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키투어/일본 나가노현 하쿠바… 3.4월은 산악스키에 적합한 계절
글·사진 이지호 ·협찬 AJT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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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대제씨의 라이딩 모습. |
小松(소송), 작은 솔이라는 한자 이름을 가진 고마쯔는 동해에 접한 작은 도시.
푸근하게 찌푸린 하늘이 금방이라도 눈을 퍼부을 듯한 이곳을 출발하자마자 저 멀리 일본 북알프스의 눈 덮인 연봉이 잡힐 듯이 보인다. 해안 저지대에서 출발해 남으로 길게 뻗은 이 산맥은 열도 가운데를 따라 자연의 성(城)을 이루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 사람들에 따르면 지난 이틀간 2m가 넘는 눈이 퍼부었다 한다. 좋지, 파우더 맛 실컷 봐야지…. 하, 그런데 하쿠바로 가는 버스에서 바라본 바닷가에는 열혈 아들이 서핑에 나서고 있다. 1월의 폭설 그리고 한겨울의 서핑이라, 정신 나간 스키 범이라면 파우더에서의 서핑을 꿈꾸어 볼만하지 않겠는가.
수분을 한껏 빨아들이며 동해를 건넌 대기는 일본 북알프스 연봉에 이르러 원 없이 눈을 뿌려댄다. 일본 북알프스의 백미라 할 시로우마(白馬), 다테야마(立山) 연봉은 열도의 중부 지방에서 남북으로 길게 발달한 산군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시스템인 중부산악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고 도야마(富山), 나가노(長野), 기후(岐阜) 등 3개 현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일본어의 묘미이기도 하면서, 문외한에게는 고통스러운 일-한자로 白馬라 쓰고는 여기서는 시로우마, 또 다른 곳에서는 하쿠바라 읽는 것이 아닌가. 백마라는 이름의 산은 시로우마이고, 그 아랫마을인 백마는 하쿠바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시로우마 연봉의 맹주라 할 시로우마다케(白馬岳·2932m)에서 아래로 발달한 산맥은 카라마츠다케(唐松岳·2696m)와 고류다케(五 岳·2814m)를 일군 다음 남으로 계속 달려간다. 서쪽으로 우뚝 선 다테야마(立山·3015m)를 스쳐 지난 늠름한 능선은 북알프스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高岳·3190m)에서 정점에 달하고, 이때부터 천천히 낮아져 북알프스의 남쪽 관문인 가미고지(上高地)에 이르는 것이다.
설산의 고장 하쿠바의 스키 리조트들
해가 진 하쿠바. 버스 창가로 군데군데 온천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보이고, 그리고 그 뒤로 하포오네(八方尾根)와 고류(五 )의 슬로프를 오르내리는 그루밍 머신들의 불빛들이 점점이 움직인다. 하쿠바 역 앞을 지나는 국도는 북알프스 연봉과 평행하게 남북으로 달리는 도로인데, 이 길을 따라 2km 남짓 모여 있는 것이 하쿠바의 중심지다. 높은 건물이라야 2~3층, 눈 쌓인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무릎까지 오는 목 높은 장화를 신었고, 지나는 집들의 마당에는 작은 불도저가 하나씩 놓여 있다. 하쿠바 마을의 높이는 평균 800m 정도에 이르니 우리나라로 치면 평창의 횡계와 비슷한 높이. 하지만 뒷산은 3000m에 가까우니 2000m 이상의 벽이 병풍을 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고도의 산악 지형임에도 불구하고 1월의 아침 최저 온도는 영하 3~4도 정도, 낮에는 영상으로 오르는데 이는 일종의 서안해양성 기후 탓이라 할 수 있을까.
일본은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동계 올림픽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치른 나라이다.
1972년 삿포로에 이어 1998년 나가노에서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었고, 이 두 지역은 현대 일본 스키의 산실 노릇을 지금껏 톡톡히 하고 있다. 하쿠바를 관통하여 흐르고 있는 강 히메가와(姬川) 그리고 시로우마의 연봉을 따라 발달한 13개의 스키 리조트 가운데서도 하포오네는 1998년의 나가노 올림픽에서 슬라롬 부문과 노르딕 점프 경기가 열렸던 곳이다. 지금도 하쿠바 타운 여기저기에는 나가노 올림픽을 기념하는 여러 표시들을 만날 수 있다.
하포오네 이외에 하쿠바의 지역을 대표하는 리조트들만 해도 츠가이케, 하쿠바 47, 고류, 이와다케 등이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모두 동일한 산군을 따라 바로 붙어 있는 리조트들임에도 대단히 독특한 저마다의 특징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날마다 다른 스키 슬로프를 향해 발길을 달리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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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다케에서 바라본 하쿠바 마을의 모습. 이와다케는 작은 규모의 스키장이지만 이 지역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
백 컨트리 스킹의 묘미
츠가이케고겐(梅池高原) 스키장의 곤돌라 탑승장. 배낭과 설피를 진 스키어들이 여럿이다. 이들은 정상으로 이어지는 곤돌라를 이용한 다음, 그곳에서부터 상부 설원으로 진출하려는 것이다.
하쿠바 지역 최고봉인 시로우마다케에서 동쪽으로 떨어지는 가장 완만한 설사면은 츠가이케로 이어지고 있고, 그 덕에 츠가이케 상부 설원에서는 그야말로 꿈결 같은 백컨트리 스킹이 가능한 것이다. 하쿠바 지역에서 헬리 스킹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유일한 곳 역시 츠가이케고겐이다.
