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전 전남 영광에서 실종됐던 개가 2백리 가까운 길을 되짚어
주인이 살던 옛집으로 돌아왔다. 순천대 장승태 교수의 애완견인 '보리'(5년생 암컷 콜리종)가 전남 담양군 창평면 용수리 장교수의 집을 떠난
것은 2001년 11월.
실종 21개월 만에 주인 장승태 교수의 품으로 돌아온 보리.[담양] |
장교수의 친구 金모(47)씨가 수컷 콜리와 교배를 시켜주겠다며 70여km 떨어진 전남 영광의 자신의 또다른 친구집으로 데려간 것.
그러나 생후 2개월 때부터 장교수의 집을 떠나보지 않았던 보리는 갑자기
바뀐 환경 탓인지, 주인의 품이 그리웠는지 영광에 도착한 직후 감시가
느슨해진 틈에 사라져버렸다.
장교수 가족들은 행여 보리가 돌아올까 1년여 동안 이사도 미루면서
백방으로 찾았지만 결국 포기하고 최근 순천으로 집을 옮겼다. 그런데
지난 5일 장교수 집으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담양에 살 때 가깝게 지냈던 택시기사였다.
"보리가 경일(장씨 둘째 아들)이가 다녔던 창평초등학교 앞에 힘없이 앉아 있어 집에 데려다 놨어요."
장교수는 단숨에 담양으로 달려갔고 1년9개월 만에 주인의 품에 안긴 보리는 그동안의 힘들었던 생활도 잊은 듯 연방 꼬리를 흔들었다.
장씨는 "옛집을 찾아왔다가 식구들을 못 만나자 경일이를 찾아 집에서 2km 가량 떨어진 초등학교 주위를 배회한 것 같다"며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콜리는 스코틀랜드 재래종 검은 양에서 유래된 목축견으로 애견 영화의
고전 '명견 래시'를 통해 전 세계적인 애견 양육 붐을 일으킨 품종이다. 진돗개와 비슷한 크기(신장 55.8~66cm, 체중 22.6~34kg)로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집도 잘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양=구두훈 기자 <dhkoo@joongang.co.kr>
200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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