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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21
#1. 최영의 방
최영 : 뭡니까.
은수 : 여기. 고려에서 제일 안전한 곳. 숨어 있을라고. 딱 붙어서.
최영 : ...(말없다)
은수 : 임금님 허락도 받았구요. 그리고 이거. (하면서 들어 보이는 것. 검이다) 검도 받았어요. 봐요. 내꺼.
최영 : ...
은수 : (점점 자신이 없어지며) 어.. 여기 여자숙소가 따로 없다고 해서. 이 방에서 잠깐 지낼까 하는데.
저 쪽에 간이 침대 하나만 더 놔주면.
최영 : .. (점점 심각해지는 얼굴)
은수 : 내가 원래 의자 두 개만 붙여놔도 잘 자긴 해요.
말없이 보던 최영이 문 쪽으로 걸어간다. 문을 벌컥 연다.
문 밖에서 엿듣던 덕만 대만이 우당탕 달려간다.
최영이 다시 문을 닫더니 은수 쪽으로 온다.
은수 좀 겁먹고 뒤로 피하며.
은수 : 내가 밥값은 해요. 그니까. 부대원들 건강검진에 무상 진료에.. (침상 옆 기둥에 걸렸다)
최영 : (가까이 붙어 보며) 그래서 나도 여기 있으라고?
은수 : 여기가 대장 방이고. 그쪽은 대장이니까.
최영 : 내가 대장이니까.
은수 : (끄덕)
최영 : 여기.
은수 : (끄덕) 여기. 도망가지 말구. (웃음까지 가지 말고)
#2. 병영 마당 / 낮
우달치들이 주리리 서서 한곳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곳은 최영의 방 창문.
덕만이는 아예 입까지 벌리고 올려다보는 중. 그러다 뒤통수를 얻어 맞는다.
돌배가 우달치들을 두들겨 패서 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돌배 : 뭘봐. 드가. 안 드가?
그렇게 몰아넣으면서 자기도 위층 창문을 한번 더 올려다본다.
저 뒤에 혼자 남은 대만이 기우뚱 쓰러질 뻔 하다 재주를 넘는다. 대만이는 어쩐지 기분이 좋다.
#3. 최영의 방
최영이 검을 옆의 탁자에 올려놓더니 은수의 검을 받아서 올려놓는다.
그리고 은수를 밀어서 침상으로 간다. 주저앉히고는 그 옆에 앉아 은수를 마주본다.
은수. 어색해지고 있는데.
최영 : 왜요.
은수 : 뭐가요.
최영 : 이제 보름 후면 하늘 세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분이 내 방에 들어와서 같이 있겠다구? 왜.
은수 : (더듬더듬) 그니까 임금님 말씀이.. 제일 안전한 곳.. 여기.
최영 : 임금님 말씀이..?
은수 : 그.. 내가 부탁하긴 했죠.
최영 : (보는)
은수 : ?
최영 :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분. 처음부터.
은수 : 내가요?
최영 : 어찌 저리 웃는 건지. 왜 화를 내는 건지. ... 그러다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거.
내가 걱정 되서 울고, 웃어주고, 내가 걱정 되서 나한테서 도망가고.
은수 : (머뭇.. 거리는 느낌..)
최영 : 이번에 돌아오자는 것도 그래서였지요? 내내 궁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걱정되서.
은수 : .. (끄덕끄덕)
최영 : 임자의 목숨이 걸려있는데.
은수 : 안 죽었잖아요.
최영이 보다가 두 손을 내민다. 은수가 마주 잡는다. 그렇게 은수의 손을 잡고서.
최영 : 순서가 이렇습니다. 먼저 임자의 해독제를 구할 겁니다.
그래서 하늘에 가지 않아도 임자의 독을 풀 수 있게 되면. ...물어볼 겁니다.
은수 : ?
최영 : 남아 줄 수 있냐고.
은수 : (놀라 보는)
최영 : 하늘에 임자를 기다리시는 분들 있는 거 압니다. 알지만.. 물어볼 겁니다. 평생 지켜 드릴테니 나와 함께 있겠냐고.
은수 : (울컥해서) 나 지키는 거 쉽지 않을텐데.
최영 : 압니다.
은수 : 평생을?
최영 : 내가 임자를 갖는다면 평생입니다. 오늘 하루나 며칠이 아니고.
은수 : (눈물 그렁해서 보는)
최영 : 그래서. 그 날에 내가 물어보게 되면. 대답...해줄 겁니까?
은수 : (그저 보는)
최영 :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은수 : (끄덕이는데 웃는다)
최영, 그제야 마음이 놓여서 은수를 본다. 후우.. 숨이 나온다.
#4. 궁의 회랑
걸어오는 최영, 걷다가 돌아보면.
각자의 자리에서 보초를 서던 우달치들이 최영을 보는데 괜히들 웃고 있다.
#5. 공민의 집무실
충석에게서 보고를 받던 공민이 돌아본다. 들어서는 최영.
충석이 평소보다 더 활짝 웃으며 맞이한다.
최영이 고개 숙여 공민에게 인사를 하고.
최영 : 부르심 받고 왔습니다.
공민 : 언제 돌아올 겁니까.
최영 : (얼른 대답 못하는)
공민 : 어제 의선에게 국의대사의 벼슬을 주려고 했어요. 높은 자리에 앉으면 그만큼 안전해질까 해서요.
그랬는데 굳이 우달치로 들어가겠다 하더군요.
최영 : 예.
공민 : 그래서.. 당분간은 여기 있을 거지요?
최영 : 한가지 먼저 처리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공민 : 덕흥군 문제지요?
최영 : 왕비님을 감히 납치하고.
공민 : 의선의 해독제도 필요하구요.
최영 : 쳐도 되겠습니까?
공민 : 단사관이 비호하고 있습니다.
최영 : 공식적으로 어려우면 개인적으로 하겠습니다.
공민 : (보더니) 공식적으로 합시다.
둘의 대화는 착착 손발이 맞는 느낌. (아직 공민은 완전히 밝아진 것은 아니고)
#6. 우달치 병영 안마당
우달치들이 우루루 모여 있는데. 가운데서 수벽치기 시합이 벌어지는 중이다.
우달치 둘이 마주 서서 살벌하게 싸우고 있고. 구경하는 우달치들이 편을 갈라 응원을 하느라고 난리가 났다.
그 중에 은수가 있다. 은수도 완전 진지해서 한쪽을 편들고 있다. 그 응원하는 쪽이 돌배다.
은수의 좌우에는 덕만과 대만, 점오 등이 딱 붙어 있고.
돌배의 맞상대는 상당히 덩치가 크다. 돌배가 휘청 넘어갈 뻔 하자.
은수와 그 주변 무리들이 탄식을 하고.
돌배가 반격을 하자. 은수도 주먹을 흔들며 응원.
// 대문 쪽에서 들어서는 최영. 오다가 한쪽에 몰려있는 무리를 본다. 대충 보고 지나가려한다.
최영의 앞에 걸리는 대원들은 얼른 자세 바로해서 인사를 한다.
최영이 멈칫 선다. 다시 돌아본다. 모여있는 우달치들 사이에.. 은수가 보인다.
// 돌배가 상대를 드디어 쓰러뜨린다.
은수네 쪽들이 완전 신났다. 은수도 심각한 얼굴로 예쓰를 외치며 좋아한다.
돌배가 은수 쪽으로 들어온다. 은수가 한 주먹을 흔들어주며 좋았어. 돌배, 의기양양.
다음은 덕만이다. 은수가 나가는 덕만의 등을 쳐주며.
은수 : 지기만 해.
덕만 : 걱정 마십쇼.
덕만이 큰소리치다가 굳어 선다. 주변의 우달치들이 다들 주섬주섬 자세를 바로 한다.
거기 최영이 서서 모두를 둘러보더니 은수를 본다. 한숨이 나올 것 같은 표정.
은수 활짝 웃으며 차렷자세를 해보인다.
최영 : (모두에게) 계속해.
예 예 대답들하며 다음 시합을 준비들 하고.
최영이 은수를 향해 손짓을 한다. 따라오라고.
은수가 나요? 하고 자기를 가리키는데. 최영이 먼저 간다.
은수가 막 시작되는 시합을 미련이 남아 돌아보며 졸레졸레 따라간다.
대만이 괜히 좋아서 따라가려다가 점오에게 등덜미를 잡혀 세워진다.
#7. 병영 장교홀
먼저 들어서는 최영. 따라 들어오는 은수.
최영이 은수를 향해 선다.
최영 : 여기 숨어있겠다고 온 거 아닙니까?
은수 : 숨어있는 건데.
최영 : 저 애들 많은 데서?
은수 : 다 우달치들이라구 괜찮다구..
최영 : 어느 놈이.