물론 하쿠바 지역 어느 스키장에서든 자연설 스킹의 묘미는 매일 맛볼 수 있다. 신설이 내리지 않은 날에도 슬로프 바로 옆으로 펼쳐진 광활한 설원으로 뛰어들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그런다고 해서 어디서 갑자기 험상궂은 패트롤이 나타나거나 하지 않으니 마음 놓고 즐길 일이다.
하지만 역시 백컨트리의 묘미를 즐기려면 스키장의 경계를 벗어나 볼 일이다. 게다가 나 자신의 목적이 그것이었기에 도착한 그날부터 하늘만을 바라보는 것인데, 도대체 눈이 그치질 않는다. 게다가 엊그제 카라마츠다케로 이어지는 능선 안부에서 발생한 대학팀의 조난 소식까지 듣고 보니 꿈쩍할 엄두가 나질 않는 것이다. 어쨌거나 대자연은 신의 영역이니 그의 허락 없이 그 신비의 품으로 들어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바라볼 밖에….
북알프스 일대에 다양한 아웃도어 분야가 활발한 까닭에 하쿠바 지역에만도 이러한 아웃도어 활동을 전문적으로 가이드 하는 업체를 여러 군데 볼 수 있다. 이러한 곳에서 일하는 가이드들은 유럽 알프스 지역의 마운틴 가이드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전문적이며, 특히 스키 분야에 있어서도 전문적인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특히 츠가이케 상부에서 시로우마다케 주능선 사이의 설원은 이러한 산악스키 투어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다.
다테야마 산장 혹은 동구리 호텔
눈이 너무 많이 내린 날이면 어슬렁거리며 눈 쌓인 하쿠바의 촌 동네를 배회하는 것도 쓸 만 하였다.
하포오네와 이와다케 사이를 흐르는 마츠가와(松川)를 건너는 다리를 지나면 저 아래로 창하의 탕이라는 이름을 가진 노천 온천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보인다. 다른 온천의 현대적인 시설에 비하면 그야말로 재래식이라 할 만한 곳이지만, 나는 이곳이 가진 허름하고 낡은 시골 느낌을 마음껏 즐겼다.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카라마츠다케와 고류다케의 해질 무렵 모습이 내 몸과 정신 속으로 원시의 정기가 마구 몰아치게 만들곤 했기 때문인가.
다리를 건너 오른편 좁은 길로 들어서서 눈길을 천천히 거닐면 곧 만나게 되는 곳이 다테야마 산장이다.
입구에는 동구리 호텔이라 표기되어 있는데, 이 작은 마을이 일본어로 도토리를 뜻하는 동구리 마을인 까닭에 이름 붙었고, 그래서 산장으로도 혹은 동구리 호텔로도 불린다. 현관을 열고 계단을 올라 거실로 들어서서 바에 걸쳐 앉으면 눈 쌓인 하포오네의 모습이 바로 맞은 편으로, 그리고 하쿠바 마을의 모습이 저 아래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대개는 창 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3m에 가까운 눈을 경험했다.
일본 열도의 대표적인 산악 지형, 그 한가운데의 촌구석에서 우리말을 쓰는 사람이 열고 있는 산장이라니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노운석, 이 사람은 단지 일본 알프스를 오르고 싶다는 열망 속에 이곳 일본 땅으로 건너왔고, 그리고는 그 소원대로 산을 올랐고 거기에 자신의 일터를 만들었다.
어떤 사람인가 하면, 경상도 사투리에 조금 투박한 손길, 그리고 호탕한 웃음을 가진 사람. 이른 아침이면 눈 덮인 불도저에 앉아 한길 가까이 쌓인 눈을 치우는 사람.
스키를 마친 늦은 오후 벽난로 앞에 마주 앉아 나누어 마시는 맥주 맛이 훌륭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저 편안하고 투박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늘 있는 산장은 아웃도어의 방랑자에게는 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신설에서의 스킹에 푹 빠져 다리에 진이 다하도록 용을 쓴 후라면 맥주잔 앞에 놓고 타닥거리는 불꽃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 것이 그리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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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산장 앞 설동에서 알피니스트와 스키어를 위한 파티가 벌어지고 흥겨운 얘기는 밤이 늦도록 이어진다. |
INFORMATION
일본 하쿠바 스키 여행
북알프스로 들어가는 관문은 도야마 혹은, 고마쯔 공항으로 비행 시간은 2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도야마 공항에서 하쿠바까지는 2시간, 고마쯔로부터는 1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쿠바 지역에는 아담한 호텔로부터 산장, 펜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숙박이 가능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테야마 산장(대표 노운석)에서는 공항과 스키 리조트로의 송영 서비스, 잠자리와 식사를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할인된 리프트 티켓과 장비 대여도 가능하다. 일본이 대개 그렇듯이 영어 소통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런 까닭에 다테야마 산장이 더욱 편하게 느껴진다.
하쿠바 지역은 5월 초까지 자연설 스킹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3, 4월에도 훌륭한 스킹 환경이므로 봄날 느긋하게 투어에 나설 만하다. 또 이때야말로 산악스키에도 적합한 시기로, 적설량이 줄어들면서 안정되어 백컨트리로 움직이기에 좋은 환경이 나타나는 것이다.
AJT Korea를 통해 다테야마 산장 예약과 스키 여행 패키지 예약이 가능함은 물론, 하쿠바를 포함한 일본 전역의 스키 투어 프로그램 조회 및 예약이 가능하다. AJT KOREA의 겨울 스키여행은 3박 4일·4박 5일 코스가 있으며, 서울에서 일본 고마쯔로 가는 비행기 편은 매주 월·수·금·토(대한항공 12시 25분·1시간 40분 소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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