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서로 모셔가는 일본
기업 70세 이상 고용노력 의무화
정년 후 재고용, 인건비 부담 줄여
일하는 시니어 10년만에 211만 UP
일손부족에 단기 알바 시장 급성장
'나이 들었다고 집에서 벽만 보고 있으면 안 돼.
일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지!'
지난 2일 일본 사이타마현 아사카시 외곽에 있는 가전 리사이클링 회사 '파워세라'의 작업장 .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자누마 아키오(77세)씨가 중고 세탁기에 연신 비누칠을 한다.
전기관련업에 종사하던 그는 60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이 일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세 번 출근하는 데 목적은 직접 돈을 벌어 취미 생활인 노래를 부르러 가는 것이다.
그는 '노래 부르겠다고 아내 지갑에 든 돈을 쓰면 안 되니까'라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차워세라의 직원은 70여 명,
이 가운데 65세가 넘은 인력은 10%(7명)로 최고령은 84세다.
우테나 신지 대표는 '운전사를 비롯해 일부 작업 분야에선 일손이 부족해 사람을 채용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젊은이들이 힘들다고 쉽게 그만두는 일도 어르신들은 묵묵히 안정적으로 해줘,
이제는 시니어 직원 없인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필수 인력이 됐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심각한 일손 부족 상황을 맞이한 일본에서 '일하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일하는 65세 이상 인구는 943만명, 2015년(732만명)에 비해 불과 10년 만에 211만명이 불어났다.
취업률도 같은 기간 21.7%에서 26%로 훌쩍 올라섰다.
65세 이상 4명중 1명꼴로 일하고 있단 얘기다.
연령대로 나눠보면 지난해 65~69세 취업률은 54.5%, 70~74세는 36.2%, 75세 이상도 12.6%였다.
일본에서 시니어 노동이 그증한 배경엔 정책 지원이 있다.
2004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법적 정년은 60세지만 기업이 65세까지 고용 노력을 하도록 (2006년 시행) 한 데 이어 ,
2020년 다시 법을 고쳐 이듬해 4월부터는 70세 고용 '노력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기 시작했다.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청년을 늘리거나, 재취업을 지원하고, 프리랜서.업무위탁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할 기회를 주라는 취지다.
'계속고용제도'가 안착한 것도 특이점이다.
정년이 지난 뒤 형식적으론 퇴사 형태를 취하지만 같은 회사에서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고용 유지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엔 어드바이저를 파견해 정년연장 등 제도 설계를 돕고 있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년을 늘리면 기업에 인건비 부담이 크기에 많은 일본 기업이 일단 고용관계를 종료시킨 후
새로운 노동조건으로 재고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메이지 않고 하루 한 시간 이상 초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스폿워커(spot worker)' 시장에도 시니어층 증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스폿 워커 중개 앱인 '타이미'에 따르면 60세 이상 이용자는 2024년 16만2000명에서 지난 해 30만명으로 늘었다.
시니어만 고용하는 깅버도 생겨났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있는 '지바푸드'는 최근 몇 년 새 할머니.할아버지가 일하는 식당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 전역 70여 배장과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만들어질 노인 일자리는 1000여 개, 솜씨 좋은 어르신들이 직접 주먹밥을 쥐고 된장국을 끓여내는데,
입소문을 타며 센다이시 오마치에 있는 마치나카 식당은 지난 7월 점심 영업 시작 2시간 만에 주먹밥이 완판됐다.
나가노 겐타 지바푸드 대표는 '앞으로는 건강한 시니어를 확보한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사카.센다이=김현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