은수 : 오늘 원래 전의시 갈라고 했는데, 대장한테 허락받아야 된다 그래서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 대장.
최영 : (이 어찌해야 되나)
은수 : 전의시에서 약재들 좀 갖고 와야 되구요. 내가 연구하던 것도 필요한데. 갖고 와도 됩니까?.. 대장?
최영 : 혼자 가지 말고. 사인 일조로.
은수 : (진지) 사인 일조. 알겠습니다.
최영 : 갖고 오면 방안에 조신하게 들어앉아 그 연구란 거 계속 하고.
은수 : 네.. 대장.
최영 : (더 할 말이 생각 안나서 보고 있는)
은수 : (슬쩍 풀리며) 무슨 일로 온 거에요? 그냥 나 한번 보고 갈라고?
최영 : 오늘 좀 늦을 겁니다.
은수 : (심각) 네 대장.
최영 : 처리할 게 있어서.
은수 : 기다리겠습니다. 대장.
최영 저도 모르게 성큼 은수 바로 앞에 와서.
최영 : 그 대장이란 말 한번만 더 해봐요.
은수 : 대장?
최영, 순간 자제심을 잃을 뻔 했는데.
충석소리 : 대장.
최영 간신이 바로 서서 본다.
충석이 들어서며.
충석 : 출발 준비 됐습니다.
하다가 뭔가 묘한 분위기. ?
최영이 그대로 은수를 지나쳐 문 쪽으로.
최영 : 가지.
나가기 직전에 돌아본다. 내내 보고 있던 은수가 얼른 손을 흔들어 보이다가 경례로 바꾼다.
최영이 나가고 혼자 남게 되자 은수의 미소가 사라진다.
소매로 가려진 팔의 그 부분을 감싸 만져 본다. 계속 불안해하고 있다. 자기 이마의 열도 재어본다.
#8. 궁 회랑
도치 등과 나서던 공민이 보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철.
기철 : (절을 하고는) 전하.
공민 : 또 오셨습니까.
기철 : 아직도 불가합니까?
공민 : 의선은 내가 따로 보낸 곳에 있다 하지 않습니까. 내어드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기철 : 그러시면 제가 알아서 찾아야겠군요.
기철이 고개를 숙여 보인다.
그 앞을 지나쳐 오는 공민. 좀 불안하다.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본다.
기철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휙 몸을 돌려 간다.
#9. 전의시
더기가 약재를 옮기려다가 놀라서 보는 곳. 거기 약원 하나가 밀려들어오며 나가 넘어진다.
들어서고 있는 천음자와 화수인.
놀라서 막아서려던 또 다른 약원. 천음자의 칼날이 번뜩이더니 쓰러진다.
더기가 놀라서 구석으로 도망쳐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간다.
탁자 밑에서 보이는 시선으로 비명을 지르는 의녀들의 소리가 들리더니 의녀 하나가 쓰러지는 것이 보인다.
더기 바로 앞에 쓰러지는 의녀 때문에 더기가 공포에 질린다.
뭔가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그들이 안의 약초원 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
더기는 웅크리고 앉아 덜덜 떨고 있다가 조심조심 탁자 아래에서 나온다. 밖으로 도망친다.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
#10. 궁의 길
은수와 우달치들이 오고 있다. 덕만과 점오, 돌배가 은수를 둘러싸다시피 해서 걸어오는 중.
은수는 열심히 얘기 중. 나머지는 완전히 빠져서 듣는 중.
은수 : 그래가지고 이 변사또가 춘향이를 잡아간 거에요.
나머지 : 어우.. (..탄식)
은수 : 뭐 어뜩하겠어. 사또가 잡아가는데 잡혀가야지.
그래서 이제 사또집이에요. 사또는 저 높은 마루에 앉아있고. 저기 마당 가운데 춘향이가 꽁꽁 묶여있어.
그리고 변사또가 묻는 거에요. 여봐라. 춘향아. 나에게 수청을 들겠느냐.
덕만 : 와아. 그런 놈이 여기만 있는 게 아니구나.
은수 : 그 때 춘향이는 대답하죠. 싫소.
하다가 보는 곳. 더기가 달려오고 있다.
은수 : 왜 그래요.
더기가 달려와 다짜고짜 은수의 소매를 잡아당긴다.
#11. 전의시
은수와 더기. 우달치들이 달려 들어온다. 거기 쓰러져 있는 약원이며 의녀들이 보인다.
은수가 놀라서 달려들어 앉아 약원이 괜찮은지 살핀다. 칼에 맞은 약원은 이미 죽어있다.
우달치들이 이미 무기를 빼들고 경계한다.
돌배가 창을 잡으며 안 쪽으로 이동하며.
돌배 : 덕만인 여기서 의선을 지켜.
덕만 : (은수의 옆으로 붙는다)
은수는 안에 넘어져 있는 의녀에게 가려는데, 더기가 은수를 잡아 당기며 울먹이며 자꾸 안 쪽을 가리킨다.
안에 있는 장빈이 걱정되고 있다.
#12. 은수 거처 앞
돌배와 점오가 무기를 빼든 채 다가선다.
돌배가 멈춰서 안의 소리를 듣는데 조용하다. 조심스레 이동해서 은수 거처의 문을 연다.
#13. 은수 거처 내부
들어서는 돌배와 점오. 돌배가 방안을 둘러본다. 은수의 거처는 난장판이 되어있다.
창문가 배양액 접시들을 늘어놓은 곳에 접시들은 모두 박살이 나있다.
점오가 갑자기 한 곳을 보며 말한다.
점오 : 저기.
#14. 전의시
은수가 고개 들어 본다. 들어오고 있는 돌배. 점오.
돌배 : 놈들은 이미 갔습니다. 그리고 이거..
하며 내밀어주는 것. 배양액 점시 중의 하나다.
은수가 영문 모른 채 받아든다.
돌배 : 장어의께서 그거 하나를 손에 숨겨 쥐고 계셨습니다.
은수 : 무슨 소리에요. 장선생이 뭐.
돌배 : (말 못하는데)
점오 : 돌아가셨습니다.
더기가 괴성을 지르며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은수도 달려 가려는데 돌배와 점오가 막으며.
돌배 : 바로 병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놈들이 언제 다시 올지 모릅니다.
은수가 돌배를 밀치며 가려 하지만 돌배는 꿈쩍 않고 막고 있다.
은수 : 좀 비켜봐요. 내가 좀 봐야겠다구. 나 좀... (하다가 왈칵 울음을 터뜨린다)
돌배 : 내공의 고수들에게 당했습니다. 그자들이 다시 오면 우린 막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15. 길거리 / 낮
지호가 달려 도망치고 있다. 뒤를 돌아보며 코너를 도는데.
그 앞을 가로막는 화수인. 지호가 창으로 공격해 들어간다.
가볍게 이리저리 피하던 화수인이 지호가 찔러낸 창을 타고 들 듯 지호의 품 안으로 파고든다.
지호가 놀라 뒤로 물러서려는데 이미 화수인의 손이 지호의 어깨를 짚었다. 순간 타들어가는 어깨.
지호가 비명을 지르며 창을 떨군다.
순간 날아드는 화살. 화수인이 돌아서며 화살을 쳐낸다.
저만치 담 위에서 시울이 또 하나의 화살을 먹여 쏜다.
화수인이 그 화살을 잡아내는 동안 도망치는 지호. 어깨를 감싸고 비틀거리며 도망친다.
땅에 떨어진 창을 주워들지도 못했다.
시울이 지호의 옆으로 떨어져 내리며 함께 도망친다.
화수인이 따라갈 생각은 없이 고개짓을 해준다.
천음자가 한쪽 옆에서 그들을 따라 달리고 있다. 근거지를 알기 위해 쫓는 중이다.
#16. 기철의 집 회랑
기철의 사병들이 뒤로 밀리며 길을 내준다.
그 앞으로 오고 있는 최영. 충석. 대만. 그 외의 우달치들. 우루루.
저 앞에서 양사가 부지런히 달려나와 길을 막는다.
양사 : 어쩐 일이십니까.
최영 : 덕흥군이 이 집에 있다 들었다.
양사 : 무슨 일인지 알려주시면 안에 고하고 만나실 수 있게 자리를...
최영 : (옆에다) 이 놈 좀 치워.
옆의 우달치들이 달려들어 양사를 옆으로 들어낸다.
계속 가는 최영.
#17. 기철의 서재
기철이 덕흥을 문으로 밀어가며.
기철 : 정동행성에 가 계십시오. 주상이 지금 눈이 뒤집히긴 했으나 행성까지 쳐들어오진 못할 터.
문을 열고 내보내기 전에 덕흥을 잡아.
기철 : 달리 잔수를 부릴 생각은 마십시오. 생각은 내가 할 것이니까.
