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슴속에 돌멩이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묵직한 위로와 응원
석이는 남해안 끝자락에 있는 섬, 는개도에 산다. 아빠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자, 엄마는 생계를 위해 횟집에서 일한다. 아빠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슬픔도 잠시, 집안일과 동생들을 챙기는 건 모두 석이의 몫이 된다. 답답한 섬도 싫고 자신의 어깨에 지워진 짐들이 무겁기만 하다. 그래서 석이는 애꿎은 짱돌을 사방에 던진다.
섬사람들의 숙명이 애처롭게 보이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상실의 고통을 함께 껴안는 따스함이 돋보이는 동화이다. 석이가 던지는 돌멩이는 마치 가슴에 맺힌 응어리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에 돌멩이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 그것이 원망이든 두려움이든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든, 크기와 무게가 조금 다를 뿐 모든 사람이 돌멩이처럼 단단한 응어리를 갖고 있다. 작가는 이 동화를 통해 가슴속에 돌멩이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묵직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목차
돌 던지는 아이
동철이와 단하
바다로 간 아빠
빽제비 선 소장
풍란 할매의 보자기
섬을 찾은 관광객
사라진 지갑
살아남은 이의 슬픔
풍란 할매가 없어졌다
안개절벽으로
내려와 할매!
마음 뿌리
날아라, 짱돌!
작가의 말
저자 소개
글: 윤미경
동화와 동시를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2012년 황금펜 문학상에 동화 「고슴도치, 가시를 말다」가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무등일보 신춘문예, 푸른문학상,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동화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시간거북이의 어제안경」으로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 『거울아바타 소환 작전』, 『우리 학교 마순경』, 동시집 『반짝반짝 별찌』, 그림책 『커다랗고 작은』, 청소년 소설 『얼룩말 무늬를 신은 아이』 등이 있습니다.
그림: 이선희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한겨레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꾸준히 어린이책과 역사책에 그림을 그렸으며, 일상과 자연을 벗 삼은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 『우리나라가 보여요』, 『산과 친해지는 세밀화 그림책』 등에 그림을 그렸으며, 쓰고 그린 첫 책으로 『낭만정원』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치유하고 한 걸음 가까워지는,
비로소 단단한 가족이 되는 과정
석이네 가족에게 불현듯 비극이 날아든다. 배를 타고 나간 아빠는 거센 풍랑을 만나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아빠가 맞은 풍랑처럼 불현듯 석이네 가족은 각자 말 못 할 상처를 입는다. 석이 엄마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나선다. 일을 찾는 과정마저 녹록지 않다. 석이는 엄마가 홀연히 떠나 버릴까 두렵고, 집 안에는 돌봐야 하는 동생들이 기다린다.
석이네 옆집에는 풍란할매가 산다. 풍란할매는 섬에 남은 사람 중 유일하게 는개풍란을 두 번이나 캤다. 는개풍란은 너무 귀해서 손에 넣으면 대신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 때문일까. 할매는 는개풍란을 두 번 캐고, 그때마다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 할매는 석이의 엄마가 자기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석이네 가족을 한 식구처럼 살뜰히 보살핀다. 석이에게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어른이다.
석이가 다니는 는개분교에 같은 학년 친구는 세 명뿐이다. 그중 한 명인 동철이는 틈만 나면 석이에게 시비를 건다.동철이 아빠는 사고 당일 석이 아빠와 같은 배를 타고 나갔다가 가까스로 혼자만 살아 돌아왔다. 석이 아빠가 양보한 부표를 받은 탓에 동철이 아빠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어쩌면 동철이는 불편한 마음을 석이에게 시비를 거는 방식으로 푸는 걸지도 모른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이 짊어진 숙명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상실을 겪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흔들린다. 가족이 흔들리면 그 안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은 혼란스러워하며 방황한다. 그래도 가족이 흩어지지 않고 같이 치유해 나간다면 이전보다 더욱 단단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또한 약하게만 보이지만 그런 상실을 겪고 한 발 더 성장해 나가면 튼튼한 뿌리를 갖게 될 것이다.
내가 던진 짱돌은 다시 돌아와 나를 때렸다
“높이 그리고 멀리. 마음껏 날아라, 짱돌!”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 엄마의 신경 쓰이는 일터, 보채는 동생들.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들에 석이는 마음이 어지럽기만 하다. 석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짱돌을 던지는 일뿐이다. 그래서 석이는 ‘짱돌’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곳으로 돌을 던진다. 무언가 깨지는 쨍그랑 소리를 들으면 마음에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그렇게 석7이는 애꿎은 짱돌만 던진다.
석이 엄마는 항구 앞 해당화 횟집 주방에서 일을 시작한다. 석이의 불안은 그때부터 더욱 커져만 간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횟집에는 엄마를 보려는 아저씨들이 득실거린다. 석이는 엄마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해당화 횟집에 짱돌을 던진다. 쨍그랑!
횟집 손님 중에 특히나 선 소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 소장은 16년 강력계 형사 생활을 하다가 는개출장소 소장으로 발령받아 는개도에 왔다. 문제는 날마다 점심, 저녁으로 해당화 횟집에 온다는 사실이다. 석이는 이번에는 는개출장소 앞 화분에 짱돌을 던진다. 또다시 쨍그랑!
“어떤 이유에서건 함부로 돌을 던지는 건 용서할 수 없어. 그건 폭력이야. 정당한 이유와 목표가 없다면 더더욱!”
선 소장은 울분에 가득 찬 석이에게 어른으로서 쓴소리와 함께 돌 대신 야구공을 던지라고 제안한다. 다른 사람들은 짱돌을 던진다고 다그치기만 하지만, 선 소장은 진심 어린 충고와 석이가 야구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주었다. 석이는 ‘야구’라는 단어를 듣자 가슴이 파도치듯 울렁거린다.
그러던 어느 날, 석이네를 가족처럼 보살펴 주던 풍란할매가 사라졌다. 석이는 할매를 찾으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할매는 석이의 앞날을 위해 는개풍란을 만나러 갔다가 사고를 당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석이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 낸다. 엄마는 석이에게 돌 대신 야구공을 던지라고 이야기한다. 더 이상 가족들 걱정은 하지 말고 석이 자신을 위해 나아가라고 말이다. 석이에게 야구는 끓어오르는 ‘분노’가 식지 않는 ‘열정’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된다.
석이의 가슴속 돌멩이는 꿈을 먹고 야구공으로 변해 간다. 책 아래편에 애니메이션처럼 펼쳐지는 ‘플립 북’이 석이의 상황을 대변한다. 석이가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에 따듯한 어른들의 사랑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석이는 가슴속 돌멩이를 잘 다듬어 모서리를 둥그렇게 만들어 덜 아프게 품는 지혜가 생겼다. 좋은 어른과 가족의 사랑 덕분에 한 발 더 성장하여 건강한 어른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