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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도만 되면 훌륭한 아빠?" 많은 주변의 남성들이 가진 생각입니다. 저는요? 저도 마찬가지 생각으로 살아왔었습니다. 퇴근 후에 아내가 저녁 준비를 할 동안 아이를 봐 주죠. 말 그대로 봐 주기만 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혼자 책을 다 빼고, 장난감을 던지며 놀고, 저는 혹시 위험한 행동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신문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지겨워지면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 가서 책을 읽어줘라, 인형을 꺼내 달라고 보채는 아이. 그러면 아내는 저에게 "제대로 놀아주란 말이야"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그제야 책을 읽어주지만 아이는 몇마다 듣다 다시 엄마에게 갑니다. "도대체 어떻게 제대로 놀아 주느냐고. 이게 제대로 놀아주는 거라고"라고 전 항상 반문합니다. 왜 아이는 제가 옆에 있어도 저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요? 왜 제가 아니라 책은 꼭 아내가 읽어줘야 할까요?
사실 많은 아버지들이 저와 같은 고민에 빠져있을지 모릅니다. 고민은 하지만 내심 저보다 아이가 엄마를 좋아해서 더 편할 때도 많았습니다. 퇴근해서 피곤한데 저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요. 아이는 다 아는 것 같습니다. 아빠가 심드렁하게 읽어주는 책, 성의 없이 해 주는 놀이. 제 속마음을 안 것이죠.
저는 짧은 시간이라도 '정성'을 다해서 놀아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 안에는 '아빠'라는 모습보다는 '남자, 가장, 명예'라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죠.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의 마음에서 놀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남자가, 가장이, 감히 내가 어떻게 그렇게 유치하게 행동을 해'란 생각이 항상 아이와 놀 때도 마음속에 들어 있던 것입니다.
이런 저를 이끌고 아내가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을 데리고 갔습니다. 사실 귀찮았지만 잔소리 듣기 싫어서 함께 했습니다. 그곳에서 제 모습을 많이 반성했습니다. 부모는 그냥 되는 줄 알았는데, 임신했을 때 저의 아내는 어머니 교실과 육아교실을 다니더라고요. 닥치면 다 할 수 있으니 그 시간에 잠이나 자라는 저의 무지한 소리는 귓등으로 듣고, 육아교실을 다닌 아내는 아버지의 역할도 참 중시했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저는 부족한 아버지였을 것입니다. 이제는 왜 아내가 아버지의 역할을 중시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보통 엄마와 더 친합니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길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엄마와 오래 함께 있음에도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아빠와 놀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은 진로와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아빠효과라는 말로 이를 표현하죠. 이유를 살펴보니 남성과 여성의 뇌 차이 때문이라는데요.
남성은 여성보다 활동적이고, 우수한 뇌 부위가 달라서 아이의 전인적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체적이고, 논리분석적인 남성의 성향이 아이의 그런 부분을 발달 시켜 줄 수 있는 것이죠. 이에 남성은 그런 우수성을 살려 객관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신체 자극을 주는 놀이를 많이 하면 좋다고 합니다. 아빠와의 스킨십과 아빠의 칭찬, 아빠의 존경심 유발은 아이의 일생을 좌지우지할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아이를 꼭 안아주기, 애정을 표현해 주느 것은 어떤 훈계보다 더 좋은 교육입니다.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의 1부는 육아 강의였습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 마음 읽기"였습니다. 특히 저희 아이는 요구도 많고, 말을 많이 하는 아이었습니다. 울기도 잘 울고, 보채기도 잘 하고요. 그러면 저는 항상 아이에게 "너 맴매 한다"라면서 혼내곤 했습니다. 왜 우는지, 왜 이를 닦기 싫어하는지, 왜 속상한지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사님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우선 아이의 마음에 공감을 해 주라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집에 가서 아이가 또 떼를 쓰고 울자 "아빠가 밥을 한꺼번에 많이 넣어 주어서 화가 났구나"라면서 안아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거짓말같이 울음을 뚝 그치고 안 먹겠다던 밥을 받아먹었습니다. 정말 마술 같은 소통의 기술을 배운 것에 감사를 했습니다.