덕흥 : 당연히.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이야.
덕흥을 내보내고 문을 닫는 기철.
#18. 기철의 집 복도
걸어오던 최영이 멈춘다. 옆에 충석에게.
최영 : 애들 풀어서 각 문 지키게 해. 아까 그 놈이 시간 끌던 게 수상하네.
충석 : 예.
최영 :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충석이 뒤로 빠진다. (최영은 아직 갑옷은 입지 않고)
#19. 기철의 서재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최영. 안에서 기다리는 기철.
최영을 따라 들어선 우달치들이 주루루 뒤에 펼쳐 서서 자리를 잡고.
최영이 방안을 둘러보더니.
최영 : 덕흥군을 만나러 왔습니다 이 방에 있다 들었는데.
기철 : 자네도 그 중의 하나였지.
최영 : 어디 있습니까. 덕흥군.
기철 : 나름 철저히 조사를 했었지. 조일신을 비롯해서 그날 천혈문 앞에 있었다는 우달치들.
모두가 한치 틀림없이 같은 말을 했어. 하늘문이 열렸고. 그 문을 통해 자네가 하늘의원을 모셔왔다고.
주상도 그 자리에서 함께 보셨다고.
최영 : (옆의 대만에게) 중문에 대기 중인 우달치들. 이 집 구석구석 뒤지라고 해. 권한은 주상전하께 이미 받았다.
대만 : 예.
급히 나간다.
기철 차가운 분노로 최영을 보며.
기철 : 언제 모두가 함께 말을 맞추기로 한 건가.
최영 자네가 그 내용을 만들었는가. 아니야. 역시 그 요망한 것이 세치 혀를 놀려..
하는데 바싹 앞으로 다가서 기철의 말을 멈추게 하는 최영.
최영 : 말조심하시고. 덕흥군께선 왕비마마를 납치한 죄로 조사받아야 될 처지입니다.
하는데 밖에서 들어온 충석이 보고한다.
충석 : 후문으로 조금 전에 마차 한 대가 나갔답니다. 부대원들이 추격 중입니다.
최영 : (기철을 보는 자세로) 놓치지 마. 방향은 아마 행성 쪽일 거다.
충석 : 예. (달려 나가는)
최영 : (기철에게 계속) 그런 자의 종범이 되면 아무리 부원군이라도 무사치 못할 겁니다. 조심하십시오.
최영이 돌아서는데. 그 팔목을 잡는 기철.
최영이 그 손을 뒤집어 도리어 기철의 팔목을 잡는다.
기철은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어서 그냥 잡혀주며. 마지막으로 간절히 말한다.
기철 : 그 여인을 만나게 해주게. 어디 있는지 말만 해. 내 죽이지는 않음세. 다만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래.
최영 : 죽이지만 않고 무슨 짓을 하시려구요. 그간 해온 짓들을 들었는데. 만나게 못하지요.
최영이 팔을 떨쳐 놓아준다.
#20. 길
달려오는 마차 한 대. 마악 코너를 도는데
앞에서 튀어나오는 대만이 마부의 자리로 올라탄다.
마부가 반항하지만 손쉽게 제압을 하고는 워어.. 말고삐를 뺏어 마차를 세운다.
거의 동시에 뒤에서 달려오는 우달치들이 마차를 에워싼다.
우달치 중의 하나가 마차의 문을 거칠게 연다.
그 안에 앉아있는 덕흥. 이거 참.. 곤란하군. 하는 미소.
#21. 도당회의실 / 밤
회의실 이곳저곳에 밝혀져 있는 불빛들.
익재를 비롯한 중신들이 밤중까지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서서 둘셋씩 떠들고 있다.
익재를 비롯한 중신들이 있고. 세도가들이 있고. 각자 큰 목소리로 떠드는 중.
목은 : 전쟁을 무조건 일으키자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어디까지나 방어의 차원에서 군비를 늘리겠단 것인데.
세도가 : 솔직히 우리 전하. 처음부터 아슬아슬했습니다. 백성은 안전에도 없으시고. 자존심만 하늘을 찌르시니..
이거 원 하루하루가 불안해 견딜 수가 없어요.
익재 : 원나라 사신이 와 있으니 일단 그자를 모시고 얘기를 나눠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22. 도당 회의실 밖 회랑 / 밤
최영이 충석과 함께 급히 오다 보면, 거기 공민이 들어가지 않고 서있다.
최영이 가까이 오며 재빨리 공민의 주위를 살핀다.
최영 : 전하.
공민 : 아..
최영 : 회의, 안 들어가십니까?
공민 : 시끄러워서 좀 피해 있습니다.
최영 : 덕흥군을 잡아놓았습니다. 국문은 언제로 하시겠습니까.
공민 : 오늘은 저 안에 계신 분들은 상대해드려야 하니 내일 아침 일찍 합시다.
최영 : 준비해놓겠습니다. (돌아서려는데)
공민 : 장어의가 습격을 당했습니다.
최영 : (놀라 보는)
공민 : 아마도 의선을 찾으러 온 자들에게 당한 거 같아요.
최영 : 다쳤습니까?
공민 : 우리. 그 사람을 잃었습니다.
최영 : ....(울컥. 화가 나는)
공민 : 의선이 많이 놀랐을 겁니다. 이 땅의 세상에서 유일한 벗이었다 들었는데.
#23. 궁의 회랑
급히 걸어오는 최영. 돌배가 저쪽에서 달려와 합류하면서.
돌배 : 대장. 장어의께서.
최영 : 들었다.
돌배 : 수리방도 당했습니다.
최영 : (멈추는)
돌배 : 애들이 여럿 다쳤다 합니다.
최영 : 역시 부원군이냐.
돌배 : 그 사제들이 직접 나선 모양입니다.
#24. 마마 주막집
몇 명의 보부상, 약장사 차림의 마마네 식구들이 여기저기 주검으로 쓰러져 있다.
우달치들이 그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우달치 하나가 그 중의 한 사내를 들춰본다. 목 부근이 심한 화상을 입고 있다. 화수인에게 입은 화상이다.
돌배소리 : 의선을 찾고 있습니다. 수리방 사람들 중에 붙잡힌 몇은 고문을 당한 거 같습니다.
#25. 우달치 병영 마당 / 밤
마당에 있던 우달치 몇이 얼른 자세를 바로 한다.
최영이 걸어오다가 위를 본다. 자기 방의 창문에 불이 켜져 있다.
#26. 최영의 방
문이 열리며 최영이 들어선다.
여기저기 밝혀져 있는 호롱불. 그리고 탁자 위나 옆의 가구에 올려져 쌓여있는 약재들. 약첩들.
가운데 탁자에서 은수가 약재를 썰고 있다가,
은수 : 이제 와요?
인사를 하는데 최영 쪽을 돌아보지 않고 있다.
최영이 그쪽으로 다가서 탁자 건너편으로 간다. 보지만,
은수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고개를 숙인 채 손작두로 약재만 열심히 썰고 있다.
은수 : 방에서 약냄새가 좀 심하죠. 미안해요. 전의시에 가면 안된다구 해서 여기서 좀 작업 할려구.
우달치 대원들 비상약을 만드는 중이에요. 베었을 때. 찔렸을 때. 또..
자꾸 위태롭게 헛손질을 하고 있다.
최영이 은수의 손목을 잡아 멈추게 하더니 작두를 빼내어 옆으로 치운다.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는 은수가 썰려진 약재를 두 손으로 모아 옆의 바구니에 넣는다.
최영이 보니 은수의 손이 약재로 잔뜩 더럽혀져 있다.
은수 : 갖고 다니기 편하게 연고 같은 걸루 만들어줄까 해요.
최영이 고개를 기울여 은수의 얼굴을 보려고 하자.
은수가 돌아서서 다른 약재들을 쓸어 모은다.
은수 : 장선생님이 가르쳐준 건데요. 그니까 이름이 장선생표 금창약. 그리고 골절에 좋은 약도 가르쳐줬는데..
울지 않으려고 애쓰며 삼키고 있는 중이다.
최영 둘러보다가 옆에 면수건을 들어 대야의 물을 적셔 꼭 짠다.
은수 : 있잖아요. 장선생님이..
최영 : 들었습니다.
은수 : 내 선생님이었는데.
최영이 은수의 앞에 가서 수건으로 은수의 손을 닦아준다.
은수 : (아이처럼 가만 손을 맡기고) 내 얘기 다 들어주는 친구였는데. 근데.. 아무래도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최영의 손이 멈췄다가 마저 닦아준다.
은수 : (갑자기 최영의 손을 잡아 끌어 가며) 이거 봐요. 내 해독제.
거기 장빈이 감췄던 배양액 접시.
