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태까지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불매운동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우리 국민성이 냄비 같아서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기 때문에 효과를 본 불매운동이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요 사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불매운동과 관련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성향은 사안별로 다양합니다. 하지만 조금 깊게 관찰하면 그 다양함 속에서도 일정한 패턴이 있음이 발견됩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건강 및 위생과 관련해서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등을 돌렸습니다. 그중에서도 식품사고는 사안이 발생해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는 순간 소비자들이 사정없이 등을 돌렸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1998년에 번데기와 골뱅이 통조림에 포르말린을 넣은 혐의로 제조업자 2명 등이 구속된 사건이 보도되자 해당 식품업자들이 곧바로 도산한 것을 비롯해 1년 동안 통조림업계에서 문 닫은 업체가 20개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기소된 업자들은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적인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이 나와도 소용없는 것이 식품 문제에 대한 여론 심판과 불매운동입니다. 이미 등을 돌린 소비자와 고개 돌린 여론은 다시 살아나기 힘들고, 해당 업자들이 억울하게 잃어버린 돈과 명예는 다시 찾을 길이 없게 됩니다.
속칭 쓰레기 만두 파동이라고 불렸던 2004년 사건에서 정부와 경찰은 25개 식품회사가 단무지 공장에서 폐기되는 무 조각 등을 납품받아 만두소로 사용했다고 발표하며 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이로 인해 냉동 만두를 제조하는 수많은 식품업체들은 매출이 급감했거나 심지어는 도산했고, 한 거래처 사장의 자살을 불러오는 최악의 사태로 치달았습니다. 자투리 무는 식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쓰레기 만두라는 오명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미국과 일본 등은 한국산 만두 수입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심지어 단무지나 무를 만두소로 사용하지 않는 납작 만두, 그리고 적발된 업체와 비슷한 이름의 업체들까지도 큰 피해를 입었고 정부의 여러 가지 소비 진작 정책에도 소비자들은 철저히 만두에 등을 돌렸습니다.

1990년에 발생한 삼양라면 우지파동은 우리나라 식품 소비자들의 오랜 불매운동을 가져온 사건입니다.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한 뒤 부동의 1위를 지켜오다가 1985년에 후발 주자인 농심에게 업계 1위 자리를 내어준 삼양라면은 1990년 인체에 해로운 우지를 사용해 라면을 만들었다는 검찰의 발표 후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라면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서울 공장이 문을 닫는 등 회사가 존폐위기까지 몰렸습니다. 당시 삼양식품이 수입해 사용하던 우지는 몸에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 식용 기름이었기에, 삼양식품은 8년의 법정싸움 끝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 억울한 오명을 벗었지만, 소비자들에게 깊게 찍힌 부도덕 기업이라는 낙인까지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우지 파동이 일던 당시 라이벌이던 농심은 “저희는 우지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슬로건의 마케팅을 통해 엄청난 반사이익을 올렸지만, 먼 훗날인 2008년 노래방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된 이후 농심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습니다. 농심은 큰 손실을 겪은 후 시스템을 바꿔가며 1년 만에 재기했지만 워낙 보유현금이 막대했고, 마침 닥친 불황으로 전체 라면업계의 매출이 13%가량 증가하는 등 아주 운이 좋은 경우였습니다. 식품업계에서 농심 같은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이고, 지금까지 위생 문제에 휘말린 다른 업체들은 대부분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고 도산하거나 오랜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건강 및 위생과 관련한 불매운동이 개별 소비자들 자신의 이해관계에서 벌어진 것인데 반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갑을관계처럼 불공정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미디어를 통해 목격하면서 사람들이 갑의 위치에 있는 행위자에 대해 처벌하려는 행위로서의 불매운동도 갈수록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몇년 사이에 언론에 의해 노출된 주요 갑을관계 부조리는 포스코 상무의 항공 승무원 폭행, 프라임 베이커리 회장 호텔 종업원 폭행, 남양유업의 제품 강매 및 폭언, 대한항공 이륙지연 및 폭언, 몽고식품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및 폭언, 미스터피자 회장의 경비원 폭행, 종근당 회장의 운전기사 폭언, 대한항공 회장 부인 및 가족의 갑질 등이고 이들 중 많은 경우가 불매운동 시도로 이어졌습니다.
