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라는 것이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그 판세를 좌우하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집권세력에게 힘을 실어 더 가열찬 정책 추진을 하라는 의미가 담길 수도 있고 그동안 집권 정부가 펼친 여러 정책에 대한 심판적인 의미가 담길 수도 있습니다. 집권세력 동조성격과 정권 심판성격으로 나뉠 수도 있습니다. 통치자의 도덕적 하자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표출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집권자의 개혁 성향에 박차를 가하라는 지지의 표출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올해 선거의 해를 맞이해서 주요국에 실시된 선거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경제관련입니다. 각국의 국민들이 경제난에 시달리고 그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 선거의 향방이 아닌가 보입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튀르키예입니다. 예전 터키입니다. 며칠 전 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여당인 정의개발당이 참패를 했습니다. 작년 5월 대선에서 승리해 22년째 장기집권중인 튀르키예 대통령 에르도안은 수도 앙카라와 국제적 도시 이스탄불을 비롯해 주요 지자체장 자리를 야당에게 빼앗겼습니다.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이스탄불 야당 시장은 에르도안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했습니다. 튀르키예 여당 패배의 가장 큰 패배 요인으로는 재정과 금융정책 실패가 누적된 것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집권 여당에게 민심이 돌아선 것입니다. 물론 장기집권하고 있는 에르도안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참패의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튀르키예의 집권자 에르도안은 강압적인 정치추진자로 유명합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경제가 곤두박질을 치는데도 미국에 달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알라신이 있다면서 자국 화폐가치가 떨어지는데도 금리를 내리는 등 세계적 경제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금리정책을 펼쳐 경제난을 가중시킨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었지만 자신의 믿음을 그대로 밀고 나간 탓에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심판을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여당 참패로 나토국에서 나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튀르키예가 운신의 폭이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대변되는 경제난이 다른 유럽국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미 치뤄진 이탈리아와 핀란드 그리고 포르투갈 등 유럽국가들도 코로나 팬더믹 이후 집권당이 각종 선거에서 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각국들이 넘쳐나는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킴에 따라 국민들이 경제난과 생활고에 시달린 것이 최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에 치뤄질 미국 대선에서도 역시 경제가 최대의 변수입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중에 경제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드려지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물가안정에 최우선 과제를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트럼프를 위시한 미국 공화당의 집중포화 공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감행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물가상승국면을 잡지 못하면 대선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한국도 총선을 불과 일주일밖에 남기지 않고 있습니다. 총선의 이슈들은 많고 많지만 역시 경제가 가장 큰 선거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세계 1위에다 기업부채도 대단히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대파 한단에 5천원 이상을 하는 기이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각 기업들은 초긴축 경영에 들어가고 명예퇴직 등을 내세운 직원 감축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들간의 힘겨루기가 벌써 2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총선의 향방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오로지 유권자들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2024년 4월 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