은수 : 장선생이 죽어가면서 지켜주었던 거에요. 이거 하나가.. (뚜껑을 열어 보이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거 독 배양액에 흙에 사는 방선균을 넣은 거거든요. 아직 더 지켜봐야 되고, 성공할진 모르지만 그래도 반응이..
(순간 또 멍해진다)
최영이 은수에게서 뚜껑을 받아 닫아주고.
은수를 돌려세우더니 갑옷의 등 쪽을 풀어 벗겨주기 시작한다.
은수 : 이거 지켜주다가 돌아가셨나 봐요. 이 접시를 손에 꼭 숨겨 잡고 있었대요.
그러니까 장선생은 날 찾아다니는 놈들한테.. 나 땜에.. 나만 없었으면.. 그니까 내가 죽인 거네.
저기요. 내가 그분을 죽였어요.
최영이 은수의 갑옷을 옆에 올려놓고 은수를 밀어 침대로 간다. 은수의 머리를 받쳐 눕혀준다.
은수가 다시 일어나려 하자 어깨를 잡아 다시 눕히고.
최영 : 좀 자요.
하고 옆에 개었던 이불을 펼쳐 덮어준다.
은수가 결국 울기 시작한다. 그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이불을 머리 위로 올려 덮어쓴다.
최영이 좀 걸어가더니 의자 두 개를 들고 간다. 입구에 가까운 곳에 마주보게 놓는다. (이쯤에서 이야기 시작)
아까 놓아두었던 검을 집어들고 의자에 앉더니 다른 의자 하나에 다리를 얹고. 편히 자세를 잡는다. 검을 안은 자세로..
최영 : 열여섯에 처음 사람을 죽였습니다. 왜적이었는데.. 주위에서 모두 칭찬해줬습니다. 담대하게 솜씨좋게 단칼에 죽였다고.
그래서 처음엔 흥분했습니다. 내가 자랑스러웠고.
근데 그날밤 한숨도 못 잤습니다. 추워서 떠느라구요. 어찌나 추운지.. 그게 추울 때가 아니었는데.
은수가 이불을 걷어낸다. 눈물 자국을 닦으며 최영 쪽을 본다.
최영 : 유월 스무하루였으니까. 그 날이.
은수 : 날짜를 기억해요?
최영 : 날짜도 기억하고. 내가 죽인 자의 얼굴도 기억합니다.
은수 : 두 번째도?
최영 : 아니요. 두 번째부터는 그냥 이런 식으로 기억해요. 하나 더. 그리고 하나 더. .. 하나 더.
그래서 압니다. 내가 죽였다. 그 말, 그렇게 쉽게 하는 거 아닙니다.
은수 : ...
최영 : 들었습니까?
은수 : 들었어요.
최영 : 그럼.. 이제 자요.
은수 : (말없이.. 어쩐지 최영의 무게가 전해지며)
#27. 병영 마당 / 새벽
마당 가운데로 나선 나팔수가 자세를 잡고 서더니 아침 기상 나팔을 분다.
#28. 최영의 방
나팔소리가 들린다.
곤히 잠들어있던 은수가 꿈틀하더니 잠에서 깨어난다. 부스스 눈을 뜨고 끄응 돌아눕다가 본다.
저 앞에 최영이 배양액 접시를 내려다보고 서있다. 그 옆모습. 보다가.
은수소리 : (속마음) 나 여기 있는데.
최영이 옆의 의자에 걸쳐놓았던 겉옷을 들어 입는다.
은수소리 : 지금부터 셋 세면 나 돌아봐주기. 하나..
최영이 검을 찾아 든다. 스릉 빼들더니 날을 검사한다.
은수소리 : 둘.
최영이 검을 다시 넣으려다가.
은수소리 : 셋.
그 소리와 거의 동시에 최영이 은수를 돌아본다. 돌아보았을 때 은수는 눈을 감고 있다.
은수가 눈을 감은 채 소리를 듣는다.
스릉 검을 다시 검집에 넣는 소리. 의자를 끌어 제자리에 돌려놓는 소리. 그리고 잠시 소리가 없다.
눈을 감은 채 귀를 기울이는 마음. 실눈을 뜨고 보다가 움찔.
가까이에서 최영이 내려다보고 있다.
최영 : 여긴 늦으면 아침밥이 남아있질 않습니다.
은수 : (웃는)
최영 : 다녀오겠습니다.
은수가 한손을 들어 누운 채 경례를 해보인다.
최영이 몸을 일으켜 간다. 가는 최영을 보면서.
은수소리 : 하나.. 둘... 셋..
셋과 거의 동시에 문을 열려던 최영이 돌아본다. 미소 짓고 나간다.
#29. 감옥 앞 복도
최영이 들어서고 있다. 돌배와 덕만이 따르고 있다.
지키던 금군들이 자세를 바로 하고 맞는다.
옥문 앞. 금군 하나가 자물쇠를 연다.
#30. 감옥 내부
덕흥이 본다. 문이 열리며 최영이 혼자 들어선다.
최영 : 덕흥군 나리. 친국이 열릴 겁니다. 모셔가겠습니다.
덕흥이 미소지어 일어선다.
순간 앞으로 바싹 다가와 서는 최영.
최영 : 마지막 기회다. 해독제. 갖고 있나?
덕흥 : 무슨 해독제? 아.. 그 사람..
최영 : (꿈틀하지만 참는)
덕흥 : 준다면. 내 정혼자를 돌려줄 생각인가.
최영 : .. (진짜 말하기 싫다) 들어와.
덕만과 돌배가 들어온다.
최영 : (나가며) 샅샅이 뒤져. 머리털 하나까지.
덕흥이 웃는다.
#31. 감옥 앞 복도
최영이 벽에 기대서서 기다리고 있다. 울분을 겨우 참고 있다.
참으려고 애쓰다 울컥해서 벽을 찬다. 후우 심호흡을 하는데.
안에서 덕흥을 데려나오는 돌배와 덕만. 돌배가 고개를 저어 보인다. 나온 게 없다고.
최영이 살기가 오르며 덕흥을 본다.
최영 : 없어?
돌배 : 없습니다.
최영 : 아무 것도?
돌배 : 예.
최영이 덕흥에게 한걸음 다가선다. 덕흥이 슬그머니 겁이 나는데.
저 위에서 우루루 들어오는 원나라 복장의 병사들.
옥을 지키던 금군들이 우루루 앞으로 나서며 막아선다.
최영도 덕흥의 앞을 막아서는데.
원병사들 뒤로 나타나는 손유. 천천히 걸어와 최영과 마주선다.
손유 : 호군. 최영이지요?
최영 : 여기 고려의 전법옥에서 원의 병사들이 뭐하는 수작입니까.
손유 : 덕흥군의 현재 신분은 정동행성의 평장정사입니다.
설령 죄가 있다 하여도 구속하거나 죄질을 따지는 것은 고려가 아닌.
원에 속해있는 정동행성 이문소에서 하게 될 것입니다. 그게 법입니다.
최영, 덕흥을 돌아본다. 덕흥이 미안하다는 듯 미소 짓는다.
최영이 정말 비켜주기 싫어 버티다가 옆으로 비켜준다. 우달치들도 덕흥을 놓고 물러나준다.
원의 병사들이 우루루 와서 덕흥을 호위해 나간다.
손유가 돌아서려는데.
최영 : 의선. 왜 죽이려 했습니까?
손유 : (보는)
최영 : 원에까지 소문이 퍼질만큼 대단한 존재라면 데려가 구경시키는 게 순서. 왜 무조건 죽이고자 한 겁니까?
손유 : 의선이란 여인을 만나게 되면 직접 설명해줄 생각입니다.
최영 : 또 하나, 제 이름은 어찌 아셨습니까. 저는 일개 호군. 근래에는 전하 곁에 머물지도 못했는데.
손유 : 고려에 도착하기 전에 받은 정보가 그랬습니다. 현 주상은 장차 범이 될 수 있다.
허나 그 발톱은 최영이란 자니 그 자만 없애면 고양이로 키울 수 있다. 그래서 기억했지요. 그 이름.
최영 : ... 전하를 꺽으러 왔습니까?
손유 : 아직 결정 못했습니다. 어느 쪽을 꺽어야 할지.
손유가 돌아서더니 나간다.
#32. 궁의 회랑
최영이 빠르게 걸어오고 있다. 마음의 분노 때문에.
#33. 공민의 집무실
공민이 고개를 들어본다.
최영이 들어서고 있다. 최영은 분이 나는 것을 참고 있는 중이다.
최영 : 명하신대로 덕흥군. 저들 손에 넘겨주었습니다.
공민 : 쉽지 않았을 거 압니다.
최영 : 확신하시는 겁니까? 덕흥군을 저들에게 빼앗겼다 하면 중신들이 마음을 모아줄 거라고?
공민 : 해봐야지요.
