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7일 화요일 맑음
아침 7시에 기상을 해서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가리발디 역으로 향했다. 아침 신선한 공기가 코끝에 느껴진다. 오래되어 기울어진 교회와 광장의 기울어진 종탑이 맘을 안타깝게 한다. 보수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피사의 사탑이 생각난다. 가리발디 역에서 전철을 타고 산라자로 역에서 내리니 오전 8시 20분이다. 부지런히 걸어 TAPO(동부 터미널)에 들어섰다. 터미널 건물은 커다란 체육관 같이 생겼다. 천장에 원형유리가 인상적이다. 터널 1에 섰다. 표를 가지고 버스를 타러간다. 크리스마스 츄리가 아직도 싱싱하다. 버스는 9시에 출발한다.
멕시코시티를 빠져나오니 좀 아쉽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는 산을 내려가는 기분으로 달린다. 고지대의 멕시코시티를 빠져나가는 것이다. 내려가는 느낌을 갖고 있던 차에 이제 올라간다. 점점 험한 산속으로 들어간다. 주변에는 거칠어 보이는 산세에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데 자세히 보니 선인장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사람처럼 서서 산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선인장 산이다. 차는 힘겹게 험산 산을 넘어간다. 정상부근에서 멈췄다. 알고 보니 공사 중이다. 과자를 상자에 담은 장사꾼이 이곳에서도 달려온다. 놀랍다. 주변에는 가옥 한 채 없는 험한 산 위인데, 우리 기사는 문을 열어주어서 밖으로 나와 주변을 알아보고 사진도 찍었다. 경치가 낯설지만 멋지다. 차는 잠시 후에 또 달려간다. 이제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간다. 9시에 출발한 버스가 오후 2시가 되어 이름 모를 마을에 도착해서 손님을 내려놓는다. 1시간을 더 달려 오후 3시 30분에 우리의 목적지 오악사카에 도착했다.
오악사카는 오악사카 주의 주도이다. 시가지는 콜로니얼(식민지)의 잔영이 남아있어 고풍스럽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다. 오악사카 주는 멕시코에서도 인디오의 인구가 가장 많다. 시의 교외에는 몬테알반과 미틀라 라는 2개의 중요한 유적이 자리 잡고 있으며, 시내에서 한 걸음만 나가면 뿌리 깊은 옛 원주민의 문화를 이어온 인디오 생활을 직접 볼 수 있다. 오악사카는 원주민 문화의 색채가 짙은 만큼 물론 민예품의 보고이기도 한다. 특히 오악사카의 민예품은 색채가 풍성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준다. 여성용 솔로보소(Rebozo)-멕시코에서 전통의상이나 드레스를 입을 때 들어난 어깨위에 걸치는 것으로 보통 사각형이며 1.5m에서 3m 까지 되는 크기다. 반드시 녹색, 흰색, 붉은색 등이 무늬지어 들어간 여러 색실이 기본이다. 깔개로 사용하는 타페테, 인디오의 세계관을 표현한 것 같은 자수가 놓인 민속의상 우이필 등 다양하다. 멕시코에서 가장 멕시코다운 도시라는 말을 듣는 곳이다. 색상으로는 즐겁고 풍부한 먹거리와 즐거운 음악이 흐르는 축제까지 더해져 여행자를 만족시키는 사랑스러운 도시다. 마리아치(멕시코 음악의 소 편성 악단)를 둘러싼 사람들의 흥겨운 노래장단을 기대해본다.
버스터미널을 나오기 전에 먼저 내일 오후 8시에 산크리스토발로 가는 ADO 버스를 예약했다. 자리가 두 자리 밖에 없다. 일반버스보다 100페소 더 비싸다. 이제는 숙소를 찾아야한다. 먼저 이곳의 위치와 소깔로를 파악해야한다. 소깔로를 알아보고, 가는 길을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물었다. 단단하게 생긴 아가씨는 우리를 따라오란다. 직접 길을 안내해 준단다. 같은 방향이란다. 제법 걸어간다. 20분 정도 걸어가서 아가씨는 소깔로를 알려주며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고마운 분이다. 가는 길에 동상을 발견했다. Franciso Zarco(1829~1869) 상이다. 우표에도 실린 멕시코 유명 인사란다. 이제 숙소를 찾기로 했다. 이것이 여행의 기본이다. 소깔로 옆 골목에는 작은 호텔들이 많이 보인다. Cuilapan 이라는 호텔을 우리 숙소로 정했다. 550페소인데 흥정해서 350페소에 묵기로 했다. 아침식사는 없단다. 모텔같은 기분인데 2층 건물이 ‘ㅁ’ 자를 이루고 있다. 영어가 서로 통하지 않으니 메모지에 펜으로 써 가며 흥정을 한다.
