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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야봉(1732m) 산행기 (02.06.06 목)
99/195
사진클릭=큰사진
산행코스 : 화엄사-코재-노고단산장-노고단입구-노루목-반야봉-삼도봉-화개재-
뱀사골산장-뱀사골계곡-반선 (약 24.5km, 12시간20분 산행)
산행형태 : 원정산행, 열차산행, 부부산행, 야생화산행
(서울에서 화엄사 입구까지)
휴일이 오면 산을 좋아하는 산님들은 마음이 무척이나 설레 일 줄 압니다.
어디로 가서 이 좋은 계절에 산을 맞이할까?
특히 기차를 이용한 원정 산행이라면 더욱 설렘이 부풀게 되겠지요.
우리 부부는 현충일을 지리산에서 보내기로 하고 기차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기차표 예매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약 2주전에 했고, 산행준비를 마치고 6월5일 밤 10:50 구례구행 무궁화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5호차 69, 70 두 좌석, 이 자리도 단 두 개 남아있던 것을 가까스로 구했던 것이니 커다란 행운이었지요.
올라타고 보니 문 바로 옆의 맨 끝자리, 그러나 오히려 뒤쪽에 사람이
없어 조용히 갈 수 있었습니다.
단지 덜커덩 쿵, 덜커덩 쿵 하는 바퀴 구르는 소리가 조금 시끄러웠지만 일정하게 들렸기 때문에 자장가로 생각하면 되었지요.
미리 준비한 팩소주 200cc 짜리를 조금씩 마시면서 잠을 청해
내일의 산행을 편하게 하기 위해 자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비몽사몽간에 5시간 여의 시간은 꿈결같이 흘렀고 드디어 기차는 구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04:04 구례구 역
삼삼오오 짝을 이뤄 지리산 등반에 나선 산님들이 20~30명 내려서
일부는 식당으로, 일부는 성삼재로 가려고 택시를 서둘러 타는 모습이었습니다.
화엄사로 가려는 등산객은 우리뿐인 것 같았습니다.
택시 기사들도 성삼재를 더 선호하더니 약 5분 후쯤 등산객이 어느 정도 빠지니
우리를 합승시켜 화엄사로 안내했습니다. (성삼재 25,000원, 화엄사
10,000원)
04:30 화엄사 입구에서 산행시작
합승을 한 다른 일행 2명은 성삼재에서 1박(세석산장) 2일로 대원사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초행길이라는 30대 두 분도 즐거운 산행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화엄사 입구(고도계 약 250m)라며 택시 기사는 우리를 내려 주었지만
그믐이라 그런지
아직도 칠흑같은 어둠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지척을 알아 볼 수 없었고
기사의 말대로 우측 다리를 건너니 좌측으로 노고단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었습니다. 노고단까지 7km 라!!
어둠이 거치면 (약 5시경) 산행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등산로도 양호하고 마침 비상용 헤드랜턴이 하나 있었기에
시간도 아낄 겸해서 슬슬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화엄사에서 코재까지)
랜턴으로 주위를 살피니 산죽이 가득 자라고 있는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고
좌측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고요한 산의 정적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얼마를 올라가니 화엄사 스님들의 기상하는 시간인 듯 절 쪽에서 불경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간 산행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싱그러운 공기 속에 절로 우리의
몸이 녹아드는 듯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조록싸리와 쥐똥나무를 찾아내어 반가왔고,
길 가에 피어있는 노루발풀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카메라로 한 컷하면서. . . .
용소 쉼터를 지나고 서어나무 쉼터를 지날 쯤 서서히 날이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05:20 연기암 입구 포장길 (450m)
연기암 입구 포장길을 가로 질러 다시 숲속 길로 들어서니 노고단
5km 라는 팻말.
산죽길과 너덜길은 다시 시작되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나무들이 키가 커서 산행의 시원함은 서울 근교의 산에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05:40
때죽나무 꽃들이 길가에 떨어진 하얀 꽃길을 걷고 있는데 우리를 추월하는 일행 5명이 있어 물어보니
우리와 함께 서울에서 내려온 30~40대 젊은 분들인데 오늘 벽소령에서 자고 내일 대원사로 하산할 계획이랍니다.
참 산행도 가뿐가뿐하게 하는 것을 보니 무척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분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임걸령까지 같이 산행을
했습니다.
06:10 된봉길 시작
약 5분간 휴식(5:45-5:50)후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노고단 4km
(760m)를 지나니 이제부터 된봉고개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좌측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이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계단길..............................................................................너덜길
그래도 어느 분들이 이렇게도 알맞게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지?