최영 : 전하. 정동행성은 덕성부원군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친원세력의 본거지구요.
거기서 덕흥군을 데려갔습니다. 거기 원나라 단사관이 함께 있습니다. 이는 곧 전하를 치겠다는 얘깁니다.
공민 : 알아요.
최영 : 저에게 군사를 주십시오. 그 전에 정동행성을 치겠습니다.
공민 : 먼저 중신들의 동의를 구할 겁니다.
최영 : 저들은 동의 따위 필요없는 집단입니다.
공민 : 난 필요해요.
최영 : 저들은 언제라도 이익만 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공민 : 저들은 사병을 쓰는 거지만 난 백성을 써야 합니다. 그러니... 시간이 필요하다구요.
최영 : (안타까워 보는)
#34. 정동행성 정문 앞
(코끼리가 있는 장흥 세트 앞을 생각했습니다만)
현판이 있다면 [征東行中書省] 이라 적혀 있음.
자막 정동행중서성 (征東行中書省) : 고려에 설치한 원의 내정간섭기구
#35. 정동행성 회의실
상좌에 앉아있는 덕흥. 그 옆에 기철.
그 앞으로는 세도가들이 화려한 복장들을 입고 자리해 있다.
기철 : 주상이 갖고 있는 군대는 금군 이천. 그 외 자잘한 호위대들 합해봐야 거기서 거깁니다.
#36. 도당 회의장
공민과 익재 목은을 비롯한 사대부 중신들이 모여있다.
익재 : 권문 세족들의 사병들을 합하면 그 수가 우리의 몇배가 됩니다. 저들이 힘을 합하게 되면 당하기 어렵습니다.
공민 : 저들이 있는 한. 우리의 개혁은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37. 정동행성 회의실
기철 : (두터운 문서를 탁자 위에 던져주며) 이게 뭔지 압니까. 지금 주상이 추진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가진 노비들. 우리가 가진 땅들. 죄 뺏어가서 그것으로 원과 전쟁을 하려 하고 있어요.
#38. 도당 회의장
공민 : 이제 원이 우리를 치게 되면 우리는 국경에서 원과 싸우고 안에서는 저들과 싸워야 합니다.
그때까지 앉아서 기다립니까? 저들은 왕비를 납치한 자를 비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명분이 있어요. 이때를 놓치면 안됩니다.
#39. 정동행성 회의장
기철 : 그래서 제가 바꿀까 합니다. (덕흥군의 옆에 서며) 우리의 새 왕을 모시고
이 나라의 안녕과 대대손손 우리의 번영을 이어나가고 싶어서요.
덕흥군이 미소 지으며 좌중을 훑어본다. 끄덕이며 옆 사람과 수런거리는 이들.
덕흥이 보기에 이들은 정말 한심하다.
#40. 장교 작전 회의실
우달치와 금군 장교들이 함께 모여서 작전 회의 중이다.
탁자 위에는 정동행성의 내부 지도와 국경지대를 표시한 나라의 지도가 펼쳐져 있다.
안재가 행성의 지도를 탁탁 치며
안재 : 행성 내부에 원의 병사는 그리 많지 않아. 백명 정도?
최영 : 문제는 여길 쳤을 때 쌍성 쪽에 반응이지. 그 쪽 사정 누가 잘 안다 했지?
하다가 모두 우루루 바로 선다.
공민이 충석과 도치를 대동하고 들어오고 있다. 일제히 절을 하고.
공민이 가운데 자리하고.
최영 : 어찌 되셨습니까?
공민 : 아직입니다. 중신들이 좀처럼 결정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최영 : (갑갑)
공민 : 내 중신들을 하나하나 따로 만나 설득해볼 것이니 군관들은 조금 더 기다려주었으면 해요.
안재 : 전하. 이런 작전은 기습이어야만 합니다. 시간을 끌어 새나가게 되면 국경이 위험해집니다.
공민 : 압니다. 알지만 중신들의 동의없이 강행할 수는 없어요.
최영 : (답답해 한숨을 쉬는)
#41. 공민 집무실
공민이 먼저 들어서고 최영이 따르고. 그 뒤를 도치와 충석이 따른다.
최영 : 덕흥군을 정동 행성을 치기 위한 미끼로 쓰시겠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손끝하나 건드리지 마라 하셨구요.
공민 : 그랬습니다. 난들 뭐 마음이 좋은 줄 아십니까?
최영 : 낚시대도 없이 미끼를 던지라 하신 겁니까? 낚시가 뭔지는 아십니까?
저 뒤의 도치와 충석이 난처해서 서로 마주본다.
공민 : 나는 왕이고. 그러니 명분이 필요해요.
최영 : 그럼 제발 좀 빨리 만들어 주십시오. 그 명분.
공민 : 그럼 내가 또 그대에게 명을 할까요. 명분이고 뭐고 그냥 가서 잡아오라. 내가 분이 안 풀리니 그 자의 사지를 절단하라.
그럼 그대는 해주겠지요. 어떻게 해서든.
최영 : .. (의외의 말이다. 보는)
공민 : 처음 귀국하던 때 기억합니까? 자객들이 습격해오던 날 밤. 그대는 내게 말했어요.
무섭더라도 도망치지 말고 뒤에 있을 수 있냐고. 그러면 지켜줄 수 있다고.
나는 뒤에 숨었고. 그대는 나 대신 싸워 날 지켰어요.
최영 : 전하.
공민 : 언제까지.. 그대 뒤에 숨어 있을까요.
최영 : 그래서.. 제가 아닌 명분이 필요하신 겁니까?
공민 : 나는 어떻게든 피를 흘리지 않고. 부원군을 무너뜨리고 싶은 겁니다.
그래야.. 북쪽에 우리 땅을 다시 바라볼 수 있으니까. (말하다 최영을 보는)
최영 : (어쩐지 혼란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공민 : 좀 지켜봐주면 안되겠습니까?
최영 : (보다가 단념했다..) 알겠습니다.
공민 : 어의를 해친 자들이 부원군집 사람들이라 들었습니다.
최영 : 그렇다 합니다.
공민 : 잡아와 주세요. 역시 해치지 말고. 산 채로.
최영 : ... 받들겠습니다.
최영이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는데. 그 손에 들려있던 검이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공민이 놀라서 보고. 충석이 본다.
최영이 당황해서 바닥에 떨어진 검을 내려다보다가 허리를 굽혀 집는다. 들어올린다. 별 이상은 없다.
당황한 마음에 공민을 본다. 공민이 이해 못해서 보고 있다.
#42. 노국의 처소
휘장 안에서 나오는 은수. 노국의 진료를 마친 뒤다. (여기와 손유 부분은 의선 복장으로)
은수 : 일단 제가 검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다 괜찮으세요. 맥도 좋고. 감염증세도 없고.
더기가 약을 지어 준다니까 그거 드시구요. (하면서 휘장을 걷어 옆으로 치워준다)
노국 : 의선..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은수 : 네. 말씀하세요.
노국 : 전에 그런 말을 하셨지요? 하늘의 지식이라면서. 전하께서 나를 얼마나 연모하시는지.
내가 먼저 떠나면 전하께서 어찌 되시는지. 다 아셨던 거지요?
은수 : (굳어서)
노국 : 내가 자궁이 약한 것도 아셨지요?
은수 : 어 그건요.. (난처해서)
노국 : 하늘의 지식. 하나만 더 알려주세요. 우리.. 전하와 나. 다음 아기는 언제 가질 수 있습니까?
은수 : (먹먹해져서 보는)
노국 : 가질 수는 있는 거지요? 우리 아기.
은수 : 왕비마마..
노국 : 혹시.. 내가 먼저 떠나게 됩니까? 우리 전하를? 그래서 그 때 그런 말을 한 겁니까?
은수가 대답을 못하고 노국을 보는데.
마침 들어오는 최상궁.
최상궁 : 의선. 저 좀..
은수 : (돌아보는)
최상궁 : 원나라 단사관이 서찰을 보냈습니다.
은수 : 저한테요?
최상궁 : (편지를 건네주는)
은수 : 제가 한자를 잘 못 읽는데..
최상궁 : 꼭 직접 혼자 읽어보시라 하셨답니다.. 지금 기다리고 있겠다 하셨다는데.
은수 찡그리고 편지를 받는다. 겉표지에는 낙관과 함께 醫仙親展이라고만 쓰여 있다.
은수가 좀 옆으로 비켜서며 안의 것을 열어본다. 펼쳐서 내용을 보다가 (아직 안보이게) 완전히 질려버린다.
최상궁 : 의선.. 괜찮으십니까?
은수 : 이 사람 지금 어딨어요?
#43. 궁 내 누각
달려온 은수. 가쁜 숨을 쉬며 주위를 살핀다.
