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 ‘구관이 명관’ 깰 한 방 필요
구관이 명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쌓인 경험치 덕분에 옛것이 새것보다 적응하기 좋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관용어다. 기자는 보험업권을 취재하며 만난 여러 사람으로부터 “다른 건 몰라도 실손의료보험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최근 그 말을 곱씹게 된다.
실손보험은 지난 1999년 출시 후 현재까지 국민 3578만명이 가입하면서 명실상부 ‘제2의 건강보험’으로 통하고 있다. 질병·상해로 지출한 입·통원 의료비를 실제 부담한 금액에 따라 보장하는 상품으로, 지난 25년간 담보 구성에 따라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세 번의 진화를 거듭했다.
실손보험 가입자 80% 이상은 1·2세대 가입자로, 1세대는 자기부담금이 없고 2세대는 10%로 낮다. 가입자로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의료비 대부분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는 구조상 가입자는 큰돈 들이지 않고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데, 뒤늦게 3·4세대 실손에 가입한 사람 중에는 자기부담금이 높아진 탓에 ‘나도 1·2세대에 가입했더라면…’이라고 탄식하는 이들도 많다.
최근 기자는 처음으로 실손보험금을 받으면서 ‘옛 실손이 가입자에게는 더 좋다’는 말의 위력을 실감했다. 기자는 한 중형 생보사의 2세대 실손보험(갱신형)에 종피보험자로 가입돼 있다. 기자는 지난해 여름 심한 장염을 앓으면서 일주일가량 통원 치료를 받았고, 그중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한 내과의원에서 지불한 치료비 13만6640원을 청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험금 11만6640원이 수중에 들어왔다. 본인부담금 약 15%(2만원)를 제외한 85%를 보험금으로 돌려받으면서 ‘금융치료’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반면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및 운영을 감독·관할하는 금융부처로서, 실손보험은 골칫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가입자의 의료이용이 늘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손해율은 전 세대 평균 118.5%까지 치솟았다.
업계로서는 실손보험을 출시할 때 계(契)처럼 ‘십시일반’해 큰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는 보험의 순수 목적을 살리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보험을 자신을 위해 가입하지, 누군가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가입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소속 구성원이 서로를 모르는 공동 계약일수록 이러한 이타성이 발현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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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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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 : 보험은 건강한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 중 사고나 질병이 발생한 사람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상호부조의 원리가 있습니다.
이는 농촌에서 바쁠 때 서로 일손을 도와주는 두레(품앗이)와 비슷합니다.
보험에 가입할 때, 누가 사고나 질병을 겪게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보니,
건강한 사람들은 손해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건강하다는 것은 기뻐할 일이지 아쉬워할 일이 아닙니다.
보험 혜택을 받지 않고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혹시 끝까지 건강하다면, 내가 낸 돈이 아픈 사람과 다친 사람의 치료에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과한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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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