너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아 오르기가 여간 편하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쉬엄쉬엄 오르는 산길에서도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해 주는 것은 언제나 귀여운 야생화들!!
험한 바위사이에서도 꿋꿋이 자라는 산골무꽃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06:40 우측에 폭포 (950m)
이름도 모르는 폭포를 만나니 단조로울 듯한 산행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었지만
수량이 많지 않아 웅장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주변에는 노란 산괴불주머니가 아직도 피어 있었고, 함박꽃나무들이
탐스러운 흰 꽃을 내보이며 분위기를 잡아주었습니다.
07:00 조그만 돌탑 (1060m)
이곳이 지도에 나와있는 중재라는 곳이 아닐까?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며 큰 나무숲에서 잠시 벗어나더니 주변에 노린재나무의 흰 꽃이 가득했습니다.
이 산 속의 공기가 특별히 좋아서인지 이렇게 예쁘게 피어있는 노린재나무의 꽃을 최근에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주위에는 꽃망울이 맺힌 산수국들이 가득 피어 있어 곧 개화되기를
꿈꾸었으며, 생강나무는 열매가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계단길이 아무리 계속된다고 해도 주위의 야생화를 보고 가면 힘이
드는 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노란 피나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근교에서는 벌써 들어간지가 3~4주 지났지만 이곳에서는 아직도 건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산 할 때 보니 뱀사골산장 주변은 온통 피나물 잔치였습니다.
꽃의 크기가 다른 데보다는 작아 보이고 다섯 잎 중에서 바깥의 세 잎은 나머지 안 쪽 두 잎에 비해 무척 커 보이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07:25 바위 전망대 (1220m) , 노고단 2km 팻말
지금은 수목이 울창하여 바위 위에 올라서도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가는갈퀴나물과 자주괴불주머니를 바위 주위에서 볼 수 있었고,
이곳에서부터는 비교적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졌는데 갑자기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햇살이 쨍 비치는 큰길로 올라섰습니다.
바위 전망대.....................................................................코재 이정표
07:40 코재 (1290m), 노고단 1km 팻말
햇살이 비치는 흰 길에 눈이 부셨습니다. 별세계에 올라 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쪽으로 우뚝 솟아 있는 종석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등산객들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노고단 쪽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어느 젊은 부부는 어린 두 아이의 손을 붙잡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3시간 여의 약 1000m 고도를 올라온 6km 산행 뒤에 보는 광경이라서
저도 입가에서 흐뭇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고행 끝에 천국으로 가는 길처럼 보였습니다.
작년 여름에 한번은 아내와, 한번은 아들(대2)과 함께 두 번 지리산 능선 종주를 할 때 우리도 성삼재까지
택시를 타고 와서 시작을 했었지만 역시 산행은 땀 흘리고 올라올 때의 느낌이 각별한지라
이제는 성삼재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재에서 본 종석대...........................................................화엄사
계곡
(코재에서 반야봉까지)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에 우측 전망대에 올라 우리가 올라온 화엄사계곡을 살펴보려니
숲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비껴선 모습이 참 깊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길가에 피어있는 털개회나무의 꽃이 화려하게 보이고, 물가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는데
주위를 살피니 미나리아재비, 붉은병꽃나무, 왜갓냉이 등이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07:55 노고단 산장 (1370m)
약 30분 쉬면서 아침으로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먹고 식수도 준비했습니다.
지리산 능선 종주 시에는 필요 이상의 식수를 준비하면 괜한 고생을
하는지라 요소 요소의 샘 위치를 알아두면 좋을 듯합니다.
옆의 다섯 젊은이들이 물을 비닐 팩에 가득 넣어 배낭에 챙기는 것을
보고
무엇에 쓰려고 그러냐고 물었더니 삼도봉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나?
초행길이라 그렇겠지 삼도봉에서는 취사를 할 수도 없고 물이 필요하면 임걸령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한 수 가르쳐 주었더니 물 담당 막내인 듯한 젊은이가 좋아라 대장에게 투덜거리며 버리러 갔습니다.
08:25 노고단 산장에서 출발
이곳에서 노고단 입구까지는 돌계단으로 고도 80m를 올라가야 하는데 주위에는
많은 지리터리풀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지만 꽃은 좀 더 기다려 7월이 되어야 볼 수 있을 듯했습니다.