누각 쪽에 서있던 손유가 은수를 본다.
은수가 고개를 들고 누각에 오른다.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들어 보이는데 그 손이 떨리고 있다.
은수 : 이거.. 저 주신 편지.. 직접 쓰신 거에요?
손유 : 내가 썼습니다.
은수 : 이거.. (목이 탄다. 펼쳐 탁자에 놓아주며) 무슨 글자인지 아세요?
그제야 보이는 탁자 위의 글씨. [ 은 수 ] (현대체로 쓰여진 게 아니라 옛날 사람이 붓글씨로 베껴 썼음직하게)
손유 : (은수를 살피며) 이게 무슨 글인지 압니까?
서로 살피는 중이다.
#44. 길
화수인과 천음자가 걸어오고 있다.
저 앞에 기대 서 있는 거사. 그들을 보더니 옆의 골목으로 들어간다.
화수인과 천음자가 서로 눈짓을 주고 받고는
화수인은 직진으로 골목을 향해 달리고 천음자는 옆으로 빠진다. 포위를 할 생각이다.
#45. 골목길
화수인이 들어온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살피다가 순간 몸을 젖혀 피한다.
그 위로 찔러 들어오는 거사의 검. 거사가 쉴틈없이 계속 공격해 들어온다.
화수인이 춤을 추듯 피하면서 오른손의 장갑을 뺀다.
거사가 그 손을 봤다. 순간. 뒤로 튀어 피하며 다음 공격을 하려는데.
뒤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칼. 천음자다.
거사가 간신히 피하지만 계속 따라 붙는 천음자의 칼. 거사의 목에 대어진다.
화수인 : 너두 수리방이지? 내가 본 기억이 있는데.
거사 : (손바닥을 내민다) 백냥.
화수인 : (보다 웃는)
거사 : 의선. 있는 곳. 백냥.
#46. 비밀 거처 앞
거사의 안내로 도착하는 천음. 화수.
거사가 저 앞의 집을 손가락질로 가리킨다. 낮은 담으로 둘러싸여진 집. 마당이 제법 넓고.
화수인이 천음자를 본다. 천음자가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듣는다.
조용한 속에서 소음이 조금씩 커진다.
#47. 인서트 컷트
누군가가 나무 함지에 가득한 곡물(팥?)을 나무 수저로 휘휘 젓고 있다. 그 소리가 와락와락 더 커진다.
#48. 비밀 거처 앞
천음자가 찡그린다. 알 수 없는 소음..
화수인이 본다. 천음자가 고개를 젓는다. 더 듣고 싶지가 않다.
거사가 집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뒤를 힐끔 돌아보더니 집 안으로 들어간다.
#49. 거처 내부
집 안은 가구라든가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있다. 뭐야 이거 하고 돌아보는 순간.
입구 쪽에 있던 거사가 휙 나가버리고 밖에서 문이 텅 닫긴다.
천음자가 얼른 가서 문을 열어보려 하지만 밖에서 잠겨있다.
화수인 : 뭐야. 장난해? (어이없다는 듯 웃는)
천음자가 주위를 살펴 나갈 곳을 찾는다.
화수인 : 좀 비켜봐. 이 놈의 집 확 태워버릴 거니까. (장갑을 벗는데)
천음자 : 잠깐.
하더니 벽쪽을 타고 죽 .. 젖어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쓸러 냄새를 맡는다.
천음자 : 기름이야. 이거 집 전체에 뿌려놨는데.
화수인 : (소리내 웃는) 와아. 누군지 진짜 공들였네.
천음자는 웃지 않고 벽 쪽으로 가서 밖을 엿본다. 피리를 들어 입에 댄다. 불기 시작하지만.
#50. 비밀 거처 밖
문에 커다랗게 걸려져 잠금장치를 하는 장대. 그리고 그 주변.. 아무도 없다.
#51. 길
대만의 안내로 최영이 달리고 있다.
최영 : 건드리진 말라 했지?
대만 : 안 싸웁니다. 그냥 가둬놓기만 했습니다.
최영 : 준비는.
대만 : 시키신대로 다 해놨습니다.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이쪽입니다.
#52. 비밀 거처 밖
대문의 밖에 걸어 놓았던 장대가 부러지며 대문이 안에서부터 벌컥 열린다.
그 안에서 나오는 천음자. 그러나 순간 그 앞으로 날아오는 화살들.
천음자가 급히 뒤로 다시 들어간다. 슬쩍 밖을 엿보면.
담장 너머로 우달치들이 일제히 활을 겨누고 있다.
천음자가 피리를 입에 대자. 순식간에 날아오는 화살들.
천음자가 짜증이 난다.
순간 천음자의 옆으로 나선 화수인이 불덩이를 날려 보낸다.
그 불덩이를 칼로 갈라버리며 마당에 들어서는 최영.
그 뒤를 따라 들어와 한쪽 옆을 담당하며 서는 대만. 천음자를 향해 생글생글 웃어보인다.
최영 : 니들이 전의시를 습격. 궁중 어의와 약원들을 살해했냐?
화수인 : 그랬다구 하면 어쩔 건데?
최영 : 무기 버리고 포박 받고 끌려가주면 된다.
화수인 : (장갑을 빼드는데)
순간 담 밖에서 마당 쪽으로 던져지는 작은 독들. 깨지면서 기름들이 번진다.
화수인이 질색을 하고 피하지만 그 앞에서도 깨지는 기름독.
최영 : 불을 쓰면 너 먼저 불덩이가 될 거야. 그러니까 불장난은 그만 하고.
천음자가 피리를 들며 주위를 둘러본다. 담 위에서 여전히 활을 겨누고 있는 우달치들.
화수인 : 이거 비겁하잖아. 그대답지 않게 왜 이래. 일대일로 제대로 싸워보지?
최영 :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천음자가 피리의 칼을 빼며 공격해 들어온다. 최영이 받아서 싸운다.
화수인이 단검을 쓰며 최영의 등을 공격해 들어온다.
최영이 화수인을 상대하는 사이 천음자가 음공을 쓰기위해 뒤로 빠지면
바로 대만이 천음자를 괴롭혀 (직접 공격하는데 치고 빠지는 수법. 일대일로 버티기는 버거워서) 음공을 쓰지 못하게 한다.
최영이 둘을 잡아 놓은 사이 밖의 우달치들이 우루루 달려들며 원을 그려 그들을 포위한다. 일제히 화살을 당겨 겨눈다.
최영이 천음자의 공격을 튕겨내며 동시에 화수인에게 칼을 겨눈다.
최영 : 무기 버리고. 포박 받고.
화수인의 목에 겨눠진 칼을 보고 천음자가 할 수없이 뒤로 물러나며 피리칼을 떨군다.
우루루 그에게 달려드는 우달치들. 수갑을 채운다.
그런데 순간. 최영이 자신의 손을 본다. 칼을 뻗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것을 화수인도 눈치챘다. 화수인이 최영을 본다.
최영이 얼른 칼을 거둬 검집에 넣는다.
화수인 주변으로 달려드는 우달치들.
최영 : 대만아. 기름독 하나.
대만이 얼른 기름독 하나를 들고 온다. 최영이 받아서 화수인에게 간다.
최영 : (기름독의 마개를 뽑으며) 워낙 불장난을 좋아하니까.
회수인 : 이봐.
최영 : 실례.
하고는 기름을 화수인의 옷에 부어버린다. 골고루.
최영 : 데려가.
하고는 그 자리를 벗어나온다.
그 뒤에서 대만이 천음자의 피리를 들고 좋아 죽는다.
화수인은 묶이면서 최영을 보고 있다.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최영이 걸어오는데 표정이 굳었다. 검을 들고 있는 왼손.
이만치 벽에 기대어 검을 내려다 본다. 오른손으로 바꿔 검을 들어본다. 조심스럽게 검을 드는데 또 괜찮다.
#53. 궁 내 누각
마주 앉아있는 은수와 손유.
손유 : (끄덕이더니) 이 글을 읽을 줄 아시는군요.
은수 : 이 글, 아세요?
손유 : 이 글을 모른다면 이렇게 달려오실 리가 없지요. 특히나 나는 의선을 처형시키라 주장한 자인데.
은수 : 제가 이 글을 안다 그러면, 다시 요물이라 부르면서 공개처형해라. 그러실 거에요?
손유 : 그렇다하면 사실대로 말을 안하시겠지요?
은수 : 당연히 안하죠.
손유 : 이렇게 합시다. 이 자리에 앉아 나눈 이야기는 일어서는 즉시 없었던 것으로.
은수 : 좋아요.
손유 : 이 글 뭐라 적혀 있습니까.
은수 : 못 읽으세요?
손유 : 기억해서 쓸 수 있을 뿐입니다.
은수 : 어디서 보셨는데요.