이제 내일 방문하려는 몬테알반 유적지를 가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물어서 Mina 거리에 있는 호텔 Rivera del Angel을 찾아갔다. 호텔 안에 여행사 사무실이 있고, 버스 시간표와 요금표가 붙어 있다. 이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셔틀을 이용하기로 했다. 버스표는 돌아올 시간을 미리 정해서 왕복으로 끊어야한다. 자리가 있으면 예정보다 빠른 버스를 탈 수 있지만 예정보다 늦은 버스를 타면 다시 요금을 내야한다. 여행자들 뿐 아니라 주민들도 이용하므로 미리 나와서 기다려야 편하게 앉아갈 수 있단다. 요금은 왕복 50페소, 시간은 첫차 8시 30분 것을 타기로 했다. 돌아오는 시간은 12시다. 1시간 간격으로 출발과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숙소도 정했고 또 내일 할 일도 정해놓으니 이제는 배가 고프다. 걸어오다가 중국집을 발견했다. 반가웠다. 접시에 두 가지 요리를 갖고 오면 30페소(3000원)이다. 주저함 없이 들어가 볶음밥과 돼지고기 야채 볶음을 주문했다. 맛있게 먹었다. 흐뭇했다. 이곳에 있는 동안은 이 식당을 주로 이용할 것 같다.
소깔로 방향으로 걸어가니 시장이 나온다. 야채가 풍성하고 식당도 많다. 고추가 특히 많이 보이고 달기와 채소류가 많다. 망고와 바나나를 샀다. 이제 막 망고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노점상에는 흑색도자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악사카에 온 사람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신비한 광택으로 유명한 이 도자기-S.B. 코요테페크의 도기 Barro Negro-를 산단다. 이 검은색의 윤기는 도냐로시가 20수년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완성시킨 것이란다. 드디어 소깔로에 섰다. 고목나무가 광장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도 많다. 바둑판 모양으로 거리가 마늘어져 찾기가 쉽고 걷기도 좋다. 스페인 정복시절에 만들어진 교회와 건물들이 예쁘다. 색상도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동화 속 같다. Mayordomo 라는 초콜릿 가게에 들어갔다. 달콤한 초콜릿의 유혹을 누구인들 거부할 수 있으랴? 무슨 가게인지도 모르고 구수한 냄새와 깨끗한 매장에 이끌려 들어간 것이다. 점원 아가씨가 주는 것을 보니 초콜릿이다. 맛도 여러 가지다. 이곳 사람들의 초콜릿 사랑은 특히나 유별나다. 공공연히 자신들이 멕시코에서 초콜릿을 가장 많이 먹고, 사랑하는 도시라고 자랑하고 다닌다. 식당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음료가 바로 진한 초코랏떼이다. 게다가 초코릿이 섞인 독특한 맛의 검은색 소스 몰레를 집집마다 다른 비법으로 만든다. 우리나라 시골 장맛처럼 몰레소스 맛 자랑이 대단하다. 사고 싶은 맘을 꾹 누르고 매장을 나왔다.
산책하듯이 걸어서 산토도밍고 방향으로 걷는다. 광장 구석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을 보고 있다. 보행자 거리를 걸어가니 산토도밍고 교회가 나온다. 교회에 질린 사람이라도 이 교회는 둘러보라고 가이드북에 씌어 있다. 특히 산토도밍고 교회는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닫혀 있다. 지금 들어가 보지 않으면 보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1575년부터 약 1세기에 걸쳐서 완공된 이 교회는 멕시코 바로크 양식의 대표이다. 입구를 들어가면 바로 눈길이 천장으로 향한다. 성 도밍고를 중심으로 성인 , 성자의 상관도라 할 수 있는 ‘생명나무’가 금박과 목조의 부조로 묘사되어 있어서 평면적인 천정화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는 아주 신선하게 비친다. 그리고 도 뛰어난 것은 황금으로 된 2개의 제단이다. 하나는 주제단이며 또 하나는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산타 로사리아 예배당에 있다. 2개 모두 꽤 큰 제단인데 그것이 전부 황금으로 싸여있어서 호화롭다. 작은 제단에서 볼 수 있는 십자가의 예수님의 모습이 너무 처참해 보여 맘이 아프다. 나의 죄 무게가 새삼 느껴진다. 인상적이다.
둘러보고 나오니 바로 옆에는 오악사카의 민속 문화와 몬테알반의 보물이 있는 오악사카 지방 박물관이다. 2곳의 유적에서 출토된 것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금과 은을 아낌없이 사용한 악세사리, 보석이 아로새겨져 있는 왕관, 1mm로 얇게 늘인 유리세공의 기술 등 넓은 전시실이 넘칠 것 같은 많은 유물들이 모두 하나의 묘에서 출토된 것이다. 또 인디오 문화에 관한 전시물도 많이 있다. 각지의 수직물과 함께 그들의 일상생활 용품들이다. 또한 장로를 중심으로 한 인디오 사회의 설명 등 상당히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어 인디오 사회를 알 수 있다. 늦은 시간이다 내일 기회를 다시 만들어 보기로하고 돌아섰다.
날씨가 제법 싸늘하다. 관광객이 많다. 보행자 거리는 재미있다. 소품인형을 가판위에 올려놓고 팔고 있는 곳이 눈길을 끈다. 각종 동물, 상상의 동물 형상에 색칠이 선명하고 화려하다. 작고 아주 귀엽다. 은은한 불빛 아래에 사람들이 많이 오고간다. 광장 옆에서는 감자를 나사모양으로 깎아 튀겨주는 포장마차가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먹는다. 자루에 담긴 감자가 금방 흘러나간다. 젊은이 3명이 아주 바쁘게 손을 놀린다. 감자 씻고, 깎고 막대기에 꽂아 튀겨서 손님들 손에 쥐어준다. 튀김 냄새가 광장 에 가득하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망고를 깎아 먹었다. 크기는 작지만 망고의 맛은 여전히 실망시키지 않는다. 숙소는 깨끗하고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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