작년 7월 15일 이곳을 지날 때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08:40 노고단 입구 (1450m)
커다란 돌탑이 있는 노고단 입구에 올라서니 동쪽으로 반야봉 두 봉우리와 멀~리 천왕봉 정상이 보였습니다.
노고단에서 본 반야봉-천왕봉
작년 종주 때에는 흐린 날 이른 새벽이라서 두 번 다 짙은 안개 속에서
가까운 반야봉도 볼 수 없었는데
이 날은 크게 복 받은 날이었습니다.
노고단 돌탑......................................................................노고단
서울에서 노고단 꽃들을 보고 싶어서 탐방 예약을 가장 빠른 10:00로
인터넷을 통해 해 놓았었지만
기다렸다 가기에는 너무 늦고 차라리 반야봉을 올라가는게 낫겠다 싶어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취소하고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임걸령은 3.2km, 노루목 4.5km, 삼도봉 5.5km, 화개재
6.3km, 천왕봉까지는 25.5km 라고
새롭게 보기 좋은 이정표를 곳곳에 만들어 놓아 산행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없었던 이정표였는데 사람들이 손으로 자꾸 짚으니 글자가
지워져서 안보이게 된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꼭 손으로 짚으면서 보아야만 되는지?
임걸령샘까지의 3.2km는 높낮이가 거의 없는 편평한 등산로인데 대부분 수목이 우거진 곳을 지나지만
일명 돼지 평전이라고 알려진 우측 전망이 탁 트인 곳을 지날 때면 지리산의 능선길에서
남쪽 산록의 아름다움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였습니다.
평전 주위에는 야생화도 많이 피어 있었는데 산철쭉, 백당나무, 범꼬리, 졸방제비꽃, 쥐오줌풀 등등이 보였습니다.
09:45 피아골 갈림길
09:55 임걸령샘 (1350m)
시원한 물맛을 즐길 수 있는 쉼터.
많은 등산객들이 반드시 들려 식수도 채우고 쉬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좋은 장소이었습니다.
길가에 로프를 매달아 놓았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도 어려운 곳입니다.
임걸령에서부터 노루목까지의 1.3km는 약 150m의 고도를 부드럽게
올라가는 코스로
주위의 나무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싱싱하고 향긋한 공기로 인해 별
어려움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었는데
우리는 중간에 약10분간 휴식을 취하며 간식으로 참외를 먹으면서 에너지를 보충했습니다.
더운 날 산행 중에는 오이보다 당분이 있는 참외가 수분과 에너지를
함께 공급할 수 있어 더 좋은 듯합니다.
10:45 노루목 (1490m)
노루목은 지리산 서쪽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반야봉을 오르는 길목입니다.
저희는 작년 능선을 종주할 때 반야봉을 올라가야 하느냐 마느냐로
고민을 했었는데
왜냐하면 거리가 왕복 약 2km 에 높이로 약 240m을 다녀와야 하는데
시간이 1시간 10분~20분 정도 더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할 때는 생략했고 아이와 할 때는 올랐었습니다.
반야봉 오르는 1/4 지점(1560m) 삼거리에 배낭을 놓고 가볍게 카메라만 들고 올라 갔는데,
내려올 때 이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난 길로 가면 노루목에서 삼도봉으로 가는 길을 절반 정도는 단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야봉 오르는 철계단....................................................철계단에서 본 숲
반야봉에 오르는 길에는 꽃들이 많지 않았고 작년에 많이 보았던 산오이풀과 일월비비추는 한참 잎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단지 바위틈새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삶을 영위하는 돌양지꽃이
종종 보였으며,
아내가 힘겹게 반야봉에 온 것을 환영해서인가 멸종 위기에 있는 복주머니란(개불알꽃)을 단 2송이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이 꽃은 관상 가치가 높아 무분별하게 채취되어 멸종 위기에 있다고
하여 법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합니다만
어째서 사람들은 야생의 꽃들을 있는 그대로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지요?
우리의 후손들도 이런 아름다움을 보고 즐겨야 할 터인데. . . . .
11:30 반야봉 (1732m)
정상에는 돌탑도 있고 정상표지석도 있었습니다.
반야봉 정상 돌탑..........................................반야봉 정상 이정표
서부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그런지 맑은 날 덕분에 탁 트인 시야에 거칠 것이 없었는데
좌측(동)으로 멀리 천왕봉까지의 주능선이 갈 지(之)자 모양의 형태를
이루고 선명하게 보이면서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우측(서)으로는 노고단에서 우리가 걸어온 능선이, 정면(남)으로는 삼도봉과 토끼봉이 가까이 보였습니다.