손유 : 고조부께서 적어놓은 일지입니다. 그 한구석에 이 글자가 있었는데 아마 고조부께서 베껴 적은 글 같습니다.
#54. 회상 15부 #14 꿈 속. 초가집 마당
(울렁거리는 효과는 넣지 말아주세요)
소박한 초가집 가운데 마루. 그 마루에 앉아있는 누군가의 옆모습.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고.
소박한 무명옷으로 된 고려 여인 복식.
여인 앞에는 돗자리. 그 위에 누워있는 어린 소년. 그 옆에서 애가 닳아 앉아있는 모친.
여인은 소년의 손목 맥을 짚어보고 있다. 그리고 옆의 탁자 위에는 하얀 면포 위에 수술 도구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그 위로 들리는 소리.
손유소리 : 그 일지에는 하늘의 도구와 땅의 약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고쳤다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여인 덕분에 죽을 목숨을 살린 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요..
은수소리 : ... 그게 잘못 되었나요?
#55. 궁안 누각
손유 : 그렇게 살게 된 자 중에 하나가 나중에 화적떼의 두목이 되었고 나중에 돌아와 모든 마을 사람들을 몰살시켰다면..
잘못된 것이겠지요.
은수 : (굳었다)
손유 : 고조부께서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혹여 후손 중에 하늘에서 온 의원이라 칭하는 여인을 만나게 되면
즉시 죽여 세상을 편케 하라.
은수 : ...
손유 : 어찌 생각하십니까?
은수 : ..
손유 : 혹시.. 살려서는 안되는 사람을 살린 적이 있습니까?
은수 : (그제야 똑바로 보는) 전.. 의원이에요. 의원에게 살려서 안되는 사람은 없어요.
손유 : 다시 묻겠습니다. 하늘에서 오셨습니까?
은수 : 아니요.
손유 : 여기 뭐라 적혀있습니까?
은수 : ... (어쩐지 울컥 목이 메이는 기분이 되어 다시 보는)
거기 적혀있는 글자. 은수. 자기 이름.
은수 : 너.. 지금 거기서 뭐하고 있니. .. 그렇게 적혀 있네요.
#56. 마마네 집 / 밤
마마가 앉아서 탁자 위에 여러 가지 환약이며 자기병의 약들을 늘어놓고 있다.
그 앞에 앉아있는 최영.
마마 : 온갖 해독제를 다 구해보긴 했는데. 그 비충독의 해독제는 없는 모양이다.
최영 : 뭐 좀 비슷한 것도 없어요? 시간을 좀 미뤄준다거나.. 아프진 않게 한다거나.
마마 : (한숨 쉬며 약을 다시 보다 자기병 하나 집어주며) 이게 통증을 없애는 것이긴 한데.
최영 : (나꿔챈다) 또 딴 건.
마마 : 그 독에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다.
최영 : 시간 없어요. 그분 오늘 계속 혼자 두었어. 가봐야 되요.
#57. 길 / 밤
최영이 걸어가고 있다.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저 뒤에서 따라오는 대만이 웬지 대장의 마음이 무거워 보여서 더 가까이는 못오고 있다.
이제 최영은 거의 뛰다시피 걷는다.
#58. 병영 마당 / 밤
아직 잠들지 않고 오가던 우달치 병사들이 들어서는 최영을 보고 자세를 바로 하여 인사를 한다.
최영이 장교홀 쪽으로 가다가 떠들썩한 안의 소리를 듣는다.
문이 열려져 있는 장교홀에서 나오던 병사들이 최영을 보고 얼른 인사를 한다.
#59. 장교홀
홀의 한쪽에 놓여진 커다란 독.
그 앞에 우달치들이 줄을 서 있는데 저마다 표주박? 내지는 목기를 하나씩 들고 있다.
은수가 독에서 떠주는 차를 받아 가는 중이다. 은수 옆에는 덕만이 딱 붙어서 듣는 중.
은수 : 그러니까 내가 가르쳐주는 대로 끓여서 이렇게 근무교대하고 온 대원들 마시라구 해주면 되요.
내가 재료는 잔뜩 준비해놨으니까.
덕만 :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어 대장.
대원들이 다들 바로 서서 최영을 맞이한다.
최영이 은수 앞으로 다가온다.
은수가 활짝 웃으며.
은수 : 어서 오십쇼. 수고하셨습니다. 대장님. 헛개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피로회복제인데..
최영이 손을 옆으로 뻗는다. 옆에 있던 대원이 재빨리 자기가 들고 있던 목기를 내준다.
최영이 대주자 은수가 한가득 따라준다. 최영이 마신다.
은수와 대원들이 전부 반짝반짝 쳐다본다.
최영이 주욱 마시고 은수를 본다. 끄덕인다. 맛있다고.
은수도 대원들도 다 맘이 놓여서 웃는다. (너무 과하지는 않게..!)
#60. 최영의 방 / 밤
은수가 배양액을 손보는 중이다. 여러개의 접시로 나눠서 증식 중.
가느다란 침 같은 것에 액을 찍어서 다른 접시로 옮기는 중.
그러다가 문득 멈추는.
손유소리 : 아무 것도 살리지 말고 아무 것도 죽이지 말고.
#61. 회상 / 궁 안 누각 #55의 계속
손유와 은수가 마주 앉아 얘기 중.
손유 : 이 세상의 아무 것도 손대지 말고 그렇게 살 수 있겠습니까?
은수 : (보는. 소리 내어 말은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 답하는)
은수소리 : 그렇게 살려고 얼마나 애써왔는지 알아요?
손유 : 의선이 하늘에서 왔다는 게 사실인지 아닌지 그런 건 제게 상관없습니다.
은수소리 : 목숨하고 상관없는 상처만 치료하면서. 비누나 만들면서 그렇게 조심조심 살았다구요.
손유 : 이 세상에 위험한 요소가 있다면 제거하는 것이 관리의 일이지요.
은수 : 내가 세상은 잘 몰라도
손유 : (보는)
은수 : 사람 몸은 좀 아는데요. 사람 몸은 위험한 것들이 좀 들어와줘야 제대로 튼튼해지거든요.
면역력도 생기고 저항력도 생기고. 그래서 물어보구 싶은데요.
세상에 위험해질까봐 열심히 살면 안된다는 게 무슨 개같은 논리에요?
손유 : (보다가 일어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습니다.
은수 : 나 때문에 역사가 바뀐다고? 뭐 어쩌라고.
(화가 나고 있는) 내가 딴 세상에서 왔다고? 내가 살면 내 세상이지.
아놔. 왜 그렇게 그동안 숨도 못쉬고 살아왔을까 생각할수록 열받네.
그렇게 말하는 은수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손유.
은수 : 왜요. 역시 죽여야겠어요? 해보세요. 난 죽자고 살아볼테니까.
#62. 최영의 방
최영이 씻고 들어서는 중이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들어서다 보면
저만치 배양액들 앞에 은수가 앉아 있다가 돌아본다. (둘 다 홑겹 기본옷 차림)
최영이 의자 하나를 집어 들려 하는데 은수가 재빨리 일어서 오더니 의자를 빼앗는다. ? 해서 보면.
은수가 침상 쪽을 가리키며.
은수 : 오늘은 침대에서 허리 죽 펴구 자요. 이건 전담 의원으로 하는 말이니까.
최영 : (다른 의자를 집으려는데)
은수 : (그것도 뺏어가며) 말 좀 들어요.
최영 : 우달치 신입이 대장한테 감히..
은수 : (재빨리 두 손을 모아 보이며) 제발.
그 간절한 얼굴에 더 다투기를 포기하고 최영이 침상으로 가서 앉는다. 팔짱을 끼고 앉아 본다.
은수는 저 앞에 의자 두개를 질질 끌어오는 중.
최영 : 그 해독제 연구한다는 건 좀 진척이 있습니까?
은수 : 멸균된 도구들이 아쉽긴 해요. 추출도구라든가.. 현미경 하나 있음 정말 감사하겠는데.
은수가 대답하며 의자 두 개를 붙이고 그 위에 앉아서 다리를 올려봤다가 일어서서 의자 두 개의 간격을 다시 조정하는 등.
가장 편한 잠자리 자세를 위해 열중하고 있다.
은수 :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에요. 적절한 온도라든가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
그냥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하면서 의자에 앉아 상투 머리를 풀어내린다.
최영이 보고 있다.
은수가 머리를 흔들어 풀면서 최영을 본다. 최영이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돌아본다.
은수가 손가락으로 대충대충 머리칼을 빗어 내리는데 더 엉망이 되고 있다.
최영이 일어나 걸어가더니 빗을 들고 돌아온다. 은수에게 빗을 건넨다.
