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문의 북유럽 교육북유럽 교육ㆍ복지이야기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왜 무상교육을 하고 있는가?
안승문 / 스웨덴 웁살라대학 객원연구원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교육은 완전히 무상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서 무상으로(세금에 의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나라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취업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정신이야말로 복
지국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북유럽에서는, 어린이가 만 6세가 되는 입학전 1년의 유아학교(의무는 아님)를 포함하여, 9년간의 종합
학교(한국의 초ㆍ중학교에 해당하는 기초학교) 의무교육 기간에는 완전히 무상으로 교육을 받는다. 연
필이나 공책 등 일반적인 학용품이나 학습에 필요한 다양한 교재는 물론 학교 급식비까지 교육을 위한
모든 재원은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한다.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생들도 특별하게 구입해야 하는 교재나 참고 도서비를 제외하고는 무상으로 교
육받으며,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모든 대학생들에게는 일정액의 학업지원금(장학금)을 지원하며 특별히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생활비를 융자해주고 있다. 석사나 박사과정에 입학하는 대학원생들의 경우,
입학이 허가되면 매달 일정한 금액을 월급 형태로 지원받는다.
0세부터 5세까지의 어린이들을 어린이 돌봄센터나 가정탁아 등에 맡기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가계 순소
득에 따라 일정 비율(최고 3%)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자녀가 태어나 종합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16세-17세)는 모든 부모들에게 아동수당이 지원되기 때문에 보육 비용이 크게 부담이 될 이유는
없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5Km 이상 떨어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지자체가 학교 버스를 제공하거나
버스비를 지원해야 한다.(물론, 자기가 사는 지자체 안에 배정되어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있는데 다른
지자체의 학교를 선택한 경우는 지원하지 않는다.) 고등학생이 특별한 전공 코스를 선택하려고 하는데
자기 지자체의 학교에 그런 코스가 없는 경우, 코스가 있는 다른 지자체의 학교에 다닐 교통비 또는 거
리가 너무 먼 경우에는 숙박비까지 지원해야 한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이처럼 모든 국민이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인간이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지위나 사는 지역, 성별 등 어떤 요인에 의해서도 차별받지
않고 교육을 받고 발전할 고른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국민적인 철학과 가치관에 기인한다. 그 바탕에
는, 부(富)나 계층의 세습 등 전근대적인 체제에서 탈피해 국민 모두가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최대한
발전시키고,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에 기여하며, 똑같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철저한
민주주의 정신, 평등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나아가 거기에는, 교육을 개인이 책임져야 할 취업 준비 과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전시켜 가장 적합한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과정으로 보는 복지국가의 철학이 있
다. 교육을 국가와 사회 및 경제 발전을 위한 인력(노동력)을 기르는 일이며, 사회 구성원들이 소중히
여기는 공동의 가치를 지키고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켜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과제라고 보는 차
원 높은 교육 철학과 정치적 관점이 담겨 있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를 보다 행복하고 인간다운 공동체로 발전시키는 것을 교육의 핵심 과제로 삼고, 그런 교육
으로 경제적 생산력이나 기업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북유럽 나라들을
살펴보면서, 한국 교육 근본을 새로 세우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 소개
안승문은
2007년 3월부터 스웨덴 웁살라에 있는 웁살라대학 교육학부에 객원연구원으로 머물면서
북유럽 복지국가의 공교육에 대해서, 특히, 스웨덴과 핀란드의 공교육 체제와 교육개혁
정책 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첫댓글 본부 신문에 있는 내용 스크랩했습니다.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과 똑같은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이 남의 구호같은 느낌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참고로, 안승문 선생님이 핀란드와 스웨덴의 교육정책 답사를 하신 CD가 서울교육청 제작으로 지원되어 본부에 있고 안선생님과 한번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면 CD를 볼 수 있습니다. 한번 모여서 볼까요? PC지원이 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