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도 힘이 없다. 모든 일에 의욕이 사라졌다. 신춘 기간인데 왜 이러는가? 몸의 문제인가 정서 정신의 문제인가? 지옥이다. 겸손을 들으며 망설였다. 점심을 먹으러 갈까말까. 민폐가 아닌가. 끼니를 때워야한다. 일단 고구마 아침을 먹었다. 힘이 없어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들었다. 김경호의 록.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53세 로커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없었다. 젊은시절 노래를 찾아들었다. 힘이 조금 났다. 뻔뻔해지기로 했다. 월요일이라서인지 줄이 짧았다. 지팡이를 본 남직원이 반갑게 맞으며 말했다. 아버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앞자리에 수저집이 보였다. 수저집은 말이 없다. 그 옆 친구가 인사를 하고 아는척을 하며 말을 걸곤했다. 오늘은 없다. 남직원이 국과 밥에 김치 나물 어묵이 놓인 접시를 놓고 갔다. 갓 지은 밥에 국과 반찬. 설거지 않해도 되는 한끼의 맛. 식욕으로 먹는 나이기에 늘 맛있는 밥인데 오늘도 같았다. 그러나 힘이 없는 건 몸 탓이었다. 점심 운동하는데 힘이 들었다. 감기 조짐이다. 감기 때문에 우울하고 무기력한 걸까? 오한이 나서 오후 내내 누워 티비를 보았다. 옷을 껴 입어도 마찬가지였다. 정년이 재방송을 다시 보며 누워 있었다. 서러웠다. 늙어서 눈마저 안 보이는데 몸이 아프다. 오롯이 혼자 이겨내야한다. 어려서부터 약국이나 병원을 몰랐다. 엄니는 돈을 모을 줄만 알았지 쓸 줄을 몰랐다. 돈 드는 일은 하나도 안했다. 먹는 것도 아꼈다. 나는 허약체질로 자랐다. 성질만 사나운 독종으로 변해갔다. 독종도 늙으면 죽는다.
https://youtu.be/_a30fTBuMf4?si=Beop1AnCTELpZ0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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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상이 힘들었다. 차 타고 나가 컴텨실에서 시조를 수정하다가 졸았다. 점심 먹고 운동하고 독서실에서도 졸았다. 졸면서 떠오른 광경이 괴로웠다. 눈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까만 구멍 두개 뚫린 부분을 가리고자 사각의 커다랗고 까만 색안경을 쓰고 다니는 이들과 눈 부분이 살로 덮여 사라진 이들 두 가지 타입이었다. 그들 사이에 내가 껴 있다니. 싫었다. 내 자신을 천하게 여겨왔던 나로서도 처음 느껴보는 비참함이었다. 집에 오니 반찬이 와 있다.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동생이 한강 시집 한권 이미지를 보냈다. 감기가 들러붙어 있다.
https://youtu.be/NgMTf20rP78?si=SD9pMvZtDSCUKc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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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락의 계절. 오늘도 학습여행팀이 있어 일찍 출발했다. 마지막 지팡이 수업. 외부로 나가니 찬바람이 불었다. 감기가 두려워 실내로 들어와 마쳤다. 점심 먹고 맹학교에 갔다. 가오동에 있었다. 담당관이 나와 맞아 주었다. 2층에서 면접을 보는데 부산 구미 충북 등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국립 공립 사립이 있는데 대전이 공립이고 기숙사까지 있어서 모인 듯했다. 지병 유무 근력 시력 기본 조사등을 하고 끝났다. 돌아오는데는 바우쳐 택시를 이용하여 3000원에 올 수 있었다. 작년 유월부터 배차수가 많이 늘었다 했다.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다. 집에 와 컴텨를 켜고 시를 수정하다가 졸았다. 포기하고 저녁을 먹고 누웠다. 가을인 탓인가 문학을 놓친 탓인가 자꾸 서럽다. 서러워서 기쁘다. 흠뻑 감수하며 사라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