은수가 받아들려는데 은수의 손이 미처 빗에 닿기 전에 최영이 빗을 놓친다. 바닥에 떨어지는 빗.
최영이 당황해서 다시 빗을 집어 드는데 또 놓쳤다.
은수가 그것을 다 보고 있었다.
은수가 최영의 손을 잡으려 한다. 반사적으로 손을 빼며 일어서는 최영. 은수가 보자. 시선을 피한다.
은수 : (그런 최영을 보고) 뭐야 그 표정은. 처음이 아닌 거네.
은수가 벌떡 일어나더니 최영을 잡아당겨와서 침상에 앉힌다. 자기도 옆에 마주 앉더니 손을 내민다.
최영이 보다가 할 수 없이 자기 손을 내준다.
은수가 최영의 손가락들에 자기 손가락들을 마주 걸어.
은수 : 당겨봐요.
최영 : (당겨준다)
은수 : 더 힘줘봐요.
최영 : (하라는대로)
은수 : 별 이상 없는데. 전에도 이런 적 있어요? 언제부터? (하며 미간이 찌푸려져서 보는)
최영 :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뻗어 그 미간을 펴더니) 잠이 모자라서요. 그러니까 좀 잡시다.
하더니 누워버린다. 눈을 감고 한 팔을 들어 이마를 가린다.
그런 최영을 답답해서 보다가 은수 일어서려는데.
최영의 한 팔이 뻗어오더니 은수를 잡아 당긴다. 은수가 어어 하면서 최영의 옆에 넘어져 눕혀진다.
은수가 당황해서 일어나려다 보면 최영은 한팔로 눈을 가려 바로 누운 자세 그대로.
은수를 당겼던 손은 어느새 제 가슴에 얌전히 얹혀져 있고.
은수가 보다가 그냥 옆에 눕는다. 최영을 보다가 에잇 자기도 바로 눕는다. 천정을 보다가 눈을 감는다.
#63. 궁 전경 / 아침
도치소리 : 정동행성에서 공문이 왔습니다.
#64. 공민의 집무실
도치가 두루마리 편지를 펼쳐 읽는 중. 듣는 공민.
도치 : 덕흥군의 국문을 정동행성의 이문소에서 열겠답니다. 그 자리에 승상의 직분으로 전하의 참관을 청한다 합니다.
충석 : 좋지 않습니다. 전하. 이런 때에 정동행성으로 가시는 것은 아주 안 좋습니다.
공민 : (생각해보는)
#65. 정동행성 대문 앞
기철소리 : 올 겁니다.
#66. 행성 회의실
기철과 덕흥이 아침 차를 마시는 중이다. 느긋하게.
기철 : 내가 이제껏 보아온 주상이라면 옵니다.
덕흥 : 나라면 절대 안 올 것인데.
기철 : 마마께선 마마 자신이 중요한 분이시고. 주상은 남의 눈이 중요한 분이니.. 올 겁니다.
덕흥 : 난 정치 따위는 관심이 없으니 잘 모르겠는데..
기철 : 정치는 관심이 없습니까?
덕흥 : 없네. 내가 관심이 있는 건 자리 뿐이야.
기철 : (웃는) 좋은 조합이군요. 우리. 저는 자리엔 관심이 없으니까.
덕흥 : 남들 눈에 어찌 보이는지가 왜 중요하지? 그게 이해가 안돼.
기철 : (마시던 잔을 땅 놓더니) 자리에 앉을 때까진 남의 눈도 좀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국문 자리엔 원의 단사관이 있을 겁니다. 고분고분 잘 하시고.
덕흥 : 물론이지.
기철 : 왕이 오면 왕을 잡고. 그 왕을 인질로 군대를 접수할 겁니다. 피를 보지 않는 왕위 교체. 그거 먼저 해드리지요.
(일어서 손을 부비며) 그 다음에 피는 내가 따로 보겠습니다.
#67. 장교 작전 회의실
금군과 우달치군 장교들이 차려 자세로 서있다. 가운데 선 공민.
최영 : (아직 갑옷은 입지 않은 상태) 이건 전하께서 직접 미끼가 되겠다는 말씀이십니다.
공민 : 내가 낚시는 잘 몰라서. (웃는데)
최영 : 꼭 이러셔야 되겠습니까?
공민 : 내가 움직여 중신들이 움직일 수 있다면 해볼만 하지 않습니까?
안재 : 놈들이 어디까지 무도하게 나올지 모릅니다. 전하.
공민 : 어디까지 나올까요. 놈들이.
최영 : (내키지 않지만) 작전 목표의 제일순위는 전하를 무사히 모시고 들어갔다가 무사히 나오는 겁니다.
(탁자 위의 정동행성 내부 지도를 짚으며) 국문이 열리는 곳은 여기 국문실입니다.
#68. 궁의 마당
금군들이 한무리 지나가고 있다.
최영소리 : 우리 군이 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알리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69. 우달치 장교홀
우달치의 장교들이 모여서 명을 듣고 있다.
최영이 가운데 서서.
최영 : 전하를 모시고 행성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 우달치들로 한정한다.
우리가 전군적으로 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들은 권문 세족의 사병들을 불러올 것이야.
그럼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따라서.. (잠깐 시선이 저 쪽으로 간다)
입구 쪽에 은수가 서서 보고 있다. 진지한 얼굴로. 다른 우달치들과 함께.
최영 : 전하의 호위는 우리만 한다. 열두명이 최측근 호위를 하고 나머지는 성내까지만 따른다.
#70. 장교 작전 회의실
안재가 다른 금군들에게 명하고 있다.
안재 : 우리 금군은 소규모로 나뉘어서 이동한다. 되도록 상대가 눈치채지 않게 우회해서 이동, 행성 주변으로 모인다.
일대의 우회 경로는 이쪽이다. (하며 지도를 짚는)
#71. 최영의 방
최영이 단검 등을 발목이며 허리춤에 차면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
최영 : 우달치 병력이 대부분 빠져나갈 겁니다. 신입들이 많아서 어떻게 따로 나눌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여기가 좀 비게 될텐데..
말하면서 돌아서다가 멈칫.
은수가 최영의 갑옷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다가와 자연스레 입혀주기 시작하며.
은수 : 저는 이따가 왕비님 뵈러 다녀올 거구요. 그 나머지는 꼼짝않고 여기 있을 거니까. 걱정 마시구.
(등 뒤에서 묶어주느라 얼굴은 보이지 않는) 손은 어때요. 움직여봐봐요.
최영이 손을 뻗어 쥐었다 폈다 해보인다.
은수 :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담당의원에게 알릴 것.
최영 : (웃는)
은수 : 대답 안해요?
최영 : 신입이 참.. 어찌나 건방지신지.
하다가 멈춘다. 은수가 뒤에서 최영의 등에 얼굴을 묻고 가만 서있는다.
최영이 기다린다. 은수는 그렇게 최영의 안전을 비는 마음.
은수가 똑바로 서더니 최영의 등을 탁 쳐준다.
은수 : 다 됐습니다. 대장.
최영이 그제야 돌아본다. 은수가 활짝 웃어준다.
#72. 궁의 회랑
공민이 도치를 뒤에 충석을 옆쪽에 거느리고 나선다.
거기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달치들이 공민의 좌우 뒤쪽으로 붙으며 함께 걷는다.
좀 더 걸어온 곳에 최영이 기다리고 있다가 충석의 반대편으로 가서 서며 공민을 호위한다.
그렇게 그들이 걸어온다. 지나간다.
#73. 우달치 병영 마당
마당이 거의 비어있다. 우달치 한명이 연습용 무기를 잔뜩 들고 구보로 지나쳐간다.
저기 보이는 대문. 보초 두명이 지키고 있다.
그 중의 보초 한명이 뭔가 이상해서 걸어 나와 주위를 살핀다. 아무 이상은 없다.
그러나 그 보초의 머리 위 (숙소 쪽?) 이층 난간 혹은 지붕 위로 이동하고 있는 마부.
숙소의 방문 중에 하나가 열린다. 순간. 마부가 이동하는데. (예전에 칠살의 움직임처럼)
스륵 연기처럼 이동하여 다음 칸으로 착지해 내린다.
바로 그 옆의 방문에서 나온 우달치는 그 움직임을 느끼지 못했다.
#74. 최영의 방
은수가 배양액에 매달려 있다.
옆의 화로에는 단지에 끓는 물. 은수가 집게로 끓는 물에서 소독한 접시를 하나씩 꺼내고 있는 중.
저만치 옆에서는 대만이 이상한 자세로 앉아서 졸고 있다.
그러다 대만이 눈을 번쩍 뜬다. 튀어 오르듯 일어나며 문을 향한다.
은수가 이상해서 그런 대만을 돌아본다.
다음 순간 문이 조용히 열린다. 거기 마부가 우두커니 서서 은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