약 10분간 조망을 즐기고 난 후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반야봉에서 본 지리 주능선
(갈之자 능선.....중앙 가장 먼곳이 천왕봉-우측 촛대봉-좌측 삼각봉,
명선봉-우측 가장 가까운 곳이 토끼봉)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11:40 하산 시작
하산할 때 배낭을 다시 챙기고 삼도봉 쪽 지름길로 내려가니 노루목에서 오는 길과 다시 만나고 (12:15, 1480m)
쉽게 삼도봉으로 오를 수가 있었습니다.
12:25 삼도봉 (1510m)
삼도 (전라남, 북도와 경상남도)가 만나는 곳.
삼도봉 정상
약 5분간 쉬면서 주위의 남쪽 능선들을 새롭게 보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반야봉도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여기서 화개재까지는 0.8km의 가까운 거리. 게다가 내리막 계단(약550개)을 내려가니 퍽 쉬운 듯 했지만
시간이 약 40분이 걸렸는데 중간에 바위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참바위취와 바위떡풀을 보느라고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삼도봉에서 본 반야봉.........................................................화개재
내리막 계단길
12:50 화개재 (1370m)
이곳에서 뱀사골산장 쪽으로 하산하는데도 계단으로만 약 200m 내려
가야했습니다.
능선종주 시 꼭 필요하지 않으면 이곳으로 식수를 구하러 가는 경우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다시 올라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겠더라구요. 사람이 많으면 조금씩 나오는 물을 받기 위해 줄까지 서야하니까요.
화개재 이정표...............................................................뱀사골로
가는 계단길
12:57 뱀사골 산장 (1270m)
많은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중식을 즐기고 있었는데 우리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우선 반야봉 산행을 자축하는 의미로 산장에서 파는 사이다(2000원)와 맥주(3000원)캔으로 갈증을 시원하게 푼 뒤에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전 날 저녁 서울역으로 출발하기 바로 전에 찹쌀로 밥을 해서 도시락을 준비했었는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하지 않고 약간 차진 것이 먹기도 좋았습니다.
밥을 먹는 도중에 물 받는 사람이 줄었을 때 식수도 충분히 보충하여
앞으로 9km 남은 반선까지의 하산길에
만반의 준비를 다 하였습니다.
산장 앞은 아직도 온통 피나물이 노랗게 피어 있어 노란 정원을 가꾸는 듯 했습니다.
13:30 뱀사골 산장 출발
약 30분간의 충분한 휴식 뒤에 다시 하산을 계속하였습니다.
등산 안내판에서 보니 9km의 내역은
간장소까지 2.5km, 병풍소까지 4.8km, 오룡대까지 6.8km, 마지막 반선까지는 9km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내리막 너덜길을 상당히 조심하는 편인데 이는 항상 느끼지만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서둘다 사고를 당하기 쉬운 까닭입니다.
유유자적하면서 걷는 하산길에서 야생화라도 많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지만
지금은 봄철 야생화는 꽃이 떨어져 열매를 맺는 중이고, 여름 꽃들은
아직 피기 이른 때인지라 많은 꽃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산장에서 내려오면서 하얀 왜갓냉이를 볼 수 있었고, 특히 씨를 맺고
있는 애기괭이눈을 보았는데
잎이 하도 커서 (지름이 약 2~3cm) 바위떡풀잎처럼 보였습니다.
씨가 맺혀 있는 모습도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너덜길을 내려오니 발에서 몹시 열이 나는 듯해서 물이 시작되는 계곡을 만나자마자
탁족을 하고 세수도 하니 몸에 새로운 기운이 솟는 듯했습니다.
여름 산행에서는 더울 때 계곡에서 시원한 냉수욕이라도 했으면 ....
조금 더 너덜길을 내려가니 산장에서 2.5km 지점에 있는 간장소(800m)라는 곳에 도달했는데,
이곳은 옛날 보부상(소금장수)들이 남쪽 하동에서 화개재를 넘어 뱀사골로 내려가다 발을 잘못 디뎌
소(못)에 빠져 소금이 녹아 그 빛이 간장과 같다하여 간장소라고 불리우고 있다고 합니다.
뱀사골 계곡은 전에 장마 때마다 등산객들의 인명사고가 많이 있었던
곳이라 그런지
계곡의 주변을 잘 정비하고 안전 장치를 하여 이제는 더 이상 물 사고
걱정은 없어 보였습니다.
15:25 제승대 (700m)
계곡을 건너는 철다리도 각각의 아름다운 모양을 뽑내며 13개가 세워져 있다고 합니다.