놀아주는 아빠가 되는 방법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에 다녀온 후 저는 놀아주는 아빠로 변신했습니다. 실제로 그곳에서 놀아주는 법을 배웠거든요. 저도 그냥 놀면 되는 줄 알았는데, 놀아주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다음의 4가지 놀이 방식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강추해 봅니다.
▲ 아빠의 몸은 아이의 가장 좋은 놀잇감이다.
투명 테이프 운전 놀이 아버지 교실에 다녀온 후 저는 그곳에서 배운 운전놀이를 매일같이 합니다. 그곳에서는 동그랗게 말린 투명테이프를 운전대라고 들고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운전을 했습니다. 집에는 번듯한 운전놀이 장난감이 있는데 아이가 잘 가지고 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그 곳에는 테이프 운전대를 잡고도 제 무릎에서 어찌나 신나게 운전을 하고 해맑게 숨이 넘어가도록 웃었는지 모릅니다. 아버지 무릎에 앉아 속력도 높였다 커브도 돌았다 비포장 도로 길도 달릴 수 있습니다.
놀이공원 놀이 신체로 해 주는 놀이는 엄마보다 아버지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놀이입니다. 비싼 놀이공원에 가지 않아도 체력만 있으면 가능한 놀이공원 놀이. 아버지가 누워서 아이를 비행기 태워주기, 아버지 다리에 아이를 앉혀서 쿵덕 쿵덕 방아를 찧는 방아 찧기 놀이, 또 한 바퀴 빙 돌려주는 롤러코스터 놀이, 아이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왔다갔다 흔들며 그네를 태워주는 아버지 그네 놀이 등 다양한 신체 놀이가 가능합니다. 또, 목마 태우기, 등에 태우기 등 아버지 놀이기구도 가능하죠.
전통놀이 제기차기, 연날리기, 공기놀이, 팽이치기, 구슬치기, 투호 등 전통 놀이를 요즘 아이들은 접할 기회가 없습니다. 이러한 전통놀이를 통해 아버지의 자신감 넘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아이는 아버지에 대해 존경심도 가질 수 있고, 아버지도 아이와 함께 동심에 빠질 수 있는 기회입니다.
신문지, 풍선 등 주변 물건은 무엇이든 OK 신문지를 이어서 줄다리기하기, 풍선으로 축구하기, 풍선을 매달아 놓고 림보와 아빠 등에 엎여서 지나가기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어떤 놀이든 가능합니다. 책으로 도미노를 쌓고 쓰러뜨리고, 이불 속 세상을 탐험한다고 이불 속에서 이야기를 하고, 이불썰매 베게 썰매를 타는 등 집 안에 흔한 물건이 얼마든지 장난감으로 변신 가능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아이는 놀이에 흥미를 갖는 시간이 짧으므로 아빠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아이가 지겨워하는 것 같으면 빨리 다른 놀이로 바꿔서 놀아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아이처럼 아빠도 함께 즐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처럼 박장대소하고, 작은 것에도 즐겁게 큰 소리로 움직이며 놀아야 아이가 흥미를 갖습니다.
▲ 다른 아버지들을 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아버지 교실
놀아주는 법, 아이 마음 읽는 법 등 다양한 아버지가 되기 위한 기술적인 면을 배웠지만 그보다 더 유익했던 것은 그곳의 분위기였습니다. '나 정도면'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그곳의 다른 아버지들은 '도대체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던가?'란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육아에 관심을 가진 아버지들, 아니 육아를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함께하는 아버지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많은 충격을 받고, 스스로 반성 했습니다. 또 그곳에서 느낀 따뜻한 아버지와 아이들의 관계 속에서 저도 그런 아버지로 자라길 꿈꿨습니다.
물론 저처럼 좌충우돌형 아버지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을 위해 이런 강의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실 저는 이런 게 필요한지도 몰랐지만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아버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강의는 어린이집 아동과 부모를 대상으로 하기도 하고, 남성들이 많은 회사에서 단체 신청도 가능하니 문의를 해서 함께 좋은 아버지로 거듭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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