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정도였던 것 같다. 보스톤 마라톤이 불현듯 가보고 싶어 신청을 하고, 기록은 11월 정도에 보내 줬던 것 같다. (재호씨가 춘천에서 뛰었던 기록으로)
대회가 다가옴에 따라 부상과 집안의 큰일들이 겹쳐 훈련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6시간 30분이라는 제한시간과 2주전 하프 기록이 괜찮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타까운 사고로 마음이 많이 무거웠고, 미안한 마음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드디어 출발일!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2시간 30분 정도를 날아가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하고, 3시간30분을 기다려 보스턴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또 2시간을 날아갔다. 18시간 이상을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보내니 피곤함이 저절로 밀려온다.
보스턴 공항에 도착해 픽업하러온 후배와 조우하여 후배집으로 가서 저녁 식사 후 바로 잠들었다가 밤에 깨어서 잠이 오질 않는다.
아~~시차 적응이 안되는구나.
보스턴에서의 첫째날!
아침 시험치러가는 후배와 같이 지하철을 타고, 보스턴 커몬에서 하차하여 보스턴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프리덤 트레일을 천천히 일주하고 보스턴 박물관으로 이동하여 간단한 점심을 먹고 고호, 고갱, 세잔, 드가 등의 작품을 감상하고 나니 발목 부근이 뻐근하다.
둘째날!
배번 수령을 위해 골인지점의 엑스포에 도착하니 이곳은 이미 차량통제가 되어 있고,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역시 보스턴이다.
온갖 마라톤 용품과 보스턴을 기념하는 셔츠, 잠바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가격이 110 달러로 만만치 않음에도 줄까지 서서 사는 걸 보니 보스턴에서 마라톤 대회가 가지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같다.
수령한 배번을들고 하버드로 가서 하버드 동상의 왼발을 한 번 만지고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으로 이동하여 면학 분위기를 감상한 후 후배집으로 돌아오니 저녁때가 넘었다.
다음날 달고 뛸 세월호 관련 문구를 프린터해 가슴에 붙여 놓았다. 정말 그러기를 간절히 빌면서......
대회당일!
보스턴 커먼에 도착하여 물품 보관을 하고 7시 조금 넘어 홉킨턴(출발지)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울 동마는 출발점에서 짐을 옮겨 주는 데, 여기는 짐을 골인 지점에 맡기고 사람을 출발지점으로 옮겨 주는군.
차안에서 옆에 탄 미국인이 자꾸 말을 시켜 한마디 했다.
'아이 캔 낫 스피크 잉글리쉬, 웰'
실수였다. 웰...웰....웰...닝기리 넣지 말았어야 했는 데....ㅠㅠ
계속 말을 시키고 잘못 알아들으면 낄낄대고 앞뒤 좌석과 옆에서도 합류해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인간은 미국인들일 것이다....나쁜 xx들...
도착하니 출발 두시간 전인 데, 또 한참을 기다린다. 짜증도 나고 춥고 화장실은 갈 엄두도 안나고.....쩝
출발선상으로 한참을 이동하여 드디어 출발.
출발 후 5분만에 앞에서 짜증스러운 마음이 싹 없어져 버리고 감탄을 시작했다.
도로 좌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응원을 해준다.
맥주를 주는 사람....담배를 주는 사람...등등
'아저씨 잘 뛰세요' 예쁜 여자아이 말에 힘이 저절로 나는 것 같다.
초반에 6분 페이스로 가기로 마음 먹고 달려나가니 몸이 이상하다. 10킬로 정도 갔는 데, 벌써 힘이 들고 6분 페이스로 뛰지도 못하고 점점 느려진다. 하프도 지나지 않았는 데, 이러면 곤란한 데...
급히 파워젤을 하나 먹고 조금 더 달려 20킬로 정도에 도착하니 웨슬리 여대생들이 전원 달려 나와 키스해 달라고 난리도 아니다.
애들이 내가 뛰는 줄 알았나 보다.
그 많은 애들 다해 줄 수도 없고, 대표로 하나만 해주면 싸움 날 것 같아 아쉬워하는 웨슬리 여대생들을 뒤로 하고 달려나갔다.
28키로 정도에서 쥐가 심하게 난다. 계속 날듯말듯하더니 결국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한국 같았으면 절대 더 달리지 않았다. 바로 회수차 탔을 것이다.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이후는 쥐가 나면 다리를 젖히고, 절면서 걷고, 걷다가 또 뛰고.....
