡패스가 차단될 경우 바로 역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축구의 기본 상식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오늘 대표팀은 이 두 선수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렇다할 전진패스가 없었다. 전반 21분께 이천수에게 이어진 황선홍의 스루패스가 그나마 가장 돋보인 패스였다. 가끔씩 시도되는 스루 패스나 크로스 패스는 번번이 쿠바의 수비수들에게 커트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본선에서 상대할 미국, 폴란드, 포르투갈의 수비수들이 쿠바 선수들 보다도 제공권 장악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급히 보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그 동안 대표팀이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를 사용하여 반발력이 크게 떨어지는 여타의 공들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졌다는 점은 감안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패스 미스는 지나치게 많았다.
-수비진 -
오늘 수비진은 송종국(부산)을 센터백으로 내세우고 좌우 스토퍼에 김태영(전남)과 유상철을 내세우고 때에 따라서 김남일과 현영민(건국대)이 수시로 수비에 가담하는 변형 스리백 시스템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자주 상대 공격수를 놓친 모습이 드러났다. 비록 김병지의 적절한 전진 방어로 몇차례의 위기는 막아내기는 하였으나, 미국전 실점상황과 마찬가지로 이선 침투에 수비진이 완전히 붕괴되는 모습은 여전하였다. 그리고 수비수간에 지나치게 횡패스가 많아서 가뜩이나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하던 쿠바 수비진이 더욱더 견고해질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말았다. 그 횡패스 또한 부정확해서 유상철, 김남일, 현영민 등이 결정적인 패스 미스로 여러차례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그나마 송종국이 활발한 오버래핑과 안정된 게임 리딩을 보여주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MF진-
기본적으로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오늘 경기에서 좌우 날개는 이천수와 현영민이 맡고 공격형 미드필더에 박지성, 수비형 미드필더에 이영표와 김남일이 배치되었다. 미국전에서 송종국이 뛰었던 자리에 이영표가, 오른쪽 윙에 현영민이 기용되었고, 플레이 메이커 자리에서 낙제점을 받은 이천수가 본래 자리인 왼쪽 윙으로 복귀하였다. 오늘 경기에서 최대의 히든카드였던 박지성 카드는 결론적으로 실패였다. 작년 12월 서귀포에서 열렸던 미국과의 경기에서 플레이메이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박지성은,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기 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쳐 최전방에 있어야할 황선홍(가시와 레이솔)이나 최용수(이치하라)가 이선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 본 포지션으로 돌아간 이천수도 특유의 돌파가 한번도 성공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서너차례의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연결시키지 못해서 경험부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김남일은 투지는 앞섰으나 패싱력 부족이라는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체코와의 평가전에서와 마찬가지로 백패스 미스로 인해 실점위기를 자초하기도 하였다. 이영표도 전반에는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으나, 후반전 이천수가 이을용(부천 SK)으로 교체되어 나가면서 왼쪽 윙으로 가면서 특유의 개인기로 부지런히 공격에 가담하여 후반전 분위기를 주도하였다. 현영민은 기대에 못미치는 플레이로 아직 많은 성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으나 40m에 달한다는 스로인은 눈에 띄었다.
-FW진-
미국전의 차두리(고려대) - 최용수 투톱에서 부상에서 복귀한 황선홍과 최용수로 주전이 바뀌었다. 미국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던 최용수는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은 듯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황선홍도 부상 부위가 완전치 않은 듯 활동 폭이 좁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김도훈(전북)이 오랜만에 그라운드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오늘 경기에서는 투 스트라이커가 득점을 노리기보다는 어시스트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다.
- 개인별 플레이 분석 -
김병지 (★★★) 두드러진 위기는 없었으나 번번이 뚫리는 수비진을 대신해 스위퍼 역할을 잘해주었다. 하지만 한차례 킥을 실축한 점은 보완해야 할 것이다.
유상철 (★★) 상대 주 공격수인 델가도를 어느 정도 잘 마크해주었다. 하지만 패싱력 부재를 드러내면서 경기의 맥을 자주 끊었다.
송종국 (★★★☆) 활발한 오버래핑을 통해 침체에 빠진 미드필더진을 잘 뒷받침하여 그나마 오늘 가장 좋은 내용을 보여주었으나, 수비진이 번번히 뚫림에도 커버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했다.
김태영(★★☆) 힘을 바탕으로 한 대인 마크에서는 강점을 보여주었지만, 역시 패스 미스가 잦았다.
현영민(★★☆) 첫 선발 출장임을 감안하면 무난한 경기였으나, 돌파력과 섬세함이 부족하여 전체적으로 플레이스타일이 투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스로인 능력과 활발한 수비 가담능력은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점이다.
김남일(★☆) 오늘 이천수와 더불어 가장 미숙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잦은 패스 미스로 체코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였다. 또한 수비 가담에 있어서도 그다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어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능력에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이영표(★★★) 전반 내용은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체력을 앞세운 수비가담은 괜찮은 편이었다. 후반전에 소속팀에서의 포지션인 날개로 옮긴 이후 올림픽팀에서 선보였던 화려한 개인기를 다시 보여주었다. 후반전의 공격력은 이영표의 활발한 왼쪽 돌파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박지성(★★) 미국전에서 입은 타박상의 여파인지 움직임의 폭이 작았다. 무엇보다도 플레이메이커의 미덕인 스루패스는 한개도 보이지 않았고, 공을 잡으면 수비쪽으로 돌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몸에 맞는 포지션으로 분석된다.
이천수(★☆) 히딩크호의 황태자로 불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돌파력과 스피드, 체력마저 실종되고 말았다. 미국전 부진으로 인해 본 포지션인 왼쪽 날개로 기용되었으나, 계속된 돌파 실패와 득점 찬스 무산으로 인해 결국 교체되고 말았다.
최용수(★★) 미국전에서의 활약에 비해 그다지 몸놀림이 가볍지 못했다. 후반전에 찬스를 잡았으나 슈팅미스로 무산시키고 말았다. 장기인 제공권 장악도 보여주지 못했다.
황선홍(★★) 부상의 여파인지 기대에 못미치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다만 여러차례 시도한 스루패스는 상당히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을용(★★☆) 후반 이천수와 교체되어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공을 만진 적은 그다지 없지만 위치선정이 좋았다.
김도훈(★★☆) 그동안 출전기회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전감각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활발한 공간 침투로 후반 상승세를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