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오른쪽)이 김두한 추종세력인 후계자 조일
환씨(66)와 김동회옹(86) 유동춘씨(58)(왼쪽부터) 등과 만나 현 시국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1일 김영삼 전대통령이 야인 30여명과 전격적으로 만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전대통령은 이날 서울 광진구 군자동 한 뷔페에서 열린 '민주산악회 3월 운영위원회'에 참석, 김두한의 평생지기인 김동회옹(86)과 '후계자' 조일환씨(66) 등 추종세력을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최근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반미감정과 좌익 성향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김전대통령의 시국관에 공감을 표시한 야인들이 김전대통령측에 먼저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이뤄졌다.
이날 김전대통령과 야인들의 만남을 '전대통령'과 '주먹' 간의 만남이라는,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의 만남을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마치 드라마 <야인시대>를 재현하는 듯하다.
최근 방영되는 <야인시대>는 1946년의 시대 상황 속에서 좌익과 우익의 극심한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광복 이후처럼 좌·우익의 대립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좌익과 우익이 극심한 대립을 보이자 김두한은 1946년 3월 말 전 신민당 총재 유진산(1905∼1973)과 함께 '대한민주청년동맹'을 조직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선을 오가는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는 이 조직의 결성 과정은 담지 않았다. 이 조직은 유진산이 '백의사' 염응택(일명 염동진), 김두한 등과 접촉을 갖고 만들었다. 유진산이 회장을 맡았고 김두한은 감찰부장, 김동회옹이 사업부장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감안할 때 김전대통령과 야인들의 회동은 여러 방향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이날 김전대통령은 야인들과의 만남에서 최근 우리사회가 반미운동과 친북적 성향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나아가 김전대통령은 제대로 된 보수 성향의 조직이 없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이날 야인들은 김전대통령의 시국관을 일종의 조직 결성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조일환씨는 "선후배 및 여러 학자들과 만나 민족을 우선적으로 사랑하는 조직 결성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회옹은 "역사가 반복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과연 역사가 반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