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이유로 대전 특수학교 2곳 장애학생 벨트에 묶고 수업… “유사사례 조사해야” By 조성민 -2021년 7월 7일
▲빈 의자 /사진=언스플래쉬 ▲빈 의자 /사진=언스플래쉬 발달·뇌전증 학생 6시간 벨트로 묶고 수업… “아동학대” 해당 교사 “안전조치… 부모의 동의도 받아” 주장 대전 인권위·아보전·경찰서… 권익옹호기관까지 4곳 인권침해 조사 전학 이전 학교에서도 발생… “전수조사 촉구” [더인디고 조성민] 대전 대덕구의 한 특수학교에서 장애학생(11세)에 대한 인권침해와 학대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OO학교는 올해 3월 문을 연 공립 특수학교로 유·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전공과 등 21학급에 발달, 지체, 뇌병변 장애 학생 90여 명이 재학하고 있다. 학대 피해 의심을 받는 A학생은 올해 4학년으로 발달 및 뇌전증 중복장애를 갖고 있으며 OO학교에 전학을 왔다.
본지(더인디고)가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보문IL)로부터 전달받은 사진과 영상 그리고 전화 통화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A학생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의자에 묶여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전체 수업시간을 계산하면 총 6시간이다.
A학생의 어머니 B씨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담임교사인 C씨가 아이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보내준 영상이라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이후 다시 살펴보면서 아이가 의자에 벨트로 묶여있는 것을 알게 됐고, 또 아이의 같은 반 부모들과도 함께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장면은 이전 또 다른 △△학교에서 B씨에게 보낸 사진에도 담겼다. 사진 속에는 A학생이 박음질로 된 벨트에 의해 의자에 묶였고, 이어 등산용 벨트와 유사한 것으로 A학생과 의자, 책상 전체를 함께 한 번 더 묶은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보문IL과 피해학생의 부모는 명백한 장애아동 학대이자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 최근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반면 담임교사 C씨와 학교 측은 학부모에게 사용 동의를 받은 데다 학생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동학대” vs “안전 조치… 부모도 동의”
교사 C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현재 장기 병가 중이라 직접 통화가 어려웠다.
다만 그동안 학교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어머니 B씨와 신인수 보문IL 소장에 따르면 ‘C씨는 A학생이 과격한 몸짓으로 표현할 때 이를 억제하고자 벨트를 사용했다’고 한다. 또 ‘벨트는 A학생이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 사용하던 것을 학부모에게 받은 것인 데다 C씨는 이 벨트 사용을 B씨에게 유선으로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B씨는 “올해 3월 2일 교사 C씨로부터 벨트를 학교로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전학 과정에서 이전 학교로부터 아이의 소지품이라 받았는데 벨트를 보고 너무 놀라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벨트를 달라고 하니 교육기관 물건인 줄 알고 다시 세탁까지 해서 보냈다”고 말했다.
또 “해당 벨트는 이동 시 위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휠체어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 수업 시간 내내 묶어두라고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게다가 최근 접촉사고로 아이가 척추 분리증과 꼬리뼈 골절 치료를 받고 있기에 이를 C씨에게도 알렸다. 그런데 딱딱한 의자에 강제로 장시간 묶어 놓은 상황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왜 이전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전학하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어 참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 전한 온 OO학교에서도 이럴 줄은 몰랐다”며 “이번 기회에 다른 특수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조사 등을 통해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지역 인권위, 아보전 등 4곳에 접수… 조사 착수
해당 사건이 공식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2일, B씨가 대전장애인권익옹호기관(권익옹호기관)을 찾으면서부터다.
B씨는 “접수 다음 날 권익옹호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자신이 담임 교사와 소통을 통해 오해를 푸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듣고 더 이상 해당 기관을 신뢰할 수 없었다”며 “보문IL을 찾았다”고 말했다. 반면 권익옹호기관은 “접수 후 이미 조사에 착수했고 진행 과정을 이야기할 수 없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신인수 보문IL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 자료를 보면 단순히 안전 조치가 아닌 강제 구금이고 학대였다”면서 “특히, 뇌전증 장애인이 의자에 묶여 발작 증상이 나타날 경우 최악의 상황에는 쇼크사가 올 수 있다. 또 의자와 함께 넘어지면 뇌진탕 등으로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음에도 특수교사 C씨가 장애에 대해 너무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문IL과 학부모 측은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 접수에 이어 학교장을 만났지만, 사과는커녕 변명과 함께 C씨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특히 학교 측은 ‘아이의 발이 바닥에 닿지를 않아 움직이다 넘어질 우려가 있어 묶은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B씨는 “아이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으면 책상이나 의자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지, 대부분의 발이 안 닿는 학생들은 묶인 채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면서 “반성 없는 학교 측의 태도로 인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락했고, 자연스럽게 대덕경찰서에도 신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사건은 대전 인권위와 아보전, 대덕경찰서에 이어 권익옹호기관 등 4개 기관이 조사에 나서게 됐다.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6일 대전 특수교육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OO 특수학교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보문IL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6일 대전 특수교육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OO 특수학교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보문IL 대전 장애인 단체와 전문가… “개별화교육 강화 유사사례 등 조사해야”
한편 학부모와 보문IL을 비롯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대전DPI 등은 6일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학교는 아동학대를 인정하고 피해 당사자와 부모에게 사과할 것 ▲인권침해를 묵인하고 자행한 교장과 교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직할 것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장애유형 및 개개인 특성에 맞는 개별화 교육을 실시할 것 ▲학교 내 사각지대에 CCTV를 설치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유사사례 전수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장애인 인권기관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도 “전체 맥락을 살펴봐야겠지만, 설령 부모가 동의했다 치더라도 교사가 아이를 묶어 놓고 수업을 하는 것 자체가 구금에 해당, 장애인 학대로 볼 수도 있다”며 “또 이런 것이 2개 학교에서 벌어졌다면 전국적으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도전적 행동을 하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공개된 ‘심리안정실’ 등의 설치도 시급히 전국 학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