멋진 긴 철나무다리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간장소에서 두 번째 다리인 제승교를 지나,
계곡을 따라 연이어 있는 멋진 철나무계단으로 된 긴 다리를 내려가니
제승대(700m)라는 약 1300년 전 송림사 고승 정진스님이 불자의 애환과 시름을 대신하여 제를 올렸다는 장소가 나왔는데
소원의 영험이 오늘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곳은 산장에서 3.5km 지점이었습니다.
제승대.....................................................제승대 위 계곡
다시 계곡을 좌우로 돌면서 다리를 네 개 더 지나고 금포교를 지나니
이제는 반선까지가 2.5km 남았고 탁용소라는 소가 나왔는데 이곳은
큰 뱀이 목욕을 한 후 허물을 벗고 용이 되어 승천하다 이 암반에 떨어져 100m나 되는 자국이 생겨났으며
그 자국을 흐르는 물줄기가 승천하는 용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탁용소라고 불리운다고 합니다.
이곳을 지나면서 참조팝나무, 돌나물, 말똥비름 그리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꿩의다리 등을 보았습니다
계곡을 다 내려온 듯 앞의 시야가 트이고 우측으로 약간의 오르막을
거쳐 넓은 차도를 만나 내려오니
커다란 다리가 나오고 오룡소에 도착했습니다.
16:20 오룡소
산행을 위한 뱀사골 계곡은 오룡소까지로 끝나고, 이제부터 반선까지의 2.2km는 차도 많이 다니는 임도로
길가의 나무들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 좀 지루한 길이 되었습니다.
길가에 함박꽃나무와 산조팝나무, 가시엉겅퀴가 피어 있어 조금 위안은 되었지만
이 뱀사골 계곡 코스는 오룡소까지의 길이 임도라서 지리산 주능선에
오르는 코스로서는 어떨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될 듯했습니다.
16:50 매표소 (440m)
드디어 뱀사골 산장에서 출발한지 3시간 20분만에 매표소에 도착했습니다.
이로서 우리가 계획했던 화엄사계곡-반야봉 정상-뱀사골계곡의
약 24.5km, 12시간 20분의 무박 당일, 기차를 이용한 서부 지리산 산행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재작년 11월의 중산리-천왕봉-장터목산장-중산리,
작년 7월과 8월의 두차례 성삼재에서 시작한 능선 종주 산행과
10월 추석 때 백무동-세석산장-천왕봉-대원사의 산행에 이은
이번 지리산 다섯 번째 산행은 꼭 가보고 싶었던 지리산 서쪽의 화엄사계곡과 뱀사골계곡의 모습들을
돌아보게 되어 여간 기분 좋은 산행이 아니었습니다.
16:55 반선 버스 터미널
매표소에서 약 300m
마침 남원행 버스가 17:05 에 있어 바로 출발하니 (일인당 3400원, 버스는 거의 비었고, 18:50 것이 막차)
약 한시간 뒤인 18:00 남원에 도착했고 남원에서 이름난 추어탕(새집)으로 저녁을 먹고,
역 앞의 목욕탕에서 깨끗이 샤워를 하는 여유까지 가진 후 서울행 기차를 탄 것은 19:58.
이 모두가 열차 산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아닌가 하여 앞으로도
토요 야간 열차를 이용한 주말 원정산행 코스를 많이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4:20 서울역 도착
*산행 거리 및 시간 (약 24.5km, 12시간 20분)
화엄사- 6km/3:10- 코재- 1km/0:15- 노고단산장(30분 휴식)-
0.5km/0:15- 노고단-
3.2km/1:15- 임걸령샘- 1.3km/0:45- 노루목- 1km/0:45- 반야봉(10분
휴식)- 1km/0:35-
삼거리- 0.5km/0:10- 삼도봉(5분 휴식)- 0.8km/0:20- 화개재-
0.2km/0:07- 뱀사골산장(33분 휴식)- 9km/3:20- 반선
2002. 06. 11
저녁노을
지리산 반야봉 산행에서 본 야생화 모음 (02.06.06 목)
사진클릭=큰사진
생강나무..........................................................................노루발풀
갈퀴아재비(개화전)....................................................산수국(개화전)
노린재나무...............................................................함박꽃나무
큰앵초......................................................쥐오줌풀
산오이풀(개화전)..........................................................일월비비추(개화전)
민눈양지꽃..................................................................돌양지꽃
애기괭이눈의 요즘 모습(잎이 커져 바위떡풀인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