30키로 이후는 고통 속에서 달렸지만, 잠시도 쉬지않는 응원이 상당한 힘이 되었다.
그 중 장애인인 듯한 한 분의 피켓 글귀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다음 생에는 런너로 태어나고 싶다고....
고통 속에서도 계속 가니 골인 지점이 결국은 나오는구나.
18번 풀코스 완주 중 최악의 기록은 보스턴에서 기록하는군. 약간은 씁쓸하네.....하지만, 최고의 달림은 이곳 보스턴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만약 2년 뒤 효마클에서 추진한다면, 또 가고 싶어진다.
완주 후 후배 집으로 이동하여 씻고, 저녁먹고 잠을 청하니 금방 잠이 들었다. 달리기 한 방에 시차가 거의 적응된 듯하다.
완주 후!
1일차
다음날 아침 차를 몰고 캐나다로 출발하려는 데....
후배는 차산지 3일 되었고, 고속도로 운전은 해본 적이 없다고.....
결국 운전대는 내가 잡고 출발 후 얼마 못가 경찰한테 잡힘.
65마일 도로에 85마일로 달렸다고 205 달러 벌금 맞음.ㅠㅠ
전날 풀코스 뛰고 다음날 8시간 운전해 나이아가라 도착.
2일차.
나이아가라 감상 후 토론토로 이동(2시간)
다시 나이아가라로 돌아옴
3일차
버팔로를 지나 워싱턴으로 이동(약 9시간)
4일차
워싱턴에서 링컨 기념관, 백악관, 국회의사당 감상.
뉴욕으로이동(4시간30분)
5일차
맨하탄 감상.
센트럴 파크, 브로드웨이, 타임 스퀘어, 록펠러 센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소호 거리 등
6일차
새벽 한국으로 출발
이상과 같이 보스턴 다녀온 일정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마라톤 후 기억나는 건 거의 운전했던 것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첫댓글 잘 놀고 왔네? 다음에 가이드 한번 해라.
긴 다리로 좁은 비행기에서 고생이... 장난이 아니었을낀데..
그래도 시차 적응 잘하여 완주하고 여러곳 둘러보고 즐거운 마라톤 여행, 귀국 축하합니다.
도시 보스턴은 하바드, MIT, 줄리아드 음대등등 .. 대학만도 50 여개가 넘는 동부의 유서깊은 교육 도시로 유명한데...
젊은 날 생의 방향이 조금만 틀어졌어도 8년전에 운동화 신고가 아니라, 30년 전에 펜을 들고 갔었을 낀데..ㅎㅎ
2년뒤 120회 보스턴 마라톤 추진 기대해 봅니다.
하바드 왼발구두~ ㅋ ㅋ ㅋ
가자할때 따라붙는긴데... 무사 귀환 축하하요!!
먼 여행을 운전만 한거같노... 일간 메달하고 기록증 구경하게 수달이나 토달에 함들고 온나. 우쨋든 보스톤마라톤여행 부럽다...
음,. 내명년을 위해서 기록부터 좀 올려두어야겠네, 웨슬리경로대학앞을 지나는 걸 대비해서 이빨미백도,..
축하,축하합니다. 총장이 더욱 더 눈부시네요.
우하하하~ "그 많은 애들 다해 줄 수도 없고..." 욱준아~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지! 그기 어떤 기횐데... 평소 같으면 손이라도 함 잡아보겄나? ㅋㅋ 혹시 착각한 건 아니제? 차라리 마라톤을 오버타임으로 회수차를 타더라도 한 명씩 한 명씩 프렌치키스로다가... 쩝~. 욕봤다. 12시간씩 비행기 타보면 진절머리난다.
좁은데서 비행기타는기 더심들겠다.
so awesome~~ I envy you!!!
먼데까지 가서 고생이 많았습니다.최총님은 따뜻한 사람인거같습니다.남의맘을 내맘같이..
수고했다!
키스를 마다해서 쥐가 나잖아ㅎㅎ
내친김에 베를린도 함 가봐라. 사모님과 함께.
완주 후 관광 묘사는 매우 심플하군요..ㅎㅎ
정달에서 숨은 얘기들 해주삼..