피죤은 1978년에 창업되어 수십년 동안 동안 ‘빨래에는 피죤’이란 슬로건으로 전 국민이 애용하는 섬유유연제 시장의 절대 강자였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회장이 직원을 칼로 찌르고, 퇴임한 사장을 조폭을 시켜서 습격하고, 그 밖에도 공금횡령, 탈세, 특정(호남) 지역차별 등으로 악덕 기업의 이미지가 쌓이며 국민들에게 문제기업으로 낙인찍혔습니다. 피죤에 대한 시민의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코스트코에서 피죤 물건 진열 및 판매 거부가 이어졌고, 7년 만에 매출액이 세 토막 나는 등 회사는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반면에 2014년 12월 초에 있었던 대한항공 이륙지연 및 폭언 사건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고, 뉴욕의 한인들에 의해 대한항공 불매운동이 시작되었지만 국내에서는 본격적인 불매운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사건의 발단이 기업 차원의 횡포라기보다는 조현아 부사장 개인의 진상질과 기업 차원의 은폐시도라고 국민들이 생각해서였고, 대한항공 같은 규모에 대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여서 성공하는 경우에도 오너 일가는 그 피해를 가장 나중에 받는 사회구조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들이 대량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기업에 불매운동을 벌여서 손해를 입히는 경우 첫 번째 피해는 비정규직이고, 그 다음은 일반 회사원입니다. 오너의 딸이 진상을 벌인 일에 대한 결과로 아무 상관도 없는 나의 월급이 깎이고 동료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면 그것이 정의실현의 결과인지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 대신에 오너의 딸을 확실하게 사법처리하고 은폐에 직접 관계된 기업의 고위층 인사들을 처벌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고 정의 관철에도 부합한다고 많은 국민들이 생각했습니다.
대한항공 사건과는 다르게 남양유업의 대리점 상품 강매 및 폭언 사건은 우리 국민들에게 기업 차원의 ‘밀어내기’ 횡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상품 강매와 폭언의 당사자는 오너 일가가 아닌 본사의 젊은 직원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법처리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유통망에서 적지 않은 영역을 차지하는 편의점에서 직접 불매운동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매운동은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은 곤두박질 쳐서 그 해에 적자를 기록했고 그 이후에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해, 주가는 사건발생 당시 117만원에서 2019년 7월 13일 현재 56만원으로 반토막 이하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적자를 기록한 해에도 회장은 10억 이상의 보수를 챙겼고, 그 반대로 그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대리점의 20%가량이 도산 위기에 빠지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남양유업은 부채비율 17%에 그치는 초우량기업이므로 불매운동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회사의 존폐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없고, 그 손해는 전체 직원의 30%가 넘는 비정규직원들이 제일 먼저 감수하는 구조입니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게임의 규칙은 아주 이상하지만 우리가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쨌든 몇 년간 이어지는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남양유업만의 문제점이 아니던 ‘본사의 대리점 밀어내기 압박’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간 벌어졌던 대표적인 불매운동 중 하나는 2008년에 벌어진 우리나라 대표언론인 조선일보 불매운동과 해당 광고주에 대한 광고 중단 압박운동과 2009년 광고주의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었습니다. 이러한 불매운동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형법전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강요죄 및 공갈죄의 유죄를 선고하면서 큰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조선일보 불매운동은 확실히 그 효과를 발휘해서 정치적으로 중립인 지역 대부분에서 조선일보의 점유율이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아래는 서울과 인천지역의 일간신문 점유율 변화입니다.


2016년 큰 물의를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인한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국민적인 공분과 함께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졌으며 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들까지 옥시 불매운동에 동참해서 판매 중이던 제품을 내리거나 검색어에 금칙어 설정 조치 등을 취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났음에도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중단되지 않고 있어 옥시레킷벤키저는 사실상 무너진 상태입니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라는 형태의 제품이 허가되어 출시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기 때문에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는 철저히 옥시레킷벤키저와 선긋기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레킷벤키저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조작하고 허위 보고까지 해온 철저한 악질 기업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옥시에서 판매하는 레킷벤키저의 의약품은 3년 사이 매출액이 반토막 아래로 내려간 상태입니다. 레킷벤키저의 개비스콘 매출액은 2015년 80억5천만원에서 불매운동이 불붙은 2016년 49억7천만원으로 38% 하락했고 이듬해에는 40억원에도 못미쳤습니다. 사탕처럼 먹는 인후염 완화제 스트렙실 매출액은 2015년 70억원에서 2016년 51억원으로, 이듬해에는 36억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레킷벤키저의 또 다른 대표상품인 항균제 데톨(Dettol)과 제모제 비트(Veet)의 매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처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벌인 불매운동은 매서웠습니다. - NBA매니아여기를 눌러 링크를 확인하세요mania.kr
첫댓글 여기에 노재팬운동
와 김종인ㅋㅋㅋㅋㅋㅋㅋㅋ 보건사회부장관ㅋㅋㅋㅋㅋㅋㅋㅋ
킹치만 조센일보는 또르륵....
반일정서는 거의 dna에 각인된 수준이라...일본불매운동 전으로 되돌리기는 힘들걸요ㅋㅋㅋ 거기다 일본 별거 아니란 인식도 팽배해져서 ㅋㅋㅋ오히려 메이드인차이나가 불매하기 어렵지
우지파동은 날조였는데 .. 흑역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